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전화번호가 사라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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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7-17 12:00
서울--(뉴스와이어)--모바일 메신저와 m-VoIP를 통해 휴대폰의 가장 기본적인 용도였던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가 대체되고 있다. 향후 음성을 포함한 모든 정보들이 데이터화 되고 전화번호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세상이 올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이 고객들이 원하는 미래이며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변화를 거부하기 보다는 미래에 대비하여 모두가 Win-Win이 되는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스마트폰과 함께 등장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휴대폰의 용도는 과거보다 상당히 다양해 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휴대폰 이용을 통해 얻는 가치 또한 상당히 증대되었다. 대다수 어플리케이션의 발전은 통신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도 스마트폰 확산의 보완재 역할을 함으로써 고객과 사업자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중 모바일 메신저와 m-VoIP를 통해 휴대폰의 가장 기본적인 용도였던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가 대체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 가치는 요금 절감 등으로 인해 더욱 큰 폭으로 증대되고 있으나, 통신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수익 모델이 잠식되기 때문에 독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화번호가 사라지는 세상

카카오톡의 m-VoIP 서비스인 보이스톡이 2012년 6월 국내에서도 베타 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m-VoIP에 대한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이루어지고 있다. m-VoIP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고, 더욱 발전된다면 통신 서비스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은 음성 채팅 혹은 단순히 기존의 음성 통화를 대체한다는 의미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m-VoIP의 발전으로 인해 향후 음성 통화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은 각자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음성 통화와는 영역이 분리되어 있다. 지금은 SNS를 이용하거나 혹은 지도 검색을 하다가 전화를 걸고 싶은 경우 어플리케이션에서 나와서 통화 화면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영역들이 모두 통합되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음성 통화의 기능이 포함될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아이디를 클릭하면 해당 사용자와 음성 통화를 할 수도 있고,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도 상대편과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데이터로 음성 통화를 할 수 있게 된다. 음성 역시 데이터로 전송되는 다양한 정보 중 하나로 변화하는 것이다.

현재는 무료 음성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대부분 m-VoIP 특화 혹은 모바일 메신저로부터 확장된 어플리케이션이다. 하지만 Google의 Google Voice 같이 메일 시스템을 기반으로 메일 시스템 내에서 메일 주소를 클릭하여 상대방과 통화하는 형태로 진화되고 있는 움직임에서도 나타나고 있듯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내 m-VoIP 기능의 내재화는 충분히 실현 가능함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향후에는 전화번호라는 것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올 것이다. 현재까지는 음성 통화, 메시지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전화번호라는 개인 식별 번호를 지녀야만 했지만 데이터 중심으로 서비스가 변화하게 되면서 꼭 전화번호가 아니라도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이디 혹은 메일 주소이다. 지금도 이미 전화번호의 중요성이 상당히 많이 감소되었다.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화번호를 통해 고객 인증을 하고 주소록이 연동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단계에서는 전화번호가 아닌 고객명, 아이디로 식별되고 있다. 전화번호는 이미 모바일 메신저에서 고객 인증의 의미 이상을 가지지 않는다. 미래에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이용할 때 전화번호에 대해 인식하는 경우가 더욱 적어질 것이다. 전화번호는 통신사들이 고객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상은 진정한 m-VoIP가 실현될 수 있다는 가정 하의 이야기이다. 최근 10년 동안 VoIP는 다이나믹하게 진화되어 왔지만 m-VoIP가 계속 발전되고, 보편적으로 이용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의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 통신 서비스 시장에서의 m-VoIP

음성 통화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서비스였던 동시에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의 주 수익원이었다. m-VoIP의 확산으로 고객, 어플리케이션 개발자 그리고 통신 서비스 사업자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 깊어지고 있다. 고객들은 저렴한 통신 요금과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원하며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자유로운 개발 및 배포 환경을 원한다. 하지만 다양한 요구를 모두 실현하려고 하다 보면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의 망 투자 비용은 점점 더 늘고 수익은 줄어들어 사업의 지속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m-VoIP를 둘러싼 고객들과 통신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 충돌은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며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m-VoIP의 문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 및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m-VoIP 전면 허용 : 미국

미국은 m-VoIP의 전면 허용, 즉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의 m-VoIP의 차단에 대해 적극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하였다.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에서는 2010년 12월 ‘Open Internet’ 이라는 이름 아래 망중립성 관련 법안을 발표하였다. Open Internet의 세 가지 규칙인 투명성 (Transparency), 차단 금지 (No Blocking), 불합리한 차별 금지 (No Unreasonable Discrimination)에 따르면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은 합법적인 콘텐츠,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웹사이트 등을 임의적으로 차단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차단할 수 없는 대상을 ‘경쟁관계에 있는 VoIP 어플리케이션 혹은 웹사이트’라고 명확하게 명시함으로써 타 국가 대비 m-VoIP 차단 금지라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은 3G 망에서의 m-VoIP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 서비스 사업자인 Verizon, AT&T는 모두 스마트폰 가입자들에게 m-VoIP 이용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m-VoIP 부분 허용 : 유럽

유럽은 EU 차원에서 망중립성 관련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미국과 같이 명시적인 규제를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 영국의 Ofcom은 2011년 11월, 이동 통신 사업자들의 m-VoIP 차단 행위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라면 우려할 만한 일이나, 현 단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ARCEP 역시 2010년 10월 정책 제안을 통해 네트워크 상의 모든 콘텐츠, 어플리케이션 등에 대해 비차별적인 접속을 제공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렇듯 유럽의 국가들은 m-VoIP 서비스에 대해 차별을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유럽 대부분의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은 특정 요금제 이상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는 m-VoIP 이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아닐 경우에는 일정 요금의 추가 서비스 가입을 통해 m-VoIP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의 Vodafone은 월 40파운드 이상 요금제 가입자 및 월 15파운드 추가 요금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m-VoIP를 허용하고 있다. 독일의 T-Mobile은 월 59.95유로 요금제 이상 가입 고객 대상으로는 무료로, 그 이하 요금제 가입 고객은 9.95유로의 옵션을 추가 가입하면 m-VoIP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m-VoIP 차단 : 일본

일본은 총무성을 중심으로 정책적으로는 m-VoIP에 대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중립적인 정책 하에서 일본 업체들은 타 국가와는 달리 m-VoIP에 대한 전면 차단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표 사업자인 NTT Docomo, SoftBank 등이 m-VoIP의 차단을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별 사례로 알아보았듯이 m-VoIP를 전면 허용한 미국부터 전면 차단하고 있는 일본까지, 다양한 국가 및 업체들이 다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유사하게 부분 허용 수준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m-VoIP에 관해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으나, 올해 내로 망중립성 정책 방향을 조금 더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인다.

m-VoIP, 거스를 수 없는 미래

전화번호가 사라지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 아직까지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제약이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궁극적으로 고객들이 가장 원하고, 고객들에게 가장 편리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m-VoIP의 발전으로 인해 음성 통화라는 분리된 개념이 사라지고 데이터 중심으로 서비스가 개편된다면 고객들은 더 자유롭게 통신사, 기기, 요금제 등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태블릿 PC를 구입하여 대부분의 장소에서는 Wifi를 사용하여 데이터로 음성 통화를 이용하면서, Wifi가 없는 곳에서만 일정량의 데이터 요금에 가입해 사용할 수도 있다. 이 때는 전화번호라는 것 자체가 고객들에게 큰 의미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저렴한 요금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통신사를 찾아 이동하는 것도 더욱 용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통신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미래일 것이다. 지금까지 유지해 오던 근본적인 사업 환경이 변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사업 환경은 항상 변화하기 마련이다. 유선 집전화 밖에 없던 시대에서 무선 집전화, 인터넷 전화, 휴대폰을 거쳐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발전하여, 언제 어디서나 통화하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진화되어 왔다. m-VoIP의 장점에 대해서는 이미 고객과 사업자 모두 분명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편리하면서도 저렴한 m-VoIP를 계속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진정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미래이며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모두가 Win-win할 수 있도록 사업자들은 발빠르게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이윤하 선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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