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저축은행 검사 1년의 회고

서울--(뉴스와이어)--孤立無援(고립무원)

그곳은 이미 전쟁 통이었다. 2011년 새해 벽두부터 삼화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었고, 2월에는 부산 계열과 도민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성난 예금자들은 저축은행으로 몰려들었고, 우리는 이들의 분노를 막아낼 힘이 없었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뱅크런은 쉽게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이어졌다.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도 동료 중 일부가 구속되었고, 막중한 도덕적 책임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분도 있었다. ‘금융감독’이란 너무나 위험하고 무거운 책임이었다. 현안이 산적해 있었으나 우리를 지지해 줄 누구도 찾을 수 없었고, ‘금융강도원’이란 비난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진영을 꾸렸다.

2011.5.16. 저녁, 새롭게 조직을 개편하고 검사국 사무실에 직원들이 모여 고사를 지냈다. 주재성 부원장 이하 직원들이 종교를 떠나 무거운 마음으로 잔에 술을 채우고, 제를 올렸다. 누구랄 것도 없이 침묵했고, 너나할 것 없는 비장한 마음이 사무실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경영진단

2011.7.3. 주말 오전, 산업은행 지하 강당에 1차 경영진단을 위한 구성원들이 비밀리에 소집되었다. 객관성과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금감원 검사역들과 회계법인 회계사,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이 검사에 참여했다. 통합감독기구 출범 이후 최대 규모(338명)의 검사반이었다.

우리에게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은 부도덕한 것이었다.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었고, 우리는 그 시스템 속의 암세포를 찾아 환부만을 도려내야 하는 집도의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감정적인 것과 선입관은 죄악이었고,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만이 요구되었다.

금융은 너무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그 한 가운데에 위치한 감독당국은 항상 스스로를 “저주받은 운명”으로 칭했다. 그 저주받은 운명이 가장 가혹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고, 민심은 들끓었으며 우리가 믿을 것은 명확한 규정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객관에 근거한 양심뿐이었다.

산업은행 강당에서 신응호 검사담당 부원장보는 “역사”와 “책임”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리고 금융시스템이 교란된 상황에서 정확하게 문제점을 찾아내어 빠르게 이를 도려내도록 지시했다. 실체가 없는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떠한 경우에도 보안을 강조했다.

2011.7.5부터 7주간 진행된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1차 경영진단은 “건전성”이라는 보이지 않은 유령과 더위와의 싸움이었다. 살인과 같은 형사범죄는 氣息(기식)의 소멸이라는 명확한 실체가 있지만, 건전성은 누구도 그 실체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것은 마치 미세한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찾아내는 것과 같아서, 때로는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였고, 끊임없이 자신을 뒤돌아보아야 하는 고행이었다. 검사가 너무 엄격하다는 비난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

2011.9.14.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것은 최소의 희생으로 금융시스템과 금융소비자의 재산을 지켜내기 위한 괴로운 선택이었다. 그리고 1차 구조조정의 결과는 오롯이 역대 최대의 인원이 하나같이 칼끝에 올라선 심정으로 긴장과 장마 속에서 밤을 지새운 결과였다. 검사역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충분한 인원과 보장된 검사기간에 힘입어 유령의 실체가 벗겨진 것뿐이었다.

괴로운 것은 새로운 검사 결과가 지난날의 검사를 모두 부정한다고 생각하는 인식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다만, 부실의 뿌리는 항상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깊었고, 그 실체는 쉽사리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었다. 부실은 거품(bubble) 속에서 커지고, 그 거품이 꺼지면서 더욱 사악해지는 것이었다.

경영개선계획 이행 점검

2011.11.17.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개선계획 이행 점검이 시작되었다. 저축은행들은 뼈를 깎는 자구책을 약속했지만, 시장은 얼어붙어 있었고,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이들의 자구노력을 어렵게 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증자를 실시하면서 손실을 보장하는 이면약정을 제공하거나, 법상 증자자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차입금을 활용하려고 했고, 이에 대한 자금추적은 인내를 요하는 것이었다. 부동산 매각에 허위의 매수자가 동원됐고, 우리는 그 실체를 벗겨냈다.

2012.2.2.부터는 2011년 말 기준으로 최종적인 경영개선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마지막 점검을 시작했다. 계절이 두 번 바뀌면서 검사역들은 지쳐갔다. 이미 두 차례 강도 높은 현장 검사를 통해 다수의 검사역들이 병을 얻었고, 실체가 없는 유령과의 전쟁, 최선을 다했으나 미처 밝혀내지 못한 부실에 대한 책임추궁 가능성 등은 검사역의 숨을 옭아매는 것이었다. 지나친 규정적용이라는 비난과 직무유기라는 극단의 딜레마 속에서 우리는 외줄에 올라선 것과 같은 외로움과 마주하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니 만큼, 검사가 진행 될수록 부실의 뿌리는 명확해 졌다. 다수의 저축은행에서 유사한 부실 은폐 패턴이 발견되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상당수 이자가 납입되고 있는 외형상 정상대출이었으나, 실상은 대출이 이자를 내고 있는 부실대출이었다. 규제회피 수법은 진화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검사는 강도를 더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그동안 소수의 검사역이 불과 2주간의 검사를 통해서 부실의 뿌리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비난은 너무 가혹한 것이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전제된 검사에서 단기간의 부문검사를 통해 뿌리 깊은 부실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요원한 것이었다. 우리는 神에게 진리를 구하는 구도자의 심정으로, 임의의 협력에 기반한 검사수단만으로 부정의 실체를 파헤치려 했다.

검사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흉흉한 일과 소문이 떠돌았다. 2012.3월 주말에 운동을 가던 검사역이 노상에서 신원 불상의 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모 대주주가 총을 구하러 다닌다는 정보도 보고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최대한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하였다. 실사를 하는 직원 외에는 BIS 비율이나 순자산 금액에 대해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저축은행이 문을 닫고 여는 것은 처음부터 우리의 관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건전성이라는 무형의 실체를 금융소비자와 시장에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뱅크런과의 싸움

최종 검사결과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가 결정되면서 다수의 검사역들이 이번에는 전국의 영업점에서 밤을 지세며 뱅크런과 맞서 싸웠다. 예금자들은 금융감독과 예금자보호시스템을 신뢰하고 예금을 맡긴 것이니 만큼, 그들의 신뢰를 보호해주는 것 또한 우리의 역할이었다.

다행히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노력과 2011년 초부터 계속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따른 학습효과의 결과 뱅크런은 곧 잦아들었다. 성난 예금자는 이성을 되찾았고, 1차 구조조정 때와 같은 추가적인 영업정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枕戈待旦(침과대단, ‘창을 베고 아침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중국의 진(晉)나라 때 유곤(劉琨)과 조적의 고사(故事)에서 유래)

지난 1년간 저축은행검사국 직원들은 외부인과의 사사로운 접촉을 철저히 피해왔다. 검사장에서는 가능하면 함께 퇴근하고, 함께 식사를 했으며, 대주주와 면담을 할 때에는 다수의 검사역이 배석했다.

때때로 검사 현장에서 논쟁이 오가기도 했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검사가 끝날 때는 웃으며 악수했다. 누군가는 우리의 검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을 가졌겠지만, 우리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직무유기와 誣告(무고) 가능성이 항상 우리를 짓눌렀지만, 이 또한 우리의 운명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든 것은 毒이든 술잔이었으나, 이는 국민의 從僕(종업)인 우리가 기꺼이 받아야할 聖杯(성배)였다. 우리는 유령과 맞서 싸우는 소임을 다하기 위해 아침마다 예지자의 심정으로 제단에 올랐고, 저녁에는 데카르트의 책을 들고 그 제단을 내려왔다.

지난 1년간 우리는 국민과 스스로에게 대해 부끄럽지 않게 달려왔다고 믿는다. 그것은 우리를 밀어가는 힘이었고, 저주받은 감독자의 운명을 위로하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 금융감독원 저축은행 검사1국 조성목 국장/선임검사역 안재환 ]

* 상기 자료는 금융감독원 저축은행 검사1국 조성목 국장이 도서출판 행복에너지(www.happybook.or.kr)에 보내온 글입니다.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개요
도서출판 행복에너지는 행복이 샘솟는 도서, 에너지가 넘치는 출판을 지향하는 출판 기업이다. 기쁨충만, 건강다복, 만사대길한 행복에너지를 전국 방방곡곡에 전파하는 사명감으로 임직원 모두 최선을 다하여 일하고 있다. ‘좋은 책을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나 기업가, 정치인 등 잘 알려진 이들은 물론 글을 처음 써 보는 일반인의 원고까지 꼼꼼히 검토하여 에세이집, 자기계발서, 실용서, 자서전, 회고록, 에세이, 시집,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출간하고 있다. 도서출판 행복에너지는 서편제에 버금가는 영화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대하소설 소리 책 기사 한국교육신문에 게재된 원문을 읽은 후 성원과 지도편달 부탁드린다.

웹사이트: http://happybook.or.kr

연락처

금융감독원
선임검사역
안재환
02-3145-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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