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유로존 위기의 법적 리스크 대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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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7-24 12:00
서울--(뉴스와이어)--유로존 위기가 그리스와 같은 일부 국가의 유로존 탈퇴 혹은 유로존 전체의 해체로 이어진다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뿐 아니라, 결제통화 변경에 따라 계약의 효력, 결제통화의 지정 등 다양한 법적 리스크도 발생한다. 일부 국가의 탈퇴 보다는 유로존 전체의 해체가 더 큰 위험인데, 유로존과 거래가 많은 우리 기업들로서는 유로존의 해체 시 발생하는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유럽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때 유로존 취약국이 아닌 영국이나 미국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유로존 붕괴시 달러나 파운드로 결제하는 조항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금융기관들도 유로존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보다 현실성 있는 스트레스 테스트와 충분한 자본 및 충당금 적립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도 유로존 붕괴와 결제통화 변경에서 발생하는 법적 리스크에 대비한 특별법 제정을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유로존 위기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6월말 EU정상회담에서 은행동맹과 은행에 대한 직접 지원 등 보다 진전된 유로존 위기 해법이 도출되었다. 그러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분리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유로존 금융시장의 불안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EU 정상회담 이후에도 유로화의 미래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유로존이 아닌 스웨덴, 스위스와 덴마크 국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들 국가의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EU정부의 취약국 지원에 반대하는 핀란드의 유로존 이탈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예측기관인 Economic Outlook Group은 2013년 말까지 유로존을 이탈하는 나라가 출현할 확률을 50%로 관측하기도 하고 있으며, 영국 은행들은 유로존 회원국들의 이탈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있다.

만약 유로 재정위기가 그리스 등 개별국의 유로화 탈퇴나 유로존 전체의 해체와 같은 결제통화 변경(redenomination)까지 이르게 된다면 기업들도 직간접적인 경제적 충격뿐 아니라 법적인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결제통화 변경은 계약의 효력, 신구통화 간의 결제통화 결정, 통화 가치 기준일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문제들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로존 위기가 야기할 수 있는 결제통화 변경과 그에 따른 법적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Ⅰ. 개별 국가의 유로존 탈퇴에 따른 법적 리스크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에 따른 영국법 선호

유로 위기가 심화될 경우 유로존이 어떻게 변화할 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일단 그리스와 같은 개별국의 유로존 탈퇴와 유로존 전체의 붕괴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먼저 그리스의 예를 통해 개별국의 유로존 탈퇴가 야기하는 법적 리스크를 살펴보자. 이미 시장은 그리스 탈퇴 가능성을 심각하게 인식해 왔다. 2011년부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은 결제통화의 변경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그리스 국채를 매수할 때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발행된 국채를 매수하는 것이었다. 그리스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국채는 그리스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이므로, 그리스 정부가 일방적으로 유로존을 탈퇴한 뒤 유로화가 아닌 그리스의 새로운 통화로 결제할 가능성이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채 만기를 연장하여 실질가치를 감소시킬 수도 있었다. 반면 영국법이 준거법인 국채는 그리스가 일방적으로 유로존을 탈퇴해도 영국의 통화법(Law of Currency)과 EU법에 따라 유로화로 지급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투자자들이 영국법에 의한 그리스 국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자 영국법에 근거한 국채가 그리스법에 근거하여 발행된 국채에 비해 두 배의 가격에 달하게 되었다. 이 당시 그리스 국채의 94%가 그리스법, 6%가 영국법에 의해 발행된 상황이었다.

그리스의 채무부담을 덜어주고 민간투자자의 손실부담을 높이기 위해, 2012년 3월 EU는 민간 보유 국채를 새로운 국채로 교환하는 채무재조정을 실시했다. 민간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국채 교환안이었는데, 새로운 국채의 가치는 기존 국채의 현재가치의 46.5%에 불과하였으며, 채권자 과반수가 동의할 경우 그리스 정부가 채권의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집단행동조항(Collective Action Clauses)이 포함되었다. 투자자들로서는 가혹한 조건이었으며 교환이 실패할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민간투자자들 대부분이 국채교환에 응하여 참여율이 84%에 이르는 성공적인 국채교환이 되었다.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교환에 응한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국채의 준거법이 영국법이기 때문이었다. 준거법이 영국법이라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뒤에도 영국법에 따라 유로화로 결제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통화법과 EU법에 기인한다.

일방적으로 탈퇴해도 유로화 지불의무는 남아

결제통화 변경에 대한 국제법상 인정된 원칙인 발권국가의 통화변경권(Lex Monetae)에 따르면 계약에 표기된 결제통화를 발행한 나라가 통화변경권을 가진다. 즉 발권국가는 통화주권이 있기 때문에 발권국가가 통화를 변경할 경우, 계약의 당사자들은 해당 발권국가가 발행한 새로운 통화로 결제를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만 당사자들이 계약에 결제통화 변경 시 특정 통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할 경우에는 합의에 따른다. 원칙적으로 이러한 발권국가의 통화변경권은 그리스 국채에도 적용된다. 이것만 놓고 보면 그리스가 유로존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는 경우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 통화로 원리금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인 것이다.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그리스 국채에 대해서도 발권국가의 법적 권한를 인정하는 원칙이 적용된다면 그리스 정부는 유로화로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한 그리스 국채를 선호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이 EU 회원국이라는 점 때문에 그리스의 일방적 탈퇴 시에는 발권국가의 통화변경권이 적용되지 않고 여전히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한 국채에 대해서는 유로화로 지불해야 한다. 그 이유는 그리스의 일방적 탈퇴는 EU법 위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로존에서 유로화 지급의무를 면제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EU법상 유로존 탈퇴 규정은 없고 EU 탈퇴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로존만 탈퇴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는지 불확실하다. 법률가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일방적으로 탈퇴하기 위해서는 EU에서 아예 탈퇴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보고 있으며, 대체로 그리스의 일방적 탈퇴는 EU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의 일방적 탈퇴는 EU법 위반이기 때문에, EU법을 국내법으로 인정하는 EU 회원국들에 대해서는 그리스가 결제통화 변경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며, 당연히 영국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따라서 국제적인 금융과 소송의 중심지인 영국은 EU 회원국으로서 그리스가 일방적으로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그리스의 신통화로 결제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번 국채 교환은 결제통화 변경 리스크를 감소

이러한 이유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영국법이 준거법인 그리스 국채에 투자함으로써 결제통화 변경 리스크를 헤지(hedge)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같은 이유로 올 3월에 민간 투자자들은 현재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국채로 교환하는 것에 적극 참여한 것이다. 영국법에 의해 발행된 그리스 국채 보유자들의 국채교환 참가비율은 69%로 그리스법에 의해 발행된 그리스 국채 보유자의 참여비율 86%보다 낮았는데, 이는 영국법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법에 의한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굳이 교환에 참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스 국채교환은 그리스 정부의 부담을 크게 줄였으며 시장에서 우려한 결제통화 변경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도 하였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더라도 민간이 보유한 국채의 준거법이 영국법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국채의 원리금을 유로화로 지불해야 할 의무가 남을 것이다. 유로화 지불의무가 지속된다면 탈퇴로 인해 그리스 정부의 실질 채무 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유로존 탈퇴 후 그리스의 신통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리스로서는 일방적 탈퇴를 쉽게 단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처럼 결제통화 변경 문제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과 국채교환 프로그램의 핵심사항이었으며, EU의 구제금융 목적 가운데 하나가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유럽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그리스와 같은 취약국이 아닌 영국법으로 준거법을 지정함으로써 결제통화 변경 리스크를 헤지하고 있다. 그리스의 일방적 탈퇴는 최소한 EU 역내에서는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계약을 정하고, 더 나아가 결제통화는 유로존 탈퇴의 경우에도 유로화로 지급한다는 조항을 포함하면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인 유로존 탈퇴는 그리스와 유로 양측에 큰 부담

이와 같이 그리스가 일방적으로 탈퇴한다 하더라도, 국채를 유로화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탈퇴의 대가는 더욱 커진 셈이다. 일방적 탈퇴는 EU법 위반이기 때문에 그리스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할 수 없으며, EU무역과 금융의 중단이라는 법적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EU에 있는 그리스 자산도 동결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EU와 유로존 출범 이후 유로 내 역내 통합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어서 그리스의 일방적 탈퇴는 그리스와 EU 양측에게 경제적으로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에도 그리스는 금융결제와 유동성 지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EU에 의존하고 있어서 일방적 탈퇴가 어려운 상황이다. EU정부로서도 그리스 탈퇴 시 파생상품시장과 은행간 대량결제시스템(Target2)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큰 손실이 발생된다. 국제금융협회(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는 그리스의 일방적 탈퇴 시 은행간 결제시스템인 Target2에서만 1500억 유로의 손실이 발생하는 등 유로존 회원국의 손실은 총 50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 모두 그리스의 일방적 탈퇴를 막을 유인이 있어서 EU정부는 최대한 그리스를 지원하고, 그리스는 유로존에 잔류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이며, 탈퇴가 불가피하더라도 합의에 의한 탈퇴를 할 가능성이 높다.

Ⅱ. 유로존이 해체될 경우 발생하는 법적 리스크

그런데 그리스와 같은 개별국가의 유로존 탈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유로존 자체가 해체된다면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 충격과 법적 리스크가 발생한다. 유로 회원국들 간 합의에 의해 유로존이 붕괴된다면 그 합의에 따라 법적인 문제들이 처리될 것이지만, 무질서한 유로존 붕괴가 발생한다면 다양한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2011년 유로존 수출비중이 7.4%로 상당한 규모인 상황에서 우리 기업에게 유로화 붕괴는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는 유럽 기업들 간에만 벌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유럽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과 유로존에 진출한 우리 법인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계약 이행불능과 결제통화 변경 리스크

먼저 제기되는 법적 문제는 계약의 이행불능 문제이다. 결제통화 변경은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결제통화 변경만으로는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유로존의 붕괴 그 자체만으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1999년 유럽 각국의 통화가 유로화로 변경되었을 때와 2005년 터키가 통화를 변경하였을 때에도 국제적 계약을 이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로존 붕괴 시 외환통제나 일부 회원국들의 외환통제를 수반한다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 기업이 스페인에 수출을 하고 유로화로 지급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체결 직후 유로존이 붕괴되면서 스페인 정부가 새로운 통화를 발행함과 동시에 외환통제를 할 경우를 상정해 보자. 스페인 기업은 유로와 새로운 스페인의 통화 모두를 지급할 수 없게 된다. 결제가 불가능해져서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계약의 효력 문제도(force majeure) 불거질 수 있다. 유로존이 해체될 경우 취약국들은 외환통제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계약의 이행불능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유로화 자체가 사라진다면, 유로존 해체 이후 어느 나라의 통화로 결제할지를 결정하기 어렵다. 사전에 합의하지 않았다면 결제통화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 예컨대 우리 기업이 독일에 유로화로 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이후 유로존이 붕괴되어 독일이 자국 통화를 발행한다면 유로화와 독일의 신통화 가운데 어느 나라 통화로 결제해야 할 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설사 유로존 붕괴를 예상해도 계약 당사자들이 어느 나라의 통화로 결제할 것인지 사전에 합의하기도 어렵다. 유로존 해체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될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합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유로존 해체를 가정하여 사전에 결제통화를 지정해도 리스크는 남아있다. 예를 들어 유로화로 결제하거나, 유로화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독일의 신통화를 지급통화로 한다는 방식으로 계약서를 수정한다고 하더라도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로존 붕괴 후 독일 정부가 발행하는 통화의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로서는 그러한 환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히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이나 미국과 같이 아예 유로권 이외 지역의 통화를 결제통화로 선택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지만 외국통화 사용에 따른 불편이 뒤따른다. 이처럼 유로존 붕괴는 설사 시장이 예견할 수 있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법적 문제를 대비하기 쉽지 않다. 현재 EU 내에서 결제 통화로 유로화 대신 달러나 파운드를 요구하지는 않고 있지만, 상황의 진전 여부에 따라 발생 가능한 리스크인 것이다.

EU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유로존 붕괴 대비책

유럽 은행들은 역내 통합 진전에 따라 본국에서만 영업하지 않고 유로존 각국에 진출한 금융기관들이 많다. 여러 회원국에 진출한 유럽 금융기관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유로존 붕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취약국 국채와 채권에 대한 충당금 비율을 높이고 은행의 자본금 규모를 늘리고 있다. 다음으로 취약국에 대한 익스포져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로 각국별로 채권액과 채무액을 일치시키는 자산부채 일치(Asset Liability Matching)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스와 같은 취약국의 채권액과 채무액을 일치시켜서 순 익스포져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스에 대한 대출(채권)은 다른 나라의 예금(부채)으로부터 조달하지 않고 그리스의 예금이나 그리스에서 발행한 채권(債券)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다. 개별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산부채 일치는 유로 내 자본이동을 억제하고 취약국의 신용공급을 감소시켜 유로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있지만 개별 금융기관과 기업의 입장으로서는 유로존 붕괴에 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각국별로 자산과 부채를 일치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유럽의 일반 기업들은 취약국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할 때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고 유로존 해체와 취약국의 유로존 탈퇴 시 특정 통화로 결제할 것을 사전에 지정하고 있다. 취약국의 통화 변경 리스크에 대한 익스포져를 최소화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준거법과 결제통화를 사전에 취약국 이외의 다른 나라로 정해야 한다. 물론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더라도 유로존 붕괴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 영국 역시 EU 회원국이므로 영국법원은 EU의 향후 결정을 쫓아 결제통화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EU 기업의 입장에서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법률서비스가 가장 발달된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Ⅲ. 우리 기업과 정부의 대비

기업들은 결제통화와 준거법을 취약국 이외의 나라로 정해야

유로존 붕괴 시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먼저 결제통화 조항과 준거법 조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유로존 붕괴를 상정한다면 독일처럼 통화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의 통화를 결제통화로 미리 지정할 필요가 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상정하여 결제통화를 미리 지정하는 것이 계약상 쉽지는 않지만 법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이 동의한다면 계약에 가치유지조항(value maintenance clause)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EU외 지역인 미국 뉴욕주법 등을 준거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영국이 EU 회원국인 이상 EU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EU회원국들간의 합의에 의해 유로존이 해체될 경우 그 합의가 우리 기업에게 불리하다 하더라도 영국법원은 이를 강제할 것이다. 그리스처럼 개별국가가 유로존을 이탈한 경우에는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것이 유리한 반면, 유로존 전체가 해체될 경우에는 영국법이 불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결제통화 변경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아예 영국법이 아닌 미국 뉴욕주법을 준거법으로 정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준거법을 미국으로 선택할 경우 미국은 EU법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므로 결제통화는 일반적인 법리와 준거법 원칙에 따르게 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것보다 우리 기업에게 유리할 수 있다. 현재 무역과 금융계약 관행 상 대부분의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유로존 위기가 해체 수준으로 심화될 경우에는 미국 뉴욕주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유로존 기업과 거래할 때 EU 역외 지역에 존재하는, 유로화로 표시되지 않은 자산을 담보로 설정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주에 예치되어 있는 달러 예금을 담보로 설정하여 유로존 붕괴 시 담보로 설정된 달러 예금으로 결제할 것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다만 유럽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이러한 조항들이 필요하지만, 우리 물건을 사 주는 유럽 기업의 입장에서 굳이 이러한 조항을 도입할 유인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기존 계약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기존 계약을 변경하여 이러한 조항들을 도입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향후 체결할 무역 계약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이들 조항들을 도입하여 결제통화 변경에 따른 위험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대응: 결제통화 조항과 유로존 붕괴에 대한 특별법 고려

우리 정부도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 뉴욕주는 1997년 7월에 유로화 도입 당시 유럽 각국 통화가 유로로 변경되어도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특별법을 제정하였다7. 같은 이유로 유로존이 붕괴한다면 유로존 표시 계약이 법적으로 유효한 것인지, 유효하다면 어느 나라의 통화로 결제되어야 하는 것인지 등을 특별법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 유로화 관련 계약을 모두 영국 법원과 미국 법원의 판단에 맡긴다면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이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유로존 기업과 체결한 계약의 준거법을 외국으로 지정한다면 우리의 특별법이 효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준거법을 지정하지 않은 계약에 대해서는 우리의 특별법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분리라는 EU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유로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가능성이 낮아지긴 해도 여전히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유로존 붕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관련된 법적 문제와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면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LG경제연구원 문병순 선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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