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디스플레이 산업의 진검 승부, 2~3년 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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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7-03 12:00
서울--(뉴스와이어)--수요 침체와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디스플레이 업계가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술장벽이 높고 아날로그적 기술특성이 있어 모방이 쉽지 않은 OLED와 Oxide TFT가 고화질 TV, 스마트폰 등에 본격적으로 탑재될 때 제품 기술의 진검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LCD 주도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좀처럼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상 ‘크리스털 사이클’로 불리는 3년 이내의 불·호황 주기가 있었지만 2010년 하반기 이후 침체 국면에 돌입한 업계는 거의 2년 가까이 눈에 뛸만한 성과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1년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LCD 기업들마저도 1조원에 달하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게 했다. 이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던 평판 TV의 수요가 본격적으로 둔화되면서 판가가 급속히 하락한 데 주요 원인이 있다. 그나마 신흥국의 평판 TV 시장이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대부분 이미 평판 TV로 교체가 완료된 선진국 시장은 2011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전체 글로벌 평판 TV 시장은 정체를 보이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수요 시장의 가라앉은 분위기는 향후에도 많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Game Changer가 절실한 상황

과거 LCD 산업의 성장과 개별 기업의 경쟁 우위 확보는 한마디로 확장성(Scalability)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노트북/모니터 제품을 시작으로 대화면 TV로 수요를 확장해 나가면서 누가 먼저 차세대 생산라인을 가동해 대화면 애플리케이션을 저렴하게 생산하면서 늘어나는 물량을 선점하는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북미 시장을 제외하고는 50인치 이상 대화면 TV를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 시청 환경을 갖춘 수요 시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더 이상 확장성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평판 TV의 가격하락으로 가정 내 TV 보유 대수는 증가하고, 스마트폰 및 태블릿의 보편화로 소비자들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각종 디바이스로부터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지만, 100조가 넘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돈을 버는 업체가 과연 있는가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업계는 새로운 동력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수익 모멘텀을 창출할 수 있는 Game Changer를 원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제정보디스플레이 학회(SID: 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가 지난 6월 초에 미국 보스톤에서 개최되었다.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2011년 큰 폭의 수익성 악화를 경험한 디스플레이 업계가 미래의 키워드를 공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본 행사는 시장에 곧 출시될 신제품을 주로 소개하는 CES나 IFA 등의 가전쇼와 달리 디스플레이 업계의 최신 연구 성과와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차세대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이는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기술의 근본적인 변화 방향을 가늠해봄으로써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전망해볼 수 있는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이다. 따라서 올해의 국제정보디스플레이 학회 결과물 또한 잠재적인 Game Changer 관점에 집중하여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행사를 통해 기존에 전혀 언급된 적 없는 새로운 키워드가 나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OLED TV 및 Oxide TFT 등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심심치 않게 소개된 기술들이 더더욱 집중 조명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신기술/신제품에 거는 업계 전체의 기대감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외에 단위 기술 테마가 아닌, 다양한 기술이 통합되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나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려는 ‘스마트 디스플레이’에 대한 니즈 또한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였다.

OLED TV

OLED TV는 이미 지난 1월 CES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된 바 있으며, 명암비와 색재현성, 그리고 두께 관점에서 LCD를 압도하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이후에도 많은 개선점들이 있었는지 CES에 소개된 제품에 비해 이번에 전시된 제품이 보다 인상적이라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 LCD의 화질이 이미 손색없는 수준에 도달해있는 상황에서 과연 OLED가 추가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고객 가치가 있겠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두 개의 화면을 바로 옆에 놓고 비교하는 사진이나 영상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LCD 대비 OLED의 가장 큰 장점은 진정한 검은색 화면, 즉 ‘True Black’을 구현할 수 있는 구동 원리에 있다. LCD의 경우 검은색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항상 일정한 광량으로 켜져 있는 백라이트 앞에 검은 액정 장막을 쳐서 빛을 막는 원리인 반면에 OLED는 아예 빛을 꺼버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주로 어둡고 검은 화면이 많은 영화 시청에 있어서 OLED의 화질은 확실한 차별점을 갖는다.

이러한 OLED만의 고객 가치는 인정하고 있지만 역시 문제는 원가 경쟁력, 즉 제품 가격에 달렸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LCD 대비 화질의 차이를 인지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지불 의향 가치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까가 관건인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올 해 첫 출시되는 OLED TV 가격이 8천~1만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동일한 55인치 프리미엄 LCD TV 대비 3배 가량의 높은 가격을 일반 소비자들이 수용할 만큼 OLED TV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본격적인 양산 계획은 2013년 후반부터 실현될 것으로 전망되어 원가 하락 속도도 그 이후에나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OLED TV가 단기적으로 충분한 Game changer의 역할을 담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그러나 조금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OLED TV는 2015년 이후 LCD TV 대비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특히 선발자인 국내 패널 업체에게 중요한 차별화 요소를 제공해줄 전망이다.

이론적으로 우수한 원가 구조

이론적으로 OLED TV의 원가 구조는 LCD 보다 우수하다. 즉, 동일한 수율을 가정한다면 OLED TV가 오히려 LCD TV 대비 저렴할 수 있다. 이는 자체 발광하는 OLED의 특성으로 인해 백라이트, 액정, 컬러필터 등 3단계 부품소재로 구성된 LCD 대비 구조가 단순해 재료비가 적게 드는 구조적 장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LCD의 경우 재료비가 패널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초과하는 반면 OLED의 경우는 이보다 10%p 가량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신 LCD 대비 복잡하고 까다로운 제조 공정 및 높은 초기 투자비로 인해 감가 상각비 비중은 LCD 대비 10%p 가까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의 높은 제품 출시 가격은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없는 시험 생산 라인에서 소량으로 생산되는 한계와 더불어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낮은 수율에 기인한다.

아직 대화면 OLED는 산업 인프라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원가 전망에 있어서 많은 가정과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OLED 패널의 생산 수율이 최소 70% 수준을 달성하게 된다면 LCD 대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되면 그 후 1년 후부터는 규모의 경제 및 학습 효과가 어느 정도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LED TV가 CCFL TV 대비 30% 수준의 가격 프리미엄을 형성하면서도 50% 이상의 시장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OLED TV의 경우에도 LED TV 대비 최소 30% 이상의 가격 프리미엄으로 2015년 이후부터는 LCD 대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OLED TV는 빠른 양산 시점과 낮은 재료비 비중 측면에서, 특히 선발자인 국내 패널 기업에게 유리한 기회를 선사하는 Game changer가 될 가능성이 높다. 55인치 TV가 생산되는 주요 업체들의 8세대 LCD 라인이 2014~2015년경 감가상각이 만료될 것으로 예상되어 가능한 OLED TV의 양산 시점을 당기는 것이 LCD 대비 원가 경쟁력 확보의 시간을 벌 수 있는 길이다. 국내 업체 외에는 아직 대화면 OLED의 본격적인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이나 대만 업체는 없어 양산 안정화가 조기에 달성된다면 국내 업체들의 경쟁 우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부품을 조달해 조립하는 성격이 강한 LCD는 저렴한 부품 소싱 역량이 중요한 반면, OLED는 패널 업체 자체적인 역량으로 공정 안정화와 혁신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일류 기업과 기타 기업간의 경쟁력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Oxide TFT

OLED TV와 더불어 이번 학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키워드는 Oxide TFT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각 화소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TFT (Thin-Film-Transistor)라는 스위치 소자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LCD 패널에는 비정질 실리콘 기반의 a-Si TFT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고해상도 LCD의 경우 전자 이동도가 a-Si 대비 200배 가량 높은 폴리 실리콘 기반의 LTPS TFT가 적용된다. TFT의 성능은 전자 이동도에 달려있으며, 균일한 성능의 TFT가 패널에 고루 형성되는 것 또한 디스플레이 전체 화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TFT의 전자 이동도가 높아질수록 화면의 고속 구동이 가능하고 개별 TFT 소자를 더욱 작게 만들 수 있어 화소의 개구율 향상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LTPS가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화면으로 보편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실리콘의 결정화 공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대형 기판에 균일한 성능의 TFT를 고르게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화질 구현을 위해 LTPS처럼 전자 이동도가 높은 TFT 소자는 꼭 필요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기업들이 선뜻 대화면에 적용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LTPS에 대한 대안으로 향후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이 산화물 반도체 기반의 Oxide TFT이다. LTPS의 전자 이동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a-Si 대비 최소 20배 이상 전자 이동도가 향상되면서도, 기존의 a-Si 공정을 약간만 변경하면 되기 때문에 균일하면서도 성능 좋은 TFT를 대형 기판에 저렴하게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단지 Oxide TFT는 아직 R&D 역사가 짧아 소자의 신뢰성 확보나 공정 안정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해상도 트렌드의 첨병

Oxide TFT가 본격적으로 양산 제품에 적용된다면 가장 큰 효과는 고해상도 LCD 패널의 경제성 확보와 모바일 기기의 소비전력 저감으로 기대된다. TV의 경우 FHD (Full HD: 화소 수 2K×1K)에서 UD (Ultra Definition: 화소 수 4K×2K)로 4배에 달하는 고해상도 구현이 가능해진다. 또한 a-Si TFT 대비 크기가 작아지고 개구율이 향상되면서, 백라이트의 투과율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어 고해상도이면서 배터리 사용 효율이 좋은 모바일 단말기도 가능해진다. 모바일 단말기에서 고해상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애플이 일본 샤프를 통해 Oxide TFT LCD를 세계 최초로 공급받고 있는 이유도 태블릿의 고해상도와 배터리 효율 개선 목적에 기인한다. 또한 Oxide TFT는 결정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갖춘 OLED TV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높은 성능의 TFT를 요구하는 OLED는 a-Si 기반의 TFT로 구동이 불가능하며, LTPS TFT의 경우 55인치 TV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8세대 라인 적용이 곤란하다. 따라서 높은 전자 이동도를 확보하면서도 8세대 이상 라인에서 균일한 TFT를 형성할 수 있는 Oxide TFT의 중요성은 오히려 OLED TV와 시너지를 내면서 보다 부각될 것이다.

Oxide TFT가 기존의 게임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는 Game changer로서 주목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Oxide TFT의 설계 및 공정 기술상 신뢰성을 확보하기가 초기 a-Si TFT에 비해 더욱 까다롭기 때문이다. Oxide TFT의 성능은 디자인 및 공정 변수에 크게 좌우되는데, 산화물 반도체의 성분 및 두께, 근접 적층 물질의 성분이나 공정 환경의 최적화가 매우 중요하다. 즉 이러한 변수들을 최적화할 수 있는 패널 업체별 역량이 상당기간 Oxide TFT 적용 제품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Oxide TFT가 OLED와 접목되었을 때 그 차별화 여지는 배가된다. Oxide TFT라고 다 같은 Oxide TFT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전압을 걸어주어 구동하는 LCD에 비해 안정된 전류를 꾸준히 흘려줘야 발광하는 OLED의 구동 기술은 제어하기 훨씬 어려우며, 전압 제어 대비 아날로그적 요소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전압 구동에 사용되는 TFT의 경우 On-Off가 작동되기만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전류 구동에 사용되는 TFT는 개별 소자들의 성능과 안정성이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균일한 밝기를 낼 수 있다. 따라서 Oxide TFT를 LCD에 적용하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OLED에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반면, OLED 적용 성공 후 LCD로의 응용은 무척 용이하다. 결론적으로 Oxide TFT는 기술적 장벽이 높은데다 모방이 어려운 아날로그적 기술 특성으로 인해 패널 업체별 옥석을 가리는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전망이다. LCD 패널 업체별 제품력이 대동소이해지면서, 수요-공급 균형이 깨지면 누구나 손실이 불가피한 현재의 디스플레이 경쟁 상황과 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현 수준의 R&D 경쟁력 고려 시 역시 국내 패널 기업과 일본의 샤프 정도만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디스플레이

‘스마트 디스플레이’라는 키워드는 특정 애플리케이션으로 아직 구체화될 수는 없지만 향후 디스플레이 업계가 추구해야 하는 차세대 모멘텀으로서 많은 함의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던 확장성 (Scalability)의 본질이 CRT의 대체였다면, 앞으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새롭게 창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RT 대체 이후 충분하지는 않지만, 스마트폰 및 태블릿 시장의 형성이 어느 정도 디스플레이 업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CRT 대체에 버금가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위해서는 현재의 소비자들이 디스플레이에 기대하는 수준, 즉 이미 형성된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경계 안에서 보다 좋은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뛰어넘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소재-패널-세트-서비스 등 각 영역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간의 협업과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 요소의 창의적 결합 필요

OLED TV나 Oxide TFT 등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기술 요소들은 명확하다. 반면 스마트 디스플레이는 그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모호함과 다재 다능함에서 알 수 있듯이 단일 기술 요소를 몇 개 결합한다고 해서 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미 오래 전부터 관심을 끌어온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투명 디스플레이의 경우 분명 전통적인 LCD 대비 차별적 가치가 존재한다. 그러나 LCD로는 가능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사용성을 선사할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새롭게 도출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기존 디스플레이 시장을 일부 대체하는 데 머무르게 된다. 디스플레이 패널에 정보통신기술의 연결성 (Connectivity), 고도의 터치/음성/동작 인식 기술, 현실감을 높여주는 무안경 3D 기술 등이 통합되고 시너지를 내야 기존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신규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봤다면 아마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라는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유명한 어록처럼, 고객들은 더 편리하고 재미있고 실감나는 경험을 줄 수 있는 전자 기기를 원하지만, 이미 규정된 제품의 경계를 넘어서서 생각하기 어렵다. ‘스마트 디스플레이’라는 키워드가 Game changer로서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높은 파급력을 가지는 구체적인 고객가치와 제품 형태를 그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쳐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가 스마트 디스플레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앞서 언급했듯이 다양한 분야의 시장 참여자들이 가진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들을 감지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이 디스플레이에 기대하는 그 이상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요소 기술들을 준비하는 것이다.

2~3년 내 주요 관전 포인트

2011년을 저점으로 디스플레이 업계는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지속된 수익성 악화로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면서 수요-공급은 2013년 하반기부터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그러나 기술 범용화로 인한 기업간 제로섬 (Zero-Sum) 게임과 CRT 대체 완료에 따른 수요 정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Game changer를 지금 적극적으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2~3년 후에는 시장에서 존재감이 사라지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준비 상황을 보면 국내 패널 기업들은 확실히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대만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로부터의 기술 지원 및 협력으로 빠른 추격에 성공하고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만들었듯이, 미래 준비에 있어서 현재 더욱 격차를 벌리지 않는다면 새로운 Game changer의 기회도 기대보다 빨리 소멸될지 모른다.

산업 내 새롭게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원천이 소수에 의해 점령당할지, 아니면 경쟁 우위 요소의 빠른 진부화로 점철된 기존의 게임 룰을 반복하게 될지는 적어도 2~3년 내에 판가름이 날 것이다. 이 기간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로는 ▲일본 기업간 또는 일본-대만 기업간 기술 개발의 합종연횡, ▲차세대 제품기술에 대한 대만 기업들의 조기 양산 움직임 등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명성이 현저히 떨어지긴 했으나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이 최근 OLED TV의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했으며, 그 바로 전 소니는 이미 대만의 AUO와도 대화면 OLED 분야의 협력을 발표한 바 있다. Oxide TFT를 집중 개발하고 있는 샤프도 최근 폭스콘의 샤프 생산라인 지분인수 이후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양산 경쟁력은 상실했지만 기초 R&D 역량이 강한 일본 기업들의 향후 행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만 기업들의 신기술 제품의 양산 움직임도 예상보다 앞당겨지고 있는 추세이다. AUO와 CMI는 한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OLED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는 소형이긴 하지만 OLED 패널의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제품의 완성도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역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대만 업체로서는 미래 준비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선 듯 하다. OLED와 Oxide TFT가 고화질의 OLED TV, 고해상도의 UD LCD TV, FHD 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등에 본격적으로 탑재되면서 새로운 제품 기술의 진검 승부가 조만간 펼쳐질 전망이다.[LG경제연구원 한수연 연구위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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