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고려시대 도기 항아리의 용도 및 사용법 알아내
난파선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도기 항아리가 발견되었는데, 하나는 물 항아리로 쓰던 대형 도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화물을 담아 운반·저장하던 운반용 항아리다. 운반용 항아리 중 일부에는 수취인과 화물종류 등이 적힌 목간(木簡·나무막대에 글을 적은 것)이 매달려 있었는데, 물고기·게·전복 젓갈 등을 담았다고 적혀 있었다. 목간이 달리지 않았던 항아리의 내용물도 과학적 분석을 통해 대부분 젓갈 종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높이와 최대 몸통 둘레가 80㎝에 이르는 대형 항아리는 뱃사람들이 항해 도중 필요한 물을 담는데 사용한 것이다. 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에 와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나타난 뱃사람들이 사용한 물 항아리(水瓮) 내용과 일치하고 있어 신빙성이 더해진다.
마도선 도기 항아리 연구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용량이다. 총 103점의 도기 항아리 중 완전한 형태는 직접 용량을 측정하고, 깨진 채로 발굴된 것은 3차원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측정했다. 그 결과 물 항아리는 170ℓ에 이른다. 화물운반용 항아리는 형태상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약 18ℓ, 10ℓ, 4ℓ 등 세 종류가 대부분이었다. 이를 통해 고려 시대 도기는 제작 과정에서부터 일정한 용량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용량 기준은 국가에서 정한 도량형에 맞춰져 있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마도선에서 발굴된 도기를 통해 고려 시대 도기 항아리 사용법도 밝혀낼 수 있었다. 항아리에는 물건을 담고 나무 뚜껑으로 입구를 막은 후 베나 짚, 갈대 등을 이용해 완전하게 밀봉했다. 또 배에 실었을 때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짚과 같은 초본류(草本類)로 항아리를 감쌌다. 배 안에서는 가장 안전한 장소인 돛대 주변에 항아리를 실었다.
운반·저장 용기로 쓰인 항아리 중 일부는 형태가 매우 심하게 일그러져 있는 것도 있었다. 정제되고 온전한 형태의 완성품만이 아니라 일그러진 도기라 할지라도 물건을 담는 데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사용한 것이다.
그동안 고려 시대 도자기(陶器와 瓷器를 합쳐 부르는 말) 연구는 자기, 그 중에서도 청자에 치중된 점이 없지 않았다. 도기 분야도 주로 그릇의 형태나 제작방법, 생산지를 밝히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왔었다. 하지만 이번 마도선 발굴 유물 연구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고려 시대 사람들이 항아리에 무엇을 얼마나 담았으며, 또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해 밝혀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도 꾸준한 도기 연구를 진행해 고려 시대 생활상 복원에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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