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율 소득증가율 앞질러
먼저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와 관련하여 최근 가계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추월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있다. 소득의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빚이 늘어난다면 이는 과도한 부채 증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2001년과 2002년을 전후한 과거 가계부채 급증 시기에 명목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을 크게 초과했다. 가계신용은 전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판매신용까지 포함하는 가장 넓은 범위의 가계부채이다. 이후 2003년과 2004년의 가계부채 조정 시기 동안 가계신용 증가율은 소득 증가율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소득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가계신용 증가율은 2004년 4분기에는 0.6%p, 올해 1분기에는 3%p만큼 명목 국민총소득 증가율을 초과했다. 경기회복 지연,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인해 소득증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올해 2분기에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음을 감안하면 가계신용 증가율과 소득 증가율과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었을 가능성이높다. 가계의 부담 능력 이상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부채는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위험성이 있다. 가계의재무구조가 점차 악화되면서 가계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은행들이 이에 대응하여 신용제공을 꺼리면서 경기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의 재무구조 여전히 취약
가계의 재무구조 개선이 부진한 상황에서 가계부채가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부채상환능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채부담이다시 높아질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더욱 어렵게 해 소비부진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을 반영하는 (금융부채/금융자산) 비율은 2000년 말 41.2%였지만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2001년 말에는 45.4%, 2002년 말에는 51.8%로급격히 높아졌다.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면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었고 소비 둔화로 내수는 장기간의 부진에 빠졌다. 이후 계속된 부채조정의 결과, 가계의 (금융부채/금융자산) 비율은 완만하게 하락하여 올해 3월 말에는 51%까지 낮아졌지만 가계부채 급증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계수지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최근 소득 하위계층의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도시 근로자 가구 전체의 가계수지 흑자율은2002년 23.5%, 2003년 22.4%, 2004년 21.8%로 점차낮아지고 있다. 특히 2003년 이후 적자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득 하위 30% 가구의가계수지 적자율은 올해 1분기에 -11.7%까지 떨어졌다. 가계수지 적자로 인해 모자라는 생계비를 대출 등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이들 계층의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가계대출 중 상당 부분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가격과 가계대출의 상호작용
이와 함께 최근 부동산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가계대출이 급증했던 시기마다 부동산가격 상승이 가계대출 증가를 유발하고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한 가계대출 급증이 다시 부동산가격 상승세를 부추기는‘상호작용’이 뚜렷하게나타났기 때문이다.이는 부동산가격이 상승함에 따라자연스레 담보가치가 높아진 부동산관련대출의 한도가확대되고 대출된 자금의 일부는 부동산가격의 추가 상승을 노리고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된 결과로 해석된다. 외환위기 당시 급락했던 서울아파트 가격의 하락세가 1998년 3분기 이후 진정되자 급감하던 은행의 가계대출도 1998년 4분기를 고비로 감소세가 진정되었다. 이후 주택가격은 꾸준히 올라 1999년 3분기 서울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은 13.3%까지 높아졌고가계대출 역시 주택가격 상승과 시중은행들의 소매금융확대 추세에 힘입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2000년 들어가계대출의 증가세는 잠시 주춤했지만 2001년 1분기 이후 서울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자 은행의가계대출 증가율도 2001년 2분기부터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2년 1분기에 서울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은 34.3%,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54.2%까지높아졌다. 부동산가격 상승이 가계대출 증가를 유발하는 이러한 양상은 최근에도 재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4년 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1% 하락했던 서울아파트 가격은 올해 1분기 들어 -0.7%로 감소세가 둔화되더니 2분기에는 상승세로 반전되어 3%나 급등했다. 2002년 말 이후 계속 낮아지던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역시올해 2분기에 9.6%로 높아져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가격 상승시 가계대출 증가세 지속될 가능성 높아
문제는 최근 실시되기 시작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제한 조치로 부동산담보대출 증가세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재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결과에 의하면, 금융기관들은 2004년 3분기 이후 가계부문의 신용위험이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주택담보대출에대한 대출태도를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직 가계부문의 재무구조및 부채상환능력이 뚜렷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도금융기관들의 대출 태도가 이처럼 완화되고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최근의부동산가격 상승세 때문으로 판단된다. 또한 대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기 어려워진 금융시장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경우 가계대출 증가세도 진정된다는 사실은 지난 2003년 10.29 대책 실시 당시에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급등세를 이어가던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 확대, 주택담보인정비율 하향 조정,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 유도, 세무조사및 기준시가 재고시, 종합부동산세 시행 시기 단축,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을 발표했다. 그 결과, 2003년 10월 전월대비 2.5%나 상승하던 서울아파트 가격은 다음 달부터 하락세로 돌아섰고, 전월대비 1.9%의 증가세를 나타내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도 이후 점차 진정되기 시작했다.
적절한 증가 속도 및 건전성 유지 필요
가계부채가 적절히 늘어나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의 급증도문제지만 줄어드는 것도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신용제약으로 인해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조달하지 못할경우 소비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 수준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무엇보다‘상호작용’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가격 상승세를 진정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미약한 경기회복세와 취약 계층의 높은 부채부담 등으로 인해 금리인상이 쉽지 않다면 주택수급,금융, 세제 등 관련 부문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부동산대책을 조기에 실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속도 뿐만 아니라 가계대출의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경쟁은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관련 대출 및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최근 가계수지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감안하여 가계부문에 대한 신용대출 확대는 리스크관리능력 제고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계부문의 재무구조 및 부채상환능력이 제고되도록 가계수지 개선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경기진작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나가고 소득 양극화 현상을 완화시켜 소득 하위 계층의적자 상황이 호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금리인상이 쉽지 않다면 보다 종합적인 부동산대책을 조기에 실시하고가계대출의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경제연구그룹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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