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개정 상법 이후 시장감시자의 역할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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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4-15 12:00
서울--(뉴스와이어)--작년에 국회를 통과해 올해 4월 1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은 기업 활동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전망이다. M&A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의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유한책임회사와 합자조합을 도입하는 등 250개 조항이 신설 또는 수정되었다. 특히 다양한 주식과 회사채의 허용은 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개정 상법을 활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현재 상장사 중 574개사 가운데 다양한 주식과 회사채의 발행을 위한 정관변경을 준비하는 기업이 각각 33%와 17%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주식 발행과 배당 규제의 완화

자금조달 규제완화 가운데 주식 분야부터 살펴보면 일단 발행할 수 있는 주식의 종류가 늘었다. 의결권, 배당, 상환권 등을 기업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서 주식과 회사채의 특성을 모두 가지는 hybrid형 주식이 대폭 허용된다. 구체적으로 의결권 제한 주식의 발행이 허용되어 무의결권 보통주가 허용된다. 통상적인 주식과는 배당이 다른 주식도 발행할 수 있게 되어 트래킹 주식(tracking stock)을 발행할 수 있다. 트래킹 주식은 회사의 일부 사업 부문 또는 자회사의 이익에서 배당을 하는 주식으로 가상적인 예를 든다면 GM이 유럽 지역 이익으로만 배당을 하는 주식이다. 우선주의 규제도 완화하여 우선배당을 하지 못할 경우 의결권이 부활되는 규제도 폐지된다. 최저배당율을 정하는 규제도 폐지되었기 때문에 분기마다 수익율을 경매하여 가장 낮은 수익율을 제시하는 투자자에게 우선주를 발행하는 수익률경매 우선주(Dutch Auction Preferred Share)도 허용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액면 발행 규제가 없어지고 무액면 주식의 발행이 허용된다. 과거에는 기업이 액면가액보다 적은 금액을 받고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엄격한 규제하여 상장사의 1/3이 액면가를 밑도는 외환위기 시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웠는데, 무액면 주식의 발행을 허용함으로써 관련 규제를 폐지하였다. 상법 개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발행하는 다양한 종류의 주식들을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배당 규제의 완화도 이루어졌다. 자사주 취득이 허용되고 일정한 범위에서 법정준비금의 배당이 허용된다. 종래 상법에서는 자사주 취득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고 자본시장법의 상장사 특례규정에 따라 상장사만 자사주 취득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비상장사도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세제상 자사주 취득이 배당금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비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이 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까지는 이익의 일부를 법정준비금으로 반드시 적립하고 이를 배당이나 투자에 사용할 수 없었는데, 앞으로는 법정준비금을 줄여서 배당이나 투자에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배당 규제의 완화는 투자자 유치를 용이하게 해 주어서 자본조달 환경을 개선해 줄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회사채의 종류

발행할 수 있는 회사채의 종류도 늘어난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사만 발행할 수 있었던 교환사채와 이익참가부사채가 모든 회사에 허용된다. 교환사채는 다른 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회사채이며, 이익참가부사채는 고정이자를 받으면서 이익 발생 시 배당도 받을 수 있는 회사채로서 수익률이 회사 이익에 연동되는 위험을 진다는 점에서 주식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파생결합사채로 볼 수 있는 지표결합사채가 허용된다.1 지표결합사채는 원금은 보장되고 이자를 주가나 유가 등 다른 지표에 연동하는 형태의 회사채이다. 또한 비상장사는 순자산액의 400% 내에서만 회사채를 발행해야만 하는 규제도 폐지된다. 발행 권한도 정관에 근거만 있으면 대표이사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금리와 거시경제 여건 등 시장 상황을 보고 최적의 시점에 신속하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금조달 규제 완화로 중소기업에 도움 기대

자금조달 규제 완화는 다양한 주식과 회사채의 발행을 허용하여 금융위기 이후 여전히 어려운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회사채 시장에서 주식의 성격을 가지는 회사채, 즉 주식연계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해서 이번 상법 개정을 계기로 자금조달 통로가 다양해 질 전망이다. 기업의 자금조달에 대한 회사법상 규제가 거의 없어서 주식연계사채(equity-linked)를 활발히 발행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자금조달 통로가 아직 단순하다. 특히 신용이 낮은 벤처기업과 중소기업들은 다양한 옵션을 이용하여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현재 자금조달의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데2, 개정 상법이 자금조달의 양극화 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적 위기에 닥친 기업에게도 개정 상법의 의미가 크다. 재무적 위기에 빠졌을 때 다양한 옵션을 제안하여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금융위기 시 버핏이 골드만삭스의 영구상환우선주를 50억 달러에 매입하여 골드만삭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버핏도 이익을 본 사례가 대표적이다.

개정 상법으로 탈세와 불공정 거래 증가 우려

상법 개정으로 자금조달 환경은 개선되지만 몇 가지 부작용도 우려된다. 먼저 탈세 문제이다.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도입 초기 기업들이 이를 이용하여 탈세한 사례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세법을 개정하여 과세하였지만 조세법률주의를 강하게 고수하고 있는 법원의 입장 때문에 세법 개정 이전에 이루어진 거래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기 힘들었다. 상법 개정으로 허용된 다양한 주식과 회사채 역시 탈세에 이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세법 개정을 서둘러서 과세의 불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새로이 도입된 주식과 회사채가 주가조작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코스닥을 중심으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용한 주가조작 사례가 빈발하였는데, 주식과 회사채의 종류가 다양해짐에 따라 더욱 교묘한 주가조작 사례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시장에 불공정거래행위가 증가함에 따라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들었는데, 이러한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만을 할 수 있고, 행정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하고 있어서 주가조작이 상당히 많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모두 주가조작과 불공정거래에 대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과징금을 부과할 권한이 없다. 현재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과징금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데 과징금이 도입되어 신종 회사채와 주식을 이용한 주가조작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유동화 시장의 불투명성 증가도 부담

마지막으로 유동화 증권시장의 불투명성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현재 자산유동화법의 규제가 상당히 엄격하기 때문에 자산유동화법을 따르지 않고 특수목적법인을 이용하여 자산유동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비정형 자산유동화이다. 과거에는 상장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기업이 순자산액의 400%까지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어서 특수목적법인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비정형 유동화를 위해서는 특수목적법인이 기업어음(ABCP)을 발행하여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기업어음에 비해 회사채는 만기가 길고 선후순위 구조로 발행할 수도 있어서 앞으로 많은 특수목적법인들이 유동화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되며, 비정형 자산유동화 시장의 증가도 예견된다. 비정형유동화 시장의 급속한 팽창은 그 자체가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시장과 대출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재 PF 자산유동화 시장의 부실이 우리 경제의 부담이 되고 있으며, 금융당국이 비정형 유동화 시장을 완전히 감독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에서, 유동화 시장의 불투명성이 경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비정형 유동화 시장의 하나였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시장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불투명한 시장 구조로 인해 금융위기를 촉발하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비정형 유동화 시장에 대한 적절한 감독이 필요해 보인다.

자금 조달 환경의 개선을 위해 정부의 노력이 필요

상법 개정에 따른 탈세와 불공정 주식 거래, 비정형 유동화 시장의 급속한 팽창과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자금조달 여건을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단순히 법률이 개정되었다고 하여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상법 개정의 모델이 되었던 2005년 일본 회사법은 우리보다 자금조달 규제 완화의 폭이 컸지만 정작 다양한 형태의 주식과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미미하다. 동경거래소에 우선주는 1개 종목, 전환사채도 23개만이 거래되고 있다3. 한국거래소에 우선주만 146개, 전환사채 38개 종목이 거래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극히 부진하다. 법률이 허용하였다고 하여 관련 시장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법률 개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당국과 시장참여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유가증권 법정주의를 재고해야 한다. 상법 개정으로 다양한 회사채가 허용되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법에 열거된 회사채만 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기업의 자금조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법률에 명기된 것도 아닌데 유가증권 포괄주의를 고수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과거 입장을 따르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유가증권 법정주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도 신종 주식과 회사채의 상장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도입된 신종 주식과 회사채의 상장기준이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

3  일본에서 다양한 주식과 회사채가 법률상 허용되었지만 발행이 부진한 이유는 초저금리로 인해 수요가 작고, 신종 주식과 사채의 주된 수요처인 벤처기업의 창업 부진이기 때문이다. 다. 신종 주식과 회사채가 증권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장감시자의 역할 더 중요해져

정부의 노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시장참여자, 특히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와 같은 시장감시자의 역할이다. 미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주식과 회사채가 성장한 계기는 2005년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주식의 성격을 가진 일부 회사채를 자본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기업에게 유리한 방식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자금조달과 기업재무구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신종 주식과 회사채를 자기자본으로 판단하고, 정확한 가치평가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한 주식과 회사채의 등장으로 기업의 재무구조와 자본시장의 복잡성이 증가하여 일반 투자자들은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에 더욱 의존할 것이며, 그만큼 시장감시자의 역할도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

주식과 회사채 규제의 완화는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했지만, 법률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감독당국과 신용평가사와 회계법인과 같은 시장 감시자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보아 규제 완화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도움을 주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불공정한 거래의 증가와 버블과 같은 문제점도 야기할 수 있다. 시장의 불투명성과 주가조작을 통제하면서 자본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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