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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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10-09 12:00
서울--(뉴스와이어)--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입은 바 크지만 투자율 감소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외환 부문의 안정성이 개선됐고, 지나친 경상수지 확대가 무역마찰의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경상수지 흑자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3%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서도 1~8월 경상수지는 222.5억 달러 흑자를 기록 중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1.7억 달러보다 101억 달러가 늘어난 수치다. 9월에도 상품수지가 흑자를 기록하여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의 270억 달러보다 27% 늘어난 340억 달러로 GDP 대비 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90년대 후반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국가부도 위기를 겪었고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외화위기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경제 안정의 한 기둥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장기간에 걸친 경상수지 흑자가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다. 이하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의 모습과 그 배경을 살펴보고, 경상수지 흑자가 우리 경제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정책적 함의는 어떤 것일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상품수지 흑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 수지, 본원소득수지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가장 금액이 큰 상품수지 측면에서 올해 1~8월과 작년 같은 기간을 비교해 보면 상품수지 흑자는 작년 동기와 비슷한 189억 달러를 기록했다. 상품수출은 3,628억 달러로서 작년 동기 대비 0.5%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조선과 정보통신기기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조선 수출은 장기적인 해운업 불황에 따라 작년 358억 달러에서 올해 267억 달러로 25%나 감소했다. 해운 업황의 지표가 되는 발틱운임지수(BDI)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에 역사적 최고점인 11,440을 기록했다가 금융위기 이후 1/15 수준으로 급락해 현재 703을 기록하고 있는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기기 수출은 올해 1~8월 사이 197억 달러를 수출하여 지난 해에 비해 59억 달러 감소했는데, 이는 스마트폰의 해외 생산 비중이 2011년 57%에서 올 1분기에 80%로 상승한 결과이다. 반면 자동차는 미국 및 유럽과의 FTA 타결로 280억 달러를 수출하여 8% 증가했다.

수입액 역시 작년 같은 기간과 비슷하지만 업종과 성질 별로 증감이 갈리고 있다. 수출이 지난 해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보임에 따라 수출과 직결되는 원자재는 1.6% 늘어나는데 그쳤다. 수입액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는 국제원유가격이 작년보다 소폭 상승하여 1~8월의 수입액이 717억 달러를 기록하여 작년보다 9% 늘어났다. 소비재 수입 역시 국내경기 부진으로 0.3% 늘어나는데 그쳤다. FTA 협정 타결로 유럽으로부터 수입이 증가하면서 자동차 수입이 작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27억 달러를 기록했고, 그 이외의 소비재 수입은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원자재와 소비재의 수입이 소폭이나마 증가한 반면, 자본재 수입은 4.3% 감소했다. 자본재 가운데서도 정보통신 관련 자본재의 수입이 24% 감소했다. 수출 둔화가 원자재의 수입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관련 업종의 자본재 수입을 위축시키고 있는데 이는 투자 위축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상품수지 흑자 흐름은 9월에도 유지되고 있다. 통관 기준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9월에도 상품수지 흑자가 31.5억 달러를 기록했다. 조선과 자동차 수입의 부진 및 유가 상승으로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지 흑자는 8월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올해의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조정할 정도의 감소폭은 아닌 상황이다.

서비스수지 개선이 경상수지 흑자 확대 불러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증가에 기여한 것은 서비스 수지이다. 서비스 수지가 작년 1~8월 46억 달러 적자에서 올해 20억 달러 흑자로 66억 달러가 개선됐다. 이는 전체 경상수지 흑자 증가액 101억 달러 가운데 65%에 해당한다. 서비스 수지 개선 가운데 특히 건설서비스수지와 여행수지의 개선세가 뚜렷했다. 장기 해외건설공사는 2010년 11월부터 금융계정(구 자본수지)상의 직접투자에서 경상수지의 건설서비스로 개편됐다. 최근 국내 건설경기 불황을 극복하고자 건설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면서 건설서비스 수지가 지난해 72억 달러 흑자에서 111억 달러 흑자로 늘어났다. 지역적으로는 중동지역의 건설 수주가 늘어나면서 건설서비스 수지의 흑자폭이 커졌다. 여행수지도 중국과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대폭 개선되어 작년 62억 달러 적자에서 올해는 37억 달러 적자로 줄어들었다. 일본의 대지진과 방사능 누출 사건에도 기인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수가 최근에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힘입은 바 크다. 올해에는 한국관광공사 추산으로 1,100만 명의 외국관광객이 입국할 것으로 보여 올해 여행수지는 작년에 비해 적자폭이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업서비스 수지나 지적재산권 사용료와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산업의 수지는 각각 107.9억 달러, 31.6억 달러로 여전히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본원소득수지의 개선도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을 주었다. 해외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한 임금과 해외자산으로부터 얻은 이자, 배당과 같은 투자소득을 내용으로 하는 본원소득수지는 해외 직접투자기업으로부터의 배당수입이 증가하여 작년 1~8월 기간의 3억 달러 흑자에서 올해는 31.5억 달러 흑자로 크게 늘어났다.

경상수지 흑자 지속은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은 탓

거시경제적으로 볼 때 경상수지는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나타낸다. 저축이 투자보다 많을 경우 경상수지는 흑자가 되고 반대로 저축보다 투자가 많게 되면 경상수지는 적자가 된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까지 저축률보다 투자율이 더 높아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했다. 이후 10여 년간 저축률과 투자율은 엎치락뒤치락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투자율에 저축률이 못 미치면서 GDP 대비 2% 대 초반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낳고 있다. 저축률과 투자율 모두 하락했지만 투자율이 더욱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투자율은 외환위기 이전(1981~1997) 평균 34.2%에서 이후(1998~2011) 29.5%로 낮아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저축률은 34.3%에서 31.8%로 소폭 하락에 그쳤다. 가계저축률은 크게 낮아진 반면, 기업저축과 정부저축이 늘어난 결과였다. 특히 올해 2/4분기에는 투자율이 1.8% 하락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27.7%를 기록,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하게 되었다. 구성요소 별로 최근의 저축-투자 갭을 살펴보면, 기업의 저축-투자 갭이 마이너스지만 개인과 정부의 저축-투자 갭이 플러스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부문의 저축률이 지난해 기준 4% 대 초반까지 낮아졌지만 부동산 침체로 신축건물 구입이 둔화되면서 개인투자율도 낮아져서 1% 대 초반의 저축-투자 갭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부문은 사회보장재원 확충 등에 힘입어 2% 후반의 저축-투자 갭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이후에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기업의 생산성 증가가 밑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구조조정의 결과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상품수지 흑자와 서비스수지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생산성과 경상수지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투자와 저축이 변동하지 않는 짧은 기간에서는 생산성 향상이 상품수지 흑자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만들어내지만,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이 반드시 경상수지 흑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산성 증가가 경상수지 적자를 동반할 수도 있다. 생산성 증가가 투자를 촉진하여 저축률보다 투자율이 높은 경우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신흥국과 같이 성장 초기 단계, 또는 1,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유럽처럼 전쟁 중 개발된 기술과 생산성 향상을 배경으로 전쟁 직후에 투자가 증가하는 시기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선진국 중에서도 미국이 90년대 후반 IT를 중심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투자가 늘자 재정적자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성 증가에 따라 경상수지가 개선된 것은 기업의 수익이 호전됐지만 그에 따른 투자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규모 확장보다는 수익 위주의 내실 경영이 자리잡으면서 투자율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낮아졌고 그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각국의 수요에서 차지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비중이 유사한 모습을 띤다고 볼 경우 제조업 비중이 큰 나라는 상품수지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이 서비스 산업보다 높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제조업 비중이 높다. 경상수지에서는 상품수지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제조업의 경쟁력이 높은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요국들의 제조업 비중과 경상수지의 GDP 비중 간의 관계에서 대체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불황형 흑자인데다 나홀로 흑자 증가

우리 경제는 개방경제 시스템을 취하고 있는데다 국제통화를 가지고 있지 않아 90년대 말의 외환위기 등 엄청난 거시경제적 충격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일정 정도의 경상수지 흑자는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지만 현재의 경상흑자는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는 현재의 경상수지 흑자가 건강한 흑자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이 거의 정체하거나 줄어드는 가운데 수출 및 투자 부진 등과 맞물려 수입도 덩달아 줄어 흑자가 이어지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이다. 수출입이 건전한 성장을 하는 가운데 수출이 수입보다 더 증가해 흑자를 낳는다면 바람직스러운 흑자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불황형 흑자’는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것을 뜻한다. 생산 정체로 고용이 늘어나지 않고 특히 투자부진과 맞물린 자본재 수입 위축은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제약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불황형 흑자 자체가 국내외 경제의 불황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서 만일 원화가치 강세 압력으로도 작용한다면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요인이 될 것이다.

둘째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확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경상수지 불균형 완화 흐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 양적 완화를 통해 자국통화의 약화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원화절상 압력이 강화될 수도 있다. 전세계 경상수지적자(흑자) 합의 세계 GDP 대비 비중은 2000년대 초반 3% 수준에서 6% 수준까지 빠르게 늘어났다. 이러한 글로벌 불균형은 미국의 부동산과 자산시장의 버블을 야기해 2008년 금융위기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경상수지적자 비중은 4%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5, 2006년 GDP 대비 6% 수준에서 2007년 5.1%로 줄어들었고 2011년에는 3.1%로 감소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3.2%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상품과 서비스, 소득수지에서 골고루 개선된 결과이다.

반면 일본은 경상수지 흑자가 2007년 4.8%에서 지난 해에는 2% 수준으로 하락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1%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경상수지 흑자국인 중국도 흑자 규모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수출주도형 경제에서 내수주도형 경제로 전환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 촉진 정책에 따라 소비재 수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규모 인프라 확충 정책에 따라 건설 투자용 원자재 수입이 급증했다.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는 과정에서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2007년 10%를 넘어선 바 있는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에는 2.7%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주요국들의 경상수지 불균형이 뚜렷이 완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글로벌한 시각에서 볼 때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경우 무역마찰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다양한 무역보복 조치나 비전통적 수입규제 정책이 취해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시장의 불균형을 가져와 원화의 절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 달 미국 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원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저평가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과거와는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기 둔화에 따라 수출 위축이 불가피하겠지만 수입도 위축되는 등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는 데다 원화 저평가도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적으로 저축과 투자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보아도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고령화와 복지제도 확충 등으로 개인저축률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적인 연금제도 확충 등으로 정부저축이 이어지는데다 기업저축도 보수적인 경영형태 등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투자가 활기를 띨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재의 경상수지 흑자가 불황형 흑자인 동시에 나홀로 흑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한편 외환부문의 안정성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외환보유고도 많이 확충됐고, 국가 신용등급이 선진국 수준으로 오르는 등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내수를 진작하고 기업의 투자율을 높임으로써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 충격에 대한 감내도를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통한 외환부문의 안정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역내 통화협력을 비롯한 통화 안전망을 확충해 나가는 간접적인 방식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저축률이 투자율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저축률 제고를 유도해 투자재원을 확보함으로써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수석연구위원, 문병순 선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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