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노무현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강만길 친일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강원룡 목사 등 ‘역사와 미래를 위한 범국민자문위원회’ 23명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데 이어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 훈령에 따라 출범한 이 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대통령에게 과거사와 관련한 포괄적인 문제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간담회 성격의 회의체’로 운영된다. 위원회는 위원장 없이 과거사와 관련한 5개 위원회 위원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각계 각층의 전문가 18명이 위촉직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찬 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과거사 규명 및 바른 역사 정립 등 역사 바로 세우기의 필요성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사회원로들의 역할을 주문했다.

■ 노 대통령 인사말 요지

정치를 하면서 어찌하면 우리가 지금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고 바른 미래를 건설할까 고심해본다. 생각할수록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 습관, 이것이 오늘과 내일의 행동을 구속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우리 생각과 습관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생각하면 무엇보다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다. 무의식적인 습관에도 역사적 근거가 있다. 그래서 말로만 역사를 바로잡아야 미래가 바로 선다고 말해 왔는데 지금 우리 현실 속에서 존재한다고 절실하게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역사를 바로 잡아서 미래를 바로 세울 수 있다면 그렇게 시도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2003년 8·15 경축 행사 때 말을 꺼내놓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시작돼 있는 일도 있고 참여정부 와서 국회에서 발의해서 한 일, 정부에서 자발적으로 한 일도 있다. 전체가 같은 맥락에 있는데 법이 만들어진 경위가 달러서 조금씩 내용과 성격이 다르다. 큰 틀에서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평가를 다시 해보자는 일 아닌가. 그렇다면 대개 비슷하게 통합될 필요가 있다. 그런 생각이 있어 자주 서로 대화도 하고 토론도하고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사업이 집중되고 통합되는 계기를 만들자고 해서 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사실 규명은 개별 위원회가 다 일을 할 것이다. 사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 그 가운데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많은 토론이 있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로서는 이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다. 정치하는 사람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그리 높지 않다. 이해관계에 따라 싸우니까 신뢰가 높지 않고 사회적으로 신망이 높은 분들이 나서서 가닥을 잡아주시면 하나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치하는 사람이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니까 시작하고 판을 벌이는 것은 정부가 하는 데까지 하겠다.

우리사회는 합리적, 논리성을 갖고 이성적 작용으로 서로 진실이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나가는 노력보다 감정에 좌우되고 정치 현장에서는 불신과 적대감을 계속 자극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정치 수단화 하고 앞뒤 안 가리고 감정과 이해관계를 내세워 사회의 합의를 만드는 게 지극히 어렵다. 이것 역시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업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부닥쳐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게 다음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한국이 세계10위 경제력을 가진 국가인데 거기에 걸 맞는 문명국가, 거기에 걸 맞는 미래를 가지려면 어려운 문제를 감정적으로 극단적으로 습관으로 문제를 부닥쳐 나가는 게 아니라 서로 합리성, 이성을 가지고 극복하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지금 이 과정이 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데 중요한 과정이 아닌가. 오랜 역사를 돌이켜보면 아쉬운 것은 극단의 한편에서 깃발 들고 타도, 배제를 외친 사람이 현실에서 권력을 잡고 성공했다. 타협하고 통합하자고 했던 사람들은 계속 좌절했다. 지금도 그와 같은 문화적 잔재가 있다. 이걸 극복하는 게 참 중요하다. 이번 과정에서 그런 계기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도 발족하고 진실과 화해 위원회도 발족할 것이다. 큰 틀에서 묶어서 갔으면 좋겠고 일본과 관계에서 역사 문제, 중국과의 문제, 동북아 전체의 국제적 역사문제까지도 우리가 하는 일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그 쪽에 대해서도 방향을 잡아 나가는데 위원들의 자문을 구해야 될 것이다. 거기까지 포괄해서 자문을 주면 고맙겠다.

이어 노 대통령은 간담회 과정에서 자문위원들이 자료수집과 이에 기초한 연구활동 등과 관련한 어려움 호소한 데 대해 “기존의 자료수집과 연구 활동단체가 잘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자료수집과 연구 활동을 위한 국가가 지원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도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역사 중 국난을 겪을 당시의 공통점은 지도층이 분열하고 국론이 분열되어 국가의 위협에 제대로 대비를 못한 것”이라며 “지금 국정의 여러 가지 과제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정치적인 지역분할구도가 지역주의를 확대재생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인데 이것은 한국의 정치가 타협의 정치가 되지 않는 근본이유이며 이러한 구조 속에 비정상적인 여소야대구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제와 타도의 정치가 아닌 대화와 타협의 성숙된 정치문화가 정착되기 위해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며 “이것은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이것은 국론이 분열되어 겪었던 우리 민족의 아픈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선진국민으로서 가져야 하는 관용과 포용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선 반듯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이것은 미래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민족의 위험에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강원룡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미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아프더라도 과거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극히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바르게 봐서 역사 기록에도 누가 봐도 손색없는 처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 목사 발언 요약

자문위원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여기 앉아계신 분들과 다르게 살아온 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나왔다. 과거 역사 청산 통해 올바른 미래로 간다고 할 때, 독일을 생각한다. 전후 처리를 잘해서 유럽에서 그만한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한다.

잊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철학자 야스퍼스는 “히틀러 시대에 살아남은 사람은 히틀러의 공범자”라고 했다. 바이체커 독일 대통령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청산하는 것은 대단히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러나 그걸 피하면 과거의 아픈 상처가 미래 역사 속에 그대로 남게 된다”고 했다. 미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아프더라도 과거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

해방 후 일제시대부터 오늘까지 가장 잘못된 것은 역사에 대해 잘못된 것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픔이 미래로 계속 이어간다는 것이다. 저는 1917년 태어나서 일제가 가장 탄압이 심하던 시대에 살아왔고 부대끼며 일제 감옥에도 갔다. 해방 후에는 좌와 우가 극도로 대립된 속에 좌우합작위원회에서 저는 우파의 나이 제일 젊은 위원이었다. 그때부터 잔인한 살상과 대량학살이 생길 때인데, 안재홍 장관이 민정 군정을 하던 하지 중장에게 제청해서 폭동 사건을 조사하는 조사 위원이 되서 여러 폭동사건을 조사했다. 그 끔찍한 사건들이 역사에 제대로 기록 안됐고 그것도 제대로 바로잡히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김대중 대통령 때 의문사 위원회가 만들어서 이제 하는구나 했는데 알아보니까 1969년 이후 의문사만 조사한다고 했다. 가장 잔인한 살상은 군정부터 5.16 이전까지 있었는데 어마어마한 사건을 접어두고 69년 이후만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과거 역사를 바로잡는데 머물지 않고 미래를 위한다는 것에 대해 100% 동의하고 철저하게 해나가기를 바라는데 부탁이 하나 있다. 해방이후 어마어마한 살상, 폭동 사건은 히틀러 아우슈비츠 못지않은 대학살이 계속됐다. 이런 사건을 단순히 흑백논리로 봐서는 안 된다. 정치적으로 한 일이지만 그냥 조작만 한 것은 아니다. 옥석을 못 가리고 막 몰아가 이렇게 된 것이다. 내가 조사한 부안김제 농민폭동 사건은 분명히 공산당이 주모한 것이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사건을 낳은 것은 소수의 공산당만은 아니다. 이것을 바로잡는 데도 정치적인 돼서는 안 된다. 극히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바르게 봐서 역사 기록에도 누가 봐도 손색없는 처리를 해야 한다.

요새 일본 사람들의 역사 왜곡 문제가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한국의 역사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일제 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잘못된 역사가 바로 잡혀야 미래가 있다.

이 자리에 나올까 말까 상당히 주저하다가 그런 데 혹 도움이 된다면 민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나왔다. 역사적 사명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참여정부가 한다면 해방 후 60년 동안 풀리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에 손댄다는 점에서 참여정부에서 문제가 바로잡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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