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지방기능경기대회 이색 참가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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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인력공단
2012-04-13 09:05
서울--(뉴스와이어)--“요즘 대학 나와도 취업하기 어렵다는데, 기능반 선배들은 모두 취업했어요. 저도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입상하고 대기업에서 경력 쌓아 나중에는 가업을 잇고 싶어요”

지난해 광주지방기능경기 폴리메카닉스 직종에서 동메달을 수상하고,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했다 대회 직전 손가락을 다쳐 기권해야 했던 아픈 기억을 곱씹으며 열심히 연습해온 유정선(18) 군. 올해는 반드시 지방과 전국대회 입상은 물론,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대표선수까지 되겠다는 목표로 이를 악물었다.

이런 그를 옆에서 지원하고 있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바로 아버지 유재용(49) 씨다. 유재용 씨는 아들 정선군이 재학하고 있는 광주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기계과 직속 선배로, 지난해부터 대회준비를 돕다가 올해는 대회출전까지 감행하며 기능반 후배들의 훈련을 밀착 지원했다. 12일 시작된 2012년 광주지방기능경기대회 폴리메카닉스 직종에 부자(父子)가 함께 출전하자 금세 화제가 됐다.

폴리메카닉스 직종은 도면에 따라 수작업으로 밀링, 선반을 이용해 금속이나 비철금속재료를 가공하고, 조립 후 전기식(PLC) 방법에 의해 작동되도록 하는 것으로, 상당히 까다로운 직종이다.

복잡한 도면 이해와 전기작업을 위한 이론공부도 만만치 않은데다, 수작업으로 0.01mm 오차범위 내로 가공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학교를 졸업한지 30년이 지난 유재용 씨가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의 풍부한 현장경험 덕이다.

그는 광주공고 졸업 후 대우전자에서 15년간 설비업무를 담당하고, 명퇴 후에는 광주 하남공단에 광정밀(주)라는 사업체를 운영하며, 폴리메카닉스 직종 관련분야에 계속 종사해왔다. 게다가, 직장을 다니던 87년과 93년에는 광주지방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밀링직종 동메달, 정밀기기제작직종 은메달에 입상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는 입상하지 못했고, 그 아쉬움을 알기에 후배들을 적극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대회를 앞두고 유정선 군은 매일 자정이 될 때까지 연습에 매진했고, 유재용 씨도 이틀에 한 번 꼴로 퇴근 후 학교에 들러 후배들을 지원했다.

유정선 군은 “연습할 때만큼은 다른 친구들처럼 스승과 제자 사이가 돼요. 엄하실 때도 있지만, 실제로 작업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를 쉽고 자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라며 입상을 자신했다. 유재용 씨도 “전국대회까지 함께 출전해 지원하려면 입상해야 한다”며, 경기에 집중했다.

이 부자가 대를 이어 기술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기술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유재용 씨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라면 힘껏 도와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들에게 광주공고 진학을 권유했고, 아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과거엔 우수한 학생들이 공고에 진학했지만 지금은 3D직종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하지만 열심히만 한다면 어설프게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훨씬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또, “학생들이 발전하기 위해선 산학협력을 통해 현장의 기술을 빨리 익혀야 한다”며, 아들이 졸업해도 계속 후배들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도전에 남녀가 따로 있나요”

울산지방기능경기대회 CNC선반 직종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현대공고. 날카로운 드릴이 공작물을 깎아내는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배경진(23) 씨의 눈빛이 날카롭다.

배 씨는 12일부터 전국 16개 시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방기능경기대회 CNC선반 직종 참가선수 166명 중 유일한 여성선수다. 울산정보통신고등학교 전자기기과 재학시절 컴퓨터응용선반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당시에는 큰 흥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취업 잘되고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김천대학 물리치료과로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병원에 취업해 전공을 살리는 듯 했다.

하지만 곧 물리치료사 일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병원을 그만둔 후 지난 해 10월 울산직업능력개발원에 입학했다. “도전을 통해서 나에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아본 후에 진로를 결정해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새롭게 배우는 캐드(CAD)와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CNC선반 직종 훈련을 받고 있던 배 씨는 지방기능경기대회 참가선수를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털털한 성격 덕분인지 이번 대회 CNC선반 직종 전국 참가선수 중 유일한 여성 출전자라는 사실에도 무덤덤했다.

“훈련받고 있는 곳에서도 여자는 저 뿐이지만,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도전에 남녀가 따로 있나요”
“두 달 정도 열심히 연습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입상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잘하는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치른 경험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거에요.”

배 씨와는 반대로 서울디자인고등학교 패션디자인과 2학년인 이건호(17) 군은 전국 150명의 한복 직종 출전자 중 유일한 남자 선수다.

배 군이 경기를 치르는 용산공고도 그렇지만, 전국 한복 직종 출전자 중 70% 정도는 한복제작 현장경력이 많은 40대 이상의 여성들이다. 지방기능경기대회 전체 출전자 중 고등학교 재학생 참여비율이 81%인 것에 비하면 무척 대조적이다. 그만큼 상당한 연습과 노하우가 있지 않으면 입상하기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군은 “올해는 한복, 내년에는 양장에서 입상을 하고 싶어요”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중학생 때부터 유난스럽게 의상에 관심을 가져온 이 군은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로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시작했고, 학교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한복 제작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 군은 “양장보다 한복 제작과정이 더 복잡하고 어려워요. 하지만 한국 고유의 멋, 인간적인 멋, 디자인의 다양함을 알게 됐어요”라며, “이번 대회출전으로 의상디자인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이탈리아 유학과 취업생활 후 한국에 돌아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미래설계도 이미 끝낸 상태다.

이 군은 “전 세계 사람들이 제 브랜드 옷을 입고 자신감 넘치는 삶을 사는 것이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최종목표”라고 전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개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근로자 평생학습 지원과 직업능력개발훈련, 자격검정, 기능장려 사업 및 고용촉진 등에 관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고용노동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1982년 한국직업훈련관리공단이 설립되었고, 1987년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으로, 1998년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소속 기관은 6개 지역본부, 18개 지사가 있다. 현재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본부가 있고, 울산광역시 혁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이다.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을 역임한 송영중 이사장이 2011년부터 공단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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