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유로존 위기 다시 안개속으로’

2012-05-13 16:53

서울--(뉴스와이어) 2012년 05월 13일 -- 프랑스 대선,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기조를 옹호하는 집권당이 모두 패했다. 구제금융 지원국 프랑스, 피지원국 그리스 국민들 모두 현 정책기조에 반대한 셈이다. 프랑스 올랑드 당선자의 신재정협약 재협상과 성장협약 체결 요구에 독일 메르켈 총리는 재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그리스 야당의 긴축안 재협상 요구에 대해 트로이카(EU, IMF, ECB)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중단 및 유로존 퇴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로존 재정위기는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위기모드로 재진입 했다.

금융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프랑스, 그리스 선거 직후 세계 금융시장은 긴축과 성장을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간 갈등이 예상되고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재점화되자 다시 동요하는 모습이다. 선거일 후 4거래일인 지난 9일까지 달러/유로 환율은 1유로당 1.3083달러에서 1.2930달러로 하락했다. 유로화 값이 1.3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은 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긴축기조 후퇴가능성이 예상되자 투자자들의 선호심리가 유로화 대신 달러와 엔화 등으로 이동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독일 DAX 지수는 3.27%, 프랑스 CAC 지수는 4.1%,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2.8%로 떨어졌다. 디폴트 불씨가 되살아난 그리스의 ASE지수는 약 11.8% 급락해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유로존 위기는 긴축과 성장을 둘러싼 갈등, 그리스 디폴트 및 유로존 탈퇴, 스페인 및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가능성 논란 속에 당분간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전망이다.

‘메르콜랑드’ 가능할까

올랑드의 당선으로 그 동안 메르코지로 불리던 독일과 프랑스간 긴축정책 연대가 종식됐다. 더불어 성장을 가미한 새로운 연대(메르콜랑드) 여부가 시험무대에 올랐다. 오는 15일 올랑드 당선자는 대통령에 취임한 후 16일 독불 정상회담을 갖는다. 긴축과 성장 간 정책기조 조정이라는 큰 틀을 협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연정붕괴로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 등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책조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세간의 관심은 프랑스와 독일의 연대지속 여부에 쏠려있다. 올랑드 당선자의 신재정협약수정 요구와 성장협약 제안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 27개국 중 25개국이 서명, 체결해 비준이 진행 중인 협약을 재협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독일도 유럽 각국의 성장이 자국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긴요하며 성장협약에 대해서는 발전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메르콜랑드 연대 가능성의 접점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회원국들로부터 긴축기조 조정 압박을 받는 독일이나, 정부부채 증가 및 실업률 상승 등 경제악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프랑스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정도의 합의수준에 도달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 양국간 새로운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일단 프랑스의 구체적인 제안 내용이 독일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 있어야 한다. 프랑스의 예상 제안 내용은 올랑드 당선자와 사르코지 대통령 간의 대선 공약 차이 분석을 통해 윤곽을 가늠할 수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와 정책기조의 궤를 같이해 왔음을 볼 때, 이를 향후 올랑드 정부와 메르켈 정부 간 입장 차이로 투영해 볼 수 있다. 양측의 대선공약은 크게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올랑드 측과 사르코지 측 모두 긴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부채를 축소해 나가려는 점, 더불어 성장에 대한 미시정책적 접근방법에는 차이가 있으나 방향은 같다는 점에서 독불 양국간 타협의 여지는 열려있어 보인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독일과 프랑스는 성장협약에 대해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 수출강국이다. 독일의 지난 10년 간 EU 역내 수출은 전체 수출의 평균 3분의 2, 유로존 대상 수출은 절반 정도를 차지해 왔다. 만일 과도한 긴축으로 남유럽 국가 등 피지원국들이 디플레이션에 빠져 독일로부터의 수입이 감소함으로써 독일의 수출시장이 줄어들고 성장에 악영향을 받게 되는 시나리오는 독일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독일 스스로 과거 과도한 긴축을 고집하다 자국만이 아니라 인류사에 고통을 준 역사적 경험이 있다. 1930년 바이마르 공화국의 하인리히 브뤼닝(Heinlich Brüning) 정권이 금본위제 하에서 그리고 1931년 금본위제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고강도 긴축을 고수하다가 극심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전쟁배상금 상환부담 가중과 금융시스템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외신인도 하락 및 외국인투자 감소가 이어져 바이마르 공화국을 대공황에 빠뜨렸던 경험이다. 그 결과 나찌가 부상하고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던 점은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 그리스 등 유럽의 극우세력 부상과 연계해 볼 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프랑스 신정부도 오는 6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내부로부터 선거공약 이행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독일과의 협상을 파국으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EU, IMF 수장들과 이탈리아, 스페인 총리도 긴축과 성장 간 조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독일의 유연한 대응을 압박하고 있다. 독불 양측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부딪힐지 알 수 없으나 평행선을 달리기 보다는 타협점을 찾음으로써 메르콜랑드 연대의 서막을 열 가능성이 높다.

향후 재정수요 증가 및 국가신용등급 하락 위험으로 성장정책 효과 낙관 어려워

문제는 독일과 더불어 유로존 재정지원의 대부자 역할을 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제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신속한 정책전환과 그 성과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그간의 재정적자 축소 성과는 나쁘지 않다. 2009년 국내총생산 대비 7.6%에 달했던 재정적자가 지난해에는 5.3%로 낮아졌다. 매년 1%p 이상을 줄인 셈이다. 더 나아가 올랑드 신정부의 재정개혁안이나 EU의 안정성장협약(SGP)은 오는 2016~2017년경에는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경제 성장세는 저조하다. 지난해 프랑스의 국내총생산은 전년대비 1.7% 증가했지만, 올해는 다시 0.5% 성장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실업률도 10%를 넘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새 정부의 재정건전화 계획은 2014년에 2%대 성장세에 복귀, 그 다음해부터는 2.25%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의 경기여건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내년 GDP 대비 재정적자에 대한 목표치를 보면, 프랑스 정부가 3.0%를 제시하는 데 반해 IMF는 3.9%로 경제성장이나 적자축소의 속도 차에 대한 프랑스 내, 외부의 시각 차가 드러난다.

향후 재정건전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역내 국채투자에서 입은 손실로 어려움을 겪었던 프랑스의 주요 민간은행들이 작년 말 발표된 유럽은행감독청(EBA)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결과를 얻었다. 소시에떼제네랄(SocieteGenerale)을 비롯한 주요 4개 은행에 대해 추가로 확충되어야 할 자본의 규모가 73억 유로 정도로, 프랑스 정부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300억 유로), 스페인(262억 유로), 이탈리아(154억 유로) 등은 훨씬 큰 규모의 자본투입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다시 국채시장 불안이 재연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유럽의 부동산 시장 및 고용여건의 부진한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추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IMF는 유럽은행들이 추가로 필요로 하는 자본 규모에 대해 EBA가 추산한 1,150억 유로의 3배에 달하는 3,000억 유로를 제시한 바 있다. 향후 스페인을 비롯하여 위기를 겪고 있는 회원국들의 신용등급과 국채가격이 추가 하락하는 경우, 프랑스 정부로서는 투자손실을 입는 민간은행들에 대한 지원규모가 커지는 부담의 증가에 직면하게 된다. 이 때문에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도 하향압력을 받고 있다.

2012년 1월, S&P가 최상위에서 한 등급 떨어뜨린 바 있으며, 현재 세계 3대 주요 신용평가회사 모두 프랑스에 대한 등급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신임 올랑드 대통령의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수도 있다.

경상적자 고착화, 성장잠재력 약화의 위협

프랑스 경제의 중장기적인 성장세 둔화도 우려 요인이다. IMF의 분석에 따르면 프랑스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980, 90년대 연 2%를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후로는 최대 1%대 중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로시간과 자본활용도의 감소, 그리고 총요소생산성의 추세적 하락이 성장둔화를 야기하는 주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펼 경우, 단기적으로는 부양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장기 지속되기는 어려우며 금리상승을 비롯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원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의료지원 및 사회보장 지출을 축소하는 한편 부가가치세를 중심으로 소폭의 증세를 추진했던 사르코지와 달리 올랑드는 재정지출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보다 기업과 부유층, 금융거래에 대한 적극적인 증세를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지출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는 있겠지만, 기업의 세 부담 확대는 결국 경쟁력 저하와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경쟁력 저하 및 제조업 공동화가 더욱 진전될 경우 경상수지 적자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프랑스 경제에 있어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성장협약 합의보다 실행단계에 어려움 예상

올랑드 신정부는 자국 경제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도 성장협약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성장협약 체결 제안에 대해 독일은 프랑스 신정부가 신재정협약 준수에 명시적 입장을 표명함을 전제로 성장협약에 담길 수 있는 내용들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 중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되는 게 유럽투자은행(EIB) 중심의 투자견인형 성장정책이다. 프로젝트 본드(Project Bonds)를 공동 발행함으로써 모아진 자금을 회원국들의 성장정책에 파이낸싱 하는 방안이다. 현재 100억 유로 정도의 EIB 자본확충 안이 고려중이다. 그러나 이 제안이 현실화 될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하나는 투자처 결정에 피투자회원국의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원국간 투자우선순위 경쟁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EIB의 투자자금 중 40%정도가 주로 농업관련 투자에 지출되어 온 점을 고려하면 EIB 자체가 투자처 발굴과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이 추진하려는 근로자 임금상승은 프랑스와 독일이 접점을 찾는 데 유용한 소재다. 독일 가계의 소득증가는 주변국으로부터의 수입수요를 증가시켜 유로존 경기를 되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중앙은행이 현재 2.2%인 독일의 인플레이션 수준을 유로존 평균인 2.6%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만큼 독불 간 성장협약 협의에 활용할 수 있는 정책소재라고 본다.

독일과 프랑스가 긴축과 성장 사이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합의점을 찾더라도 정책을 이행하고, 성과를 보기까진 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때마다 발생할 정책오차(policy error)를 수정해가며 유로존을 지켜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 미테랑-콜, 시라크-슈뢰더 때처럼 올랑드-메르켈(메르콜랑드) 연대의 성과가 나올 지의 열쇠는 여전히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이 쥐고 있다. 최근 스페인의 은행 국유화 움직임, 이탈리아 민간은행들의 차입급증에 따른 구제금융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유로존 전체 실업률도 1997년 이래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갈등과정에서 단기 금융불안 확대 가능성도

올랑드 정부 출범으로 재정위기 해법으로서 긴축과 성장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고통의 가중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은 일단 ‘성장’의 필요성에 지지를 보낸 듯하다. 하지만 성장정책을 통해 재정위기가 해소될 것으로 낙관하기 어려운 데다, 2년 넘는 시간 동안 논란과 합의를 거듭해 온 성과인 현 구제체제를 단번에 뜯어고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당분간은 프랑스와 독일의 입장 차이가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확대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재정이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합의의 실마리는 나와야 할 것이다. 긴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성장론이 조금씩 상호 접근하면서, 현체제는 종래 긴축 일변도에서 성장지향적 내용이 가미되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지출의 규모가 다소 확대되면서 정부 주도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시도되고, 아울러 세출의 내용 또한 고용유발효과가 큰 부문으로 조정될 유인이 크다. 금융거래세를 비롯한 증세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정부도 점차 구제재원 제공의 직접적인 부담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 그 빈자리를 유로본드 발행을 통해 금융시장과 해외로부터의 투자자금 유입으로 메워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합의된 신재정협약의 경우에도, 근간은 유지되겠지만 세부 기준이나 위반국에 대한 처벌 등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 홍석빈 책임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 www.lgeri.com]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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