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다시 생각해보는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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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5-20 12:00
서울--(뉴스와이어)--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착륙했다가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업적을 거두었다. 언론들은 그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매트릭스 구조를 들었다.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 매니저, 그리고, 첨단 기술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모인 기능 조직이라는 두 개의 축이 공존하는 매트릭스 구조가 있었기에 소련보다 앞서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당시 언론들의 분석이었다. 그 이후 매트릭스 구조는 수많은 기업들이 앞 다투어 도입하는 하나의 시대적 트렌드가 되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는 가히 매트릭스의 전성 시대라 할 만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역할/책임의 모호성으로 인한 혼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 해소 실패, 의사 결정 속도의 저하 등의 부작용만 경험하게 된 것이다. 기업에서는 물론 경영학자들 사이에서도 매트릭스 구조는 이론적으로는 매우 훌륭하지만,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 1982년 출간된 톰 피터스(Tom Peters)와 로버트 워터만(Robert Waterman)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이란 책이었다. “초우량 기업들은 모두 고객과 가까운 조직 구조를 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초우량 기업 중에서 매트릭스 구조를 선택한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1”라는 문구가 일종의 사형 선고가 되어버렸다. 그 이후 매트릭스 구조를 운영하던 기업들도 사업부형 조직, 기능식 조직, 지역별 조직 등으로 다시 돌아갔다. 매트릭스 조직의 모범 사례로 꼽히던 ABB마저 1998년 전통적인 글로벌 제품별 사업부제형 구조로 조직을 바꾸었다. ‘라인-스태프(Line-Staff) 조직’이나 R&D 부문의 프로젝트 매니저 제도 등 부분적으로 매트릭스 구조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있지만, 매트릭스 구조를 조직의 기본 틀로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듯 보였다.

매트릭스의 재조명

그런데 최근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의 갈브레이스(Jay R. Galbraith) 교수, 서던 캘리포니아(Southern California) 대학의 파울 아들러(Paul Adler) 교수 등 일부 경영학자들 사이에서 매트릭스 구조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경영 환경의 복잡성이 심화된 지금 시점이야말로 매트릭스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경영 현장에서도 많지는 않지만 매트릭스 구조를 취하고 있는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다. P&G, 시스코(Cisco), BMW,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 등이 그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 중 P&G의 전 CEO였던 라플리(A.G. Lafley)는 P&G의 성공 요인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첫째, 고마진 고성장 사업 분야 진출이라는 사업 전략의 전환, 둘째, 외부의 아이디어를 받아 들이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시스템, 셋째, P&G만의 독특한 4차원 매트릭스 구조이다2.”라고 답하여 매트릭스 구조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들 기업이 복잡하기 때문에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매트릭스 구조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경영 환경의 복잡성 증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조직 구조는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경영 환경이 요구하는 정도의 복잡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보다 더 복잡하거나, 덜 복잡한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한 바 있다. 소수의 제품으로 1~2개 시장에서만 사업을 하는데 조직 구조가 복잡하면 불필요한 조정 비용 등 낭비가 발생한다. 따라서 사업이 단순하면 조직 구조도 단순한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다양한 제품을 여러 시장에 파는 형태의 복잡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단순한 조직 구조로는 시장과 고객의 다양화로 인해 발생하는 복잡성을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트릭스 구조를 선택한 대부분의 기업이 복수의 사업군/제품군을 갖추고 여러 국가에 걸쳐 퍼져 있는 복수의 지역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이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동시 달성이 어려워 보이는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 전략

“조직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하바드(Harvard) 대학 알프레드 챈들러(Alfred, D. Chandler) 교수의 말처럼 이들 기업이 추구하는 사업 전략을 가장 충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 조직 구조 형태가 매트릭스이기 때문이다. 만약, ‘글로벌 시장에서 1개의 제품으로만 사업을 한다’는 사업 전략을 취한 기업이라면 제품 중심 사업부 조직이나 기능식 조직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 두 개의 목적을 사업 전략에서 추구한다면 매트릭스 구조가 그에 맞는 조직 구조가 된다. 예를 들어, ‘규모의 경제를 누리기 위해 제품 개발/생산 등은 글로벌 차원에서 통합 대응하고, 현지 시장/고객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마케팅/영업 등은 지역별로 밀착 대응한다’는 사업 전략을 갖고 있다면 ‘제품 조직-지역 조직’의 2개 축을 갖는 매트릭스 조직이 적합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제품 담당자는 제품의 입장에서, 지역 담당자는 지역의 입장에서 각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방안을 가지고 만나서 서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그렇기 때문에 양 축이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제 3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갈브레이스 교수는 “사업부 조직이나 지역별 조직이 두 가지 목적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OR형 조직’이라면 매트릭스 구조는 둘 모두를 추구할 수 있는 ‘AND형 조직’이다.”라고 말한다. 즉, 쉽지는 않지만 매트릭스 구조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만 있다면 사업부 조직이나 지역별 조직에 비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시너지 창출과 효율적인 이노베이션

서던 캘리포니아(Southern California) 대학의 파울 아들러(Paul Adler) 교수는 “과거에는 대량 소비 경제에 맞는 생산 효율성을 갖춘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가졌지만, 이제부터는 생산 효율성에 더하여 이노베이션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갖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형 기업(Collaborative Enterprise)’로의 변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들러 교수가 말하는 협력형 기업은 조직 내부의 경계를 넘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다.

그런데 사업부 조직이나 기능식 조직은 ‘명확한 책임’이 더 중요한 조직 구조이다. 흔히 ‘사일로(Silo) 조직’이라고 불리는 것만 보아도 조직간 경계를 넘는 협력과 시너지 창출이 용이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너지 창출이란 면에서는 매트릭스 구조가 보다 유리하다. 최근 시스코(Cisco)의 존 챔버스(John Chambers) 회장도 “매트릭스 구조로 전환한 이후, 기존 조직 체계에서는 미처 보지 못하고 놓쳤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무시되었던 새로운 사업 기회들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챔버스 회장은 “지금의 경영 환경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매트릭스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방법을 배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매트릭스 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매트릭스 구조의 성공 요인 : 상호 협력

경영 환경이 매트릭스 구조로 갈 수 밖에 없는 방향으로 변화해가고, 매트릭스 구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무수한 기업들이 매트릭스 구조를 도입했지만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순간에도 매트릭스 구조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간단히 말하자면, 매트릭스 구조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핵심 원리는 바로 ‘상호 협력(Collaboration)’이다. 명확한 책임과 자기 완결성을 기본 원리로 삼고 있는 사업부형 조직이나 기능식 조직과는 사뭇 다른 조직 원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갈브레이스 교수는 매트릭스 구조를 선택했다가 실패한 기업들은 이를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단순히 사각형과 선을 그리면서 조직 구조 그 자체에만 신경을 썼을 뿐, 매트릭스에 내재한 복잡성을 해결할 수 있는 ‘상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 제도, 조직 문화 등을 구축하는 데에는 별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라는 것이 갈브레이스 교수의 주장이다. 조직의 외형은 매트릭스로 바뀌었지만, 그 속의 사람들과 제도는 여전히 사업부형 조직이나 기능식 조직 구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트릭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어떻게 ‘상호 협력’을 이끌어 내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협력가형 리더십

2009년 캘리포니아 매니지먼트 리뷰(California Management Review)에 실린 매트릭스 구조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한 리더의 인터뷰를 보자. “글로벌 기업이라면 제품이나 기능 등 한 가지 축으로만 조직을 구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분명한 것은 내가 다시는 매트릭스 구조 속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점이다.”

사업부형 조직 혹은 기능식 조직이 매트릭스 구조로 변화를 시도했을 때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리더들이 적지 않다. 갈브레이스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시스코의 경우에는 경영진의 20%, P&G의 경우에는 경영진의 50%가 매트릭스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으며, 그 이후에 매트릭스가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왜일까? 매트릭스 구조에서 요구하는 리더의 역할은 사업부형 조직이나 기능식 조직에서 요구하는 리더의 역할과 다르기 때문이다. 사업부형 조직이나 기능식 조직에서 일하는 리더들의 최우선 과제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리더들은 부여된 권한을 활용하여 적절한 의사 결정과 지시를 내림으로써 산하 조직을 잘 통제하고 관리하면 된다. 즉, ‘지시 통제형(Command and Controller)’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반면, 매트릭스 구조에서는 리더들에게 담당 부서 관점이 아니라 조직 전체 관점에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길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의 역할, 책임, 권한이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그 경계선이 다소 모호한 면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전체 조직의 성과를 위해 담당 부서의 이익을 뒤로 미뤄야 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일이 아니면서도 나서서 해야 할 경우도 있다. 특히, 매트릭스 구조라면 어쩔 수 없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는 갈등에 대해서도 지시가 아닌 설득과 코칭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리더는 권한과 지시/통제 대신, 조직의 목표, 프로세스 등에 기반한 협상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여 상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협력가형(Collaborator)’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협력적 행동/사고를 중시하는 평가/보상

옥스포드(Oxford) 대학의 로이스톤 그린우드(Royston Greenwood) 교수는 “조직 구조와평가/보상 시스템이 서로 충돌하면 항상 후자가 이긴다. 따라서, 매트릭스 구조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평가/보상 시스템도 같이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갈브레이스 교수도 “많은 기업들이 개인별 성과에 대해서만 평가를 하면서 ‘매트릭스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말한다.”라고 지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매트릭스를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바로 상호 협력이다. 그런데, 자신과 자기 부서의 이익만 주장하는 사람이 승진하거나 더 큰 보상을 받는다면 협력이 될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매트릭스 구조를 택하고 있는 기업들은 경영진을 비롯한 리더들이 ‘전체 조직의 성과 창출 관점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보상하고 있다. 즉, ‘협력적 행동과 사고’를 재무적 성과 못지 않게 중요한 항목으로 간주한다. 일례로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의 경우, 성과 평가 항목 중에 ‘Partner-like Behavior’이란 것이 들어 있다. 그 세부 항목은 첫째, 동료가 도움을 청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둘째, 다른 부서나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하였는지, 셋째, 성과나 비용을 배분함에 있어 자기만의 이익을 챙기지는 않았는지 등 3개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트릭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이와 비슷한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 여기에 덧붙여 주목할 만한 점은 객관적인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협력적 행동과 사고’를 평가함에 있어 공정하고 깊이 있는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1명의 평가자의 주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4~5일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평가를 하거나, 상위 리더 2명이 상호 논의를 거쳐 합의를 통해 성과 평가를 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광범위한 개인간 협력 네트워크 형성

매트릭스가 성공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상호 협력과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런 자발적인 협력은 개개인간의 친밀한 인간 관계가 있을 때 더 잘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트릭스 구조를 취하고 있는 기업들은 구성원 개개인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전혀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간에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매트릭스 구조를 취하고 있는 BMW의 경우를 보자. 동사는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하는 단계에서 모든 관련 기획팀이 한 공간에 모여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 팀은 물론, 마케팅 기획팀, 영업 계획 기획팀 등까지도 한 공장에 모아서 같이 일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자동차는 어떤 점에서 기존 제품과 다른지, 이를 어떻게 마케팅 해야 할지, 영업 측면에서는 어떤 판촉 활동을 벌여야 할 지 등을 같이 고민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구성원간에는 자연스럽게 인간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또한, 인재 육성에 있어서도 폭 넓은 인간 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여러 직군을 옮겨 다니면서 성장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기능간 경계를 넘는 이동은 상위 경영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CFO를 하던 사람이 글로벌 영업 담당(Global Sales)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이런 기능간 경계를 넘는 이동을 통해 구성원들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고, 이는 향후 상호 협력을 원활하게 만드는 토대가 된다. 또한 이런 제도들의 부수적인 효과로 구성원들은 타 직무나 직군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매트릭스의 다른 축에 속해 있는 부서의 입장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고, 상호간의 협력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사인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의 경우도 구성원 개개인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토대로 매트릭스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동사는 지역/전문 서비스/산업 분야의 3개의 축으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조직도만 본다면 3개 조직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속해 있는 조직은 각 국가별 법인이다. 즉, 구성원들은 지역별 조직의 구성원인 동시에 서비스 부문의 구성원이며, 산업 부문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회계 전문가이면서 한국이라는 지역에서 자동차 산업 분야의 기업들을 주로 고객으로 두고 일을 하는 식이다.

이렇게 한 사람이 조직을 구성하는 3개의 축에 동시에 걸쳐 있기 때문에 경계가 모호한 커뮤니티가 여러 개 생겨나게 된다. 이런 겹쳐있는 커뮤니티를 통해 구성원들은 방대한 규모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여기에 본인의 직접 네트워크만이 아니라 간접 네트워크를 활용하게 되면 그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일하는 회계 전문가가 고객인 한국의 자동차 회사로부터 미국 지역의 IT 서비스에 대해 문의를 받았다면 본인의 회계 전문가 네트워크 속에서 알게 된 미국 회계 전문가를 통해 미국의 IT 서비스 전문가를 찾아 연결해줄 수도 있는 것이다.

상호호혜주의 문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매트릭스 구조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식적인 프로세스와 제도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프로세스나 제도 등과 같은 것에 집착한다면 매트릭스에 필수적인 ‘상호 협력’이 손상받을 수도 있다.

한 글로벌 금융 회사의 파트너의 인터뷰 내용을 보자. “내가 지금 독일 법인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런던 법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보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식적으로 런던 법인장에게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내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나는 런던 법인에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내가 런던 법인에 아는 사람이 없다면 여기 독일 법인 직원 중에서 런던 법인에 지인이 있는 사람을 찾아서 도움을 요청하라고 부탁한다. 대개의 경우, 이런 방식을 통해 나는 원하는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매트릭스 구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 것인가? 결국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되지 않는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런던 법인장에게 전화를 한다. 그러나 이때에도 나는 결코 런던 법인장에게 강요할 수 없다. 강요한다고 협력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처럼 매트릭스 구조에서는 공식적인 제도나 프로세스보다는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협력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상호호혜주의(Reciprocity) 문화’이다.

매트릭스 구조로의 변화에는 오랜 준비가 필요

글로벌 기업이라면 매트릭스 구조를 취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많아 보인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처럼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매트릭스 구조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에 혹하여 지금 당장 매트릭스 조직으로 바꾸려 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아무런 기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트릭스 조직으로 이행해봐야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토퍼 바틀렛(Christopher A. Bartlett) 교수는 “매트릭스 구조로의 변화는 구조 자체가 바뀌는 것보다 사람들의 사고 방식, 제도 등이 바뀌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즉, 조직 구조를 바꾼 이후에도 그에 맞추어 다른 제도들도 변화가 되어가야 하며, 사람들도 기존의 한 명의 상사를 모시고 일하던 때의 습관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단시간 안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파울 아들러 교수도 “협력적인 기업으로의 변화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이 과정에서는 단기적인 경쟁력 약화, 재무적 성과의 하락 등의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만약 매트릭스 구조로의 변화를 시도해보고자 한다면 이를 유념하고,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장기적인 변화 계획을 수립한 후에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혹은 전사를 한 번에 매트릭스 구조로 변화시키기 보다는 부분적으로 도입한 후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 방법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매트릭스 구조를 도입할 생각이 없더라도,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매트릭스 구조의 상호 협력 문화를 접목할 여지가 없는 지 한번 살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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