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바람과 인내의 나라, 몽골 경제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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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5-29 12:00
서울--(뉴스와이어)--지난 20년 간 한국과 몽골 양국은 다방면에 걸쳐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유독 기업 차원에서는 별다른 진전이나 실익을 얻지 못했다. 한국 기업들이 몽골 진출을 통해 기대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한 이유를 살펴보고 해당 문제점과 제약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과 그 위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양떼! 사진 속에서 만나는 몽골의 모습은 대체로 이런 이미지다. 하지만 직접 가서 마주치는 몽골의 진면목은 이와 사뭇 다르다. 평화로워 보이던 몽골 초원은 일년 내내 불어오는 강한 바람 때문에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해 생긴 결과이고, 유목 역시 지표수(地表水)가 바람에 말라버려 농경이나 목축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이다. 즉, 몽골은 초원을 무대로 평화롭게 유유자적 하는 곳이 아니라 혹독한 바람에 맞서 인내와 적응력을 키운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생존 경쟁의 현장인 것이다.

몽골 진출, 기업 차원의 성과는 아직 미흡

한국과 몽골 양국 관계나 우리 기업들의 몽골 진출 현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1990년 3월 공식 수교 이후 내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고 두 나라의 사회문화적, 인종적 특성도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20여 년 간의 성과를 찬찬히 따져보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치외교적 교류나 유무상 원조 관련 협력은 활발한 반면, 정작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경제적 성과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에게 뭐가 부족한 것일까?

몽골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몽골에 대해 잘 안다’는 착각이다. 두 나라 사람들의 외모와 기질이 워낙 비슷해 다른 부분들도 유사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일정 부분 기여하겠지만, 짧은 기간에 빠른 경제발전을 이뤄 낸 우리의 성공 경험에 대한 맹신과 다른 저개발 경제권의 발전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 부족이 ‘겪어봐서 잘 안다’는 섣부른 착시 현상을 빚어내는 것이다. 즉, ‘현재 vs. 미래’, ‘위험 vs. 기회’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기보다는 두 나라의 사회문화적 유사점과 경제발전 과정의 경험을 근거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골라 믿는 선택적 수용의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몽골 경제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

몽골 경제에 대해 어떤 오해를 많이 할까?

첫 번째는 ‘몽골의 유력 정치인을 잘 아니까 일이 잘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이다.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위해 소수에 의한 중앙집권적 하향식 의사 결정이 용인되던 우리와 달리 부족 중심의 유목사회와 사회주의적 집단 지도 체제를 경험한 몽골에서는 여러 집단 간 합의(consensus)에 의한 의사 결정 방식이 일반적이다. 일부 개인이나 그룹이 결정권을 독점할 경우 나머지 세력에 의한 강한 비판과 저항으로 그 결정 자체가 뒤집히고 엄중한 책임까지 지게 된다는 것을 빈번하게 경험하면서 만들어낸 일종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다. 이렇게 의사 결정 라인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우리 기업들에게 사업 진행 상황이나 정보를 제공할만한 유력 인사들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러나 이런 개인이나 집단의 도움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당 사업과 관련된 정보 취득 채널 확보 정도로 만족해야지 합의 과정을 통제하거나 결정 자체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두 번째 오해는 ‘정부의 의사 결정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기대이다. 고성장세를 나타내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경제발전과 관련된 정책 수립과 집행이 매우 신속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몽골에서는 반대 상황이 더 일반적이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합의에 이르기 위한 토론과 협상 기간이 길고 그 과정에서 발언권을 갖는 개인이나 그룹이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몽골의 대표적 정부 입찰 사업인 오유톨고이(OT, Oyu Tolgoi) 광산 개발 계획이 최종 사업자 선정을 목전에 앞두고 3년 이상 지체되었던 것이나, 현재 추진 중인 타반톨고이(TT, Tavan Tolgoi) 프로젝트의 세부 조건과 일정이 여러 차례 바뀐 것 등이 좋은 예다.

세 번째로, ‘여야 간 권한 배분’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다.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것은 맞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완전한 대체가 이뤄지기보다는 주도권만 바뀔 뿐 행정부 등 권한 기구의 상당 부분에서는 여야 간 분점이 이뤄진다. 이런 특징 상, 현 집권 정당으로부터 아무리 든든한 지지를 받아도 야당이나 시민단체와 같은 나머지 이해 당사자들을 함께 설득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특정 정치인이나 로비 그룹을 앞세워 초과 이윤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어느 누가 보더라도 반대하기 어려울 만큼 이해 당사자간 배분이 공정하고 다수의 이익을 함께 고려한 사업계획서를 마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네 번째 오해는 ‘몽골 경제와 사회를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 문제는 첫 번째 오해와도 상당히 관계가 깊다. 몽골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채널을 많이 확보하고 있으면 각 채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 역시 다양해 그 안에서 해당 정보의 옮고 그름과 경중을 헤아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게 마련이지만, 소수 인사나 조직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정보의 일관성이나 정합성이 뛰어난 것처럼 보여 잘못된 확신에 빠지기 쉬운 탓이다. 특히 성공 경험이 많은 기업이나 조직일수록 이런 잘못을 범할 가능성이 높다.

다섯 번째는 ‘몽골은 소득 수준이 낮아 인건비가 저렴할 것’이라는 오해이다. 몽골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아시아 주변국들에 비해 낮은 것은 분명하지만 인건비는 결코 낫지 않다. 인구는 275만 명에 불과한 반면 국토는 한반도의 일곱 배가 넘을 정도로 넓어 인구 밀도가 희박한데다, 유목업에 종사하는 비도시 지역 거주자들은 자신을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임금직 노동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그 결과, 건설 일용직과 같은 단순 업무 종사자 임금도 중국 동부 연안과 비슷한 월 130~200달러 수준이며, 이마저도 부족해 중국이나 북한에서 유입되는 노동자들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몽골의 두 얼굴

위와 같은 오해에서 벗어나더라도 몽골과 같은 신흥 경제권에서는 위험과 기회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바꿔 말하면, 활용 여부에 따라 위험이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경제 규모에 대한 판단이다. 300만 명에도 못 미치는 인구는 시장 확대에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덕분에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몽골 경제는 2011년에 이어 올해도 15~2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전망대로라면 몽골의 일인당 GDP는 향후 2~3년 내에 5천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이처럼 빠른 소득 증가는 지속적인 소비 수요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시장 팽창 속도 면에서는 괄목할만하지만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은 기업들의 본격적인 진출을 망설이게 만드는 중요한 제약 요인임에 틀림 없다.

풍부한 자원도 고민거리이다. 자원 가격이 오를 때는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지만 자원 가격이 급락하거나 산출량이 줄어들면 부정적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자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몽골 정부 역시 이와 같은 우려를 알고 있는 만큼 이 점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자원 가격 변동과 같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몽골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몽골 내부에서 안정적이고 자생적인 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산업 기반을 고도화하고 인적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우리 정부와 기업이 이를 위한 파트너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몽골 정부에 경제발전 정책 수립과 집행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한다거나 몽골의 사회간접자본 확충 사업이나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것 등이 이를 위한 대표적인 시도들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둘러싸인 내륙국(landlocked country), 즉 해양을 통한 진·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위험이자 기회이다. 비용이 저렴한 해상 운송 루트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은 몽골의 수출입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몽골 정부가 지나친 경제적 종속을 우려해 접경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만큼, ‘안전한 이웃’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양국 간, 혹은 남한-북한-몽골 3국 간 산업 협력 방안도 검토할만하다.

몽골 출신 유학생과 산업 연수생 증가로 몽골 내에 한국을 잘 아는 인구가 늘어났다는 점도 양날의 칼이다. 한국 문화와 상품에 친숙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수출 시장 기회가 확대된 것은 분명하지만, 굳이 한국 기업을 통하지 않고 몽골 기업이나 인력이 그 분야에 직접 진출하거나 한국 수출업체들의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근 수도 울란바타르에 부쩍 늘어난 몽골인 소유의 한국식당이나 한국 전문 수입상 등이 좋은 예다.

넥스트 프런티어로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워

이와 같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몽골 경제가 현재와 같은 평범한 소규모 수출시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넥스트 프런티어 , 즉 한국의 주력 산업과 기업들이 10~20년에 걸쳐 승부를 걸만한 차세대 유망 시장으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나라가 넥스트 프런티어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내수시장 잠재력’,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특화 가능성’, ‘인적·사회적 자본 확충’, ‘유망 국가와의 인접성’, ‘성장의 지속 가능성’ 등 유망 시장으로서 갖춰야 할 매력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몽골의 경우, ‘유망 국가와의 인접성’ 부문을 제외한 다른 네 가지 범주에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이 넥스트 프런티어 국가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각 기업의 규모나 비교우위, 경쟁력, 특화 분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들에게 걸맞은 최적의 진출 대상 지역을 선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이나 예비 창업자들 중에도 몽골과 궁합이 잘 맞는 약속의 기업이 틀림 없이 존재할 것이다.

어떤 기업, 어느 업종이 몽골 진출에 유리할지 판단하기 위한 공급 측면의 주요 고려 포인트는 물류비 부담과 노동력의 질(quality of labor)이다.

몽골은 내륙국인데다 도로, 철도 등의 운송 인프라가 매우 열악해 물류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조건은 한국 기업뿐 아니라 경쟁국 기업 모두에게 적용되는 제약이다. 다시 말해, 모든 기업에게 물류비가 심각한 비용 요인이라면 직접투자 등을 통해 이를 줄이는 것이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몽골 내수시장이 작은 만큼 ‘규모의 효과(effects of scale)’가 크지 않은 품목이어야 하고, 전체 생산 프로세스에서 물류비 부담이 적거나 후반부 공정의 부가가치 및 물류비 비중이 높아야 하는 등 관심 업종의 생산 측면 비용 여건을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몽골 노동력의 질과 특성 역시 직접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요인이다. 공급 부족으로 임금 수준은 높은 편이지만, 노동력의 질 만큼은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월등히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몽골 출신 산업연수생들이 가장 환영 받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따라서 몽골 노동력이 질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차별화 포인트로 기여할 수 있는 업종인지 아닌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바람에 묵묵히 맞서는 꾸준한 인내가 필요

이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몽골의 사업 환경은 결코 녹녹하지 않다. 충분치 않은 시장 규모, 중국이나 일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사회제도적 불확실성 등 극복해야 할 장벽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다행인 것은 이런 어려움들이 우리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영하의 북풍과 폭설을 참으며 견뎌낸 가축들에게 풍성한 봄의 초원이 허락되듯이, 인내심을 갖고 이 장벽을 차근차근 이겨내기만 하면 어느 나라, 어떤 기업이든 공평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의 좀 더 편안한 진출과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협력도 긴요하다.

몽골 경제의 발전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고려하는 다섯 가지 기준 중 인구 규모 등 태생적 한계가 분명한 ‘내수시장 잠재력’, 제조업 기반과 최소한의 내수 여건이 필요한 ‘자국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부문 등은 극복이 쉽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인적·사회적 자본 확충’, ‘지속 가능 성장성’ 등은 몽골 정부와 우리 정부의 협력 의지에 따라 상당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는 분야이다.

지난 20여 년 간 양국 정부 간 협력과 인적 교류, 유무상 원조 등은 비교적 활발히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 차원의 성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적극적이고 꼼꼼한 준비가 가장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 및 교류 방안에 대해서도 전략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몽골과 한국의 사회제도적 특성과 눈높이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즉, 지나치게 타이트한 시한에 쫓기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강풍에 맞서 견디며 한발자국, 한발자국을 옮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몽고의 말처럼 다소 더디더라도 양국 관계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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