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지난 7일 보도·편집국장단 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 관련 발언은 최근 서울대 입시안 논란과 맞물려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일관된 기조였기 때문이다.

대입제도가 공교육 파괴해서는 안돼

노 대통령은 이날 “대학입시가 고교 공교육과 학생들의 생활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대학 입장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입장 때문에 우리나라 고등학교 공교육을 파괴하고 학습열풍, 과외열풍이 되살아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1000분의 1 수재를 꼭 뽑으려 하지 말고 100분의 1 수재를 데리고 가서 교육을 잘할 생각을 하라”며 “최고를 뽑는 기술을 가진 대학이 아니라 최고로 잘 가르치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대 입시안 논란으로 인해 더 많은 관심을 모았을 뿐, 대통령으로서는 이전부터 줄곧 강조한 내용이었다.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역점사항 가운데 하나가 공교육 정상화다. 학생들이 빈곤이나 장애 또는 성적을 이유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하고, 인재양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사회 통합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공교육의 본래 기능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대학입시가 고교 공교육과 학생들의 생활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고 있다”는 노 대통령의 말처럼 공교육 정상화는 대입제도와 별개로 접근할 수 없는 문제다.

노 대통령은 이 점에 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몇몇 대학이 최고 학생을 뽑아가는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고교 공교육을 다 망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의지”라는 설명이다. 또 “전체 교육정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입시제도는 국가정책으로, 국민과 함께 모두에게 유익하도록 대학이 양보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수, 연구, 산학협력 등 많은 자율이 있을 수 있다. 입시 말고도 대학이 자율로 할 일이 많고 다 보장하고 있다”고도 했다.

공교육 정상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입시제도는 국가정책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대목이다. 이 같은 입장은 대입 서열화 구조 해소, 대학의 자기혁신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제고 및 특성화·다양화 지원,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평등하고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교육정책과 관련해 ‘전국 단위의 한 줄 세우기 경쟁’에서 ‘다변·다층의 여러 줄 세우기’로 전환을 추진해왔다. 지난 5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2008년도 이후 대입제도는 대입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중을 높이고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통해 학생선발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강화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점수에 의한 선발경쟁을 완화하고 교육 정상화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한 줄 세우기’에서 ‘여러 줄 세우기’로

노 대통령도 “대입 문제에 관한 한 2008년도 입시제도 아쉽기는 하지만 대학 선발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있다. 내신과 수능을 중심으로 하되 과목별로 특성화하도록 다 열어놓고 있다”며 “한 줄 세우기, 서열화 정책이 아니라 다양화 정책, 대학의 특성화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고사 부활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노 대통령은 서울대 입시안 논란과 관련 “대학교의 서열화, 서열화 구조, 100분의 1 수재로는 안 되겠고, 1000분의 1 수재는 꼭 데리고 가야겠다고 하는, 이런 정도까지의 서열화, 그 기득권 구조, 기득권적 사고 이것이 어느 모로 보나 나머지 정책에 너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 5월 1일 “서울대가 계획하고 있는 논술이 사실상 본고사 부활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학별 본고사가 학교 교육운영 과정을 파행으로 몰고 갈 뿐만 아니라 이에 대비하려는 고액 사교육이 크게 늘어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교육보다 사교육에 의존하게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 다음날인 8일 대학혁신포럼에 참석해 교육정책의 어려움을 솔직히 토로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학교 때부터 공교육에서, 오로지 입시경쟁이 아니라 인문과학적, 인성적 소양과 따뜻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한다”며 공교육 정상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교사, 학생, 학부모 각자가 절실하고 정부도 산업체도 절실한데 이해관계는 서로 다른 방향이다. 통합이 어떤 형태로든 가능한 수준으로 절실한 게 아니라 뛰어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자가 교육주체로서 나부터 혁신하는 방향으로, 다 뭔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 우리부터 출발해 전체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에 합의할 수 없는 것인지 포괄적으로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경쟁력 강화는 자기혁신에서 시작

교육주체의 자기 혁신과 이를 통한 상호합의를 강조한 말이었다. “서열화를 통해 수능점수로 끊어서 1번부터 순서대로 몇개 우수대학이 앞에서부터 끊어가도록 한 제도”는 혁신의 대상이지, 혁신의 방향이 될 수 없다. 서열화 된 입시제도가 교육경쟁력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선발 경쟁’에서 ‘교육 경쟁’으로 전환과 자기 혁신 없이 대학 경쟁력 제고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노 대통령이 7일 간담회에서 “중고교 교육은 창의력 교육이다. 건강한 시민교육이다. 그런 큰 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몇 가지 예외적인 제도만 갖고도 영재교육, 세계 최고 인물을 키울 수 있다. 대학이 혁신하면 이 제도(다양화·특성화 정책)만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선발 경쟁’에서 벗어나 대학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올 1월 신임 교육부총리 임명장 수여식에서 노 대통령은 “국가경쟁력 강화전략 중 핵심이 기술혁신, 인재양성인데 이것을 대학에서 해줘야 한다”면서 “중등교육까지는 확실한 공교육으로 가는 것이 맞지만 대학교육은 학문의 영역과 함께 시장의 영역, 산업연관성이 무척 중요하고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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