LG경제연구원 ‘2월 중국의 대규모 무역 적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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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3-27 12:20
서울--(뉴스와이어)--선진국 경기의 부진으로 중국의 2월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중국의 무역수지는 크게 악화되어 위안화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고 적정 통화량 유지를 위한 지준율 인하를 초래할 수 있으나, 직접적으로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을 촉발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중국 무역수지는 314억 8천만 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 적자가 이렇게 많이 난 것은 수출·입 모두 약 30%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 달리, 수출이 19.4% 증가에 머문 반면, 수입 증가율은 39.6%로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1월과 2월 수치를 따로 떼어 보는 건 문제가 있다. 중국 최대명절인 춘제(春節)가 작년엔 2월에 있었던 반면, 올해는 1월에 있었다. 중국 기업들은 춘제를 전후해 짧게는 7~8일, 길게는 한 달간 휴무를 한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일 수가 적은 1월 수출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올해는 -0.5%)은 과소평가되고, 2월 수출의 전년대비 증가율(올해는 18.3%)은 과대평가되기 마련이다. 한편, 중국 기업들의 원료와 부품에 대한 수입은 보통 1분기에 많이 이루어지는데, 특히 춘제 직후에는 수입이 수출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2000년 이후 춘제가 1월에 있었던 해(2001, 2004, 2006, 2009년)의 1월 무역수지는 평균 약 125억 달러의 흑자를 나타냈으며, 2월은 흑자 규모가 크게 줄어 1억 달러 미만(9,100만 달러)에 그쳤다.

올해의 경우 1월과 2월 수치를 합산해 살펴보면, 수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6.9%, 수입 증가율은 8.2%에 그쳐, 2000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20.6%와 21.7%)은 물론 금융위기 이후 시기인 2009~2011년 연평균 증가율(26.2%와 49.3%)에 크게 못 미쳤다. 1~2월 교역 규모 증가율은 7.5%로, 중국 정부의 올해 목표 10%에 미달했다. 무역수지도 예년에 비해 2월 적자 규모가 너무 컸다. 이렇게 볼 때, 올 1~2월 중국의 수출입 부진과 거액의 무역수지 적자에는 계절적인 요인 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하겠다.

선진국의 경기 부진이 수출에 제동

올 초 중국의 교역이 부진하고, 특히 수출이 급속히 둔화하고 있는 결정적인 원인은 중국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EU,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기 부진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EU에 대한 올 1~2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1%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재정위기국인 이탈리아와 ‘EU의 맏형’ 격인 독일에 대한 수출이 각각 31.1%와 3.7% 감소했으며, 프랑스와 영국에 대한 수출은 각각 0.1%와 10.2% 증가에 그쳤다. 유럽의 경기부진으로 개발도상국들의 성장세가 주춤함에 따라 홍콩, 대만, 아세안, 브라질, 러시아 등지에 대한 수출도 크게 둔화했다. 그나마 중국의 두 번째 수출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이 12.1%로, 작년 연간 증가율 14.5%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품목별로 보면, 섬유, 신발, 의복 등 저가의 노동집약적 품목들의 수출이 부진했고, 자동데이터 처리장치, 기계 및 전자제품, 하이테크 제품 등 고기술 및 고부가가치 제품들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무역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하거나, 적자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내수(內需)가 외수(外需)보다는 좋기 때문이다. 1~2월에 걸쳐 비(非)가공 구리 및 구리제품(30.1%), 원유(37.7%) 등의 수입액이 크게 증가한 점을 보면, 춘제 이후 생산활동 재개로 내수가 다소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격 요인을 제외하고 물량 변화만 보면, 원유 수입 증가율이 12.7%에 그치고 철광석과 기초 플라스틱 재료의 수입 증가율은 5.5%와 1.1%에 머물렀다. 전반적으로 2월 중국 내수가 1월에 비해서는 좋아진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전년동기대비 기준으로는 아직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실제로 2월 중국 거시경제지표들은 경기 흐름에 대해 서로 엇갈린 시그널을 내고 있다. PMI는 2월까지 연속 4개월 상승세를 보였으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지표는 2월 들어 다소 둔화세를 나타냈다.

올해 중국의 대외교역 흐름은 계절적 요인의 영향이 없는 3월 무역통계를 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국이나 선진국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무역수지는 내수 경기와 글로벌 경기의 회복 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현재로선 중국 내수가 외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작년(1,578억 달러)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정부가 꺼내들 수 있는 수출지원 카드들

중국 정부나 학계에서는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에 그리 놀라는 것 같지 않다. 적자 규모가 생각보다 컸지만, 적자가 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대외여건을 봤을 때, 2월뿐만 아니라 올 상반기 전체적으로도 무역흑자를 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연간 흑자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미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정책 지원을 요청하는 수출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꺼내들 수 있는 수출 지원 카드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위안화 환율 조정, 둘째는 수출세 환급비율 상향조정, 셋째는 가공무역 부문 지원, 넷째, 수출 금융인프라 확충 등이다. 이 중 위안화 환율 문제는 일단 시장의 자율적 조정에 맡겨보자는 게 중국 정부의 심산이다. 이미 작년 4분기부터 역내외 환율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수급여건 변화에 따라 상승 또는 하락 양방향으로 움직이는, 전에 보지 못한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으며, 무역흑자 감소는 위안화 가치에 절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수출세 환급비율 조정이나 가공무역 지원은 무역마찰을 야기할 소지가 있고, 중국 정부가 바라는 수출구조 업그레이드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중국 정부가 꺼리는 수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중국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카드가 수출 금융 인프라 강화다. 구체적으로는, 단기 수출신용보험 규모를 2,400억 달러(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당시 840억 달러의 3배 규모)로 확대하고, 수출 관련 융자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같은 지원책들은 수출 주문을 이미 따낸 기업들이나 자주 브랜드 기업, 그리고 개도국 상대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들을 위주로 시행하고, 저(低)부가가치, 에너지 과소비, 고(高) 오염 유발 수출부문으로 혜택이 흘러가는 것을 가급적 차단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무역수지 악화의 통화적 영향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폭 감소 또는 적자 전환은 위안화 가치에 절하 압력을 넣는 요인이다. 또한 작년 4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위안화 환율의 쌍방향 변동의 폭을 확대시키는 변수가 된다. 무역수지나 외국인 직접투자(FDI) 동향(월간 사용금액이 2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전년동기대비 감소)을 볼 때, 올해 위안화 평가절상 폭은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연중 일시적으로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는 현상이 빈번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 흑자 감소나 적자 확대는 해외 부문에서 유래하는 통화공급 증가 요인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2월 중국의 외환매입액 순증가액(즉, 중국 내 기업이나 개인이 외화를 위안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시중에 공급되는 통화 순증분)은 251억 위안으로 1월(1,409억 위안)의 20% 미만 수준으로 감소했다. 무역수지 흑자 감소와 FDI 감소 추세가 주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외환매입액 순증이 추가적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거나 마이너스로 전환한다면 중국 정부는 지준율을 인하하여 통화 공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조치는 외생적 요인에 의한 중국 내 통화공급 감소 또는 감소 우려에 대응하는 것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확대와는 성격이 다르다. 선진국 경기부진으로 무역수지가 악화되더라도, 선진국 위기가 재발되지 않는 한, 중국 정부가 성장률 방어를 위해 경기부양책을 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의 수출구도 고도화에 따른 위협과 기회

올 1~2월 중국의 수출 지표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자동데이터 처리장치, 기계 및 전자제품, 하이테크 제품 등 고(高)부가가치 품목들의 수출이 그나마 선전했던 점이다. 이는 빠르게 진행 중인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 및 이에 따른 수출구조 고도화의 단적인 표현이자, 중국의 수출 비교우위 영역이 한국의 주요 수출 권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시그널로도 읽힌다.

과거 중국 수출의 주종이던 최종소비재가 중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3.8%에서 2010년 28.8%로 줄어들었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자본재의 비중은 이 기간에 17.3%에서 29.7%로 증가했다. 중간재 비중은 35.1%에서 40.5%로 늘어났으며, 특히 부품 및 부분품의 비중이 12.8%에서 18.3%로 급증했다. 아직까진 한중일 세 나라 교역관계에서는 한국이나 일본이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가공하여 선진국으로 최종재 형태로 수출하는 가공무역 패턴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중국의 부품과 자본재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패턴이 뚜렷이 약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제3국 수출시장에서 주력 수출품목의 시장 확보를 위해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한국 기업 관점에서 중국의 수출구조 고도화에는 보완적인 측면도 있다. 첫째, 중국의 새로운 비교우위 품목이 나타남에 따라 중국 역내외에서 새로운 밸류체인이 형성될 때, 이와 관련한 국제분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중국의 산업구조 및 수출구조 고도화는 내수 위주로의 경제구조 전환과 병행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에게 중국 내수시장 확대 또는 대(對)중국 수출시장 확대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라는 점이다. 제3국 수출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실력을 쌓는 한편, 갈수록 커져가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LG경제연구원 이철용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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