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실리콘 밸리 스타기업의 사업 스타일 Simple, Focused, F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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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10-09 12:00
서울--(뉴스와이어)--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혁명이 확산되어 감에 따라 실리콘 밸리 내 IT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특징은 소프트웨어와 같은 서비스 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업체들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특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드웨어 혹은 장치산업형 서비스 산업에서의 강점을 보이고 있는 국내의 대표 업체들로서는 신사업으로서 서비스 영역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들 실리콘 밸리 업체들의 서비스 산업 접근 스타일은 ① Simple idea: 거창한 아이디어를 추구하기보다 심플한 아이디어로부터 시작, ② Focused target: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기 보다는 자기 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타깃 고객 명확화, ③ Fast execution: 꼼꼼한 검토보다는 당장 시작하고 보는 신속한 추진력, ④ Not cost-based pricing: 원가 중심 사고를 탈피하여 소비자가 만족하는 가격 설정을 통한 가치 추구, ⑤ Small team: 관료적인 속성을 탈피하기 위한 작은 조직 지향 등 5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이 5가지 속성을 갖췄다고 해서 신사업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성패의 갈림길은 이 외에도 여러 곳에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 5가지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경영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실리콘 밸리의 근본과도 같은 요소들이다. 우리 기업들 역시 관료주의화되기 쉬운 관성의 틀을 깨고, 실리콘 밸리의 신생 벤처 업체와 같은 마인드를 신사업에 접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Ⅰ. 모바일 혁명 속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성장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혁명이 확산되어 감에 따라 실리콘 밸리 내 IT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벤처 기업을 뜻하는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이미 전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이에 따라 수년 전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미미하거나, 존재하지도 않던 기업들이 어느새 기업 공개(IPO)로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이러한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성장은 과거 2000년 대 초반의 IT 버블과도 유사한 측면이 없지 않다. 현재의 모바일 붐에 대해서도 버블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 역시 지난날의 경험을 통해 과거와는 차별된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과거 IT 버블 당시 최첨단 기술에 초점 맞춘 혁신이 추구되었던 반면, 현재의 모바일 혁명 속에서는 기술보다는 비즈니스 혁신이 추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실리콘 밸리의 혁신을 배우기 위해 비 IT 업체들도 실리콘 밸리에 속속 자리를 잡고 있다. 포드와 GM, 펩시, 시티그룹 등이 연구소 설립이나 벤처 캐피털 투자 등으로 실리콘 밸리 진출을 선언했다.

실리콘 밸리의 혁신과 이를 배우려는 비 IT 업체들의 움직임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마트폰 제조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며 모바일 혁명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지속가능한 강자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실리콘 밸리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실리콘 밸리 IT 기업들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부족하다고 지적받는 소프트웨어와 같은 서비스 산업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실리콘 밸리 기업을 단순히 샌프란시스코 남쪽 지역에 한정하지 말고, 실리콘 밸리의 혁신 DNA를 갖는 미국의 대표 IT 기업들로 확장해서 생각할 필요도 있다.

이하에서는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과연 국내 업체들과 무엇이 다른지, 어떠한 트렌드를 보이는지, 비즈니스 혁신이 일어나는 프로세스는 어떤지, 일하는 방법은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고, 국내 업체들이 배울 만한 경영 포인트를 제시하고자 한다.

Ⅱ. 실리콘 밸리의 비즈니스 스타일

실리콘 밸리의 기업 수가 많은 만큼 이들의 비즈니스 접근 방식 역시 다양하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 기업들에게 부족한 점에 초점 맞춰 살펴보면, ‘심플한 아이디어로부터 접근(Simple idea)’, ‘타깃 고객 명확화(Focused Target)’, ‘신속한 추진력(Fast executron)’, ‘원가 중심 사고 탈피(Not cost-based pricing)’, ‘작은 조직 추구(Small team)’ 등 5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 Simple idea : 심플한 아이디어로부터 접근

국내 업체들은 신사업에 대해 상당히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신사업을 하나의 새로운 다각화 기회 정도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생존과 직결되거나 엄청난 매출을 보장해야만 하는 비즈니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제조업이나 장치산업형 서비스업의 특성상 초반부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경우 신사업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요구된다.

하지만 서비스는 가능한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운동 시합을 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지나치게 긴장을 하게 되면 일을 그르치듯이, 신사업으로서 새로운 서비스 산업에 진입하는 데에 있어서는 진중함이나 엄중함으로부터 좀더 자유로워야 한다. 한 컨설턴트는 “기업의 혁신을 죽이는 지름길은 바로 거대하고 와해적인(disruptive) 아이디어만을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가벼운 접근을 위해서는 먼저 사업 아이템부터 단순하게 잡을 필요가 있다.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들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식에서부터 시작하거나, 아예 ‘이것을 하고 싶다’는 자신의 니즈를 사업화하는 것이다.

가수 싸이를 일약 글로벌 스타로 키워준 유튜브를 보자. 창업자인 스티브 첸에 따르면 유튜브는 가수 재닛 잭슨과 관련된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2004년 슈퍼볼 하프 타임 공연 당시 재닛 잭슨의 노출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람들이 이 장면을 인터넷에서 다시 보려고 했지만 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하여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이다.

최근 스타벅스로부터 2,500만 달러를 투자받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 업체인 스퀘어 역시 사사로운 경험에서 출발했다. 창업자 가운데 하나인 짐 맥켈비는 엔지니어이면서도 유리 공예에 능했다. 하루는 맥켈비가 한 여성에게 자신의 유리 공예품을 판매하려고 했는데, 이 여성은 현금이 부족하다며 카드로 결제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맥켈비는 카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2,000달러의 손해를 보고 자신의 작품을 판매한 사건이 있었다. 이 얘기를 들은 트위터 창업자 가운데 하나인 잭 도시(Jack Dorsey)는 스마트폰으로 카드 결제를 해주는 휴대용 리더기를 떠올렸으며, 곧바로 짐 맥켈비와 동업하여 스퀘어를 탄생시켜 현재 시장 가치가 1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실제로 비즈니스의 현장을 살펴보면 유튜브나 스퀘어와 같이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하여 엄청난 규모의 비즈니스로 성장했던 사례가 많다. 물론 초기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유지한다기보다는 이를 점차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컬럼니스트인 피터 심스는 자신의 저서 ‘리틀 벳(Little Bets)’에서 성공한 사업의 대부분은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하여,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즉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만큼의 아이디어가 단번에 나오기보다는 작은 아이디어들이 누적적으로 쌓이면서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말이다.

심스가 말한 테스트라는 것은 소비자가 당연히 전제가 되어야 한다. 즉 작은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어 놓고 소비자들의 반응에 맞춰 이를 점차 개선해 나아가는 것이다. 콜로라도 대학교의 로라 코니시 교수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큰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이 주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행동이다”라고 말한다. 물론 상품을 출시하고 이를 수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서비스 컨셉을 잡는 순간부터 지인들이나 해당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로부터의 피드백이 원활히 반영된다면 사업 방향에 대한 수정이 훨씬 쉬울 수 있으며, 우연한 기회에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뤄지는 세렌디피티 효과 역시 기대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거창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한다든지, 경로를 새롭게 하거나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경우 ‘완결됐다(Finished 또는 Completed)’라는 표현을 거부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는데, 링크드인의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은 이를 ‘영구적 베타(Permanent Beta)’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영구적 베타 상태에서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탄생시킨 사례로는 사회 이슈 논의의 장으로 시작했다가 소셜 커머스의 대표주자로 탈바꿈한 그루폰, 3D 애니메이션용 특수 컴퓨터 판매회사에서 제작사로 선회한 픽사, 온라인 게임에서 사진 공유 커뮤니티로 사업을 변경한 플릭커 등이 있다.

2. Focused target : 타깃 고객 명확화

국내 업체들은 신사업에 대해 거창하게 생각하는 만큼, 신사업으로 인한 매출 규모도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백억에서 수천억 규모를 일반적으로 상정하고, 많게는 조단위 사업이 되기를 희망하는 업체들도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큰 규모를 생각하고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다가는 자칫 실패의 확률만 높일 수 있다. 왜냐하면 사업 초기부터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평균 고객(average customer)을 상정하거나 혹은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궁극의 제품을 꿈꾸기 때문이다. 평균 고객이란 것은 원래 다양한 고객 니즈를 평균적으로 고려하는 만큼 실체가 불분명하다. 따라서 평균 고객을 추구한다는 것은 세그먼트별로 서로 다른 고객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 고객, 저 고객을 모두 만족시킬만한 요소들을 모두 넣어 궁극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 역시 결국에는 기능 과잉으로 그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앤소니 티얀(Anthony K. Tjan)은 기업들이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좀더 작은 세그먼트, 니치 시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업 초기에는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이는 일반적인 매스 마켓을 대상으로 했을 때보다 성공가능성이 더욱 높은 전략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타깃 고객 공략에 성공한 실리콘 밸리 대표 기업으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 사업자인 핀터레스트를 들 수 있다. 핀터레스트는 다른 SNS와 차별화를 위해 이미지를 중심으로 SNS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 등 예쁜 이미지에 열광하는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게 되었다. 물론 얼리어답터나 기술 전문 저널리스트를 타깃으로 하지 않은 만큼, 초기 성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처음 사업을 개시할 때만 하더라도 실리콘 밸리의 대표적인 뉴스 사이트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고객의 목소리에 좀더 귀기울이고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쇼핑 욕구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곳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전세계 마케터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서비스로 자리매김 했다.

특정 타깃 공략은 온라인 쇼핑 사업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사업자로는 다이퍼스와 자포스를 꼽을 수 있다. 다이퍼스의 경우 기저귀를 중심으로 다양한 육아 관련 용품 판매로 큰 성장을 일궜으며, 자포스는 신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급성장한 업체이다. 재미있는 점은 두 업체 모두 거대 온라인 쇼핑 업체들의 비웃음 속에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아마존과 같은 대형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추격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거액을 들여 인수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특정 타깃을 공략한다고 해서 그 시장에서 계속 머물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되는 만큼 충분히 시장은 넓힐 수 있다. 이러한 세그먼트 확장 전략을 취한 대표 사업자로는 페이스북을 꼽을 수 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페이스북은 하버드 대학생만을 위한 사이트로 시작했다. 가입자가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 후에 보스턴 지역의 대학, 아이비리그 대학, 스탠포드 대학으로 대상을 넓혔으며, 이후 모든 대학의 학생들로 그 대상을 확대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자 결국 마크 주커버그는 13세 이상의 일반인들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하며 현재의 규모에 이르게 됐다.

3. Fast executron : 신속한 추진력

국내 기업들의 신사업 추진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사업의 추진 속도이다.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출시까지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이다. 물론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고 크로스체크를 하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오류를 바로 잡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가는 태도는 엄청난 속도로 변해가는 요즘 세상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은 어떨까. 실리콘 밸리에서는 계획보다는 실행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신속한 추진력은 사업 성공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비즈니스 성공의 비밀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신속한 추진력과 실행력이다. 프랑스 태생으로 실리콘 밸리에서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활동했던 에르베 레브레(Herve Lebret) 교수는 유럽의 벤처 기업들이 투자자를 구할 때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해 비밀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실리콘 밸리에서는 실행되지 않은 아이디어에 대한 보호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외부로부터의 도움으로 추진력이 가속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리콘 밸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벤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 행사에서 “백만불짜리 아이디어란 없으며 빠른 실행만이 백만불의 가치를 갖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속한 추진력은 창업, 의사결정 과정, 작업 속도의 3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창업의 경우 국내 업체에게는 신사업의 시작과도 같다고 볼 수 있는데, 국내에서 신사업 발굴이나 기획 단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과 달리 실리콘 밸리에서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각적으로 회사를 창업하여 투자자를 찾아 나선다. 유튜브의 스티브 첸,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MS의 빌 게이츠,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대학 혹은 대학원 중퇴자라는 점인데, 이는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이 얼마나 신속히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학위 과정을 마치고 사업을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들에게는 시간이 생명이고, 시장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즉 빠른 실행을 위해 기꺼이 학위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실리콘 밸리의 의사결정 속도 또한 매우 빠른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리던 페이팔 창업자들의 경우 회사가 이베이에 인수된 이후 이전과는 다른 관리방식, 회의와 토론의 연속, 더딘 의사 결정 등에 신물을 느끼고 모두들 회사를 박차고 나와 다시 벤처 회사를 차렸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작업속도에 있어서도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팟캐스팅 업체인 오데오(Odeo)의 창업자는 회사 직원들에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견을 구했는데, 이를 들은 한 직원은 자기 아이디어의 프로토타입을 2주 만에 만들어 냈다.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앞서 언급했던 잭 도시로서, 그가 만든 서비스는 바로 트위터였다.

4. Not cost-based pricing : 원가 중심 사고 탈피로 고객 가치 추구

국내 기업들이 서비스 산업을 어려워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는 바로 가격 설정이다. 제조업의 경우 투입되는 비용이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되는 편이며, 소비자들 역시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데에 비용을 치르는 것을 당연하게 인식한다. 반면 서비스 산업의 경우 원가라는 개념이 제조업에 비해 모호한 측면이 없지 않고, 소비자들 역시 물리적 실체가 없는 상품에 대해 자기 자신도 얼마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비스 산업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기업들이 가격 결정 프로세스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점점 광고형 비즈니스 모델이나 추가적인 가치 제공시에만 비용을 요구하는 프리미엄(Freemium) 서비스가 주요 모델이 되고 있는 모바일 영역에서 더욱 그렇다. ‘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에 얼마가 걸렸는데, 혹은 얼마나 비용을 쏟아 부었는데’라는 원가 중심적인(Cost based) 사고로는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가격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다.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경우 가격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 이들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면서 가격 결정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아마존의 단말기 요금 결정 방식이다. 아마존의 이북(eBook)인 킨들 가운데 79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모델의 경우, 실제 원가는 84달러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첫 태블릿이었던 킨들 파이어의 경우 199달러에 판매되었으나, 원가는 200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렇듯 원가 이하로 공급된 단말기는 추후 콘텐츠 판매를 통해 보전된다. 킨들 파이어를 출시하면서 아마존은 “가격을 높이기 위해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아마존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혁신을 추구한다”는 문구를 강조했는데, 원가 중심의 사고 방식을 탈피하여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최종 가격을 제시하여 고객 가치 혁신을 달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5. Small team : 작은 조직 지향

국내 기업들의 신사업 접근에 있어서의 또다른 문제는 바로 조직 구성에 있다. 즉 신사업을 거창하게 생각하다보니 신사업을 추구하는 조직 역시 비대해지게 마련이다. 신사업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단계에도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데, 기획 단계에서부터 30~40명씩 투입되는 일이 다반사이니 실행 인력의 숫자는 말할 것도 없다.

반면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2~3명이 합심하여 사업을 개시하고, 어느 정도 규모에 이르기까지는 조직원의 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유튜브의 경우 3명이 동업하여 사업을 시작한 후 최초의 투자를 받을 때까지 직원 수는 채 20명이 되지 않았으며 구글에 인수될 때, 즉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개시한 시점에서도 직원수는 고작 67명에 그쳤다. 핀터레스트의 경우 29명의 직원만으로 1,700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물론 직원수가 적다는 것이 항상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적정 규모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적은 고용이 미덕이라는 것이 아니다. 기업 전체의 인원 규모는 크더라도 하나의 일을 완결적으로 수행하는 팀 단위의 인원 수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이러한 적정 규모의 인원을 줄곧 피자 사이즈에 비유하곤 한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대표의 경우 피자 2판의 법칙을 주장한다. 즉 가장 좋은 팀웍을 발휘할 수 있는 팀의 크기는 피자 2판으로 한끼를 때울 수 있는 6~10명 정도라는 것이다. 애플의 경우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이상적인 팀의 크기를 피자 1판 사이즈로 잡고 있다.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팀원 수를 제한해야 하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 많다고 제대로 일이 수행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사람들이 한마디씩 한다면 논리의 디테일에 집착하게 되거나, 서로 간의 논쟁 등으로 시간을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참여 인원이 많다는 것은 의사 결정자가 많아 더딘 의사 결정, 나아가 잘못된 의사 결정을 야기하고 관료주의에 빠질 위험을 내포하게 된다.

제한된 인원 수가 필요한 두 번째 이유는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 때문이다. 학자인 앨런 잉햄은 줄다리기 실험을 통해 사람이 늘어날 경우 최대한의 노력을 쏟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여 이를 사회적 태만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했다. 즉 사람이 늘어날수록 개개인의 생산력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진입하는 신사업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투입을 통해 경험 부족을 메우려는 전략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효율적 조직 운영의 대표 사례로는 스페이스X를 들 수 있다. 페이팔 마피아 가운데 하나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가 창업한 이 회사는 민간 우주선 제작 회사이다. 민간 우주선이 우리에게는 꿈 같은 얘기로 들리겠지만, 실제로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상업용 우주선 발사에 성공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단순비교가 무리이기는 하지만 NASA와 비교했을 때 스페이스X의 직원 수는 약 1,800명 정도인데, 1만 8,800명의 NASA의 1/10 수준이다. 심지어 이 인원으로도 NASA가 50년 걸린 일을 10년 만에 해내었으며, 비용 역시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었다.

Ⅲ. 발상부터 다르게

지금까지 실리콘 밸리 기업들로부터 배울만한 사업 방식에 대해 살펴봤다. 이들 5가지 특징들은 실리콘 밸리에서도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사항들이다. 물론 이 5가지 외에도 중요한 요소들은 많을 것이며, 이를 갖췄다고 해서 신사업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점점 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질수록 이들 5가지가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대표는 3년이나 5년의 장기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3년 정도는 까마득히 먼 시간이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며, 단지 민첩하게 움직이고 늘 새로운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유일한 미래 전략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심플해 보이는 아이디어로 타깃 고객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며 계속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불확실성 속에서 적응하는 방법이고 이것이 바로 벤처 기업(Start-Up)의 창업 DNA이며 실리콘 밸리의 근본과도 같은 요소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나,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통신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는 대단하다. 이 여세를 몰아 IT 서비스 산업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발상부터 달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료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신생 벤처 업체와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사업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실리콘 밸리 기업들과 창의적 서비스들로 승부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장재현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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