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동일본대지진 이후 발걸음 빨라진 일본의 미래형 에너지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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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8-05 12:22
서울--(뉴스와이어)--사토씨는 아직도 5년 전 동일본대지진 및 원전사고에 따른 전력난으로 고생한 것을 잊지 못한다. 정부 측의 강력한 절전 캠페인에 이웃과 사회에 대한 생각에 많은 불편함을 참았다. 한창 더울 때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틀며 땀을 식혀야 했고, 쓰지 않는 가전 제품의 코드를 일일이 뺐다 꼽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불편하게 움직이거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서 필요한 전기의 상당 부분을 만든다. 쓰고 남은 전기는 값싸게 들여놓은 저장장치에 모아두었다가 한창 많이 쓸 때 뽑아 쓰거나 일부는 밤에 쓰기도 한다. 세탁기를 돌리건 에어컨을 켜건 간에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 집안의 조명도 형광등에서 고효율의 LED로 바꾼 지 오래다. 요즘에는 시간에 따라 전기 값이 다르다. 수요가 많은 낮에는 비싸고 밤에는 아주 저렴하다. 저장장치를 통해 밤에 값싼 전기를 충전했다가 쓰기도 한다. 쓰고 남으면 내다 팔기도 한다. 수입도 제법 짭짤하다. 정전 걱정은 이제 할 필요가 없다. 이 모든 것을 사토씨가 직접 관리하진 않는다. 집의 모든 에너지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똑똑한 HEMS라는 서버가 필요한 모든 정보를 모으고 적절한 조치를 알아서 다 한다. 사토씨는 ‘스마트하우스’에 산다.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큰 맘 먹고 산 차세대 전기자동차다. 세련된 디자인에 웬만한 이동에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배터리도 좋아졌고 충전 시설도 편리하게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예기치 못한 정전이 발생하거나 집안에 전기가 부족할 때에는 전기자동차의 전기를 연결하여 쓴다. 사토씨뿐 아니라 이웃의 스즈키씨도 마찬가지다. 사토씨는 ‘스마트시티’에 산다.

위의 상황은 최근 일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에너지 관련 아이템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지금의 일반적인 현실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관련 기술 개발과 상업화 양상이나 일본의 정책적 지원 흐름을 놓고 볼 때, 결코 먼 미래의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은 전력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력 공급의 30%까지 차지했던 원전이 안전성 진단 등의 명목으로 전면 중단되기까지 하였다. 일본은 원전 사고로 인한 전력 부족분을 일부 값비싼 화력으로 충당하고 대대적인 절전 캠페인과 참여로 고비를 넘겼다. 1년이 지난 올해에도 전력 수급 상황이 크게 호전되지는 않았고, 5월 전면 중단하였던 원전 가동을 논란 끝에 6월에 일부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원 확충을 근간으로 하는 전력 및 에너지 산업의 수급 구조 변화를 포함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전력, 에너지와 관련하여 다양한 아이템들이 부상하였다. 너무나 익숙한 선풍기에서부터 먼 미래의 일로만 느껴지던 스마트하우스, 스마트시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고효율의 LED조명이 예전에는 비싸서 형광등이나 백열전구를 대체하기에 역부족이었지만, 지난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그런가 하면 제2의 태양광 발전 전성시대도 예고하였다. 정전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전력 저장장치 또한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이제는 이러한 아이템들이 개발이나 디자인 단계를 넘어 상업화에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이하에서는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에서 떠오르는 에너지 관련 주요 아이템들의 현상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

● 절전 상품: 소비 효율화의 첫걸음

일본에서는 2011년 히트상품 중의 하나로 선풍기가 꼽혔다. 과거 에어컨에 밀렸던 선풍기가 전력 부족을 틈타 충전식 혹은 에어컨과의 병용으로 절전에 톡톡한 효과를 보인 것이다. 일본 가정의 절전 노력의 결과다. 선풍기는 또 다른 히트 상품인 가스곤로, 충전건전지 등과 함께 다소 불편하기는 하지만 절전 효과를 충분히 노릴 수 있는 복고형 상품이다.

보다 주목해야 할 인기 절전 아이템으로 LED조명을 들 수 있다. 2011년 4월, LED전구가 전체 전구 시장에서 수량 기준으로 27%를 차지하면서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였다. GFK마케팅서비스재팬은 작년 4월 지진 발생 전후로 LED전구가 3배의 매출 신장을 보였고, 전년 동기 대비도 2배를 넘었다고 전했다. 11월에도 전년 동기대비 120% 이상 판매량이 증가할 정도였다. 일반 가정은 물론, 빌딩에서도 LED조명이 대세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1만 4,000개 점포를 거느린, 일본 편의점 1위 세븐일레븐은 점포의 간판과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작업을 작년 5월부터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전력 소비를 2010년 대비 25%만큼 줄일 수 있었다.

동일본대지진 및 전력난을 계기로 이제 일본에서는 LED조명이 미래 조명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조명이 전체 전력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기존 백열전구나 형광등에 비해 월등한 효율을 지닌 LED조명의 확산은 예견되었다. LED조명의 확산에는 지속적인 가격 하락도 한몫 하였다. 닛케이에너지 등의 자료에 따르면, LED조명은 2005년 이후 매년 30%씩 단가가 하락해, 2011년에는 1루멘(빛의 밝기 단위)당 0.7엔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5년이면 LED전구의 가격이 루멘당 0.2엔 수준까지 예상되어 0.3~0.6엔/루멘의 형광등을 넘어서게 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LED조명의 바람은 멎지 않을 기세다. 후지경제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일본 LED조명 시장이 전년대비 69% 성장한 3,738억 엔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더구나 올 7월, 일본 정부는 전력 소모가 많은 백열 전구의 판매를 자제하고 고효율의 형광등 혹은 LED조명으로 교체하라고 관련 업계에 요청하였다. 도시바라이텍, 미쓰비시전기는 작년에 이미 백열전구의 생산을 중단하였으며, 파나소닉은 올해 말에 이를 계획하고 있다.

에어컨의 선풍기 대체나 LED조명의 확산과 같은 직접적 절전 상품 외에도, 일본에서는 건물로 들어오는 열을 차단하거나, 소비자들의 냉감 혹은 온감을 강조하는 아이템들이 붐을 일으켰다. 벽면이나 지붕에 설치하여 열을 차단하는 단열 필름이나 ‘Green Curtain’, 빠른 흡수와 건조, 냉감 효과가 가미된 의류 등이 그 예이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공조 등에 사용되는 전력을 줄일 수 있게 한다. 일본에서의 이러한 흐름은 적어도 전력난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솔라, 메가솔라(Mega Solar): 분산형 청정 에너지 체계의 기본 옵션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을 중심으로 한 자급형, 분산형 전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기존의 중앙 집중형 전력 인프라 위에서는 특정 지역에 재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편리하게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일본은 에너지원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원전의 장기적 대체와 분산형 전력 인프라의 구축을 위해 일본이 선택한 것은 신재생에너지원의 확충이었다. 일본은 자국의 기술 및 산업적 연관성을 고려할 때,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 옵션 중에서 태양광 발전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실시된, 신재생에너지원에서 나온 전력을 전력사가 고정 가격에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제도(FIT, Feed in Tariff)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kWh당 42엔의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이는 일본 가정용 전기요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 New Energy Finance의 자료에 따르면, 매력적인 FIT로 인해 2011년 1.3기가와트(GW)였던 태양광 발전 신규 증설이, 2013년이면 원전 3기에 해당하는 3.2~4.7GW로 급성장하고, 이는 7,600억 엔 상당의 신규 시장을 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는 일본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 시장이 2015년 1조 4,797억 엔, 2020년이면 1조 7,250억 엔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렇게 되면 2011년만 해도 세계 6위의 태양광 발전 시장이었던 일본이 중국에 이어 2위의 자리를 넘볼 수 있게 된다.

일본 시장의 매력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태양광 발전 및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새로운 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Mega Solar) 프로젝트를 거의 매일 들을 수 있을 정도다.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SB Energy는 2.1~2.8MW 규모의 메가솔라 플랜트 5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일본전력사연합(Federation of Electric Power Companies)은 자체적으로 2015년 3월까지 20개의 메가솔라 플랜트를 설치하여, 총 103MW의 발전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 기업인 교세라, 샤프, 파나소닉 등도 설비 증설 등 공격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썬에디슨과 같은 기업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1GW의 태양광 발전 플랜트를 일본에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적으로 공급 과잉인 태양광 발전 시스템 시장에 일본이 새로운 탈출구를 제공하는 셈이다.

한편, 2010년 말 기준으로 일본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스템 누적량은 3.6GW이며, 80%가 주택용이었다. 하지만 이번 메가솔라 붐으로 인해 일본 내 태양광 발전 시장의 구조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일본의 대형 주택 메이커들은 신축 단독 주택에서의 태양광 탑재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가운데, 질적인 변화도 꾀하고 있다. 세키스이하우스는 2012년 8월 태양광 발전, 연료전지, 2차전지가 복합된 자립형 에너지 시스템을 출시할 계획이며, 다이와하우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가정용 2차전지의 확산과 스마트그리드의 구축과 연계하여 향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가정용 2차전지: 전력 수급 효율화의 핵심

2011년 2분기에 들어서자마자 가정용 2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였다. 2011년 5월, 기업 및 가정용 2차전지 기업인 Eliiy Power의 대변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에는 제품에 대한 문의가 전혀 없었지만, 3,000건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했다. 특징적인 것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정전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하려 기업과 개인들 모두에서 문의가 쇄도했다는 것이다. 2011년에는 Edison Power, NEC, Elliiy Power, 히타치 등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가정용 2차전지를 출시하였다. 2012년 들어서는 파나소닉, 소니, 니치콘 등의 기업들도 가세하면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후지경제에 따르면, 일본의 가정용 2차전지는 2011년까지는 850대가 판매되었지만, 2020년이면 2만 건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정용 2차전지는 재해 발생이나 정전 등 유사 시에 효과적인 전력 공급원으로서 그 활용 가치가 높다. 또한 2차전지는 현재와 같은 일본의 전력 수급 상황에서 부하를 평준화한다던가 분산전원 확산의 촉매로서 그 가능성이 많은 실증을 통해 충분히 검증되었다. 태양광 발전으로 나온 불균일한 전력이 전력망에 연결될 때 발생하는 품질 문제를 2차전지가 해결해 줄 수 있다. 아직까지는 정전 시 보조 전원이 주요 용도지만, 가정용 2차전지는 kWh당 20만 엔을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격이 kWh당 40~100만 엔에 형성되었지만, 올해 들어 NEC가 5.53kWh 제품을 100~150만 엔에 판매할 정도로 가격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2020년이면 현재의 10%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차전지, 특히 리튬이온 2차전지를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일본 정부는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늘어난 내수를 지렛대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경제산업성은 현재 일본의 세계 시장 비중이 18%인 것을, 2020년 50%까지 높이며, 10조 엔 규모의 시장을 차지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였다. 2차전지를 신축 주택과 빌딩에 설치하는 것을 독려하고, 병원 등의 시설에는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를 기획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산업성은 가정용 리튬이온 2차전지 구입 시 100만~200만 엔을 상한으로 초기 구매 비용의 1/3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가정용 2차전지의 보급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충분하리라는 평가다.

한편,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2차전지와의 조합으로 최적의 효율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가정용 연료전지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분산형 전원으로서 가정용 연료전지는 2011년 당초 6,000 대 판매 계획이었지만,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1만 대 이상이 팔려나갔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2014년 10만 대, 2020년 60만 대의 시장 형성이 기대되고 있다. 일본은 앞서 언급한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원, 2차전지, 연료전지 등이 한데 얽힌 분산형 전력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구상하고 있다.

● 차세대 자동차: 자동차의 새로운 가치

다음은 차세대 자동차다. 전기를 소비하기도 하지만 공급할 수 있는 자동차가 역설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사 시 전력 공급원으로서 활용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 연료전지자동차 등의 차세대 자동차가 그것이다. 이들 모두에는 2차전지가 탑재되는데, 일반 가정의 2일에서 5일분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밤 사이 충전한 전력을 낮에 피크 수요를 지원하는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피크 부하 절감 등 수급 조절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V2H(Vehicle to Home)가 가능한 차세대 자동차는 미래 친환경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넘어, ‘움직이는 양수발전소, 혹은 화력발전소’로 그 위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선두인 일본은 차세대 자동차에서도 더욱 공고한 입지를 만들려 한다. 일본은 내수 기준으로 현재 0.4%인 차세대 자동차의 비중을 2020년 15~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기자동차의 주행 거리를 현재의 120~200km 수준에서 2020년 2배로 높이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충전 인프라의 확충도 병행하여 2020년 일반 충전기 200만 개, 급속 충전기 5,000 개를 설치하려 한다. 이는 2011년 현재보다 10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일본은 연료전지자동차의 경우 2015년 출시할 예정이며, 도쿄,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등 4대 도시를 중심으로 100개의 수소 공급 설비를 구축하려 한다. 닛케이 BP에 따르면, 일본의 차세대 자동차 시장 규모가 2020년 약 1조 2,000억 엔, 2030년에는 2조 8,000억 엔 규모로 전망하고 있다. 판매 대수 비중은 2030년 42%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들어 관심이 높아진 것은 차세대 자동차를 가정의 전력 체계와 연결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열린 도쿄모터쇼에서 이례적으로 주택업체인 세키스이하우스가 ‘자동차와 융합하고 변화하는 주거 환경’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닛산의 전기자동차 Leaf와 연결할 수 있는 주택 모델을 선뵈었다. 자동차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 것이다. 도요타는 2012년 말부터 프리우스PHV를 사용한 V2H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국제 표준을 고려하여 V2H 시스템 보급을 계획하는 등 발빠른 모습이다. 차세대자동차가 전력 소비 말단에서 수급을 조절하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지역 단위의 에너지 효율화 및 지능화 프로젝트인 스마트시티의 구상과 실증에 있어 전력 저장 기능이 있는 차세대 자동차의 인프라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 스마트하우스, 스마트시티: 달라질 미래의 모습

세키스이하우스, 2012년 1만 호의 스마트하우스 공급 계획. 미사와홈, 다이와하우스 등도 이에 동참. 스마트하우스 67호 공급 계획인 도요타, 1차로 분양한 14호 즉시 분양 완료. 스마트가전, 가정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이 주류를 이루는 일본의 스마트하우스 관련 시장은 2011년 1조 2,443억 엔에서, 2020년 2.7배 성장한 3조 4,755억 엔 규모에 이르리라는 후지경제의 전망.

스마트홈 혹은 스마트하우스는 IT 기술을 접목한 주택으로, 전력 수급 정보의 확인, 원격 조정 등을 통해 가정의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할 수 있다. 게다가 앞서 설명한 각종 절전 제품, 태양광 발전 시스템, 2차전지, 전기자동차 등이 통합, 관리되는 형태로 고도화되고 있다. 작년 11월 25일자 일본경제신문에서는 2011년이 절전형 제품이 단독으로 붐을 이뤘다면, 2012년은 각종 전자 제품, 차세대 자동차,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이 연계하여 전력 소비를 최적화하는 스마트하우스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실렸다.

스마트하우스의 두뇌는 가정용 에너지관리 시스템(HEMS, Home Energy Management System)이다. HEMS는 BEMS(빌딩용 EMS)와 함께 전력 공급과 수요 측면의 관리를 연결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기기다. 일본에 신축 단독 주택을 중심으로 스마트하우스 시장이 형성되면서 HEMS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도시바는 에어컨과 조명 등을 제어할 수 있는 HEMS를 10만 엔에 공급하기 시작했다(소비자 부담은 5만 엔). 도시바는 이어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2차전지를 연계할 수 있는 HEMS도 곧 시장에 선뵐 계획이다. 미사와홈과 미쓰이부동산 등도 아파트 단지에 사용할 HEMS 기기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HEMS의 성장은 다시 스마트하우스의 확산을 북돋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GTM Research는 일본의 HEMS 시장이 2015년이면 23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볼 정도로 시장 성장에 낙관적이다.

스마트하우스가 도시나 커뮤니티 규모로 확대되면, 에너지와 타 유틸리티를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시티로 연결된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스마트시티 붐이 일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한 손에 다 꼽을 정도로 적었지만, 현재 일본에서는 20개 이상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추진될 정도다.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원의 장기적 확충이 불가피해지면서 스마트그리드 및 스마트시티에 대한 요구가 급상승한 것이다. 일본 송배전망의 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이 구상하는 스마트시티의 모습은 소비 측면에서의 지능화 및 효율화와 태양광 발전 등 분산전원의 효과적 연계, 통합으로 요약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요코하마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이다. 요코하마 시 전체를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체계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다. 2011년에는 5,000 가구를 대상으로 했지만 2014년에는 9,000 가구로 늘릴 예정이다. 또한 27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집집마다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통해 전력을 생산, 소비하면서 전력 저장, 전기자동차 등을 연계하여 전체적인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는 도쿄전력의 지원 하에 파나소닉, 도시바, 닛산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도요타市, 후지사와市, 도쿄 등지에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지바현 가시와노와 캠퍼스 시티는 미쓰이부동산이 건설 중인 스마트시티다. 다른 프로젝트는 일종의 시범 사업이라 할 수 있지만, 가시와노와 캠퍼스 시티는 실질적인 도시 건설이라는 측면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총 12만 7,000 평방미터 공간에 2014년까지 주택, 사무실, 호텔, 상업용 건물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스마트시티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일본은 스마트그리드, 스마트화에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동일본대지진 이후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황급히 스마트미터 보급 계획을 강화하고, 스마트그리드 관련 프로젝트의 연구나 실증 시험의 마감 시한을 기존의 2020년에서 2015년으로 앞당기기까지 했다. 도쿄전력은 지난 2월, 2019년까지 1,300억 엔을 들여 총 1,700만 개의 스마트미터를 보급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스마트미터는 전력 공급과 수요의 정보를 연결해주는 기기로, 스마트그리드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기기이다. 도쿄전력은 1차분으로 올 가을 3백만 대를 먼저 보급하기로 했다. 이미 도시바를 비롯하여 후지전기미터, 미쓰비시 전기 등 일본 기업들은 물론, Itron, Elster, Echelon 등 해외 기업들도 일본 스마트미터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후지경제는 스마트미터를 포함한 일본의 스마트그리드 관련 시장이 10년 동안 5배 성장하면서 2020년 4,913억 엔(59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시장조사기관인 Zpryme Research에 따르면, 일본 스마트그리드 관련 시장이 2011년 6억 달러에서 연평균 64%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여 2016년에는 7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ABB, IBM, GE 등 해외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일본이 스마트하우스, 스마트시티,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에 관심이 높은 것은 비단 일본 내 전력 수급 효율화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시티 모델 자체를 수출 산업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일본은 이미 각종 전자 기기 및 가전, 태양광 발전 시스템, 2차전지, 전기자동차 등에서 기술력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이들을 통합한 모델로 전력 인프라 구축이 활발한 신흥국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표명하였다. 한편, 2012년 5월에는 도시바, 후지전기, 도쿄가스,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참여한 NEDO(일본 신에너지개발기구)컨소시엄이 미국 에너지청(DOE)과 협력하여 미국 내 태양광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일본의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의 현상, 예의주시할 필요

동일본대지진은 일본 소비자에게 생활의 불편함과 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였지만, 동시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가운데 다른 나라보다 미래형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변화에 한발 앞서 움직이는 모습이다. 아울러 동일본대지진은 일본의 전력 및 에너지 체계 변화의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비록 제약된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는 변화이기는 하지만 일본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주지해야 할 것은 위에서 언급한 아이템들과 관련한 일본 민관의 사업 전개는 단순히 일시적인 내수 충족에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 육성과 함께 새로운 수출 시장의 개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전력망의 성숙 수준과 에너지 수급 구조, 여건이 흡사하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에너지 분야에서 볼 수 있는 일본의 모습들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전력 예비율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잦은 원전 고장과 재가동, 신규 증설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전기 낭비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된 아이템들 거의 모두가 국내 산업에서 미래 성장 산업으로 거론되는 것들이다. 전기절약을 위해서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일본의 현상과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LG경제연구원 김경연 연구위원 www.lgeri.com]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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