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물원, 국내 유일의 세계적 희귀동물 아메리카테이퍼 ‘흑두부’ … ‘노처녀 탈출’ 합방 성공

- 지난 4월 26일, 일본 나고야로부터 … 9살 연하남 ‘검은콩’ 데릴사위로 도입

서울--(뉴스와이어)--서울동물원이 보유하고 있던 국내 단 한 마리뿐이던 ‘아메리카테이퍼’ ‘흑두부’(♀, 1999년 5월 1일생)가 9살 연하 새신랑 ‘검은콩’(♂, 2008년 8월 11일생)을 맞아 합방에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서울동물원은 신혼부부 검은콩과 흑두부의 해로를 기원하는 의미로 아메리카테이퍼 신혼부부 한 쌍을 7월의 동물로 선정했다.

아메리카테이퍼는 원시동물로 오해 받을 정도로 특이한 외모로 인해 고대 동양신화에는 ‘꿈을 먹는 동물’로 알려져 있으며, CITES(국제협약으로 보호받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Ⅱ급에 속한 국제적 희귀동물이다.

흑두부가 검은콩을 만나기까지…

서울동물원은 아메리카테이퍼의 종보전을 위해 지난 4월 26일 일본 나고야 동물원에서 데릴사위 격으로 수컷 한 마리를 들여와 ‘흑두부’와의 합사를 성공시켜 동물원 모든 직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99년 5월 1일,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나 올해로 13살이 된 ‘흑두부’는 새신랑 ‘검은콩’을 만날 때까지 생의 절반 이상을 홀로 지내며 단 한 번도 짝을 만난 적이 없는 외로운 동물이었다.

흑두부가 처음 태어났을 때, 서울동물원의 아메리카테이퍼는 단란한 세 식구였다. 그러나 2002년 4월과 2004년 3월, 차례로 엄마와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 5살이 되던 해에 흑두부는 혼자 남았다. 그러나 전국 어느 동물원에도 아메리카테이퍼는 존재 하지 않아 사육사들의 애를 태워왔으며 외국 동물원으로부터 흑두부의 신랑감을 얻기 위한 백방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때부터 혼자가 된 그녀는 동료나 가족이 없어서인지 유독 사육사들을 잘 따랐으며 애교도 무척 많아 사육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동물이 되었다. 사육사가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등 청소를 할 때면 ‘흑두부’는 자신의 몸을 빗겨 달라 보채며, 장난을 걸기가 일쑤였다.

담당사육사 신선화 주무관은 “‘흑두부’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회성 풍부화 일환으로 남아메리카가 서식지인 쥐목 중 가장 큰 동물인 카피바라와 함께 살게 했지만, 카피바라는 자기 동료들끼리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습성을 지니고 있어 이를 우두커니 지켜만 보는 흑두부의 모습이 오히려 애처롭게만 느껴져 바라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메리카테이퍼의 수명이 보통 25년임을 감안할 때, 13살의 흑두부는 이미 노처녀에 속하게 됐다. 서울동물원은 아메리카테이퍼 도입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세계적으로 야생동물 멸종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아메리카테이퍼와 같은 희귀동물 도입은 더욱 절실했다.

5월의 신부가 된 흑두부

드디어 올 2월 일본 나고야 동물원과의 다각적인 협상 끝에 아메리카테이퍼 수컷 한 마리 도입이 성사되면서 흑두부에게도 2세 출산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 가격만 해도 수송료를 포함해 7천여만원이 들었다.

2012년 4월 25일 저녁 6시 30분경, 흑두부의 새신랑(2008년 8월 11일생)이 서울동물원 남미관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일본에서 온 아메리카테이퍼 수컷은 서울동물원 사육사들의 환영과 기대감을 한 몸에 받으며 단단하고 건강한 외모 덕에 ‘검은콩’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온순하고 겁이 많은 아메리카테이퍼에게 서울동물원에서의 첫 날은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검은콩’은 하루 종일 조심스레 까치발을 하고 내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낯선 이국땅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워낙에 온순한 동물인 아메리카테이퍼는 여행에 따른 여독을 채 풀기 전인 다음 날,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곧바로 ‘흑두부’와의 대면을 실시했다. 사육사들은 오랜 시간 혼자 지내왔던 흑두부가 새로 온 친구에게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겁이 많은 아메리카테이퍼의 습성을 고려해 철창을 사이에 두고 낮에만 서로의 얼굴을 익힐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둘은 만나자마자 철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냄새를 맡으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4월 28일부터는 밤에도 서로를 볼 수 있게 했다.

5월 4일에는 드디어 둘을 가로막던 철창을 치우고 합방을 시도했다. 사육사들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둘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완벽한 연인이었다. 합사를 하자마자 둘은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킥킥거리는 소리를 내며 서로 냄새를 맡느라 그렇게 따르던 사육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기를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흑두부’의 등 곳곳에 상처가 발견돼 사육사들을 놀라게 했는데, 다행히 잦은 짝짓기로 인한 흔적이었다. 그렇게 이들의 사랑은 밤마다 은밀히 이뤄지고 있었다.

짝짓기의 계절(4~6월)이 끝난 현재 사육사들은 흑두부의 임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영양 및 건강상태에 특히 유의해 돌보고 있는 중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임을 감안할 때, 이들의 2세 출산은 더욱 절실하다 할 수 있다.

고대 신화 속 ‘꿈을 먹는 동물’

남미 등지에 살던 테이퍼가 처음 동양에 알려졌을 때, 고대 동양신화 속 상상의 동물인 ‘맥’과 너무도 흡사한 외양 때문에 동양에서는 테이퍼를 ‘맥’이라 이름 붙였다. 그렇게 ‘맥’은 테이퍼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동양학계에서는 맥을 말레이맥과 브라질맥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아메리카테이퍼는 브라질맥을 말한다.

테이퍼는 수 백만년 전의 원시형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독특한 외모 덕분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사랑받아 왔다.

고대 동양신화 속 ‘맥’은 꿈을 먹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깊은 산 속에 살다가 밤이 되면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이 꾸는 악몽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몸은 곰이요, 코는 코끼리, 눈은 무소, 꼬리는 소를 닮았으며 다리는 호랑이인 동물인 맥은 태초에 신이 동물을 창조할 때, 남은 동물들의 부위를 모아 창조했다는 전설처럼 ‘신이 만든 실패작 동물’로 불릴 정도로 못생겼다.

또한, 그들의 고향인 남미의 원주민들은 아메리카테이퍼가 자신들의 조상이 환생한 동물이라 신성시하여 절대 죽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향에서 신성시되던 테이퍼들도 고기와 가죽을 노린 남획 탓에 현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웹사이트: http://grandpark.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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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서울동물원
담당사육주무관 신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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