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초기품질’, 문제 없나

- 현대·기아차, 미국에서 공동 18위로 중위권

-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기아가 현대 추월

- 한국에서는 현대가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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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인사이트
2012-07-11 11:33
서울--(뉴스와이어)--자동차 품질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초기품질이다. 초기품질은 보통 새차를 산 사람들이 평균 3개월간 사용하면서 경험한 고장, 결함, 하자 등 제품품질 상의 문제점 수로 평가된다. 문제점 수가 적을수록 초기품질이 좋은 것이다. 초기품질은 자동차 제품품질의 대명사와 같다. 초기품질이 나쁘면 내구품질도 나쁘고 서비스품질도 나빠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초기품질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한국 자동차들의 초기품질이 한국과 미국 시장 모두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 현대는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부진하다. 기아는 미국에서 더디지만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

소비자의 경험을 토대로 자동차 초기품질을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미국 J.D. Power사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주요 자동차회사 모두가 활용한 것은 1987년 부터다. 올해로 26번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IQS(Initial Quality Study)라 하고 소비자가 ‘새차를 사서 3개월 동안 이용하면서 경험한 고장·문제점 수’를 측정한다. 결과는 ‘100대당 평균 고장·문제점 수’(PP100; Problems Per Hundred)로 표시되며, 당연히 숫자가 작을수록 품질이 좋은 것이다.

한국시장에서는 마케팅인사이트(대표 김진국)가 2002년부터 측정하기 시작한 TGW-i(Things Gone Wrong-initial)가 유일한 자동차 초기품질 조사다. 컨슈머리포트와 J.D.Power의 장점을 취한 이 조사는 평가의 구조와 방법이 유사해 초기품질 조사결과를 비교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이 조사에서 나온 2002년 이후의 현대차와 기아차의 초기품질 점수를 미국에서의 결과와 비교했다[그림1]. J.D. Power의 금년도(2012년) IQS는 지난 6월 20일 발표되었으나, 한국의 2012년도 TGW-i는 9월 중에 나올 예정이다.

한국과 미국의 초기품질 ‘산업평균’ 추이

먼저 한국과 미국에서의 산업평균을 중심으로 초기품질이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 해보자. [그림1]을 보면 한 눈에도 한국과 미국의 초기품질의 추이가 유사함을 알 수 있으나, 중요한 차이도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의 고장·문제점 수가 미국 보다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결과는 한국이 100대당 평균 198건(PP100), 미국 102건으로 한국이 두 배에 달한다. 실제 객관적 품질은 어떨지 모르지만 주관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두 배의 고장·문제점을 경험했음은 분명하다.

지난 10년간의 추이도 다르다. 미국의 100대 당 경험 문제점 수의 산업평균은 ‘02년 133건에서 ‘12년 102건으로 23%의 개선을 보였으며, 큰 기복 없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한국에서는 처음 조사를 실시한 ‘02년에 310건을 기록한 이후 ‘11년 198건으로 112건을 줄여 36%의 개선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감소 후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은 ‘09년 167건으로 가장 좋은 산업평균을 보인 이후 ‘10년 190건, ‘11년 198건으로 최근 2년 간 문제점 수가 20% 정도 증가했다. ‘11년 점수는 7년 전인 ‘04년(202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이는 다른 회사 보다 현대·기아의 문제점 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참고:자동차리포트 11-02 자동차 고장과 문제점, 늘어나고 있다).

현대와 기아: 한국에서는 현대 압승, 미국에서는 박빙 승부

국내에서 현대는 지난 10년간 단 한차례도 기아보다 많은 문제점 수를 보인 적이 없다. 현대는 10년간 단 한 차례도 산업평균보다 나빴던 적이 없는 반면, 기아는 ‘07년 단 한 차례만 산업평균보다 좋았다. 현대는 불과 2건 차이로 기아가 추격해 왔던 ‘06년 이후 매년 최소 23건(‘07년)에서 최대 68건(‘09년)까지 더 적은 문제점 수를 보이며 품질 우위를 지켜왔다. 반면 기아는 ‘08년 이후 200건 이하로 내려오지 못하는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현대는 미국에서도 ‘07년(125건)과 금년도(107건)에 기아와 동점을 이룬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11년간 9번이나 앞서 전반적으로 초기품질 우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07년 이후 양사는 과거 보다 훨씬 적은 차이를 보여 왔으며, 최근 기아는 2년 연속 문제점이 감소했으나 현대는 3년 연속 증가했다. 금년에는 양사 공히 산업평균(102건)에 못 미치는 점수(107건)로 같은 등수(34개 브랜드 중18위)를 받았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내년도의 미국시장에서 현대의 성적은 역사상 처음으로 기아차에 뒤지며 중하위권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현대의 부진은 미국시장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우려할 만 하다.

현대차, 최근 3년 동안 품질 문제점 늘어

미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미흡한 초기품질 수준으로 어려움을 겪던 현대는 ‘04년 처음으로 산업평균(109건)보다 적은 문제점 수(102건)를 보이는 좋은 성적을 냈다. 그 이후 ‘09년에는 미국에서 95건, 한국에서 133건으로 양국에서 지금까지 받은 점수 중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09년 이후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문제점 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미국에서의 현대차의 초기품질은 사실 ‘04년 102건이라는 탁월한 성적을 거둔 이후 나아진 것이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부분 이보다 나쁜 성적을 보였으며, 좋은 성적은 ‘09년 95건 한 차례 뿐이다. 괄목할 만한 품질 향상이 있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보다는 ‘09년 이후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매년 문제점 수가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09년 133건에서 ‘11년 173건으로 40건(30%)이 증가했다. 이는 지금까지 현대가 보여 온 가장 큰 품질 저하다. 자동차 생산 시점으로 볼 때 한국에서의 품질저하는 미국에서의 품질 후퇴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현대는 ‘09년 이후 3년 연속 뒷걸음쳐 ‘11년과 ‘12년 연달아 산업평균 보다 많은 문제점 수를 기록하며 중위권으로 밀렸다는 것은 확실히 우려할 만 하다. 한국과 미국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품질저하 요인이 분명 있다.

기아차, 디자인은 성공했으나 품질은 문제점 많아

기아는 한국에서는 ‘07년까지, 미국에서는 ‘09년까지 초기품질 문제점 수를 꾸준히 줄여 오는 모범적인 성과를 보였다. 그 결실로 ‘07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산업평균 보다 3건 좋은 성적, 미국에서는 산업평균과 같은 점수를 처음으로 얻는 겹경사를 누렸다. 그러나 그 해 뿐이었다. 기아는 양국에서 다시 산업평균 밖으로 밀려났다.

기아의 후퇴는 한국시장에서 특히 심하다. ‘08년 모닝의 경차 편입 후유증으로 171건에서 217건으로 문제점이 크게 증가했다. 그 이후 한번도 200건 이하로 내려오지 못하며 하위권에 빠져있다. 기아의 부진은 시장에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신차들(K7, K5)의 초기품질 문제점과도 관련이 있다(참고:2011 한국자동차 품질백서:초기품질조사 결과). 이 신차들은 초기품질에서 뿐 아니라 품질스트레스에서도 최하위에 속했다(참고:2011 한국자동차 품질백서: 품질스트레스 조사 결과). 이는 기아차의 부진이 신차의 출시 전 품질관리의 미흡과 관련이 있음을 암시한다.

현대와 기아의 초기품질, 무엇이 문제인가

특정 제조사의 초기품질 점수가 나빠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신차다. 마케팅인사이트는 신차와 기존모델의 초기품질을 분석하고 ‘기존모델의 문제점 수는 매년 10% 감소’, ‘모델 전체변경되면 문제점 수 50% 증가’, ‘소음/잡소리가 가장 많이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 논 바 있다(참고:자동차리포트 10-14호: 새로 나온 차, 살까? 지켜볼까?).

현대와 기아는 ‘09년, ‘10년 다수의 신차를 내놓았다. 전반적으로 현대와 기아의 초기품질 문제점 수가 초기품질의 13개 영역 중 어떤 영역에서 어느 정도 증가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내 조사의 ‘11년과 ‘09년 결과를 비교했다. 현대는 2년 사이에 문제점 수가 40건(30%), 기아는 26건(13%)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점 수의 증가가 어떤 영역에서 많이 있었는지 비교해 5개 영역에서의 변화를 제시했다.

현대와 기아 모두 ‘소음/잡소리’에서 문제점 수가 각각 13.9건, 11.5건 증가해서 가장 큰 초기품질 악화 요인으로 나왔다. 다음으로 현대는 ‘브레이크’(+6.0건), ‘핸들/조향장치’(+5.9건), ‘엔진’(+5.5건), 그리고 ‘전기장치/액세서리’(+4.3건) 영역에서 초기품질이 악화되었다. 기아는 ‘소음/잡소리’에 이어 ‘핸들/조향장치’(+7.3건)과 ‘전기장치/액세서리’(+4.6건)가 주로 악화된 영역이었다.

이상의 문제 영역들은 자동차의 발전이나 변화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영역들이라 할 수 있다. ‘전기장치/액세서리’가 상대적으로 관련성이 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새로운 기능이나 기술 때문에 문제점이 증가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현대와 기아의 품질 후퇴는 신제품의 출시 전 품질관리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기초적인 품질 문제를 다루는 방법과 절차가 과거만 못하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초기품질,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과 미국의 초기품질 조사 결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한점이 있다. 조사 대상 모델, 출시 시점, 생산 시점, 생산 장소(한국 또는 미국), 유통기간, 품질 검사 방법, 조사방법, 그리고 소비자 등 같은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결과의 흐름은 유사한 패턴을 보였고, 설명하기 어려운 점수의 변화도 없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핵심적인 내용 몇 가지만 간단히 다루고자 한다.

먼저, 현대차의 경우 오래 전부터 품질에서의 큰 진전을 주장했지만 사실 국내에서 조차 최고라고 말 할 수 있는 성적이 아니었다. 마케팅인사이트의 초기품질 조사에서 현대차는 항상 상위권에 속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르노삼성과 수입차에 뒤쳐지는 성적을 보여왔다. 기아차는 대부분 산업평균에 미치지 못하며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에 더해 한국과 미국 조사자료 모두 현대·기아차의 품질은 2004년 이후 정체되었고, 최근에는 뒷걸음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분명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의 결과와는 거리가 있다.

둘째, 국내 초기품질 조사는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IQS의 좋은 선행지표가 될 수 있다. 한국조사가 1월에서 6월 사이에 구입된 차들이 대상이라면, 미국에서 조사대상이 되는 차량은 7월 이후에 생산된 차들이다. 또한 대부분이 한국에서 조사결과가 나온 시점(9월 중순) 이후에 판매된 차들이다. 한국에서의 조사결과를 잘 활용하면 미국에서의 점수를 예측할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는 등 획기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는 국내소비자들이 경험한 초기품질 문제점에 대한 조사연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흡한 신차 출시전 품질테스트를 소비자에게 맡기고 있다. 국내소비자를 마루타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이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국내 소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셋째, 한국 소비자들이 지적한 문제점의 수가 미국의 1.5배 ~ 2배로 많다. 그 이유는 실제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차의 문제점이 많을 수도, 한국 소비자가 더 예민할 수도, 조사방법의 차이(한국-이메일 조사, 미국-우편조사)에서 올 수도 있지만, 문제점이 많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한국 소비자가 더 많은 불편을 겪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반면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차의 문제점을 더 많이 지적해주는 조사가 더 유용함은 분명하다. ‘12년도 미국의 평균 102건은 1인당 1건의 수준으로 2/3 이상의 응답자가 문제점이 하나도 없다고 답할 때나 가능한 점수다. 한국은 198건이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문제 개선 방향을 설정하는 데는 오히려 지적된 문제점 수가 많은 조사가 유리하다. 한국에서의 조사 결과가 유용한 이유다.

끝으로 고객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최대 불만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들이 사는 내수용 현대·기아차는 수출차와 비교해 제품이 다르고, 보증도 다르고, 가격은 비싸고, 품질도 안정화 되어 있지 않다고 믿고 있다. 차별 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어떤 면에서 현대·기아차에게 품질개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지개선이다. 자동차 회사가 부당하게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소비자가 느낀다면 무결점차도 소용없다. 자동차의 품질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위 기사 내용은 J.D. Power의 2002~2012년 IQS 자료와 2002~2011년 마케팅인사이트의 자동차기획조사 자료에서 발췌해 분석한 것 입니다. 조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www.autoinsight.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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