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부호들의 부침으로 본 중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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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5-15 12:00
서울--(뉴스와이어)--중국 경제의 고성장세가 꺾이고 일부 산업이 성숙단계로 들어서면서, 중국 부호들이 새로운 성장 업종을 찾아서 투자하는 ‘종합형 부호’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또한 중서부지역 부호들의 재산 비중 증가와 2세 부호의 경영 참여도 눈에 띈다.

중국 경제는 지난 5년 간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이후 고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중국 경제는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이에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고정자산 투자를 대폭 늘렸으나 오히려 그 후유증으로 물가상승이 또 다른 경제 문제로 대두되었다. 결국 중국은 긴축 정책을 펼치며 ‘지속 가능한 안정 성장 시기’로 들어가게 되었다.

2007년에 ‘LG주간경제’를 통해 500대 부호에 대해 살펴 본 바 있다. 중국과 같이 빨리 변하는 나라에 있어서 5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본 고에서는 2011년을 기준으로 지난 5년 동안 ‘중국 부호 500대 순위’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봄으로써, 중국 부호의 구성 및 부의 형성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점검해 보고 이를 통해 중국 경제 변화의 힌트를 얻고자 한다.

‘종합형 부호’ 대세로 자리 매겨

지난 5년 동안 중국 부호의 업종 변화 추이를 보면, 과거 제조업, 부동산업의 부호의 재산 비중은 정체되거나 줄어든 반면 여러 산업에 진출하거나 투자를 한 종합형 부호의 재산비중은 늘어났다.

지난 5년간, 단일업종형 부호의 비중(인수 기준)은 81.2%에서 68.6%로 하락, 종합형 부자의 부호의 비중은 18.8%에서 31.4%로 늘어났다.

2007년 단일업종형 부호에서 2011년 종합형 부호 반열로 바뀐 부호는 총 48명이다. 이 중 25명은 과거 제조업에 종사했던 부호들인데, 대부분 부동산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고, 금융, 환경보호, 바이오 등 신흥사업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반면, 부동산업에만 종사하던 부호들도 제조업, 신흥산업, 금융, 서비스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면서 자산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중국 부호들이 이러한 변화를 보이는 이유는 중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과거 부호들의 주력 업종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단계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부호들이 더 이상 한 업종만으로 부를 쌓거나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최근 성숙단계로 진입하면서 더 이상 부를 쌓기가 쉽지 않게 된 대표적인 산업이 부동산업이다. 부동산업은 전통적으로 ‘부호들의 산실’이었다. 2007년의 경우 500대 부호 중 부동산업 종사자 수가 100명으로 전체의 20%를 점했고, 그들의 재산이 500대 부호 재산 총계에서 차지한 비중은 30.1%였다. 하지만 2011년에는 사람 수 기준으로 14%, 재산 비중으로 16.3%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종합형 부호의 재산 비중은 22.7%에서 31.7%로, 사람수 기준으로는 18.8%에서 31.6%로 크게 늘어났다.

상위 20명 부호 중 부동산업 종사자 수를 봐도 2007년 11명에서 2011년 2명으로 줄어들고, 종합형 부호는 7명에서 9명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변화는 무엇보다 부동산업종 경기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2000년대 초에 일기 시작한 중국 내 부동산 개발 붐은 2008년을 고비로 잦아들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부동산 선수금 비율 상향조정, 아파트 매입 자격 요건 강화 등 각종 수요 억제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부지 개발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터져 나오고 중앙정부의 감시의 눈초리가 매서워지면서, 개발업체들이 전처럼 지방정부 관리들과 결탁해 노른자위 땅을 헐값에 사들일 수 없게 된 것도 사업 수익성을 악화시킨 요인이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고, 자연히 부동산 부호들의 숫자도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반면 종합형 부호들은 기존에 종사하던 산업이 성숙단계에 진입해 성장세가 둔화될 때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다른 업종으로 진출해 부를 유지하거나 더욱 불려나갔다. 이들은 산업 사이클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부동산업, 금융업뿐만 아니라 신흥산업, 식품업, 무역업, 서비스업 등 각 산업의 성장리듬에 따라 시기별로 다양한 산업을 넘나들면서 리스크를 줄이고 재산을 늘려가고 있다.

종합형 부호의 반열에 오른 대표적 인물이 룽셩중공(熔盛重工)의 CEO인 장즈룽(張志熔· 51)이다. 그는 1990년 단돈 3만 위안을 사업 밑천으로 해서 상하이 부동산 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가 세운 회사인 상하이훙윈(上海弘耘)의 사훈은 ‘첨단기술을 목표로, 부동산은 근간산업으로’였다. 즉 처음부터 부동산업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산업을 섭렵하면서 부를 일궈나가겠다는 분명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대규모 주택단지 건설 프로젝트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장즈룽은 1999년 공동투자 방식으로 바이오농약 개발 및 제조 회사인 상하이신이위엔(鑫易園)과학발전회사를 설립하고, 2005년에는 다시 룽성중공(熔盛重工)을 세워 조선업에 진출했다. 시장의 기회를 찾아 부지런히 새로운 성장업종을 찾아 투자한 결과 장즈룽의 부호 순위는 2007년 269위에서 2011년 30위로 크게 뛰어올랐다.

금융이 대세

금융업체를 거느린 부호는 2007년 16명에서 2011년에는 19명으로 늘었다. 금융업 종사 부호의 수가 수치상으로는 큰 폭으로 늘지 않았지만, 종합형 부호(2011년 기준)의 재산 비중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물에서 돈을 벌고, 그것을 금융에서 굴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마윈(馬雲·57)은 2010년에 다른 업계의 거두들과 함께 사모펀드 사인 YF Capital(雲峰基金)을 설립하였다. 이 회사에는 온라인게임 업체 쥐런(巨人)의 스위주(史玉柱·51) 회장, 농목축업의 대표 기업 신시왕(新希望)의 류융하오(劉永好·62)회장 등 다양한 업종에 포진해 있는 유명 부호 10여명이 공동으로 출자를 했다. 주된 투자 대상은 문화산업, 바이오산업이다.

본업을 유지하면서 금융투자에 나서는 마윈의 경우와 달리 아예 전문 금융투자자로 전향하는 사례도 있다. 중국 북경의 가전제품 유통기업 다중(大中電器)의 창업자 장다중(張大中·65)은 경쟁업체인 궈메이에 기업을 매각한 뒤, 다중투자회사를 설립했다. 또한 유명 음료회사인 중국 러바이스(樂百氏)의 초대 CEO 허보취안(何柏權·53)은 퇴사 후 광둥 진르(今日)투자유한회사를 설립하여 엔젤투자자로 활약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의 부호들이 금융투자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로 설명된다. 우선, 실물 부문의 경우 성숙 단계에 진입하는 산업이 점차 늘어나면서 투자의 한계효율이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보임에 따라 부호들이 재무적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기업가 정신의 쇠퇴’로 받아들이고 개탄해 마지않는 시각도 있지만, 실물 기업가의 금융투자자 변신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또한, 부동산 투자(직접투자 및 부동산신탁투자)가 각종 수요억제책의 영향으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반면, 사모펀드 등 금융투자는 투자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수익률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주요 투자처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문화산업, 바이오, 신 재생에너지 등인데, 이러한 산업들은 중국 정부가 적극 육성하고자 하는 신흥산업에 속한다. 투자자는 각종 과세 혜택과 보조금 지급 등 정부 지원이 집중되는 영역에 투자함으로써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정부는 국가 장기 산업전략에 든든한 우군을 얻을 수 있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구도라고 할 수 있다.

중서부 지역 부호 점진적으로 부상

지역별 부호 재산 비중을 보면, 연해지역 부호들의 재산 비중은 88.1%에서 84.5%로 3.6%p하락한 반면, 중부 지역은 6.1%에서 7.8%로 1.7%p, 서부 지역은 5.5%에서 7.5% 2%p가 올랐다.

지역별 부호의 수를 보아도, 연해지역의 부호 수는 줄어든 반면, 중서부 지역의 부호 수는 늘어났다.

수출 기업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 연해 지역은 해외 수출수요 급감, 인건비 상승 등으로 성장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데 반해, 중서부 지역 경제는 ‘서부 대개발’과 ‘중부 굴기’ 등 중국 정부의 지역 간 성장격차 해소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큰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세간의 분석과 일맥상통한 결과다.

연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부호들도 성장격차 해소 정책에 따라 중서부 지역으로의 투자를 확대하였으나, 중서부 지역의 부호들이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해당시장의 성장세의 혜택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 별 부호 평균 재산을 비교해 보면, 베이징, 상하이 등 연해지역이 여전히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그러나 1위, 2위는 중서부 지역인 신장, 후난성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확대한 부호들이 크게 늘어났다. 신장의 종합형 부호 쑨광신(孙广信·51)이 대표적이다. 후남성 또한 싼이중공(三一重工) 과 같이 2011년의 최고 부호를 배출해낸 큰 기업이 나오면서 지역 별 부호 평균 재산 규모를 높였다. 2011년 500대 부호 중, 무려 6명 부호가 싼이중공에서 나왔다.

부호 2세 경영참여 늘어나

현재 500대 부호들 중 대다수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 이후, 사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이제 은퇴 연령에 이르러, 하나 둘 2세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가 부호 순위에도 반영되어, 500대 부호 중 경영에 참여한 2세 부호의 수는 2007년 42명에서 2011년 141명으로 무려 3.5배 수준으로 늘었다.

중국 경제계에서 2세 부호의 출현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부호 2세 경영참여는 곧 부호 2세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해석된다. 부호 2세들의 등장이 빈번해짐에 따라, 중국 내 부의 고착화는 더욱 심해져 자수성가한 벼락부호의 등장은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유학을 통해 선진 경영기법을 배우고 부모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일부 부호 2세들은 중국 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주역으로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일부 부호 2세들은 가업의 굴레를 벗어나 전혀 다른 업종에 진출하는 의지가 강해 중국 기업계 판도에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2004년 ‘전국 납세 1위 기업’으로 꼽혔던 산시(山西)의 철강기업 하이신(海鑫)그룹(2011년 80위)의 2세 리자오후이(李兆會·32) 이사장은 2003년 호주 유학에서 돌아와 기업을 물려받은 뒤, 첫 번째 사업으로 중국의 민생은행의 주식 6억 위안어치를 대량 매입해 10대주주가 됨으로써,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중국 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중국시장에서 고수익 내기 더 어려워져

중국 부호들의 순위는 한국과 달리 많이 바뀌고 있다. 2011년 기준 상위 20대 부자만 보아도, 20명 중 무려 5명이 2007년에는 100위권 밖이었다. 500대 부호 중 10%는 주력 업종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산업에 투자하며 더 큰 부를 쌓았다. 또한 연안해안 지역에서 점차 내륙지방으로 부의 지형도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중국 부호 랭킹의 이 같은 변화는 경제성장의 점진적 둔화, 중서부 내륙 지역의 상대적 고성장 등 중국 경기의 흐름과 성장 패턴의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거시경제와 업종 흐름에 따라 비교적 쉽게 부를 축척했던 과거와 달리 통찰력 있게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는 부호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시류를 잘 타서 부를 쌓는 시기에서, 부자의 부 축척하는 능력이 부를 쌓는 시기로 들어가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볼 때, ‘低위험, 高수익’에서 ‘高위험, 低수익’ 유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 부호들도 기존의 방식으로 부를 쌓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정부와의 관계나 정책적 지원에 있어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외국기업으로서는 중국 시장에서 고수익을 내기가 더더욱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최근 중국 부호들이 금융 투자에 관심 갖기 시작한다는 것은, 외국계 기업에게 공동 투자 방식으로 중국에 진출할 기회가 보다 더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중국 내 산업의 성숙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사업 수완이나 경영능력 또한 향상된 중국 본토 경쟁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외자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의 경기흐름과 산업구조 변화를 잘 살펴 기회와 리스크 관리에 보다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남효정 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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