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전문변호사가 본 ‘부부의 설명의무’
이혼상담을 하다보면 자주 볼 수 있는 사례다. 이와 같은 경우 혼인파탄의 책임이 누가에게 더 크다고 해야 할까.
법원은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질환이 의심되는 증세가 있는지를 자세히 살피어 그러한 증세를 발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질환의 발생 여부 및 정도 등을 밝히기 위한 조치나 검사를 받도록 환자에게 설명·권유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다13208, 13215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면서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다.
설명의무는 비단 ①의사와 환자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②보험설계사와 보험계약자 사이, ③고위험의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 창구직원과 고객 사이, ④부동산 거래시 공인중개사와 고객 사이에 설명의무가 존재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손배해상 책임을 지게 된다.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풍속적으로 정당시되는 결합으로서 부부 사이에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민법 제826조 제1항), 혼인생활을 함에 있어서 부부는 애정과 신의 및 인내로써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고, 혼인생활 중에 그 장애가 되는 여러 사태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부부는 그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며, 일시 부부간의 화합을 저해하는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되는 것이다(대법원 1982. 7. 13. 선고 82므4 판결, 1995. 12. 22. 선고 95므86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부부간의 동거, 부양, 협조의무는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일생에 걸친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혼인의 본질적인 요소라 할 것이다.
이혼전문변호사인 엄경천변호사(법무법인 가족, www.familylaw.co.kr)는 “부부사이에도 설명의무가 존재한다”고 전제하고 “혼인의 본질상 상대방 배우자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설명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유발한 일방 배우자는 적극적으로 설명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본 사례에서 아내 민씨는 자신이 집안 살림을 책임졌으면 일정 간격으로 또는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는 즉시 남편 이씨가 가계부를 보자고 요구하거나 저축을 얼마나 했는지 답변을 요구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가계부를 보여 달라고 하거나 통장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경우 남편이 아내를 믿지 못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부부싸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친정 오빠의 폭력사건과 관련하여 거액의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아내로서는 먼저 남편과 의논을 했어야 한다.
남편 이씨가 대학 동창 조씨와 만나면서 휴대전화를 잠그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부부의 정조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민법 제840조 제1호에서 재판상 이혼사유로 규정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라 함은 간통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이에 포함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9.1.15. 선고 2008다60162 판결 등 참조).
혼인한 사람이 배우자에게 이성 친구와 만난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매번 알려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만약 이것을 은폐하거나 방어적이 되면 위험한 신호로 보아야 한다.
혼인생활에서 사랑과 신뢰는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라 할 것이다. 혼인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랑’과 ‘신뢰’의 기초 위에 ‘배려’와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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