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과의 간담회’는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간담회 장소에 들어서 원탁을 한바퀴 쭉 돌면서 29명의 보도·편집국장단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맞이했다. 과거 정치부 기자 시절부터 안면이 있었던 몇몇 국장들에게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대화하고 토론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는 자리”라면서 “여러분과 대화하면 인식공유 영역을 넓히게 될 것 같다. 격의 없이 편하게 대통령의 생각을 알아본다는 것, 듣는 것보다 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오늘 대화를 건설적으로 해보자”라며 간담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를 엿보였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에 이은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여러분과 내가 비교적 자유롭게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 있었던 것을 매우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언론 간담회에 참석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조기숙 홍보수석은 “당초 국민과의 대화를 하려 했지만 언론인이 여론을 가장 잘 반영하고 국정의 파트너라는 생각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며 “결실 있는 대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간담회장이 평소 국무회의가 열리는 곳임을 설명하면서 “오늘 하루 국무위원이라고 생각하고 기탄없이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이날 언론 간담회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들이 모여 국정현안을 논의하던 원탁에 앉아 활발하게 진행됐다.
조 수석은 이어 “주부들에게 물어보면 남편이 가장 멋있게 보일 때는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일할 때라고 한다”면서 윗도리를 벗고 간담회를 시작하자고 제안해 노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이 상의를 벗고 토론에 들어갔다.
간담회에는 권태선 한겨레 편집위원장, 이옥경 내일신문 편집국장, 서명숙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등 여성 편집국장이 3명이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간담회는 외교·안보 분야 질문부터 시작해 정치, 경제, 사회 등 4개 분야로 나뉘어 1시간 40분여 진행됐고, 간담회에 이어 본관 충무실로 자리를 옮겨 1시간 20분가량 오찬을 하며 계속해서 문답을 주고받았다.
간담회와 오찬에는 29개 언론사 보도·편집국장이 참석했으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참석한 언론사는 △통신사(1개) : 연합뉴스 △방송사(8개) : KBS, MBC, SBS, YTN, MBN, CBS, BBS, PBS △종합일간신문(9개) :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경제신문(5개) :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파이낸셜뉴스 △영자신문(2개) : 코리아타임즈, 코리아헤럴드 △인터넷신문(4개) : 머니투데이, 오마이뉴스, 이데일리, 프레시안 등이다.
정부-언론 간 올바른 소통 위해 건배
○… 참석자를 대표해 김기서 연합뉴스 편집국장이 인사말을 했다. 김 국장은 “국사에 바쁘신데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임기중반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현안에 대한 견해를 기탄없이 말씀해 달라”고 말했다.
이후 경향신문 이영만 편집국장이 첫 질문에 나서 간담회 동안 10명의 보도·편집국장(코리아헤럴드는 최남현 주필이 참석)이 한 사람 당 2-3개의 질문을 하면서 활발한 문답이 이뤄졌다.
오찬에서는 이옥경 내일신문 편집국장이 “대통령이 무엇보다도 언론과 올바른 소통을 간절히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언론도 마찬가지로 정부와 올바른 소통 관계를 갖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언론과 정부의 올바른 소통을 위하여’라며 건배를 제의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기회는 자주 만들겠다”면서 “그런데 오늘처럼 나 혼자 일방적으로 많이 떠들어서, 가시면서 ‘지겨워서 혼났다. 다음에 절대 안 온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오찬에서는 6명의 국장이 질문을 던졌다.
고충·아쉬움 토로…특유의 ‘솔직화법’ 눈길
○… 노 대통령은 간담회와 이어진 오찬 내내 특유의 ‘솔직 화법’으로 정책추진에 따르는 고충과 아쉬움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노사정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생각이 그러했다. 노 대통령은 오찬에서 노사문제 질문을 받고 “제가 뼈아픈 것이 있다.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소위 유럽식의 어떤 질서, 그걸 한번 만들어 본다는 것이었는데 좀 과욕이었던 것 같다”며 “아직까지 대화의 길을 찾질 못했다. 솔직히 고백해서 좀 성공하지 못한 정책이다. 현재까지로는 큰소리만 해 놓고 이루지 못한 정책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아쉽게 생각하며 계속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6월 24일 노사협력 유공자초청 오찬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연상시키는 솔직한 토로였다. 노 대통령은 당시에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노사정 대타협을 정말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제가 역부족이라 해내지 못했다.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가 함께 잘되는 방향으로 각기 조금씩 양보해서 제도개선 한번 해보자. 노사관계 개혁안도 정부가 만들어 놓고, 되도록이면 정부가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노사정 테이블에서 타협해서 만들어 보려고 미루다미루다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합의도 못하고 제도개선도 못하고, 꿩도 놓치고 매도 놓치는 형국이 되어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힌 바 있다.
언론 간담회에서는 또 경제정책과 관련해 “지금 해야 되는데 아직 못하고 아쉬워하는 것이 있다”면서 “억대 연봉자를 비롯한 고소득자, 최고 호황을 누리는 상장기업들의 소득을 국민 전체에게 확산시키고 순환시킬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도 했다.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양극화가 심하니까 민심도 양극화되고 있다. 아주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없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나마 더 나빠지지 않게 지키는 것, 그것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며 국정 최고 책임자의 고뇌까지 내비쳤다. 그러면서 “시원하게 뚫어줄 정책은 없지만 정석에 따른 정책, 할 수 있는 정책은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풀어가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미리 준비한 대통령, 이러면 기사되지 않느냐”
○… 간담회에서는 때 아닌 ‘기사용 멘트’를 놓고 대통령과 국장단 사이의 여러 차례 웃음이 오갔다.
먼저 신용진 MBC 보도국장이 정치분야 질문에 나서면서 “구체적인 연정(聯政) 구상이 있으면, ‘기사가 되는 방향’으로 말해 달라”고 말해 모두 한바탕 웃었는데 노 대통령이 “기사는 되고 공감대는 낮아지는 그런 상황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화답해 또 한번 웃음을 자아낸 것.
이어 여소야대 문제에 대한 지적과 연정구상은 후보시절, 당선자 시절부터 끊임없이 일관되게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에 덧붙여 “후보시절부터 여소야대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고민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지 않느냐, 그러면 기사되지 않느냐”고 말해 웃음꽃이 피었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오늘 좋은 기사가 있었나 모르겠다”면서 “우리가 뭘 하나 드려야 하는 그 고민이 있는데, 내놓은 것 중에서 한번 골라보시라. 관점들이 매체마다 언론사마다 다 다르니까 골라보면 다양하게 고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 그것을 존중하는 정부’ 제안
○… 노 대통령은 오찬에서 언론과의 새로운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주문했다. “권언유착이나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새로운 관계에서의 동반자, 정치와 언론이 새로운 선진한국 또는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향한 동반자적인 협력관계를 한번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희망이고, 마음”이라는 말을 했다.
새롭게 정립된 정언(政言)관계 속에서 존중할 부분을 서로 존중하자는 말도 꺼냈다. 감정과 앙금을 털어내자는 말도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처음부터 좀 껄끄러워졌던 부분이 있었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려고 하는데 좀 미숙했고, 차분한 설득과정이라든지 점진적인 과정을 밟지 않고 일거에 무 자르듯이 해 버렸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무리하고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갈등이나 감정적인 앙금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지만 이제 그 문제를 좀 풀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질서는 어차피 성립이 된 것이고, 새로운 질서에 의한 충분히 상호 존중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는데 서로 좀 서먹하고 불신과 감정 때문에 안 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여우(대통령)가 두루미(언론) 손님을 모셔놓은 것처럼 (간담회가 진행)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 “언론은 언론의 역할과 관점이 있을 수밖에 없으나 정부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보는 그런 여유를 가져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과 그것을 존중하는 정부의 자세에 대해 언급했다. “지금까지 (언론의 역할은) 독재를 견제하는 것, 독재 앞에서 시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방어해내는 것이었으나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그동안 언론의 역할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면서 “오로지 ‘진실이냐 아니냐’였는데 이젠 ‘대안이냐 아니냐’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한번 고민해 달라”고 부탁했다. “언론이 생각하는 대안과 정부가 생각하는 대안이 다를 수 있겠지만, 어느 쪽에서라도 대안이 무엇이냐는 것을 항상 생각하면서 함께 해나가면 정부와 언론 간의 협력이 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어 “정부는 아주 체계적으로 모든 언론기사를 모니터링해 사실 여부 및 비판과 지적의 타당성 여부를 다 검증한 뒤 정책에 반영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놓았다”고 밝히면서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정부는 언론을 매우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김우중 전 회장에 연민…“물밑접촉 없다”에 웃음꽃
○… 이밖에 ‘영남 낙선자 인사 챙기기’에 비판에 대해서는 “옛날에, 민정당, 민자당도 호남 인물을 키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그런 노력 가운데 지역구도를 극복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딱 자로 재는 것보다는 저울처럼 한쪽이 기운 데를 북돋우는 측면에서 봐달라”고 부탁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물밑 접촉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뒤 “개인적으로 연민의 정을 가지고 있다. 크게 성공했던 사람이 또 어떤 커다란 역풍을 맞아서 난파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정치하는 사람하고 비슷한 생각이 들어서 감상에 젖은 일은 있지만 그건(사법처리) 어쩔 도리가 없는 일 아니겠는가”라고 답변했다.
웹사이트: http://www.president.go.kr
연락처
대변인실 : 02-770-2556, 춘추관 : 02-770-25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