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시장을 선도하려면 고객에게 묻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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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7-08 12:33
서울--(뉴스와이어)--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고객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기존 제품에 대한 평가와 개선 사항 정도이다. 미래를 담는 혜안을 고객의 소리에서 얻는 경우는 드물다.

고객 자신들도 모르지만 분명히 내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읽어내는 것은 고객의 몫이 아니라 기업의 몫이다. 애플은 ‘손가락 하나로 펼쳐지는 무한한 확장성’ 이라는 고객들도 몰랐던 본원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으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로 선풍기 날개로 인한 번거로움과 위험성의 문제를 없애주었다. P&G는 배관시설과 물이 부족한 인도 남성들을 위해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면도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고객에게 보여줬을 때 “이거였어!” 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혁신제품들이다.

고객의 잠재 욕구를 찾기 위해서는 (1) 고객에게 묻기보다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단순히 지켜보는 것을 넘어 고객과 함께 생활하며 본원적 욕구를 위한 혁신 컨셉을 찾고 있다. (2) 그러나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미래의 니즈를 볼 수 있는 혜안을 담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기업 내부 인력의 기술, 경험 뿐만 아니라 철학까지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내부 아이디어가 때로는 엉뚱하고 무모할지라도 수용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키의 ‘이노베이션 키친’, 페이스북의 ‘헥카톤’, 구글의 ‘구글 X’ 연구소 등은 내부 아이디어들의 용광로와도 같은 곳이다.

혁신 제품을 만들었다고 고객이 찾아주기만을 바라거나 기업이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혁신제품에 대해 고객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불안함을 느끼기 쉽다. 따라서 고객이 방어기제를 극복하도록 도와주고 고객조차도 알지 못했던 본원적인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임을 고객이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와 접점을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Ⅰ. 기업들은 왜 실패하는가?

거대 제국들의 몰락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잘해왔고, 현재규모가 크다고 해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31년 경제학자 로베르 지브라는 기업들의 역사 분석을 통해 기업의 규모와 성장 간에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브라 법칙’을 발표하였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성장과 유지가 쉬울 것이라는 일반 통념에 반하는 이 법칙은 오랫동안 학계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5년 만에 세계 500대 기업의 1/3이 바뀐다는 미국 Fortune의 발표나 노키아, 코닥 등 MBA에서 성공 사례로 소개되었던 많은 기업들의 몰락 소식을 접하면 이 법칙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들지 못하거나 전달하지 못하거나

모든 기업들은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이 반드시 고객 가치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로버트 서튼 교수는 “가치는 고객이 정한다. 고객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업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세계 최초, 천재적인 발명에도 관심이 없다. 고객 본인이 원하는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도 적절한 시기에 고객의 니즈를 위한 혁신제품을 만들지 못하거나 그러한 제품을 만들고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여 시장형성에 실패한다. 그리하여 시장 선도의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모토롤라는 2004년 혁신적인 디자인을 갖춘 ‘레이저’로 세계적인 히트를 쳤지만 이후 타 경쟁사와 차별적 경쟁 우위를 가지는 후속 제품을 내놓지 못하다가 스마트폰이라는 역풍을 맞고 2011년 구글에 인수되었다. 1인용 운송수단인 세그웨이는 도심의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으로 출시 전부터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으나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사장될 뻔 하였다. 후에 경찰과 사설 경비업체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름대로 시장을 만들어가며 다시 팔리기 시작하고 있다.

기업이 시장 트렌드를 예측하여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적절한 시기에 제공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과 고객간의 communication이 충분하지 않아서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업은 고객이 보내는 니즈에 대한 sign을 잘못 받아들여 엉뚱한 제품을 만들거나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도 고객조차도 알지 못했던 본원적인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고객에게 알리지 못해 시장 형성에 실패한다.

Ⅱ. 기업들, 왜 알지 못하는가? 왜 알리지 못하는가?

노키아 글로벌 컨설팅 부서장으로 역임했던 토미 에이호넌은 얼마 전 국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제품의 경우 시장평균사이클이 15개월임에 반해 모바일 제품 하나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18개월이다.” 라며 제품 개발 과정에서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 확보에 대한 기업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기업들은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제품 개발 이전 단계에서 설문조사, FGI 등에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쏟아 붓는다. 그러나 시장조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뉴코크를 만들었다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다시 기존 제품으로 돌아간 코카콜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들이 항상 정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왜 알지 못하는가?

고객들도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스티브 잡스는 고객에게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주어야 한다는 기존의 트렌드에 반대하였다. 대신 “우리의 일은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것이 내가 절대 시장조사에 의존하지 않는 이유이다. 아직 적히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고객 자신도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점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은 오랫동안 시장조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혁신제품을 만들어 낸 개발자들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알고 있는 것을 단순히 담아낸 제품이 아니라 고객에게 보여줬을 때 “이거였어!”라며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객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진정한 욕구를 제품에 담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 그것이 시장 선도를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고객이 말하는 니즈는 미래를 담지 못한다

과거 소니와 마쓰시타의 ‘비디오 포맷 전쟁’에서 폐쇄적인 포맷과 필요 이상의 화질 등 잘못된 전략으로 소니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니는 과거 CTI의 영화 대여업 실패 사례와 충분한 시장조사를 통해 영화가 아닌 TV 프로그램을 VCR로 녹화하려는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베타맥스 포맷을 내놓은 것이었다. 다만 불행히도 그들이 제품을 내놓았을 때 고객의 욕구는 TV 프로그램보다 녹화시간이 긴 컨텐츠(영화 등)의 녹화 쪽으로 옮겨갔다. 소니는 시장 트렌드와 고객의 니즈를 철저하게 연구하여 전략을 세웠지만 미래를 담지 못하는 고객의 답변 때문에 실패했다.

고객이 말하는 니즈는 현재에 충실한 답변이다. 상황이 변하면 그들의 답변은 바로 변한다. 고객들의 충분한 인지와 표현의 정확성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 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이는 말 그대로 고객의 생각에서 나온 제품이다. 고객의 기존 생각을 뛰어넘는, 잠재적인 욕구를 발현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많은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과 고도의 조사 기법을 동원하여 고객의 니즈를 철저하게 조사하여도 경쟁사의 혁신제품의 등장으로 인해 크나큰 실패를 경험하는 이유이다. 미래를 담을 수 없는 시장조사는 시장창조형 전략에 매우 제한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왜 알리지 못하는가?

기업들, 말하지 않거나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고객 개인에게는 본원적 욕구과 함께 이를 둘러싼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방어기제가 있다. 시장에는 마찬가지로 캐즘(Chasm: 혁신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초기 시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주류시장 사이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단절현상)이라는 간극이 있다. 혁신제품의 경우 개인의 방어기제와 시장의 캐즘이라는 장벽이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보다 높기 때문에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장벽을 뚫고 들어가 대중들에게 널리 수용되는 제품만이 살아남는다. 개인의 방어기제와 시장의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만약 어떤 사람이 조금 더 개량된 쥐덫을 하나라도 만들어낸다면, 사람들은 그의 집이 울창한 숲 속에 있다고 할지라도 그 문 앞에까지 길을 내고 찾아갈 것이다.”라고 말을 했다. 그러나 쥐덫을 한번도 써보지 못한 사람들은 쥐덫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당연히 쥐덫을 위해 힘들게 숲 속으로 가지 않는다. 쥐덫을 알지 못하는 고객에게 제품을 알리고 익숙하게 만드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기업의 활동을 통해 쥐덫에 익숙해진 다음에야 고객은 개량된 쥐덫을 위해 숲으로 간다. 고객이 알아서 찾아주기만을 바라던 많은 혁신제품들은 소리 없이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어!”라는 쓸쓸한 변명을 남기고.

Ⅲ. 시장 선도를 위한 고객과의 communication 방법

고객의 sign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방안

기업들은 고객의 본연의 욕구와 미래를 포함한 니즈를 보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장을 계속 선도하고 있거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시장 선도를 위한 고객과의 communication 방법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본원적 욕구를 찾기 위해서 묻지 말고 지켜본다

아기는 언어 대신 울음, 표정, 행동으로 의사 표현을 한다. 부모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아기의 울음소리나 행동만으로도 아기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비언어적인 표현(행동, 습관 등)은 잠재된 욕구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아이에게 처음 만나는 모든 것이 새롭듯이 고객에게 혁신제품은 잠재되어 있던 본원적인 욕구만이 알고 있던 신세계이다.

최근 시장조사로는 고객의 잠재된 니즈까지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많은 기업들이 고객을 관찰하여 본원적 욕구를 찾아내고 있다. 단순히 구매행태를 지켜보는 것을 넘어 고객들의 일상생활을 관찰하거나 함께 생활하면서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찾는 활동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더운 여름, 선풍기는 무더위를 식혀준다. ‘선풍기’ 하면 바람을 만들어주는 날개가 떠오른다. 이처럼 날개는 바람을 만들어 주는 필수부품이지만 먼지 때문에 주부들은 수시로 날개를 닦아야 한다. 또한 돌아가는 날개에 아이들이 손을 집어넣지는 않을까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이슨은 고객들이 매번 선풍기 날개를 닦는 모습, 선풍기 날개 때문에 손을 다치는 아이들과 이런 위험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선풍기 날개가 가져오는 번거로움과 위험성이라는 문제를 발견하였다. 그래서 선풍기의 날개를 없애 버렸다. 고객들은 절대 생각하지 못했던 날개 없는 선풍기, 반지 모양의 원통 구멍을 통해 바람이 나오는 ‘다이슨 에어 멀티 플라이어(Dyson Air Multiplier)’라는 혁신제품을 개발했다.

주부들은 쾌적한 집안 환경을 위해 매일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 청소를 한 후 마른 걸레로 닦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흘러가고 몸은 지쳐버린다. 필립스는 청소기를 돌린 후 물걸레,마른 걸레 청소까지 하는 주부들의 마음 속에서 청소를 한번에 끝내고자 하는 본원적 욕구를 파악하여 진공청소는 물론 물걸레 청소, 건조까지 한번에 가능한 청소기인 필립스 아쿠아트리오를 출시하였다. 많은 기업들이 이처럼 고객 관찰을 통해 본원적 욕구를 위한 혁신 컨셉을 찾고 있다.

고객 관찰은 특히 언어 제약이 있거나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여 시장조사가 어려운 신흥시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가정집을 방문하거나 오랜 시간 그들의 삶을 함께 하면서 생활 환경과 습관 속에서 혁신 컨셉을 찾아 내고 있다.

P&G는 고객의 진정한 욕구를 찾기 위해 고객에 가까이 있는 ‘접촉 유지(Staying in touch)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류학자들과 고위 관리자들을 파견하여 세계 전역의 저소득층 가정과 함께 생활하면서 고객의 잠재되어 있는 욕구를 파악하는 `함께 살기(Living It)’를 시작했다. 직원들은 고객들의 집에서 일정기간 함께 머무르며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며 고객의 삶을 직접 경험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고객이 특정 제품을 사거나 사지 않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한다. 더 나아가 고객의 삶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일상 생활을 개선할 혁신제품의 컨셉도 찾을 수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P&G는 인도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에 쓸 만큼만의 샴푸를 포장하여 판매하였다. 배관 시설이 부족한 탓에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면도하는 남성들을 위해 최소한의 물로 쉽게 면도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P&G는 인도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미래 니즈를 위해 기업 스스로 답을 찾는다

앞선 소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고객의 답변은 미래를 담지 못한다. 상황이 달라지면 그들의 답변은 바로 변한다. 고객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미래를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가정한 많은 기업들이 소니와 같은 실패를 경험하였다. 기업들의 시장창조형 전략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하고 창의가 포함되어야 한다. 아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일반 대중의 의견을 따르는 것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창의적으로 미래를 그릴 것인가?

창의라고 하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안에 대해 풍부하게 경험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나온다. 기업의 내부 인력만큼 자사 제품, 경쟁사, 관련 기술, 고객가치, 시장 동향에 대해 연구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점에서 내부 인력들이야말로 미래 지향적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다. 세상을 바꾼 혁신적인 제품에는 직원들의 기술과 경험 그리고 철학까지 녹아 있다.

내부 인력의 기술, 경험, 그리고 철학까지 담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 그 중에서도 아이폰은 지금의 애플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아이폰의 성공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사용하기 쉽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은 프로그램의 설치가 복잡했고, 설치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도 불편하였다. 그러나 아이폰은 복잡함과 불편함 없이 바탕화면에 설치된 아이콘만 클릭하면 실행되어 누구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고객들이 직접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개방형 유통구조로 만들어 스마트폰을 원하는 형태로 꾸밀 수 있도록 하였다. ‘손가락 하나로 펼쳐지는 무한한 확장성’이라는 고객들도 몰랐던 본원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아이폰은 터치만으로 가능한 폰에서 이제는 손댈 필요도 없는 폰(아이폰4S Siri기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의 일은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분야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었으며 오랜 시간 고객들을 지켜보며 무엇을 보여주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였다. 이러한 철학과 경험이 고객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던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 혁신제품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애플은 고객이 다음 제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기업이 되었다.

애플의 혁신제품에는 스티브 잡스 뿐 아니라 직원들의 기술, 경험, 철학까지 담겨있다. 이러한 점은 아이폰 디자인에서도 알 수 있다.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는 아이폰의 디자인 역시 기존의 핸드폰에서는 기대하지 못한 혁신이었다. 이러한 디자인의 탄생은 제품을 디자인한 수석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의 커리어와 관계가 있다. 그는 애플에서 일하기 전 세면대와 변기를 디자인하는 회사에서 근무하였다. 매끄러운 표면의 하얀 세면대는 가장 더러울 수 있는 공간인 화장실조차도 사용자에게 깔끔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강력한 깔끔함을 아이폰에 담았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을 보면서 세면대를 연상하기 때문에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내부 인력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는 애플의 문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기존의 핸드폰 디자인에 대한 상식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내부의 아이디어 수용, 그 아무리 무모하고 엉뚱할지라도

나이키는 대표적인 혁신적인 신발 제조업체이다. 그들의 목표는 단순히 멋진 디자인과 편안한 착용감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운동선수들이 착용하기 때문에 더 높이 뛸 수 있는,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다. 마이클 조던의 ‘에어조던’부터 유로2012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헤라르드 피케 등 각 대표팀의 주요 선수들이 착용하는 클래쉬 컬렉션까지. 이런 제품들 뒤에는 혁신제품을 개발, 연구하는 비밀 실험실인 ‘이노베이션 키친(Innovation Kitchen)’이 있다. 이 조직은 디자인, 마케팅, 전 운동선수 등 여러 분야의 전공자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탄생된다. 또한 선수 시절을 경험해 본 구성원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농구화를 제작한 팀은 그들이 디자인한 농구화를 신고 농구경기를 하면서 제품의 개선점을 직접 찾아낸다. 설립자 빌 보어먼이 아내가 아침에 와플을 굽는 것을 보고 와플 모양의 운동화 밑창을 처음 만들었던 일화는 이노베이션 키친에 전설처럼 전해져 온다. 탄력 있는 밑창을 만들기 위해 와플 기계에 고무를 부어 넣는 무모함(나이키 와플 시리즈), 날 수 있는 신발을 만들기 위해 밑창에 스프링을 달아 보겠다는 직원의 엉뚱함(나이키 샥스), 직원들의 무모하고 엉뚱한 아이디어를 기꺼이 수용하는 창의적인 조직 문화에서 나이키의 혁신제품은 탄생한다.

끊임없이 공유하라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혁신제품을 위해 애플과 나이키처럼 조직 내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헥카톤은 그들이 자랑하는 전사적 제안 프로그램이다. 헥카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아이디어 회의를 뜻한다. 새소식 전하기, 사용자 직접 번역 등 지금의 페이스북의 위치로 올려놓은 많은 프로그램들이 헥카톤에서 나왔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헥카톤을 제의하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이디어 회의가 바로 시작된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아이디어를 충분하게 토론한 후에야 끝이 난다.

얼마 전 안경 형태의 스마트 디바이스인 ‘프로젝트 글라스’를 발명해서 세계를 놀라게 한 ‘구글 X’ 연구소는 미래를 이끌어 갈 아이디어를 선정하여 연구하고 있는 구글의 비밀 연구소이다. 부족한 식료품을 자동으로 주문하는 냉장고, 사람 대신 사무실에 출근하는 로봇 등 스마트 안경처럼 혁신제품들의 탄생을 위해 지금도 회사 내부의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있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제품은 물론 경쟁사 제품에 대한 평가가 자유롭게 이어진다. ‘프로젝트 글라스’에 대해 카메라 화소 등의 개선사항이나 본인들이 생각하는 업그레이드된 글라스의 모양을 그려가며 토론한다. 늘 이런 식으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이는 토론 문화 때문에 카페나 복도의 화이트보드는 아이디어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피드백을 받기 위해 시장에 출시되기 직전의 신제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내부의 비판에서 또 다른 혁신의 컨셉이 나온다.

고객에게 제대로 된 sign을 보내기 위한 방안

고객의 sign을 제대로 파악하여 제품을 만들었다고 고객이 찾아주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혁신제품은 고객들의 표면으로 드러난 니즈가 아니라 숨은 니즈를 바탕으로 출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기업은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함이라는 방어기제를 극복해야 하고 고객조차도 알지 못했던 본원적인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임을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 형성에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혁신 제품들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정보전달을 통해 고객의 생각을 리드할 수 있는 Instructive communication이 필요하다.

고객이 행동의 주체가 되어 정보를 얻게 한다. (pull 방식)

기업은 고객의 흥미를 유발하여 고객 스스로가 제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이 제공한 공간이나 체험의 기회를 통해 고객은 자연스럽게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다. 제품을 경험하면서 심리적 방어기제를 낮추고 제품과의 친밀감을 증가시켜 구매로 이어지도록 한다.

많은 기업들이 ‘제3의 공간’을 이용하여 고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제3의 공간은 집과 직장이 아닌 도시 속의 내 집과 같은 공간으로서, 잠재적인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을 끌어들이고, 돌아다니도록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제3의 공간을 통해 기업은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제품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이 혁신 제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업과 고객의 훌륭한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복잡한 거리에 내부가 훤히 보이는 통유리, 통유리 안으로 보이는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깔끔한 인테리어, 밝은 조명이 비추는 환한 내부. 감각적인 이미지의 전혀 다른 세계가 고객들의 발길을 이끈다. 애플 전문 매장에 가면 애플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로 언제나 가득하다. 애플 제품 디자인에서 느낄 수 있는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애플이 주는 기쁨을 마음껏 누린다. 체험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의 구매 욕구를 자연스럽게 증가시킨다.

닌텐도, 소니 게임업체들 역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나 이벤트 현장에 체험존을 만들거나 이동식 차량을 운영한다. 모션 컨트롤러로서 사용자의 얼굴, 음성, 동작까지 인식하는 그들의 혁신제품을 많은 고객들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지금은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지만 처음 스타벅스가 편안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커피라는 제품을 내놓았을 때 이것은 혁신이었다. 당시에는 제품을 생산하는 소수 기업의 과점에 의해 표준화된 밋밋한 맛의 커피가 대부분이었다. 스타벅스는 강렬한 향의 고급 커피를 찾고자 하는 시장의 숨어 있는 욕구를 포착하였다. 그리고 제품 출시와 함께 도심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스스로 만들었다. 은은한 조명과 음악 안에서 고객들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강렬한 향의 커피를 편안하게 만날 수 있었다. 고객들이 그들의 제품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만들기까지는 이러한 공간의 역할도 컸다. 공간과 체험의 기회를 통해 기업들은 고객의 생각을 리드하는 친절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기업,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거나 직접 찾아간다. (push 방식)

피터 드러커의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 표현력이며, 현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좌우된다.”는 말처럼 기업의 제품에 대한 표현은 시장 형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고객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기업이 직접 찾아가서 제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기업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광고에서부터 유통, A/S, 콜센터 등 고객과 만날 수 있는 모든 접점을 정보의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각 통로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정보의 통로는 광고이다. 광고를 통해 고객도 알지 못하는 본원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제품임을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전달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기능보다는 사용하면서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효익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단순히 ‘카메라의 혁신, 몇 백만 화소’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당신 아이의 웃는 얼굴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줄 카메라’의 로고와 함께 사진을 비교해주는 형태가 효과적이다. 또 ‘당신 대신 주차해 줄 혁신적인 자동주차시스템’ 보다는 실제 주차하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고객들이 실제 주차할 때의 어려움을 상기하게 만들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이다. 이처럼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제품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전달할 때 고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LG 생활건강의 샤프란은 광고를 통해 고객들이 무거운 섬유유연제를 힘들게 옮기거나 세탁기에 넣는 과정에서 양 조절에 실패하거나 쏟는 실제 상황을 보여주면서 고객 본인도 인지하지 못했던 불편함을 직접 이야기해준다. 그 후 가볍게 옮길 수 있고 양을 조절할 수 있는 편의성을 위한 자사의 시트 타입 유연제와 펌프 타입유연제를 소개하면서 메시지 전달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유통망의 경우 역시 단순히 물건을 전달하는 채널이 아니라 고객과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정보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TV나 기타 다른 매체를 접할 기회가 부족하여 광고의 역할이 제한적인 신흥시장 저소득층 소비자들에게 유통은 기업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훌륭한 정보의 통로이다. 유니레버는 소규모 마을 공략을 위해 여성을 최전방 판매사원으로 이용하는 전략(Shakti Amma Program)을 통해 소매점포가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까지 판매채널을 확보함은 물론 그들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러한 전략은 판매채널 확보, 정보 전달은 물론 저소득층 여성 일자리 제공을 가능하게 하여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까지 가져왔다.

Ⅳ. 맺음말

‘지기지우(知己之友)’는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이르는 말로서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인 백아(伯牙)와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와의 고사(故事)에서 유래하였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거문고의 명수인 백아라는 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그의 연주를 깊게 이해하는 종자기라는 친구가 있었다. 백아가 거문고로 높은 산을 생각하고 연주를 하면 종자기는 옆에서, “참으로 근사하다.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모습이 마치 태산 같다.”고 말하였다. 또 백아가 깊은 강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참으로 멋지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앞을 지나가는 것이 꼭 황하 같다.”며 감탄하였다. 백아가 거문고를 연주할 때마다 종자기는 백아의 속마음을 정확히 읽어내고 그가 생각한 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며 정확한 평가를 해주었던 것이다.

‘지기지우’는 기업들에게 고객이 보내는 sign을 제대로 파악하고 고객보다 더 정확하게 고객의 속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스티브 잡스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고객조차도 알지 못했던 고객의 본원적 욕구를 파악하였다. 그리고 이것을 제품으로 만들어 고객에게 보여주었다. 고객들은 제품을 눈으로 보고서야 자신들이 무엇을 원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종자기와 스티브 잡스는 “벗이여, 그 음악은 무엇을 표현한 것인가?”, “고객이여, 어떤 제품을 원하는가?” 라고 묻지 않았다. 벗이 되어 깊이 공감하거나 오랜 시간의 경험과 철학이 바탕이 된 창의로부터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거나 원하게 될 것을 생각해냈다.

종자기가 병이 들어 갑자기 죽었을 때 백아는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은 다음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伯牙絶絃).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던 날. “혁신을 만든 천재가 떠났다.”며 전세계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죽음을 슬퍼했던 사람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속마음을 잘 알아주었던 벗을 잃었던 백아와 같은 심정이 아니였을까.

기업들은 종자기처럼 고객도 말로 잘 형언하지 못하지만 내면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속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하고 더 나아가 스티브 잡스처럼 고객도 알지 못했던 본원적 욕구를 파악하여 제품으로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하고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객들은 더 많은 종자기와 스티브 잡스가 탄생하길 기대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임지아 선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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