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 & 양조위, 왕가위 베스트 커플로 뽑혀
지난 6월 30일 개봉한 영화 <에로스>는, 6월 21일부터 7월 4일까지 보름 동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왕가위 역대 영화 속 커플 중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플을 뽑아 달라는 설문 이벤트를 벌였다. 감독의 데뷔작인 <열혈남아>의 유덕화 - 장만옥, <중경삼림>의 양조위 - 왕정문, <해피 투게더>의 장국영 - 양조위, <화양연화>의 양조위 - 장만옥, 그리고 가장 최근작인 <2046>의 양조위 - 장쯔이 커플이 ‘베스트 커플’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 것.
그 결과 <해피 투게더>의 장국영, 양조위가 전체 응답자 785명 중 40.25%에 해당하는 316명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에 오른 <화양연화>의 양조위, 장만옥 커플이 25.6%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거의 압도적인 차이로 베스트 커플에 뽑힌 것. 이는 당초 <화양연화>가 1위를 차지하지 않을까란 예상을 비켜간 것이기에 흥미롭다. 더욱이 <해피 투게더>는 ‘퀴어 영화’의 범주에 속하는,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이번에 1위로 뽑힌 것이다. 한편, 3위는 왕가위 감독의 존재를 우리 관객에게 널리 알렸던 <중경삼림>의 양조위, 왕정문 커플(18.6%)에게 돌아갔으며 <2046>(8.02%)<열혈남아>(7.51%)가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그간 왕가위 감독이 영화 속에서 그려온 커플들은 하나같이 비련의 연인들이 대부분이다. 신분과 정체성 때문에 숱한 오해와 엇갈림을 뒤로 한 채 결국 사랑을 접어야 했다. 비극의 러브 스토리를 유려하게 담아내는 감독의 재능 탓에, 우리 관객들은 왕가위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그가 만들어낸 비련 속으로 기꺼이 빠져 들어왔다. 어찌 보면 이번에 설문 1위를 차지한 <해피 투게더>는 그중 비극성이 가장 극대화된 영화이기도 하다. 소통의 부재와 엇갈림에 신음하는 연인들은 남녀가 아니라, 사회의 냉대까지 견뎌야 하는 동성 커플인 것. 그런 점에서, 왕가위 영화에 탐닉해온 마니아들에게 <해피 투게더>야말로 가장 ‘왕가위다운’ 영화로 비춰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한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장국영에 대한 그리움도 이번 설문 결과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에 개봉한 <에로스>의 장 첸, 공 리 커플도 앞으로 관객들이 주저 없이 왕가위 영화 속 베스트커플로 꼽을 공산이 크다. 젊은 재단사와 고급 콜걸로 만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펼치는 두 사람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이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기 때문. 캐릭터 설정 뿐 아니라 장 첸, 공 리 두 주연 배우의 연기 또한 오래 기억에 남을 정도로 뛰어나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제쳐 두고라도 두 배우의 열연에 있어서만은 이견이 없다는 것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한결 같은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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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창 실장 511-54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