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원천기술 개발은 조직문화의 변화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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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8-19 12:37
서울--(뉴스와이어)--기술무역 적자, 한해 69억 달러

최근 혁신적인 신제품도 경쟁사들에게 빠르게 모방되는 경영환경 하에서, 기업이 Fast follower를 넘어 Leading innovator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지고 있다.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강력한 진입장벽을 구축하여 많은 특허 로열티 수입을 올릴 수 있고 국제 기술 표준 선정 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으며, 다양한 신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 플랫폼을 구축할 수도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기존 시장의 판도를 바꾸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Google은 검색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모바일 검색 광고 시장의 97%를 장악하고 있으며, Intel은 반도체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컴퓨터에 들어가는 CPU의 기술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Qualcom이나 IBM은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 특허를 바탕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의 로열티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원천기술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을까? 아직은 매우 부족하다. 우리나라가 매년 외국에 지불하는 기술료와 받는 기술료를 비교해 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기술 수출액은 33억 4천만 달러, 기술 도입액은 102억 3천 만 달러로, 68억 9천만 달러의 기술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무역 적자 규모는 2008년의 31억 4천만 달러, 2009년의 48억 6천만 달러로 매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휴대전화를 한대 팔 때마다 판매 가격의 5%를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Qualcom에 특허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1995년 이후 지금까지 Qualcom에 특허 로열티로 지불한 금액이 5조원이 훨씬 넘는다. 반도체나 컴퓨터 분야도 매출의 일정 비율을 Texas Instrument, Intel, IBM 등 해외 기업에 특허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우리 기업의 원천기술 개발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과 활성화를 위한 포인트를 살펴보고자 한다.

원천기술 개발의 저해요인, 단기성과 R&D

●개발 전략과 자원 투입

대다수 우리 기업의 경우, 사업 부문 주도로 R&D 과제가 선정되는 경향이 있다. 사업부문과 R&D부문이 갑과 을의 관계로서, 과제별로 건건이 사업부문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리스크가 작고 단기적인 성과가 나올 만한 과제가 우선시 되고, 불확실성이 높은 과제나 실패 확률이 있는 도전적인 과제는 뒷전으로 밀린다. 이처럼 지나칠 정도로 사업부문과의 협의/조정/승인 과정이 강조되는 R&D 과제 선정과 자원 배분 방식으로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원천기술 개발의 책임은 주로 연구소에 있기 때문에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연구소장들은 아름아름 과제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원천기술의 씨앗을 발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연구소장이 바뀌면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어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자원 투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원천기술 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R&D 예산의 일정 비율을 원천기술 투자 재원으로 별도 설정하고, 꾸준히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영 프로세스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 발의부터 출시까지의 제품개발 전 과정을 관리하는 Stage gate review 제도는 R&D 과제 관리를 위한 중요한 프로세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너무 짧은 주기로 자주 체크하다 보면 사업에 미치는 Impact 중심의 평가로 흘러 단기 성과가 눈에 보이는 과제들을 우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원천기술로서의 잠재력과 발전성이 있는 과제를 선정 과정에서 탈락시키거나 진행 중이던 과제도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중지시킬 공산이 높다.

또한 시장 및 기술 관련 매우 자세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완벽주의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과제에 대한 기술 검증의 어려움도 원천기술 과제 선정이나 활발한 진행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원천기술 과제의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높고 중장기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너무 돌다리를 두드리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사업과 기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가 / 보상

원천기술 개발 과제는 평가/보상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아, 연구원들이 참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원천기술 과제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고, 낮은 평가는 성과급 차이 발생 등 보상에서도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업화 과제와는 별도의 원천기술 평가/보상 체계를 구축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CEO를 비롯한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단기 사업 성과 창출 여부에 따라 연임이나 승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원천기술 개발에 진정한 관심을 갖고 후원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모든 R&D 자원을 투입해도 단기 성과 목표 달성이 버거운 상황에서 원천기술 개발까지 신경 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CEO의 성과 평가 시에 단기 사업 성과뿐만 아니라 미래 준비 활동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조직 문화

원천기술이란 5년~10년 이상 애정을 쏟고 길러야 열매를 맺는 나무와 같다. 1~2년 시도해보다가 단기간에 얻는 것이 없다고 그만두면 기업에 미래는 없는 것이다. 원천기술의 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조급함을 버리고 기다려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경우, 최근 R&D가 사업 성과 창출에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지면서 R&D에도 성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성과주의의 지나친 강조는 R&D 활동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리스크가 큰 도전적인 과제를 선정하여 수행하기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작은 안전한 과제를 주로 수행한다. 심지어는 실패를 두려워해서 처음부터 과제 목표 수준을 낮게 잡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리스크가 큰 원천기술 과제는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는 꽃을 피우기 어렵다. 새로운 도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와 실패에 대해서는 용인하는 문화가 필요하고, 실패를 체계적으로 축적하여 성공의 씨앗으로 만들어야 한다. 원천기술 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재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 기업에서 원천기술 개발이 미흡한 원인을 한마디로 종합해 보면, 아직은 R&D가 단기 성과를 지향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원천기술 활성화의 포인트

우리 기업이 원천기술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의 개념 정립, 별도의 재원 마련과 지속적인 투입, 차별화된 관리 프로세스와 열린 조직문화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① 도전할 만한 수준으로 원천기술 개념 정립

원천기술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천기술의 개념과 판단기준을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원천기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명확한 개념적 합의 없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천기술을 너무 엄격하게 정의한다면 기업에서는 확보가 불가능한 그림의 떡이 될 수 있고, 한편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의하면 개량/개선기술과 구분이 애매하여 원천기술 개발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조직 상황을 반영하여 원천기술의 개념을 정립하고 사업부문과 R&D 부문간에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실현 불가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달성이 쉽지도 않은, 120%의 최선을 다해야 도달할 만한 수준으로 원천기술의 판단기준을 만들고 오랜 시간의 시행착오와 노력을 통해 조직에 적합한 원천기술 개념을 완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원천기술은 근원 원(源), 샘 천(泉)이라는 한자로 구성되어 있다. 풀이해 보면 ‘샘이 나오는 근원과 같은 기술’로서, 세계 최초로 제시된 신 기술이면서, 그로부터 관련 기술들이 샘물처럼 지속적으로 파생하여 나올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에 우리 나라 정부가 출연연구기관 역할의 하나로 원천기술 개발을 설정하면서 처음 사용하였다는 의견이 있다.

원천기술은 해당 기술분야에서 최초로 개발된 기술인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최초로 개발된 기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혼동하고 있는 개념 가운데 하나는 원천기술과 기초연구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기초연구를 통하여 신기술이 최초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지만, 원천기술은 기초연구의 성과를 활용한 응용연구를 통하여 개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신기술 중에는 전기 신호 전달 기술을 응용한 GSM 기술이나 CDMA 기술 모두를 원천기술로 볼 수 있다.

일본기업이 1980~1990년대에 기초연구에 과감히 투자하여, 많은 기술을 최초 개발했으나 사업 성과로는 잘 연결되지 못했다. 주된 이유는 기초연구가 연구원들의 도전성이나 독창성을 지나치게 중시하여 전문 분야를 심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기업이 지향하는 중장기 사업전략과의 연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업 관점에서 원천기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는 크게 4가지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사업/제품 개발에 핵심적인 기술 요소로 반드시 포함될 만큼 중요성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모방 기술이 아닌 최초로 시도하는 기술로서, 길목을 잡는 특허를 확보하거나 개발 난이도가 높아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 관련 제품 및 기술 분야에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할 만큼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넷째, 신 사업을 창출하거나 기존 사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사업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있어야 한다.

3M 내에는 ‘제품은 사업부에 소속되어 있지만 기술은 특정 사업부가 아닌 기업 전체의 것이다’ 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제품개발 과정 중에 확보한 원천성 기술들은 전사 차원에서 공유/관리되고, 모든 사업부문의 제품개발에 활용된다. 특히, 3M은 관련 제품 영역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 플랫폼을 원소주기율표 형태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새롭게 확보한 원천성 기술은 원소주기율표에 추가되며, 2012년 현재까지는 총 45개의 기술로 플랫폼이 구성되어 있다.

45개의 원천성 기술들은 획기적인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신제품개발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사업 성과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강력한 접착제 개발에는 실패하였지만 그 때 확보한 접착기술을 Post-it 개발에 적용하여 사업 성과 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기술로 승화/발전시킨 것은 기술 플랫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② 별도의 재원 지속 투입

야구에서 강 팀이 되기 위해서는 유망주 발굴/육성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여 2군을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주전들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인한 공백 등 내/외부 환경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 팀이 된다.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마이너리그를 Farm system이라고 부른다. 마치 농장에서 묘목을 길러 큰 나무로 자라도록 하는 것처럼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구단들이 산하에 소유하고 있는 마이너리그 팀 소속 선수들의 연봉을 모두 부담하고, 그 중 유망주를 발굴/육성하여 메이저리그에서 뛰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1920년대 초반부터 도입/운영하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원조(元祖)팀답게 Farm system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내셔널리그 우승 15번과 월드시리즈 우승을 9번이나 한 강 팀이 되었다.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잘 나가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현 사업을 지원 하는데 필요한 R&D 투자 재원과는 별도로 원천기술 개발에 R&D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미국 1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R&D 예산 중 New to world 과제에 투입되는 예산 비중이 고성과 집단, 평균 성과 집단, 저성과 집단별로 각각 16%, 10%, 7%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Corporate Executive Board 주관으로 미국의 1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R&D 예산 중 Breakthrough 과제에 투입되는 예산 비중이 Leading innovator의 경우에는 23%, Fast follower의 경우에는 9%인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참조).

한편, 2006년 Research-Technology Management에 게재된 Planning Your Firm’s R&D Investment 논문에 따르면, IBM, Xerox, Lucent 등 전자 기업의 경우에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모험(Speculative) 연구에 매출의 0.25~0.5%를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전자기업의 평균 R&D 투자액이 매출의 5%임을 감안할 때, R&D 예산의 5~10% 정도를 원천기술성 과제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해외 기업들은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5~20% 범위 내에서 R&D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원천기술성 과제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여력이 있더라도 우선적으로 강제화해서 일정 비율을 떼어서 꾸준히 투자하지 않으면 개량/개선 제품개발 등을 통해 단기 성과를 더 높이는 재원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세금이나 십일조처럼 ‘잘 나가면 잘 나가는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R&D 투자액이나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의 재원을 별도로 마련하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원천기술 투자를 위한 재원 규모는 기업이 속한 분야의 산업 특성,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 전략과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 기반 패러다임 변화 가능성이 크고 제품 수명 주기가 긴 산업일수록, 같은 산업 내에서는 부품/소재기업이 세트기업보다 원천기술의 투자 규모가 크다. 예를 들어, 전자산업이 화장품산업보다, 전자산업 내에서는 세트기업보다 부품/소재 기업이 크다. 한편 Leading innovator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일수록 선행투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Fast follower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에 비해 원천기술의 투자 규모가 크다.

원천기술 투자 재원을 마련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원천기술 확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천기술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조직 여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③ CEO와 CTO간 신뢰 형성과 임파워먼트

원천기술 확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CEO와 CTO간 신뢰 관계 유지와 임파워먼트가 필요하다. CEO는 말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R&D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원천기술 투자에 쓸 수 있도록 할당해 주고, CTO가 미래준비의 책임자로서 ‘이렇게 까지 해도 되나’ 라는 마음을 가질 정도로 원천기술 개발을 마음껏 주도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보호해 주는 등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한편 CTO는 R&D 부문 중심으로 과제 선정이 되지 않도록 중장기 사업전략과의 연계성, 제공하는 고객 가치, 사업과 시장에 미치는 임팩트 측면에서 사업부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원천기술 과제가 지속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전개될 수 있다. 또한 CTO는 원천기술 과제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이 열정과 성공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면 책임자가 되어 과제를 주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낸 본인이 책임자가 되어 주인의식을 갖고 몰입할 때 원천기술 개발의 성과가 탁월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CTO는 소신을 갖고 원천기술 과제의 선정부터 개발,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하며, 원천기술 개발의 공과에 대해서는 향후 3~5년 후 정당하게 평가 받겠다는 사명감과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좋은 원천기술 과제가 풍부하게 선정되기 위해서는 유망 기술에 대한 발굴 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천기술 과제로 공식화하기 전에 기술 탐색과 기술 검증 등을 수행하는 단기 과제인 Seed 과제를 마음껏 수행할 수 있도록 CTO나 연구소장에게 원천기술 재원 중에서 일정 비율을 사용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고 원천기술의 씨앗을 충분히 발굴할 수 있다.

④ 오픈 이노베이션의 적극 활용

원천기술의 확보 방법에는 자체 개발과 외부 확보의 2가지가 있다. 기술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 하에서는 신기술 개발의 리스크가 크고 활용 시기도 매우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자체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또한 검증된 원천기술을 외부에서 확보하는 것은 경쟁이 치열할 뿐만 아니라 천문학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기업에게는 실행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활용, 공동개발/벤처기업 인수/특허 매입등 발굴 원천을 다원화하고 외부의 유망 기술들을 조기에 탐색/발굴하여 원천기술로 선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Google은 2005년에 5000만 달러(추정)의 낮은 가격에 유망 벤처기업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모바일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모바일 기술을 내재화하는 과정을 거쳐 2008년 안드로이드를 내놓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Apple은 2005년에 핑거웍스를 인수해 멀티터치 관련 특허와 기술을 확보한 후, 아이폰 개발에 적용하여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였다. Intel은 조직 내부에 Intel Capital을 설립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300여 벤처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지속적으로 실행하여 미래 사업 경쟁력에 핵심이 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⑤ 실패의 체계적인 관리

대다수의 원천기술은 다양한 시행착오와 부단한 노력을 통해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조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Bell 연구소가 3만 3천 개의 특허와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독특한 연구문화 때문이다. 이곳에는 연구의 자유(Research freedom)가 있다. 다른 기업에서는 2~3년 안에 성과가 나와야 성공했다고 평가하지만 이 곳에서는 건수나 단기 성과보다 놀랄 만한 연구성과(Surprise) 하나를 매우 높이 평가한다. 1970년대는 하드웨어 개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연시 되던 때였는데, 한 연구원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다른 곳이었다면 불가능했지만 Bell 연구소에서는 엉뚱한 아이디어에 대한 연구를 허용했다. 그래서 나온 게 디지털 신호 처리장치(Digital signal processor)이다.

특히, 원천기술 개발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실패가 자주 일어나게 된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찾고 연구하여 아직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힘겨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천기술이 열매 맺기 위해서는 실패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성공의 씨앗으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Bell 연구소에서는 연구원들에게 연구 노트를 지급하고, 실패를 포함한 모든 실험 내용과 결과, 미래를 위한 아이디어와 계획을 기록하도록 한다. 연구 노트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에 놓아두어 다른 연구원들이 내용을 확인하고 ‘쓸 만하다’ 싶으면 사인을 남긴다. 연구 노트의 페이지는 뜯어낼 수 없고, 한 번 쓴 것은 지울 수도 없다. 연구소 내에서 일어난 모든 결과와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특허 출원의 기초 자료로도 활용된다.

⑥ 별도의 평가 / 보상 제도 운영

CEO가 원천기술 투자 재원을 마련해 주고 개발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기 위해서는 CEO 재임 기간을 일정 기간 이상(예, 5년) 보장해 주거나, CEO 성과 평가 시에 단기 사업 성과(매출액, 이익 등)뿐만 아니라 미래 준비 활동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원천기술 개발에 투입된 자원 때문에 일시적으로 희생되거나 달성하지 못하는 단기 사업 성과에 대해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감안해 주어야 한다. 한편, 지나치게 단기 성과 창출에 치중하며 미래를 갉아먹고 있는 CEO에게는 원천기술 개발에 좀더 신경을 써서 미래 사업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원천기술 과제는 리스크가 크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업화 과제와는 별도의 평가/보상 체계를 구축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원천기술 과제는 평가 Pool을 별도로 관리하며, 평가 횟수를 줄이고 목표 달성도 뿐만 아니라 목표 난이도를 반영하여 평가하는 것이 좋다. 원천기술 과제의 참여 연구원에 대한 보상의 경우에는 과제 진행 초기 단계에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기본급 인상률 및 성과급의 차등 폭을 축소하여 운영하고, 성과가 가시화되는 후반 단계에는 인센티브의 차등 폭을 확대하여 운영하는 것이 좋다.

우리 기업이 퍼스트 무버가 되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를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 속에서 유망 기술을 발굴하여 원천기술로 선점하기 위해서는 CEO, CTO, 연구소장 등 리더들의 미래 사업과 기술을 꽤 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통찰력은 단시간 내에 길러 지지 않는다. 풍부한 시장/기술 지식의 습득, 각종 제도 운영 경험과 시행착오, 몸소 유망 기술을 찾아나서는 현장 활동, 원천기술 발굴/확보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 등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축적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듯이,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원천기술 확보를 실천해 가야 한다.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R&D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다양한 시도와 실패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기업들이 미래를 바라보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해 간다면 현재의 시장 지위가 낮더라도 얼마든지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장성근 연구위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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