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인도, 외국인 투자에 더 엄한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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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5-06 12:14
서울--(뉴스와이어)--인도의 사업 및 투자환경은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서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World Bank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사업환경 매력도는 전세계 183개국 가운데 132위에 그친다. 전력, 물류 등 물리적 인프라 환경이 정비되지 않은데다 사업관행적 측면에서 부패, 행정지연 등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2000년대부터 12억명의 거대소비시장이라는 장점과 빠른 경제성장세에 힘입어 외국인투자가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인도 정부의 개혁개방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 사업환경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그렇지만 지방정당의 반대로 인해 소매유통시장의 개방 일정이 지연되고 외국인 기업 대상 세무정책이 강화되는 등 외국인투자가에 불리한 투자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인도의 2012/13년 예산안에 포함된 금융법안이 통과될 경우 과거로 소급한 과세까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가를 중심으로 국제 재계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가운데 일부 자본이탈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외부의 반발과 파급 효과를 미루어 볼 때 인도 정부의 역행적 조세법안은 원안 그대로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세주권의 강화라는 원칙과 재정적자 해소라는 목표 아래 외국인기업 대상 세무 강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비해 개혁개방 정책은 집권당의 정치세력 약화에 따른 정책마비로 인해 ‘14년의 차기 총선 때까지 추진력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도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단시일 내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시장 진입 시점을 결정해야 될 것이다. 이미 인도에 진출한 기업들이라면 우선 시급히 대처해야 할 사업 및 투자 리스크 요인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수립하면서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인도에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하려는 외국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 정부의 외국인투자 관련 정책들이 뚜렷이 한 방향으로 가지 않는데다 심지어는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뿌리깊은 관료주의와 행정지연, 부패, 그리고 인프라 미비 등 이미 잘 알려진 일상적 투자애로 사항들은 상대적으로 커다란 우려의 대상이 아니다. 인도 투자를 결심한 외국기업들은 그 정도는 감수할 자세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투자관련 정책 자체가 불명확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인도 투자에 나섰던 외국기업들도 등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인도의 외국인 투자 관련 정책들이 왜 불확실하고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 살펴보고 향후 전개 방향을 알아보기로 한다.

1. 열악한 사업환경과 투자심리 위축

개선 더딘 사업환경

인도는 12억명의 소비자를 가진 거대시장으로서 외국기업들이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진다. 지난 ‘91년부터 인도의 개혁개방이 시작되고 닫혀졌던 인도 시장의 문이 열리자 외국인투자가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그렇지만 외국업체들의 인도 진출은 사업환경이 좋아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인도 시장의 잠재력이 크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것이 외국기업들에게는 투자매력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사실은 여러 기관들의 인도 사업환경 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EIU가 지난 2008년에 발표한 사업환경지수에 따르면 인도는 전체 82개국 가운데 62위의 하위권에 머물렀다. 10점 만점 스케일에 따랐을 때 인도의 사업환경지수는 2004년의 5.1점에서 2008년의 5.4점으로 다소 상승했지만, 다른 개도국과 비교하여 큰 폭의 개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인도의 고질적인 부패문제와 정부규제의 개선에 대해서도 세계의 인식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World Bank의 자료에 따르면 부패관리지수에 기초한 인도의 순위는 2008년의 111위(전체 202개국)에서 2010에는 오히려 128위로 하락했으며, 규제개선지수도 동 기간 중 107위에서 124위로 내려앉았다.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화지수에서도 인도의 순위는 2008년의 116위(전체 157개국)에서 2012년에는 123위(전체 178개국)로 떨어졌다. 동 기간 중 인도의 경제자유화지수는 51.5에서 54.6으로 상승했지만 대상국이 늘어난데다 다른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경제자유화를 달성하면서 순위가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BRICs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

그나마 인도의 사업환경에 대한 다소의 낙관적 평가는 World Bank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World Bank는 전세계 183개국의 사업환경에 대한 다각도의 정보를 취합하여 ‘Doing Business’ 지수와 순위를 발표한다. 여기에서 인도의 순위는 2010년 139위(전체 183개국)에서 2011년에는 132위로 다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내에서의 창업 절차, 건축허가, 그리고 계약실행 등은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납세절차와 분쟁해결 등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이한 것은 금융정보 조회, 투자자 보호 등의 금융제도 측면의 사업환경은 다른 개도국에 비해서 뒤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인도의 금융산업 발달과 관련 법제의 정비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금융 시스템의 개선으로 전반적인 사업환경 순위는 올라갔지만, 정작 인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라고 하겠다. 세부 분야별로 보더라도 창업, 허가, 세금, 분쟁해결 등에서 인도는 동일 소득그룹이나 서남아 국가들의 평균보다 낮은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관료주의와 부패 관행이 직접적으로 관여되는 면허 절차의 수는 인도에서 34건으로서, 비교대상 국가군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003년부터 투자대상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BRICs 국가 가운데서도 인도의 사업환경 지수가 가장 낮다(참고 : 중국91위, 러시아 120위, 브라질 126위). 특히 인도와 중국을 7개 세부 항목별로 비교해보면 투자자 보호항목을 제외하고는 인도가 자산등록, 계약이행, 분쟁해결 등에서 확연하게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가파른 임금상승세

인도와 같은 개도국이 제조업 투자 장점으로 내세우는 임금 부문에서도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연료와 식료품 가격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면서 임금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도 임금인상률은 1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 도매물가가 9.6% 상승한 데 비하면 임금 상승세가 매우 가파른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에도 인도의 임금 상승률은 두자리수를 기록하여 경쟁국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글로벌 휴먼리소스 회사인 Aon Hewitt사의 자료에 의하면 2011년 인도의 임금인상률이 13%인 반면 중국은 9%, 그리고 필리핀은 7%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인도의 물가불안에 더해 노동 수요가 지속될 경우 두자리수 임금상승률은 향후 수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특히 임금인상 압력이 강하고, 외국업체 진출이 많은 IT업계에서는 경쟁력 상실을 우려할 정도이다. 예를 들어 콜센터의 경우 인도와 미국간 비용 격차가 10%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수준이 올라가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노동인력은 풍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체 입장에서는 기술과 실력을 갖춘 종업원을 원하는데,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인력 풀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도에서도 숙련노동자나 영업/관리직 사원들은 경쟁국 대비 높은 임금을 지불해야지만 채용이 가능하다. 결국 저임 노동의 장점은 비숙련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사실이 인도에서 빠르게 관찰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 투자심리 위축 양상

인도에서의 사업 및 투자환경의 악화 양상이 하루 아침에 개선되기는 어렵다. 정부의 지속적 제도 개선 노력과 개혁정책이 중심이 되는 가운데 사회 전반의 비즈니스 관행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가파른 임금상승세가 멈추고 열악한 전력, 도로, 항만 등의 인프라 시설이 갖춰지기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국인투자가들은 현재 당면한 인도의 투자환경보다는 미래의 모습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지금은 모든 점에서 인도의 사업 및 투자환경이 열악하더라도 멀지 않은 장래에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외국인투자가는 행동을 취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투자라고 하는 것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을 거두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이해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국적기업을 비롯한 외국인투자가들은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기보다는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정부의 ‘정책 마비(policy inertia)’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개혁개방은 뒷전으로 밀리는 대신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무정책들이 시행되거나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투자환경(Investment climate)이 개선될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가들의 심리(sentiment)가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실제 투자 행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어 금융투자는 물론이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2. 투자 불확실성의 원인과 형태

FDI 투자분야 확대 좌절

인도의 외국인투자 관련 정책들이 표류하는 근원을 알기 위해서는 인도 경제가 당면한 고민과 해소 방안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인도 경제는 재정적자와 경상적자라는 쌍둥이 적자 구조를 갖고 있다. 양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처방은 안으로 재정을 튼튼히 하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한편 밖으로는 외자를 유치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일반적으로 대다수 국가들은 외국기업에 친화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인도는 이와 달리 외국인투자자들에 불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단적으로 외국기업에게 세금을 더욱 거둬 들이고 시장 개방은 국내 여론을 고려하여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 연말부터 외국인투자가들은 인도의 개혁 개방정책의 향방에 대해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확대의 상징적인 사안이었던 외국계 멀티브랜드 유통체인의 단독진출이 좌절된 것이다. 인도 정부의 유통개방안은 의회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자진 철회되는 형식으로 물러났다. 야당과 로컬 유통업체들의 거센 반발에 힘없이 물러난 정부의 개방 의지를 보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은 인도 진출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유통개방안의 철회는 대중의 반발이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전적인 잘못으로 돌리기는 힘든 측면이 있었다. 인도정부도 이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금년 1월 들어 주식시장 투자 자유화의 일환으로 일반 개인투자가들도 해외기관투자가(FII)의 중개 없이 직거래할 수 있도록 하여 개방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에는 국내 항공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지분 한도를 49%로 확대하는 조치도 발표했다.

역행적 과세정책 도입 예정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투자 불확실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 사건은 지난 3월 16일 예산안 발표에서 터졌다. 인도 재무부가 의회에 상정한 2012/13 회계연도 예산안의 금융법안(Finance Bill)에 GAAR(General Anti-Avoidance Rule)이 포함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과거에 탈루됐던 세금은 1962년까지 소급되어 조사되며, 탈세 혐의가 뚜렷할 때에는 납부되어야 한다. ‘일반적 세금회피 방지 원칙(GAAR)’은 쉽게 말해 탈세를 불허하며 인도와 관련된 수익에 대해서 모두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상에는 내자, 외자 구분이 없으며 거래 장소가 해외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외국업체들이 자회사를 통해 해외 조세피난처에서 인도 소재 자회사를 인수했다면 자본이득세를 내야 된다는 것이다.

GAAR 원칙은 탈세 방지 목적으로 지난 1980년대부터 호주, 캐나다에서 도입됐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남아공과 중국도 GAAR을 채택했다. 이들의 도입 취지는 명확했지만 운용 과정과 해석상 어려움이 많아서 광범위하게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더욱이 GAAR의 적용 시점을 과거로 돌리는 사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가장 명료한 GAAR 원칙을 도입했다는 캐나다의 경우에도 도입 역사가 25년이나 됐지만 대법원 판례도 적거니와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평가된다.

유례가 없는 인도의 역행적 과세조치는 영국의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Vodafone)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보다폰은 지난 1월에 인도기업 Hutchison Essar 인수에 따른 자본이득세 과세를 놓고 3년여에 걸친 송사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한 바 있다. 만약에 GAAR이 통과되면 과세 소급시점은 1962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어 보다폰의 인도 통신업체 인수 건도 재차 과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영국 보다폰은 지난 2007년 당시 111억 달러를 들여 인도통신업체인 Hutchison Essar사를 케이먼 군도에서 인수한 바 있다. 인수 당사자는 Vodafone 네덜란드 지사와 홍콩 소재 모기업인 Hutchison Whampoa사였고 거래도 인도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보통 역외 M&A 거래에 대해서 피인수기업의 소재국이 과세하지 않는 관행을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인도 세무당국은 22억 달러의 자본이득세를 보다폰에 부과했고 대법원 판결까지 갔지만 지난 1월에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보다폰 사건을 관장할 인도의 법규정이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인도 세무당국은 보다폰이 예치한 일부 과세 상당액의 원금에다 4% 이자까지 쳐서 250억 루피를 지불해야 했다.

인도 정부는 대법원의 판정에 일단 승복했지만 이번에 GAAR을 제기하여 관련 규정을 마련했으며, 소급시한을 연장하여 소송을 원점으로 몰고 갈 계획으로 보인다. 보다폰 소송이 세무당국의 승리로 귀결되면 1,100억 루피(약 22억 달러)의 세금이 추징되고 유사한 다른 과세 사안에서도 270억 루피(5억4천만달러)가 더 걷힐 수 있다. 이는 재정적자가 심각한 인도경제에 있어서 적지 않은 세수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예산안 수립의 직접적 책임자인 프라나브 무커지(Pranab Mukherjee) 재무장관은 지난 4월 1일 콜카타에서 행한 연설에서 GAAR 도입으로 인도가 더 이상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조세회피처로서 인식되는 것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조세회피처 활용 힘들어져

인도가 실제로는 조세회피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처럼 활용되었다는 정부의 인식은 조세회피 목적의 우회투자가 많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인도에 지리적으로 근접한 모리셔스는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이다. 외국인 기관투자가(FII)들은 물론이고 상당수의 외국 제조업체들이 모리셔스를 통해 인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도의 FDI 투자에서 모리셔스 비중은 40%에 이르고, 포트폴리오 투자에서는 모리셔스를 위시한 우회투자방식의 비중이 무려 80~90%에 이를 정도로 높다. 현재 인도와 모리셔스 간에는 이중과세방지협정이 맺어져 있어 모리셔스를 경유한 외국기업이나 투자가의 거래에 대해 인도에서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됐다. 기관투자가가 아닌 사모펀드의 개인투자가 역시 비상장주식 매각 시에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에 비해 정상적인 금융투자자들은 단기차익에 대해 15%의 세금을 물고 있다.

만약에 금융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어 지난 4월 1일부로 GAAR이 소급 발효되면 모리셔스를 단순 경유한 주식투자는 과세 대상이 된다. 외국에서 투자한 사모펀드 투자가(PE : Private Equity)들은 인도 비상장주식 매각 시 장기 자본이득세로 이득의 20%를 납부해야 한다. 외국기업들 역시 모리셔스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과실송금, 회계처리 등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물론 모리셔스 등의 조세회피처에서 ‘상당한(substantial) 상업활동’이 있음을 증명하면 인도에서 계속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에 대해서 외국인투자가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법안에서 제시한 ‘상당한’ 수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는 지적이다. 인도정부의 금융법안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규제 방침은 있지만 단서조항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한 현실이다. 예를 들자면 모리셔스를 통해 투자하는 방식 중 일종의 파생상품인 P-Notes(Participatory Notes)를 사용하면 과세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있다. 그렇다면 P-Notes를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투자가에게는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식이다.

외국인기업들에 차별적 과세

역행적 과세 조치 이전에도 인도 세무당국은 외국인 투자기업을 겨냥하여 세금폭탄을 부과해 왔다. 세무 공무원들은 막강한 조사 권한과 결정권을 십분 활용하여, 조사 대상이 된 외국업체들에게는 일단 천문학적인 세금을 부과했다. 주로 문제삼는 것은 본사와의 이전가격과 로열티 송금 문제, 그리고 고정사업장 여부 등이다. 핵심은 인도에서 수익을 냈을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이 매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대상 업체들이 모든 사실을 증빙하여 세금 부과가 부당함이 밝혀져도 세무공무원은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인도에서는 세금폭탄 문제가 빈번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 업체와 차별적으로 외국계 업체에게 과도한 세율을 적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합자 석유회사인 Cairn India사는 기존 톤당 50달러였던 세금이 4월부터 90달러로 인상되는 상황에 처했다. Cairn India사는 59% 지분을 영국계 Vedanta Resources사가 소유한 합자기업으로서 인도 국내 석유소비의 15%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Cairn 영국 본사가 Vedanta사에게 65억 달러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대금의 20% 상당에 달하는 13억 달러의 자본이득세 납부 문제가 걸려 있기도 하다.

금번의 차별적 과세가 자본이득세 징수와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지만 외국업체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다른 인도 민간석유회사들은 톤당 18달러의 낮은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Cairn India는 세금인상 조치로 인해 2020년까지 25억 달러의 추가부담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수익성이 악화되면 추가 확장 계획을 재고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재정적자 축소 차원에서 세금징수 강화

인도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세무정책의 강화는 어떠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1차적인 원인은 세수 확보를 통한 재정적자의 감축이다. 인도의 재정적자는 2011년(회계연도 기준)에 GDP의 5.9%로 추정되는데, 이는 당초 목표치인 4.6%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지난 2008~2009년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급증했던 재정적자가 지난해에는 유럽재정위기 여파로 또 한차례 늘어난 셈이다.

재정지출 확대가 적자를 낳는 1차적 주범이지만 계획에 못 미치는 세금 징수도 또 다른 원인이다. 지난 2011년 인도정부의 세금징수액은 목표치보다 2,220억 루피(44억 달러)가 부족했다. ’11 회계연도 예산안 수립 당시 9%를 목표로 했던 성장률이 6.9%로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인도 경제가 9%대 고성장세를 구가했던 2006~2007년에는 세금징수액이 목표를 상회했던 것을 알 수 있다.

’12 회계연도에 인도 정부는 재정적자를 GDP 대비 5.1%로 낮춘다는 계획인데, 여기에는 7.6% 경제성장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국제기관들과 경제전문가들의 ‘12년 성장률 전망은 7.0~7.5%에 걸쳐 있고, 평균 7.2%로 정부의 전망치보다 낮다.

‘12년 인도경제가 성장 전망에 못 미친다면 세수 계획은 또 어긋나고 재정적자 목표도 지켜지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인도 세무당국은 확실히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기업, 특히 외국인투자가들에 대해 엄격한 세금 징수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예산안의 세수 구성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등 직접세 비중은 52.8%로 전년도의 55.4%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세수 강화책이 바로 통할 수 있는 주요한 세수원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재정지출 축소 방안은 인도 정부가 꺼내들기 어려운 카드이다. 보조금 삭감이나 연금개혁 등은 유권자들의 반발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금년도 예산안이 정치적 위험을 회피한 ‘무위험 예산(Zero-risk budget)’이라 불리는 까닭이다. 금년도 예산안에서도 비료, 식품, 디젤유 등에 대한 보조금 삭감이 큰 폭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연금 예산은 오히려 늘어났다.

외국인투자 유입 감소 추세

국제 비즈니스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도정부가 세수를 강화하여 재정적자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외자의존도가 낮은 경제구조라면 외부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부 살림살이부터 신경쓰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인도 경제는 재정적자와 더불어 GDP의 4.3%에 달하는 경상적자 문제도 같이 떠안고 있다.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에서 기인한 경상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외자 유입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 투자재원의 조달 측면에서 보더라도 국내 저축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자본의 도입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인도 정부가 외국인투자가들에게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내 놓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렇지만 현실로 돌아와 보면 인도 정부의 최근 정책 행보는 외자에 대해 친화적이지 못하다. 인도 정부가 국내 반발 여론에 떠밀려 과감한 개방 정책 실행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듯 외자유입 정책의 표류가 장기화되면, 외자유입이 급격히 줄고 경상적자를 메울 수 없어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한편, 환율급등 및 주식폭락 등과 같은 후폭풍이 뒤따르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인도 경제의 개방도가 높아지면서 외자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로 유입되는 외국인 포트폴리오투자 동향을 보더라도 외국인투자가 환율과 주가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산안 발표 직전 고점을 찍었던 주가는 역행적 과세 방침으로 하락세로 반전됐고, 3월말에는 외국인기관투자가들이 빠지면서 추가 하락을 가져왔다. 루피화 역시 유럽재정위기가 불거진 ‘11년 8월부터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가 빠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가 12월부터 외자가 다시 유입되면서 금년 2월까지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또한 지난 3월 16일 예산안 발표 이후 외국인투자의 급감은 루피화 하락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활한 외자 유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비해 외국인투자는 ‘09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1년의 전체 외국인투자는 542억 달러에 그쳐 전년대비 101억 달러가 줄었는데, 이는 포트폴리오투자의 감소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과 같은 외국인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12년 외국인투자금액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투자가 감소하고 경상적자는 심화되는 가운데 외환보유고는 지난 2월에 2,605억 달러를 기록하여 지난 2010년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외채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 2010년 2분기부터 외환보유고를 넘어섰다. 인도 정부는 경상적자를 해소하고 외화를 늘리기 위해 주요 수입품목인 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여 금 수입을 줄이려 노력 중이다. 물론 지난 ‘91년 인도의 경제위기 당시 22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에 비하면 현 수준은 넉넉하고 단기외채 비중도 23%로 안정된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외국인투자가의 신뢰가 사라지고 외자유입이 급감하면 극단적 위기가 오지 말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3. 향후 전망

외국업계들의 반발 잇달아

인도 정부의 역행적 과세 방안에 대해서 외국 정부와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번 사태의 불씨라고 할 수 있는 보다폰이 소재한 영국 정부는 지난 3월의 영-인도 재무장관 회담에서 인도 측에 소송 재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원만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국제 재계에서는 금융업계가 적극적으로 항의 서한을 전달하면서 과세방안의 부당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미국 ICI(Investment Company Institute)를 필두로 전세계 25만개 기업을 대표하는 7개 재계단체들이 공동으로 나선 것이다.

항의 서한에서는 인도 정부의 역행적 과세 방침이 외국인들이 보는 관점에서 인도 투자환경을 어둡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개도국 정부에게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한 과세 여부가 불투명해지면 회계 관점에서는 손익 시점을 판단하기도 힘들어져 궁극적으로 사업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주장이 담겨져 있다. 보다폰은 네덜란드 지사를 활용한 역외거래였다는 점에 착안하여, 인도와 네덜란드 간 양자투자협정(BIT)에 근거한 중재 절차를 개시한 상태이다.

정책마비와 정치적 타협이 불확실성 초래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한 인도 정부는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도 정부는 세금 부과의 회귀 시점을 당초 주장했던 1962년이 아니고 지난 6년간이라고 축소했다. 또한 국제조세와 이전가격에 대한 자문단을 구성하여 의견을 듣기로 했다. 국제 재계 단체들은 일단 이러한 조치를 환영하고 자문단 구성에 참여하여 적극적 의견을 개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의 뒤로 물러서는 듯한 자세를 볼 때 GAAR이 가져올 파장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정책을 발표하고 국제여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은 인도 정부의 정책의지가 확고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상적인 처방대로라면 개방 확대를 통한 외자 유입을 장려하는 것이 인도 경제에 필요하지만 이미 추진력이 상실된 상태이다. 일각에서 현재 인도의 정책 난맥상을 ‘91년 위기 당시와 비교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사실 인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지난 ‘91년 경제위기 타개책으로 개혁개방을 도입했던 재무장관이 현재의 마모한 싱 총리이다.

정부의 고민은 연정체제에서 정치 파트너인 지방정당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다보니, 개혁 개방노선이 오락가락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회당이 참패하면서 야당과 그의 지지 기반인 서민들의 입김이 더욱 세졌다. 예를 들어 금번 예산안에 철도요금 인상이 꼭 필요했지만 연정파트너인 SP(Samajwadi Party)가 반대하자, 장관이 사임하고 인상안은 철회되는 식이다.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GAAR 원칙 수정 도입 예상

정부로서는 대중에게 인기를 얻지 못하는 개방정책보다는 외국기업에 대한 과세 확대가 명분도 있고 시행하기도 쉽다. 그렇지만 인도 정부가 외국 재계의 반발과 정책 파급 효과를 잘 알기 때문에 무작정 밀어붙이거나 유사한 정책을 남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세무강화에 따라 외국인투자가들이 줄줄이 떠나게 되면 인도정부의 세수는 더욱 궁색해질 수도 있다. 인도의 조세 강화가 소탐대실(小貪大失)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세무강화를 통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솎아내려는 생각도 하는 것 같지만, 기존 투자규모를 고려해보면 역효과가 클 가능성이 충분하다. 해외펀드들은 인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17%에 달하는 2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채권투자에서도 해외기관투자가들은 국채 매입 한도인 150억 달러를 이미 소진했고, 회사채에도 19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다 인도정부가 12개 5개년 계획에서 구상중인 1조 달러 인프라 투자에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재무부의 금융법안이 의회에서 원안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인다. 우선 정책 자문단을 구성한 후 의견을 일부 반영하여 과세 회귀시점이 조정되고 조세회피 판단 기준이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는 금융업계의 문의가 쇄도하자, 지난 3월말까지 주식거래로 발생한 단기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미리 언급하기도 했다. 해외 기관투자가들도 장기 자본이득에 대해 비과세라는 전제 아래 1년 이내 단기차익에 대해서는 15% 정도의 세율을 용인하다는 분위기이다.

보다폰 사례 재소송 보다는 타협안이 유력

이외에도 일정 금액, 예를 들어 1억 5천만 루피(한화 37억원), 이상에 대해서만 GAAR을 적용한다든지, 준비기간을 두어 기업들이 대비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예상되고 있다. 소급시한에 대해서도 보다폰 사안이 적용될 수 있는 정도의 소급시한, 예를 들어 6년 정도의 소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보다폰에 대해서는 일종의 타협을 통해서 추징세금의 일부를 받아낼 것으로 보인다. 보다폰의 대법원 승소 판결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되, 다시 소송으로 가지 않고 당초 세금부과액의 일부, 예를 들어 이전의 예탁금 상당액을 받아내는 것이다. 인도 재무부는 과거에도 세무소송에서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피소기업과 화해했던 사례가 있다.

지난 2004년 9월 대법원은 정부가 인도 ITC사에 물품세를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세무당국이 ITC사가 소매가격상한(MRP)보다 높은 가격에 담배를 판매했으니 물품세를 추가로 내라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 재무장관인 Chidambaram은 대법원 결정을 무시하는 시행령을 통해 ITC사로부터 세금 일부를 받아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자면 인도 정부가 ITC에 이미 납부한 물품세인 35억 루피를 돌려주어야 했다. 정부는 ITC사와 합의를 통해서 추가 납부 예정액인 45억 루피를 면제해주는 대가로 기납부액을 돌려주지 않았다.

외국투자가 차별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듯

인도 세무당국이 타협을 통해 세무소송을 풀어왔다는 점은 외국기업들에게 다소 위안이 되지만, GAAR 도입 논란에서 나타나듯이 외국인투자가에게 점차 원칙을 내세우는 등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1년도의 개방정책 도입 당시에는 외자 유치가 긴급했지만, 경제 위상이 높아진 현재는 외국인 자본에 저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인도의 탈세방지 원칙 역시 그 자체로는 내외국인 구분을 두지 않고 있어 외국기업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제 재계의 반발도 금융투자가들을 중심으로 이익 보호 차원에서 명확한 규정을 촉구하는 수준이지 탈세 방지 원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국가의 외국인 투자환경 관련 정책의 시비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세계 각국이 투자유치를 위한 좋은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투자가들은 대상지를 선택하는 방식이 이상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인도의 투자정책이 원칙에만 입각하고 외국인투자가를 외면하거나 차별하는 식으로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다. 금번 GAAR 논란에서의 학습효과가 작용한다면 인도 정부는 향후 투자 저해를 초래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남발하기 보다는 기존의 소득세법이나 투자관련 인허가 정책을 엄격히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법 조문의 자의적 해석 문제, 행정절차 지연 등이 외국인투자 환경을 악화시킬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기 위한 개혁개방 기조는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가 보는 관점에서 탈세방지와 FDI 유치는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탈세 방지와 과세 소급은 ‘적격 투자자(Qualified Foreign Investors)’와 선의의 외국인기업들에게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본사와 지사간 거래가 많은 대기업 타격 예상

그러나 원칙과 현실은 다르듯이 GAAR 도입이 원안대로 이뤄지게 되면 선의의 투자기업들도 부정적 영향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합법적이었던 조세 회피가 불가능해지면 우회투자 방식의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인도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직접투자 방식인 역외 M&A 거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다만 단독으로 신규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은 일단 GAAR의 직접적인 대상이 아니다. GAAR의 3가지 성립요건이 되려면 무엇보다 이미 세금혜택을 받았으며, 주요 목적이 조세회피이고 조세회피 수단을 악용 내지 남용(abuse)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초기 진출 당시보다는 사업 수행과정에서 대출금, 자본금, 이자, 비용 등을 절세 목적으로 회계 처리하면서 발생할 것이다. 특히 본사와 지사간의 거래 관계가 많고 절세 기법이 발달한 대기업에서 과거 세금혜택이 새삼스럽게 GAAR의 적용을 받을 사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 세무당국은 외국 대기업들에 대해서 이미 이전가격과 고정사업장 등의 세무 이슈를 남발한 데 더해 세제혜택 부분에 대해서도 탈세 여부를 묻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GAAR의 적용은 광범위하게 이뤄지기 보다는 탈세 방지의 ‘마지막 수단’으로서 행해질 전망이다. 다른 GAAR 도입 국가들에서도 이미 나타난 문제이기도 했지만 징벌적 탈세방지는 사업을 위축시키고 오히려 또 다른 탈세 방법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영국이 GAAR 도입을 지난 90년대부터 검토하고 있지만 경제활동 위축을 고려하여 망설이는 이유이다.

투자리스크 요인들의 체크리스트 작성 필요

인도 정부가 조세 주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세무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정책의 방향성과 예외조항들이 명확해지면 외국인투자가들의 혼란도 누그러질 것이다. 반대로 인도의 애매한 법률 해석과 불확실한 정책노선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대부분의 외국인투자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 금융투자가 축소 내지 철수할 것이고, 세무 불확실성이 증폭됨에 따라 경제 전반의 상거래 활동도 크게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번 탈세 방지 논의로 인해 인도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기도 했지만, 부수적인 성과는 외국기업들이 투자 진출을 대하는 인도 정부의 자세를 뚜렷이 알게 됐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말해 인도 정부는 외국기업들의 단기 수익 중시, 세금회피 등을 계속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이에 대처하려면 관리비용의 확대, 수익의 축소를 감수해야 된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인도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매출과 이익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확신이 부족하다면 최악의 상황과 시나리오를 상정하여 대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인도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단시일 내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시장 진입 시점을 결정해야 될 것이다. 이미 인도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와 달리 우선 시급히 대처해야 할 사업 및 투자 리스크 요인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관련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수립하면서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강선구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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