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조세 사회보장 부담과 혜택, 세대간 격차 크다’

뉴스 제공
LG경제연구원
2012-07-03 12:00
서울--(뉴스와이어)--세대회계 방법론을 이용하여 가구주 연령별 데이터를 기초로 정부에 지불하는 부담과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을 계산해보았다. 2011년 기준 60세 이상 가구는 600만원의 순혜택을 받는 반면, 30대는 240만원의 순부담, 40~50대는 400만원의 순부담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증가에 따른 조세부담 확대, 각종 사회보험제도의 도입으로 청장년층의 1세대당 부담은 급격히 증가한 반면, 고령층은 노동소득 및 재산소득의 감소에 따라 조세·사회보장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져 정부지출에 따른 혜택을 부담 이상으로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일생을 통해 본 혜택과 부담에서도 세대간의 격차가 발견됐다. 젊은 시절 세금이나 사회보험의 부담이 적었던 현재의 60대는 사회보장의 발달로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이 커 생애순혜택이 2억원에 달하는 반면, 현재의 30대는 일생 동안 1억원 이상의 순부담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현상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급격히 증가한 노년층 공공의료 비용의 세금 부담이 세대간 격차를 견인했다. 일본에서는 고령층의 정치적 영향력 강화로 노인 복지 혜택 정책이 크게 확대된 점이 세대간 격차의 원인을 제공했다.

세대간 격차는 재정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 OECD국가들을 보면 세대간 격차가 큰 나라일수록 향후 재정악화 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간 격차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고령층 고소득자의 혜택 조절, 출산장려정책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정부는 재정구상에 있어 세대간의 형평성을 염두에 두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취하되,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하여 고령층을 위한 복지제도에 관해서는 처음부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세금 및 사회보험료를 지불하고 정부로부터 국방·행정 교육서비스나 사회보장혜택 등을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과 혜택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의 크기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은 세금은 적게 내는 반면 사회보장 혜택은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 한편, 정부지출에 대한 이해관계는 소득 및 소비지출액 또는 관련 정책에 좌우되기 때문에 개인의 연령에 따라서도 혜택 및 부담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매년 정부의 지출과 수입을 개인의 혜택과 부담으로 배분하는 방법을 세대회계라고 한다. 이 글에서는 세대회계 방법론을 이용하여 과거 20년 간 가구주 연령별 데이터를 기초로 각 세대가 정부에 얼마만큼 조세와 사회보장비를 내고, 얼마나 혜택을 받는지 계산해본다.

Ⅰ. 세대회계로 본 연령별 혜택과 부담

연령별 조세·사회보장부담, 30대가 고령층의 2배

우선 정부에 내는 부담이 연령별로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자. 정부에 대한 부담은 크게 조세와 사회부담금으로 나눌 수 있다. 조세에는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개인 및 법인의 소득에 부과되는 직접세가 포함되며, 사회부담금은 연금납부를 비롯한 각종 사회보험료를 포괄한다. 2011년 기준, 1세대가 평균적으로 정부에 지는 부담액을 세대주의 연령대별로 산출해보면, 50대가 가장 많은 2,500만원의 부담을, 40대는 2,400만원, 30대는 2,000만원, 그리고 60세 이상 고령층은 1,300만원의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속도 측면에서는 30대의 부담이 1990~2011년 사이 약 13배로 가장 빠르게 증가했고, 다음으로 40~50대의 경우는 5.2배 증가했다. 고령층의 1세대당 부담은 2.5배로 타연령층에 비해 서서히 늘었으며,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부담이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가장 낮은 수준이던 30대의 부담은 2000년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 2006년 고령층을 추월한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근로소득 증가, 국민연금제도 시행으로 30대 부담 빠르게 늘어

30대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 원인으로는 근로소득 증가가 타연령층에 비해 빨랐던 점을 꼽을 수 있다. 30대의 근로소득은 2000년대 연평균 7.1%씩 증가, 40~50대의 증가율 6.7%를 상회했다. 젊은층의 소득증가가 가장 빠른 것은 외환위기 이후 연공서열제의 약화 등 노동시장의 구조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근속연수와 경력이 어느 정도 쌓여야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지만, 연봉제가 활성화되면서 능력에 따라 젊은 시절부터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세계화, IT융합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도 새로운 기술의 습득능력이 우월한 젊은 층의 고소득화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경력별 임금상승률을 보더라도, 경력이 낮은 직급일수록 임금상승이 빨라, 성과주의로의 고용관행 변화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간의 연봉차이를 좁힌 것으로 보인다.

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부담도 30대에서 가장 빠르게 커졌다. 1990~2011년 사이 고령층의 부담이 5배 가량 증가하는 동안 40~50대의 부담은 12배, 30대는 27배 증가했다.

사회보장부담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늘기 시작하는데, 1999년 국민연금의 전국민 당연가입 규정과 2000년대 고용보험료율과 건강보험료율의 잦은 상승에 따라 사회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직장인 3500명을 대상으로 한 보건복지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달 월급의 공제항목 중 가장 큰 부담으로 응답자 81.5%가 국민연금(월급여의 9% 공제)을 꼽았다(다음으로 소득세 및 주민세, 건강보험, 고용보험 순).

재산소득 급감으로 고령층 세금부담 축소

고령층의 경우 2000년대 들어 근로소득, 재산소득이 타연령층에 비해 확연히 둔화되면서 조세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비용절감 노력의 결과, 당시 기존의 직장에서 고임금을 받던 고령층이 조기퇴직, 명예퇴직 등의 명목으로 해고되는 경우가 많아 60세 이상 고용률은 외환위기 이전 39%에서 2000년대 평균 36%로 떨어졌다.

2000년대 평균 연령별 임금상승률은 고령층이 5.7%로 30~50대 평균 6.9%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은퇴한 고령자들이 전반적으로 혜택이 낮은 영세자영업으로 전환하면서 고령층의 평균 소득은 더욱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 자영업자를 비교해보면, 총자영업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2011년 사이 19%에서 23%로 상승했다. 외환위기로 악화된 고령층의 고용사정은 이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근로소득에 의해 결정되는 소득세 및 사회보장부담 등이 고령층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워진 것으로 보인다.

주식에 대한 배당금, 재산에 대한 이자수입을 포괄하는 재산소득은 고령층 소득의 높은 비중을 차지해왔지만, 2000년대 들어 재산소득이 급감하여 상대적으로 고령층의 세금부담이 낮아진 원인을 제공했다. 2006년부터 조사가 시작된 가계자산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순자산은 2006~2011년 사이 17% 가량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50대의 순자산액이 거의 변하지 않았고, 30대의 순자산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고령층의 근로소득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생활수준 유지를 위해 주식 등 보유자산을 처분한 것이 자산 감소 현상의 주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령층의 보유자산이 줄어들면서 양도소득세, 증여세를 포함하는 비경상조세의 납입액은 2006년 타연령층의 1.5배에서 2011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근로소득 및 재산소득 모두 고령층의 조세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고, 이에 따라 고령층이 조세부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2011년 사이 24%에서 17%로 하락했다.

한편, 경제의 주력부대인 40~50대의 조세·사회보장 총액은 1990년~2011년 사이 연평균 8.6% 증가, 정부의 총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54%에서 2011년 58%로 확대되어 빠르게 늘어나는 정부지출의 세원 확충에 큰 역할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혜택은 고령층이 가장 많아

국민들의 조세 부담과 함께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도 늘어나고 있다. 총혜택의 규모는 1990년 39조원에서 매년 약 7%씩 증가해 2011년에는 368조원에 이른다. 이 중 국방, 행정, 공공질서 등 비교적 연령에 무관하게 전국민이 골고루 받는 혜택을 합치면 약 200조원으로 총 정부혜택의 약 55%를 차지한다. 나머지 45%를 차지하는 교육, 의료보건, 사회복지 등은 나이에 따라 혜택을 받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교육은 주로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30~40대의 가정에 혜택을 주는 반면, 보건복지와 같은 사회보장 혜택은 주로 고령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2011년 기준 1세대당 혜택은 고령층이 2,200만원으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40~50대 1,900만원, 30대 1,800만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을수록 1세대당 혜택이 커지는 것은 과거 20년 동안 지속되어 온 일반적인 현상인데,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한 점을 고려하면, 총 정부혜택에서 30대가 가져가는 몫은 1990년 39%에서 2011년 24%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몫은 16%에서 28%로 확대된다.

의료 및 사회보장이 고령층 혜택 증가의 주 원인

정부지출 중 보건분야와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을 포함하는 사회보장 부문은 총 정부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년대 평균 11% 수준(11조원)에서 2011년 23%(84조원)으로 크게 확대되면서 정부지출증가를 견인했는데, 이 부문에서 고령층에의 혜택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강보험 급여액의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최근 폭증하는 노인의료비가 큰 원인을 제공했다. 타연령층에 비해 고령층의 병원 이용 빈도수 및 1인당 진료비가 높은 것은 일반적이지만, 웰빙트렌드, 평균수명 연장 등에 따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히 노년층의 의료서비스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 활성화로 고령층 내에서 의료 혜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점도 노인의료서비스 이용이 높아진 원인을 제공했다. 노인 1인당 진료비는 2002년~2011년까지 60세 이하의 경우 약 34만원에서 70만원으로 2배 가량 증가한 반면, 고령층의 경우 11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1인당 진료비 상승에 더해 노인인구의 증가까지 고려하면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60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된 급여액은 2010년 약 13조원으로 총 의료비 지원액(32조원)의 42%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1999년 전국민을 대상으로 범위가 확대된 이후 아직 완전히 정착하지는 않았지만, 초창기 연금급부를 낸 이들이 수령연령대(만 60세 이상, 가입후 10년)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연금혜택도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 중 장애 및 유족연금을 제외하고, 60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노령연금의 수령자 수는 2000년 48만명에서 2011년에 249만명으로, 연금급여 지급액은 같은 기간 6,500억원에서 7조9,000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연금수령 연령이 65세 이상인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은 고령화 현상이 진행되기 오래 전 설계된 저부담·고급여 형태의 연금제도로, 이들 연금지급액 규모의 꾸준한 증가는 고령층의 평균 혜택이 확대된 데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에서도 고령층의 수혜 몫이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전체 실업급여 규모 가운데 고령층에게 돌아가는 고용보험 급여액은 약 7%로, 이는 2002년 3.7%에서 크게 확대된 수치다. 은퇴 후 60세 이상 인구는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아 실업자로 분류되는 사람 수가 적은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평균 수명 증가로 고령인력이 은퇴 후 생계를 위해 다시 구직활동을 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증가하여 실업률도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직종에 많이 근무한다는 점도 고령층에 지급되는 실업급여액의 규모도 커진 한 원인으로 보인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등 사회안전망 구축이 본격화되고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무상으로 지급하는 저임금층 공공부조 등의 사회부조수혜금은 2001년~2011년 약 6배 증가했다. 2000년을 기점으로 공공부조프로그램은 기존의 생계유지형에서 최소생활보장형으로 시스템이 바뀌었고, 이에 따라 근로가능여부 등 신청기준이 완화되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수혜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이 시기에 타연령층에 비해 소득부진이 현저했던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사회부조의 혜택을 많이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60세 이상은 600만원의 순혜택

한 해 동안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과 조세·사회부담의 크기를 연령별로 비교해보면, 60세 이상의 경우 혜택은 가장 많고, 부담은 가장 적어 2011년의 순혜택이 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0대와 40~50대는 각각 240만원, 400만원의 순부담을 지고 있다.

과거 20년간 부담대비 혜택의 변화를 보면, 30대의 경우 1990년 부담수준이 매우 낮아 혜택이 부담을 초과했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부담이 혜택을 초과, 2011년 혜택부담비율(=혜택/부담)은 0.8배까지 떨어졌다. 40~50대의 경우는 부담이 혜택을 초과하는 상태가 20년 간 지속되어 왔다. 한편, 고령층에서는 혜택부담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 2011년에는 1.4배까지 증가했다.

60세 이상의 생애를 통한 순혜택 2억원에 달해

특정시점에서 청장년층의 부담초과, 고령층의 혜택초과라는 현상은 젊을 때 저축을 하고 노후를 대비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근로시기에 세금과 사회보장비용을 부담하고, 그에 대한 혜택을 은퇴 후에도 받는다고 보면, 조세·사회보장부담을 일종의 저축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시점에서 세대간의 부담과 혜택은 다를 수 있지만 한 세대가 전 생애에 걸쳐 거둬들이는 순 혜택의 크기가 다르다면 이는 형평성에 어긋날 것이다.

현재의 30대, 40대, 50대, 60세 이상의 각 세대가 생애를 통틀어 어느 정도의 조세·사회보장 부담을 지고, 얼마만큼의 혜택을 받는지를 과거 데이터와 몇 가지 가정에 입각한 미래 추정치를 이용하여 산정할 수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의 경우 생애를 통한 순혜택이 가장 크고, 젊을수록 생애순부담이 크다. 현 30대는 생애순부담이 1억9,000만원으로 가장 크며, 40대는 620만원의 순부담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 50대는 혜택이 부담을 7,900만원 초과하며 현 60세 이상은 2억1,000만원의 순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를 통틀어 본 혜택과 부담에 차이가 나는 원인으로는 첫째 과거 20년간 정부부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한 점을 들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전 정부의 크기가 작은 시기 근로인생을 보냈던 고령세대는 상대적으로 조세부담이 적었지만, 현재 정부가 커진 시점에서 받는 혜택은 크다. 반면, 30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세금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보험료까지 짊어지게 되어 근로인생 초기에서부터 안게 된 부담의 정도가 기성세대보다 무겁다. 게다가 앞으로 정부지출 비중이 선진국 수준에 수렴하면서 정부의 혜택이 늘어나는 속도도 완화될 것으로 보여 젊은 세대는 앞으로 누리게 될 혜택이 예전만큼 급증할 것을 기대하지는 못한다.

또 다른 원인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현 30대는 60세 이상이 됐을 때 인구가 제일 많은 세대로 고령화의 부담을 가장 크게 받을 세대다. 60세 이상 가구는 지금으로부터 약 3년 후 2046년 1,297만 세대를 피크로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기에 노인인구가 가장 많이 몰림으로써 나누어 가질 1세대당 혜택이 적어짐에 따라 현 30대는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Ⅱ. 미국·일본의 세대간 격차 사례

미국에서는 메디케어 부담확대가 세대간 격차를 견인

미국에서 세대간 조세부담의 형평성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를 맞아 실업이 늘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부터였다. 당시 고성장기를 지나면서 상당한 소득과 자산을 축적한 노년층은 은퇴시점에 즈음하여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었다. 이와 함께 베이비부머 친화적인 정책이 빨리 진전된 결과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반면, 젊은층은 과거 호황기에 비해 어려운 취업환경에 노출되는 한편, 노년층의 의료비 등 복지혜택을 세금을 통해 부양해야 했다. 이에 따라 사회보장제도 부담의 세대간 형평성에 관한 논의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세대간 평등을 원하는 미국인들(Americans for Generational Equity)이라는 조직이 전국적으로 구성되어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세대간 회계라는 방법론을 처음 제시한 연구의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1994년을 기준으로 60세 이상은 평생 동안 그가 지불한 세금보다 정부로부터 받은 편익, 즉 생애순혜택이 8만2,000달러(1995년 기준)를 초과하는 반면, 30대는 생애순부담이 15만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를 기점을 발생한 세대간 격차는 그 후에도 계속 확대되었고, 2000년대 후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세대간 격차 문제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급격히 상승한 노년층의 공공의료 비용이 세대간 격차에 큰 원인을 제공했다. 65세 이상의 고령층에게 제공되는 건강보험인 메디케어는 전국민이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Medicare Tax에 의해 충당되는데, 전국민 대상 건강보험이 존재하지 않는 미국에서 젊은 세대는 경제적 사정상 자신의 의료보험료는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노년층의 의료보험부담은 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또한 미국 연금제도의 경우 지금 납부한 사회보장세가 현재의 노인세대에게 이전되는 방식이어서 젊은 세대는 현 고령층의 사회보장 부담을 맡으면서도 정작 미래에 자신이 받게 될 연금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의 노인세대는 경제적 풍요가 정치적 영향력과 결합됨으로써 막강한 표 결집력을 갖고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대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연금 및 건강보험 개혁 움직임은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있어왔지만 번번히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령층의 정치적 영향력 강화로 노인세대 혜택 크게 확대

일본에서는 소위 복지원년이라 불리는 1973년을 기점으로 노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활성화되었다. 구체적으로 노인의료비의 자기 부담분이 무료화되고, 공적연금의 지급액이 대폭 상향 조정, 인플레이션에 맞춰 연금도 자동적으로 상승하는 물가슬라이드제가 도입되었다.

고령층은 고도성장기를 지나면서 도입한 여러 복지 정책 덕에 부담한 것 이상으로 혜택을 누릴수 있었다. 이러한 혜택은 버블붕괴 이전의 고성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인데, 1991년 이후 장기적인 성장 둔화 및 GDP의 200%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고려하면 향후 이전과 같은 정부혜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본경제의 장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취직난에 허덕이는 빈곤한 젊은이와 연금 및 다양한 노년층 복지혜택으로 은퇴후 편안한 여생을 즐기는 노년층 단카이 세대의 모습은 일본에서 세대 간 격차의 상징적 이미지로 굳어졌다.

버블붕괴시점을 전후로 세대간 조세부담의 불평등이 현저하다. 1995년 작성된 내각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준시점에서 60세 이상은 생애를 통해 5,700만엔의 순혜택, 50대는 90만엔의 순혜택을 갖는 반면, 40대는 500만엔의 순부담, 30대는 1,300만엔의 순부담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30대와 60세 이상을 비교하면 생애순혜택 격차가 7,000만엔을 넘는다.

세대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본에서는 소비세 인상이 거론되고 있다. 퇴직 후 소득은 적고 상대적으로 소비지출이 많은 고령층의 특성상 소비세 인상은 노인들에게 영향을 많이 미친다. 재정적자가 막대한 일본에서 소비세인상은 재정파탄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고령층의 반대로 매번 좌절되어 왔다. 일본에서는 소비세 인상 주장은 곧 정권교체를 의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한 정치적 파워는 압도적이다. 일본의 재정파탄을 막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써 노다 일본수상은 정치생명을 걸고 소비세율 인상을 추진한 결과 2012년 6월 소비세 인상법안이 통과됐다. 1994년 이후 18년만의 일이다.

Ⅲ. 세대간 격차의 영향 및 시사점

세대간 격차는 향후 재정수지의 악화를 암시

세대간 격차가 크다는 것은 재정상황이 미래에 점점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대간 격차는 재정수지균형이 유지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계산되는 것으로 늘어나는 고령층 혜택 중심의 정부지출을 현재 청장년층 세대가 미래에 조세의 형태로 납부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고령층의 순혜택이 많다면, 그 다음 세대도 그 정도의 혜택을 기대하고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투표수를 의식한 정치권은 재정적자를 확대시켜서라도 혜택을 기존 세대만큼 늘리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주요국들의 1995년 시점 세대간 격차 정도와 이후 10년간의 재정악화 폭을 비교해보면, 세대간 격차의 크기와 재정악화에는 양의 관계가 관찰된다. 즉 기준시점에서 고령층의 생애순혜택과 젊은층의 생애순부담의 차이가 큰 국가에서 이후 재정 악화 정도도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대간 격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사회갈등 고조와 신뢰약화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다. 세대간 부담의 형평성 논란이 지속되어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져 자신들이 현재 내는 세금이 미래에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면 젊은층의 근로의욕상실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 사회갈등 고조에 따른 국민 신뢰의 상실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세대간 형평성을 고려한 정책을 서두를 필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세대간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대간 격차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어느 세대에선가는 부담의 증가를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현재 부담을 지지 않고 다음 세대로 미루려고 한다면, 재정적자가 점차 누적되어 결국은 미래 세대의 순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세대간 형평성 측면에서 볼 때 격차가 더 확대되기 전에 개혁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18년의 세월이 걸렸고, 그 동안 재정문제는 크게 악화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 시점에서 국가재정은 OECD국에 비해 비교적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는 앞으로 재정상황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는 불안 요인을 안고 있는 셈이다. 세대간 격차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선진국과 유사한 심각한 재정악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세대간 격차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고령층 고소득자의 혜택 조절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한 예로 캐나다에서 실시되고 있는 노인연금(Old Age Security)의 클로백 제도(Clawback)를 들 수 있는데, 이는 고소득 고령층에 대해 과세 형식으로 연금급부를 줄이는 방식이다. 노인연금 대상자 중 당해 보유예금 혹은 총소득이 고소득으로 분류되는 경우, 일정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연금을 1달러당 15센트씩 차감하여 지급하는 제도다. 캐나다의 노인연금을 관장하는 Social Development Canada에 따르면 2010년 전체 노인연금 대상의 5% 가량이 Clawback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고소득자의 연금감액 및 고령층 특례법에 따라 과다 지급된 연금급여액을 본래 수준대로 삭감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세대간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접근법은 부담이 많은 세대의 혜택을 높여주는 방법이다. 육아지원 등 출산장려 정책은 현재 초과부담을 지는 세대의 혜택을 늘려줌으로써 형평성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미래 인구구조가 급격히 고령화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세대간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또한 세대회계 방법을 재정운영의 참고지표로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향후 재정상황을 감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세대간 격차는 세대별 계정 작성 과정에서 사회보장비용의 증가, 저출산·고령화의 인구구조 변화 등 미래의 부분도 고려한다는 점에서 단 년도의 정부의 수입과 지출만을 고려하는 재정수지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내각부 경제재정백서 작성 시 재정추계에 세대회계 방법을 적용하여 세대간 격차의 정도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하고 있다.[LG경제연구원 이혜림 선임연구원]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이혜림 선임연구원
3777-0452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