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글로벌 통화공급 확대, 경기급락 방지 효과 기대’

뉴스 제공
LG경제연구원
2012-09-18 12:00
서울--(뉴스와이어)--유럽중앙은행이 국채매입 재개를 선언하고 미연준은 3차 양적완화를 발표했다. 신흥국들도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양적완화에 의한 시중유동성 확대 효과가 원활하게 작용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재정지출 확대가 여의치 않은 가운데 글로벌 통화완화 정책이 경기급락을 막는 정도의 효과는 낼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경기하락세가 빨라지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재정건전화에 발목이 잡혀 있어 재정지출 확대가 여의치 않은 터라 경기부양 방안으로 통화완화 정책이 선호되고 있다. 단기금리가 제로수준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 신흥국들도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통화완화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미연준의 QE3, 글로벌 통화완화 수위 강화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9월 6일 재정취약국에 대한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하기로 했다. 대상국의 신청이 있어야 하고 이행조건이 뒤따르며 단기국채를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무제한의 국채매입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미연준도 9월 13일 매월 400억달러 규모로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매입한다는 3차 양적완화(QE3)에 나섰다. QE2와 달리 시한을 정하지 않고 고용시장이 충분히 개선될 때까지 채권매입을 지속하기로 했다. 미연준도 사실상 무제한 채권매입에 나선 셈이다. 아울러 현재의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시한을 당초의 2014년말에서 2015년 중반으로 늦추었다. 미연준은 이미 지난 6월말 종료된 보유 국채의 만기 확대 프로그램(Operation Twist)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연말까지 2,670억달러 규모로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과 모기지담보증권을 대상으로 한 QE3가 병행된다.

지난해 중반까지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하여 금융긴축 기조를 전반적으로 유지했던 신흥국들은 선진국 경제의 부진 여파로 성장률 급락이 가시화되고 물가불안 우려가 줄어들면서 통화완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11월부터 3차례 지준율을 인하했고 올 6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낮췄다. 여타 대다수 신흥국들은 이미 지난해 중반 이후부터 금리인하에 나서기 시작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중반 12.5%이던 정책금리를 최근 7.5%까지 인하했다. 인도 역시 8.5%까지 높아졌던 기준금리가 올해 4월 이후 8%로 낮아진 상태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7월 13개월만에 기준금리가 3.0%로 0.25%포인트 인하되었다.

글로벌 유동성, 부족하지는 않은 상황

선진국과 신흥국의 통화완화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정도는 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이른바 빅5의 통화를 합산한 규모로 파악할 수 있다. 빅5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국제통화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 국가의 통화 확대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직간접 파급효과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빅5의 경상GDP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으로 55%에 달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빅5 통화의 거래 규모는 80%(2010년 기준)를 넘고 있다. 또한 빅5의 통화정책 변화는 여타 국가들의 통화정책을 이끄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빅5 중앙은행들의 본원통화 규모는 7월말 현재 7조 16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2007년말에 비해 2.26배, 금액으로는 3조 9,200억 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경상GDP 대비로는 6% 수준에서 현재는 13% 정도로 커진 셈이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 정책금리가 거의 제로수준으로 도달하여 금리인하 카드가 사라지자 몇차례에 걸쳐 대규모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에 나선 결과이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시중유동성도 크게 늘고 있다. 광의통화(M2) 기준으로는 7월말 현재 36조 4,400억 달러 규모로 2007년말 이후 7조 1,700억 달러 정도가 늘어났다. 2007년말 대비 1.24배, 경상GDP 대비로는 58% 수준에서 현재는 65% 정도로 커진 셈이다.

본원통화 증가에 비해 신용확대 효과 제한

일반적인 시기에 비해 글로벌 유동성이 빠르게 늘어난 셈이지만, 본원통화 증가에 비하면 총통화 증가 폭은 크지 않다. 본원통화 대비 총통화 규모로 나타내어지는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2008년초 10배 수준에서 현재는 5.2배 수준으로 하락했다.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늘려도 가계와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을 통해 시중 유동성이 확장되는 신용창조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중앙은행에 넘기면서 늘어난 통화를 대출에 활용하지 않고 이를 초과 지준(excess reserve)의 형태로 쌓아 놓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은행들의 초과지준이 8월말 현재 1조 4,778억달러이다. 위기 이후 늘어난 1조 8,084억 달러에 달하는 본원통화의 82% 가량이 다시 미연준으로 돌아와 잠자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의도대로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가계와 기업의 대출 수요가 부진한 탓도 있다. 디레버리징에 여념이 없는 가계는 빚을 내서까지 소비에 나서거나 자산을 살 여력이 없다. 기업은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위한 대출수요가 많지 않다.

금융기관들은 위험대출을 꺼리고 있다. 금융기관 대상의 서베이 결과는 유럽 금융기관들이 위기 이후 내내 대출태도가 강화된 것을 보여준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대출태도가 다소 완화되면서 신용공급을 늘리고는 있지만 아직 증가폭이 크지 않다. 위험기피 현상으로 시중 유동성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와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국채수익률이 사상 최저치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자금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경제주체들은 돈을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동성 확대정책의 효과에 대한 논란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유동성 확대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양적완화를 반대하는 측은 양적완화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없으면서 인플레 우려만 키운다고 본다. 양적완화가 국채매입을 통해 재정지원 역할을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늘어난 유동성이 상품시장이나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 상품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신흥국 통화의 과대 평가, 주가 버블을 야기한다는 불만도 있다.

미연준과 영란은행 등 중앙은행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대체로 양적완화의 성장 증대 효과를 지지한다. 미국의 연구결과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6,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은 장기금리를 0.15~0.20%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다. 연방기금금리 0.75%포인트 인하시 나타날 수 있는 효과다. 양적완화가 주가를 부양한다는 효과는 대체로 인정되고 있다. 1, 2차 양적완화가 실질GDP를 2012년 말까지 3% 더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연구결과도 있다.

영란은행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0억 파운드의 1차 양적완화는 영국의 실질GDP를 2% 높이고 인플레이션율을 1.5%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3%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와 맞먹는 효과라는 것이다.

양적완화의 효과를 인정하더라도 현재의 양적완화는 초기의 양적완화에 비해 효과가 크게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이 이미 충분히 늘어나 있고 장기금리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통화공급 확대를 통한 유동성 증가, 금리하락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소위 ‘유동성함정’에 빠져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약되는 상황인 것이다.

미연준이 모기지 담보증권을 대상으로 QE3를 실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러한 한계를 돌파한다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국채금리가 이미 충분히 낮아 국채금리를 낮춰 민간 발행의 채권금리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크게 내기 어려운 만큼, 직접 모기지담보증권 시장에 개입하여 가계의 지출이나 소비 결정에 영향력이 큰 모기지금리를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은 1차 양적완화 당시 미연준이 모기지 채권을 중심으로 채권 매입에 나서면서 6%를 넘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를 5% 밑으로 떨어뜨린 바 있다. 현재는 3.6% 수준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미연준이 모기지 금리를 더 떨어뜨릴 여지는 있는 상황이다. 모지기 금리 하락은 최근 주택가격의 오름세 전환 등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주택시장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신흥국의 금리인하 여력은 아직 높은 편

정책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 없어 비전통적인 수단에 의존하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들은 아직 금리인하 여력이 있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여타 신흥국에 비해 금리수준이 낮아 금리인하 여력이 크지는 않다. 그래도 아직 3%포인트의 여유가 있으니 제로금리에 근접해 있는 선진국보다는 사정이 나은 셈이다.

최근 물가도 크게 안정되고 있어 금리인하를 둘러싼 신흥국 통화당국의 고민도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이다. 국제 농산물 가격 등 일부 변수가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신흥국들의 물가상승률은 낮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 없이 신흥국들은 향후 경기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역시 금리인하가 야기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게 가셨다. 7월과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각각 1.5%, 1.2%로 급락한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고 있고 부동산 시장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어 금리하락이 가계부채를 늘리게 될 것이라는 부담도 줄어들었다. 수출부진과 내수경기 냉각에 대응하여 연내 한두차례 정도의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신흥국들이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력이 있더라도 금리인하 효과가 제한된다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수요 둔화 및 금융기관의 위험기피 경향 강화는 주요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채부담에 시달리는 가계는 소득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씀씀이를 줄이는 상황이어서 대출을 늘릴 형편이 아니다. 기업 역시 경기둔화에 따른 수익 감소 및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자금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위험기피 경향 증가에 따른 금융기관의 자금운용 보수화 현상도 정책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최근에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반복되면서 위험기피 경향이 더욱 높아져 있어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금융기관들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다. 위기이전 25를 넘던 통화승수(M2/본원통화)도 지금은 22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그만큼 통화당국의 의지와는 달리 유동성 확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기급락을 막는 효과는 기대

현재 선진국들은 높은 정부부채비율 부담으로 인해 재정의 경기부양 역할이 크게 위축된 상태이다. 빅5 국가의 경상GDP 대비 재정지출은 2007년의 40%에서 2009년에는 46.2%까지 확대되었으나, 2012년에는 다시 43.6%로 줄어들 것으로 IMF는 전망하고 있다. 재정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신흥국들이 재정지출 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지난 글로벌 위기 당시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 중국의 경우 최근 내놓은 1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 규모는 지난 글로벌 위기 당시 실행된 4조위안 규모의 1/4에 불과하다. 더욱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상 신흥국의 재정지출 확대가 전세계 경제로 파급되는 효과도 제한적이다.

재정정책의 활용이 제약된 가운데 선진국들과 신흥국들은 경기방어 수단으로 통화완화정책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저금리와 통화완화 정책이 민간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가 얼마나 될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 현재도 선진국 가계를 중심으로 민간 부문이 디레버리징을 통해 대차대조표 건전화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적극 소비에 나설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저금리는 자산시장의 급락을 막는다거나 과다 부채를 지니고 있는 가계의 디레버리징을 돕는 역할을 한다. 비전통적인 수단까지 동원한 통화완화정책이 장기금리를 낮추는 효과 외에도 금융불안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통화완화 정책이 수요를 부추겨 경기를 되살리는 데는 못 미치더라도 최소한 수요의 급속한 위축과 경기급락을 막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야기할 부작용이 여전히 우려되지만 과거와는 다른 점도 있다. 과거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시기에는 신흥국의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물가불안이 우려되던 시기여서 신흥국들은 금리 인상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선진국의 유동성 확대정책이 상품가격 상승, 신흥국의 자산 버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에 반해 현재는 신흥국 경기도 급락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데다 물가도 전반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편이다. 또한 신흥국도 선진국과 같이 통화완화에 나서고 있어 일방적인 자본유입이 예상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연이은 국가신용등급의 상승 등으로 경제건전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높아지고 있어 선진국의 유동성 확대가 자본유입을 촉진시켜 주가상승, 금리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과도한 원화절상으로 이어질 우려는 있어 보인다.

선진국에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인 수단은 하나의 실험일 수 있다. 경제상황이 정상화되었을 때 대거 풀려 나간 유동성을 어떻게 무리 없이 흡수하느냐가 걱정거리다. 장래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자칫 시중유동성이 적기에 회수되지 못한다면 인플레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고민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현재의 경기침체가 디플레이션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 풀려나간 통화가 돌기 시작하여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어쩌면 중앙은행들이 원하는 바일 수도 있다.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고 경기가 충분히 회복된 것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로 복귀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 외]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
3777-0416
이메일 보내기

최문박 선임연구원
3777-0530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