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중복투자로 5조 4천억의 예산 낭비 중

서울--(뉴스와이어)--녹색연합은 지난 6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로 공사현장을 조사하며, 도로 건설이 어떤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는지 그 현실을 조사하였다.

녹색연합은 이번 조사 내용의 주요 핵심 주제가 지난 국민일보 보도 내용과 유사하지만 도로중복·과잉투자가 일회성 기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요한 환경운동 과제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도로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책임감 아래 도로중복투자의 현장을 다니며 무엇이 문제인가를 밝히기 위해 이번 정책자료집을 발간하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이번 도로정책자료집 발간을 통해 우리나라 도로문제에 대한 열띤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회를 진행할 것이며, 현재 진행 중인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안)에 올바른 도로정책을 반영하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녹색연합의 도로현장 조사결과 산지를 깎고, 농지를 메우는 등 도로 건설이 가져오는 생태계 파괴와 단절의 피해는 매우 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피해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도로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32번국도 확장공사, 당진~대전고속도로 건설공사, 4번·40번국도 확장공사, 공주~서천고속도로 건설공사 등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충남의 서부지역은 현재 도로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특히 4차선국도 확장은 말이 확장이지 실제는 새로운 노선이 뚫리는 구간이 대부분이어서, 산림면적과 농지면적의 감소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고속도와 국도의 건설에 따라 없어지는 논과 밭, 산림은 쉽게 복원되지 않으며, 2004년 한해에만 도로, 철도 등 공공시설에 따른 농지 전용면적은 5,742ha로 여의도 면적의 6.5배에 이른다. 국도확장의 문제는 이처럼 생태축의 단절과 농지·산지 전용의 문제 이외에 기존 국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우리 사회에 숙제를 던져 주고 있다.

녹색연합은 이번 현장 조사 결과, 현재 국도 건설 공사 구간 중 24곳, 고속도로 건설 공사 구간 중 3곳이 중복·과잉 투자되고 있으며, 이들 중복·과잉투자 구간의 총 연장길이는 434.8km로 경부고속도로 길이(417.4km)보다 더 길며, 이 공사로 낭비되는 예산은 무려 5조 4천억 원에 이른다고 18일 밝혔다.

녹색연합이 고속도로와 국도의 중복·과잉투자 구간으로 뽑은 곳은 ① 고속도로와 국도가 인접하여 나란하게 뚫려있는 구간 중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되어 있거나 확장공사 중이며, ② 지난 5년간 국도 통행량의 변화가 거의 없거나 통행량이 줄어듦에도 국도의 4차선 확장공사나 고속도로 신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구간이다. 이들 공사현장을 중복·과잉투자 구간이라고 일컫는 근거로 지난 5년 간 교통량의 변화를 들었다.

대표적인 예로, 32번국도 4차선 확장공사와 당진~대전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32번 국도의 교통흐름을 살펴보면 지난 2000년 교통량과 비교하였을 때, 2004년 교통량이 구간별로 적게는 하루 500대에서 많게는 하루 약 2000대까지 줄어든 실정이라고 한다(도로교통량통계연보자료). 교통량의 변화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이 구간에 같은 기능을 하는 4차선의 새로운 고속도로와 국도가 뚫린다는 것은 중복·과잉투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녹색연합은 이들 공사구간이 개통 후 어떤 모습이 될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3번국도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인접하여 지나는 이화령구간을 들었다. 중복·과잉투자의 대표적인 구간인 이화령구간은 문경에서 이화령을 지나 수안보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이격 거리가 500m도 채 안 되는 공간에서 이화령을 지나는 4차선의 국도와 고속도로가 병행하며, 또한 옛 3번국도가 그대로 놓여있다. 특히 국도인 이화령터널 구간은 현재 교통량이 계획 당시 예측교통량(27,300대)의 20~30%에도 못 미치자 민자사업자인 새재개발(두산건설 자회사)이 국가(부산지방국토관리청)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 2004년 12월 29일 1심에서 704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아냈다고 한다.

녹색연합은 이와 같은 중복·과잉투자가 발생하는 이유로 ① 건설교통부 도로정책의 부실, ② 예산의 과잉과 자동차·도로 공급 중심의 교통정책, ③ 부풀려지는 교통수요예측, ④건설업의 과잉을 들었다.

녹색연합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국도 연장 길이가 OECD 국가들과 비교하여 결코 짧지 않음에도 건설교통부가 도로율이 낮다는 논리를 내세워 국도와 고속도로 확장·신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우리나라 국토면적당 고속도로연장은 OECD국가 중 여섯 번째 이며, 건설교통부가 흔히 비교하는 일본, 미국, 영국과 인구당·국토면적당·차량당 도로연장, 국토계수당 도로밀도로 비교해도 고속도로의 경우 각각의 지표가 일본이나 영국보다 높으며, 국도는 일본이나 영국과 비교해서 약간 높거나 낮은 상태이다. 우리나라 도로율이 낮은 이유는 고속도로와 국도에는 상관없는 지방도로와 기타도로의 부족 때문임에도 건설교통부가 이를 뭉뚱그려 선진국의 1/3~1/4 수준이라고 이야기하며 국도와 고속도로 확장이나 신설에 나서는 것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지방도로와 기타도로는 건설교통부 주무소관이 아님) 국민들을 속이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중복·과잉투자를 막기 위하여 고속도로와 평행한 국도 구간의 획일적인 4차선 고규격화 확장 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과 7X9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고속도로와 국도의 유기적 연결 관계를 고려한 도로정책을 다시 수립할 것을 촉구하였다. 또 현재 검토 중인 국토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안)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시킬 것을 촉구하였다.

녹색연합은 도로중복투자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건교부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교통, 환경)등이 참여하여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광역시도 등 주요 도로망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도로건설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검토하는 가칭 ‘도로 타탕성 검토위원회’를 둘 것을 건교부에 제안하였다.

[정책 자료집 요약]

1. 고속도로·국도 중복·과잉투자 구간의 조사 이유
우리나라 교통정책은 자동차 이용을 염두에 둔 도로공급 위주의 정책이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야기가 건설교통부 도로국 공무원들과 도로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으며, 도로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주요 자료인 교통량수요 예측이 부풀려지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로의 정확한 역할 분담 없이 도로가 중복 건설되고 있어 세금의 낭비뿐만 아니라 생태계 단절을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2004년 한해 6조원 이상의 금액이 도로 건설에 투자되었으며, 올해도 6조원이 넘는 금액이 도로 건설에 투자될 예정이다. 장래 비용까지 따진다면 고속도로·국도·국도대체우회도로 건설에 드는 총 비용은 무려 74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돈이 도로 건설에 사용되고 있으며 사용될 예정이나, 다른 교통시설(특히 철도 건설)과 비교하여 도로 건설이 시급한 일인지, 시급하다면 지방도·국도·고속도로 중 어느 부분에 우선 투자해야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도로 건설이 진행되어 왔다.
따라서 녹색연합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 중심의 도로 공급위주 교통정책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아래,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통정책을 바로잡고자 이번 정책 자료집을 준비하였다.

2. 건설교통부가 고속도로·국도 건설로 내세우는 근거의 문제점
건설교통부는 도로건설의 논리로 우리나라 도로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 근거로 국토면적당 도로연장, 인구당 도로연장, 차량당 도로연장, 국토계수당 도로밀도 등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전체 도로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지표를 도로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지금 추진하고 있는 고속도로, 국도에 기인한다기 보다 지방도나 기타도로의 부족이 문제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 도로율이 낮은 이유는 실제 국도와 고속도로의 연장이 짧은 것이 아니라 지방도로와 기타도로의 연장이 짧음에서 기인하는 것이다(표1 참조).

표1에서 보듯 고속도로는 국토면적당 도로연장은 미국, 일본, 영국보다 높으며, 인구당 도로연장과 차량당 도로연장, 국토계수당 도로밀도도 미국을 제외한 일본, 영국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국도도 미국, 영국, 일본과 비교할 때 결코 낮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국가재원이 철도 등 다른 교통시설이나 필요한 지역의 지방도로 확충 등에 쓰이지 않고 고속도로와 국도 건설에 한정된 재원이 우선 사용되는 것은 심각한 투자의 오류이다. 이와 같은 현실은 적자운영구간을 낳아 도로공사의 재정악화를 가져오는 실정이며, 올 7월 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 인상과 같은 고속도로 통행요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발행한 ‘고속도로 통행요금 제도개선 및 통행료 조정’ 팜플렛에 나온 2003년 수입과 지출 구조의 도표를 살펴보면 차입금(부족액)이 2조8,169억 원이며, 고속도로 건설비용이 2조 9,662억 원이다. 따라서 무리하게 고속도로를 확충하지 않는다면 도로공사의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음에도 국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국고지원(1조 5,851억 원)외에 고속도로통행료 인상이라는 이중의 경제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는 잘못을 국가가 범하고 있는 것이다. 국도와 고속도로의 도로율은 절대 낮은 것이 아니다.

3. 고속도로·국도 중복·과잉투자의 의미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국토에 국도가 남북으로 30개 축, 동서로 26개 축이 뚫려있고, 고속도로가 남북으로 8개 축, 동서로 6개 축이 뚫려있다. 따라서 일정 구간에서는 국도와 고속도로가 나란히 뚫려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속도로와 국도가 나란하게 뚫려있다고 해서 그러한 모든 구간을 중복·과잉투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도로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국도는 중요도시·지정항만, 중요비행장, 국가산업단지 또는 관광지등을 연결하며 고속국도와 함께 국가기간도로망을 이루는 도로로서 대통령령으로 그 노선이 지정된 것이다. 이처럼 국도와 고속도로는 그 기능상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기능상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은 국도가 새롭게 개통된 고속도로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예로 2002년 12월 개통된 중부내륙고속도로 여주~충주구간과 겹치는 주덕에서 장호원까지 교통량 변화를 살펴보자(표2 참조).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하기 전인 2002년과 개통한 이후에 뚜렷하게 교통량이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극면에서 장호원 구간은 통행량이 무려 절반 이하로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국도와 고속도로가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표2 23번국도 주덕면~장호원구간 일교통량 변화 추이 (단위 : 대/일)

연도--2002--2003--2004
주덕면~생극면--10,103--9,255--8,183
생극면~장호원--13,153--6,184--5,868

고속도로와 국도의 중복투자는 해당지역의 기본적인 통행량이 적음에도 동일 구간에 유사한 기능의 고속도로와 국도가 동시에 개설되어 유지 운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현재 고속도로가 개통된 지역에서 국도를 이용하는 차량 수가 변화가 없거나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국도의 4차선 확장 공사가 이루어졌거나, 이루어지는 구간을 중복·과잉투자 구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또한 같은 구간 4차선 국도가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거나 4차선 확장공사가 이루어지는 구간에서 30분 안에 고속도로의 접근이 가능함에도 같은 구간에 고속도로를 신설하는 지역도 중복·과잉투자구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중복·과잉투자의 대표적인 구간이 문경에서 이화령을 지나 수안보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이격 거리가 500m도 채 안 되는 공간에서 이화령을 지나는 4차선의 국도와 고속도로가 병행하며, 또한 옛 3번국도가 그대로 놓여있다. 특히 국도인 이화령터널 구간은 현재 교통량이 계획 당시 예측교통량(27,300대)의 20~30%에도 못 미치자 민자사업자인 새재개발(두산건설 자회사)이 국가(부산지방국토관리청)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 2004년 12월 29일 1심에서 704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국가가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주게 된 것이다.
잘못된 교통수요예측의 또 다른 사례를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표3에서 보듯 실시협약 교통량과 실제 교통량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며, 이로 인해 2003년에만 494억 원을 최소운영수익금보장으로 지원하였다.
이 외에도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IC~칠서IC구간과 5번국도 현풍~칠서구간, 중앙고속도로 횡성IC~홍천IC구간과 5번국도 횡성~홍천구간, 중앙고속도로 제천IC~칠곡IC구간과 5번국도 제천~칠곡구간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미 개통한 고속도로와 국도의 중복 구간의 총 길이는 325.4km에 이른다.

4. 현재 진행 중인 고속도로·국도 중복·과잉투자 구간
고속도로·국도의 중복·과잉투자의 문제는 이것이 과거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도 국토 곳곳이 고속도로, 국도의 중복·과잉투자로 파헤쳐지고 있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결과 중복·과잉투자가 이루어지는 공사현장은 27곳이며, 중복·과잉투자 구간의 길이는 434.8km, 낭비되는 예산은 무려 5조 4천억 원에 이른다. 현재 공사 중인 중복·과잉투자 구간이 표4, 5에 정리되어 있다.
녹색연합은 이들 공사현장을 중복·과잉투자 구간이라고 일컫는 근거로 지난 5년 간 교통량의 변화를 들었다. 예를 들어 32번국도 4차선 확장공사와 당진~대전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32번국도의 교통흐름을 살펴보면 지난 2000년 교통량과 비교하였을 때, 2004년 교통량이 구간별로 적게는 하루 500대에서 많게는 하루 약 2000대까지 줄어든 실정이다. 교통량의 변화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이 구간에 같은 기능을 하는 4차선의 새로운 고속도로와 국도가 뚫린다는 것은 명백한 중복·과잉투자의 현황을 보여준다 하겠다.

5. 고속도로·국도 중복·과잉투자가 발생하는 원인

1) 건설교통부 도로 정책의 부실
국도와 고속도로는 그 기능상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고속도로나 국도 건설 계획을 세울 때 인근 지역에 고속도로와 국도 현황은 어떤지 새로운 고속도로나 국도 건설 계획이나 확장 계획은 없는지를 꼼꼼히 살펴 고속도로와 국도가 서로 어떻게 상호 보완하여 연결될 것인지, 교통수요 분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상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현재 도로건설은 그러한 역할 분담 없이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그 악영향이 고속도로·국도의 중복·과잉 투자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건설교통부가 도로 정책을 부실하게 세운 탓이며, 이에 따른 일차 책임은 건설교통부에 있다.
건설교통부는 이와 같은 중복·과잉투자 문제와 관련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도로신설이나 확장이 통상 향후 20년의 운영 기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신설·확장개통 후 몇 년 동안은 수요가 과다추정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 이 순간만 벗어나면 된다는 발상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최근 10여 년간 교통량의 변화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주변 도로 개통으로 교통량이 줄어드는 지역에서 앞으로 급작스레 교통량이 증가할리는 거의 없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도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양, 울진, 무안, 김제, 예천 등의 지방공항사업에서 보듯이 정확한 수요예측 없이 우선 짓고 보자는 식의 과잉투자가 빚어낸 결과로 수천억 원 이상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가 허공에 정지되거나 붕 떠 있는 상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국가 예산은 우선적으로 쓰여야 할 곳이 수 없이 많다. 다른 부문에 투자될 곳이 수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필요성과 타당성에 심각히 의문이 제기되는 도로의 중복투자에 어마어마한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두가 건교부의 정책적 부실에서 기인하다.

2) 예산의 과잉과 자동차·도로공급 중심의 교통정책
교통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예산이 교통시설특별회계법(이하 ‘교특회계’)이다. 교특회계는 이 법 1조의 목적에 서술되어있듯이 법 자체가 ‘도로·철도·공항 및 항만의 원활한 확충과 효율적인 관리·운용을 위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교특회계의 부문별 교통세 배분율은 도로 51~59%, 철도 14~20%, 항만 10~14%, 도시철도 6~10%, 공항 2~6%, 광역교통시설 2%로 책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결과 지난 10년간 전체 교통시설 투자규모 중 도로가 61.3%를 차지하는 반면, 철도투자는 14.6%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2004년 부문별 교통투자 현황을 보면 도로에 66%를 투자하였으나, 철도·지하철에는 23.7%를 투자하였으며, 버스와 택시에는 불과 0.01%만을 투자하였다. 이처럼 도로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어 지난 40년 동안 고속도로는 9.3배, 일반도로는 3.6배가 증가하였으나 철도는 1.1배 그 길이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도로부문의 집중투자가 필연적으로 도로 중복·과잉투자를 불러온 것이다. 따라서 교특회계의 배분율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며, 2006년 이후 교특회계의 존치여부에 대한 고민과 대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3) 부풀려지는 교통수요 예측
교통수요예측결과는 사업 타당성 평가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실제 그 구간 국도나 고속도로의 건설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이다. 도로건설의 이 첫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고속도로가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구간이거나, 고속도로가 개통됨으로써 국도 확장이 필요 없는 구간임에도 향후 예측되는 교통량을 부풀려 공사를 착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 중복·과잉투자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건설교통부가 추진하는 거의 모든 도로건설 사업에서 교통수요 예측량은 대단히 부풀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안동~영주간 국도, 김천~상주간 국도의 4차선 확장공사는 교통수요 예측이 현재 교통량과 비교하였을 때 2배 이상 부풀려졌으며, 산청~수동간 국도는 3배이상 부풀려져 있다. 이는 비록 공사가 끝나고 그 구간의 개통시점을 염두에 둔 수치라고는 하나, 국도와 고속도로가 중복된 구간에서 나타나는 교통량 수치 변화와 비교해 볼 때, 개통된다할지라도 바로 하루 7,000 ~ 10,000이상의 교통 수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건설교통부가 진행하는 고속도로, 국도 건설 사업의 교통수요가 과다하게 예측되는 주요 원인은 확정되지 아니한 개발계획이 모두 조기에 준공되는 것으로 가정하는 점, 부풀려진 사회경제지표를 적용하는 점, O-D를 과다하게 적용하는 점, 인접 구간의 국도 확장공사나 고속도로 신설 공사에 따른 교통량 변화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4) 건설업의 과잉
2001년 기준으로 주요 국가의 GDP 중 건설업 비중은 미국과 서유럽 국가에서 4~5% 정도이며, 브라질·러시아·중국은 7%대를 나타낸다. 선진국은 GDP 중 건설업의 비중이 낮은 반면, 신흥 개발도상국은 상대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했던 일본의 경우 GDP 중 건설업 비중은 1990년 9.8%, 1995년 8.2%, 2001년 7% 등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0~97년 사이의 기간에는 평균 11.4%였으나 외환위기 이후인 1999~2002년에는 평균 7.7%로 낮아졌다. 그러나 2004년에는 건설업의 호황으로 다시 약 8.5%로 높아졌으며 이는 선진국과 다른 개도국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건설경기부양이며 정부는 이를 위해 여러 가지 국책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중 가장 손쉽게 진행할 수 있는 건설 분야가 도로다. 앞서 지적되었듯 교통수요예측이 틀린다 할지라도 향후 목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얼버무리면, 국민들 기억 속에서 잊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또 지역 안배가 가능한 분야가 바로 도로인 것이다. 국도 4차선 확포장과 고속도로의 확충이며, 이 과정에서 고속도로와 국도의 중복투자가 발생한 것이다.

6. 대안
1) 7X9 고속도로 정책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제 4차 국토종합계획에서 2020년까지 국토의 남북 축에 7개, 동서 축에 9개의 격자형 고속도로 망을 단계적으로 건설하는 소위 ‘7by9‘ 도로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계획은 전국 어디서나 30분 안에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며,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균형발전, 통일대비, 동북아 물류 중심의 역할 수행 이라는 근거에 따라 탄생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올바른 정책인지에 대한 정확한 검토가 제대로 진행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정책에 따라 고속도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그 결과 전주~광양고속도로나 고창~담양고속도로처럼 시급히 필요하지 않거나 그 필요성 자체가 의심되는 지역에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도 있으며, 고속도로와 국도의 중복·과잉투자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창~장성~담양을 잇는 고속도로 공사는 물류 이동의 필요성도 의심받는 구간으로 오히려 지역주민에 입장에서는 장성과 고창을 잇는 국도가 없는 현실에서 돈을 들이며 이동하는 고속도로 공사보다 지방도만 존재하는 장성과 고창 구간에 국도를 놓거나 고개마루를 지나는 898번지방도 대신 터널 공사를 통해 쉽게 장성과 고창 사이를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실제 고창과 장성 사이 국도가 놓이거나 898번 지방도가 생기게 되면 장성IC와 고창IC를 통해 고속도로의 이용이 편리하며 경상도 지역에서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접근도 쉬워진다. 그럼에도 이 구간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잘못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다른 교통수단에 대한 검토, 국도 등 다른 도로와의 연관성, 생태계 단절과 파괴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 경제적 타당성 등 여러 측면에서 종합적인 분석을 토대로 7X9 정책이 타당한가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2020년까지 끊임없이 도로 중심의 교통체계로 살아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계획과 설계 중인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2) 합리성과 투명성의 도로정책 수립
도로의 중복투자가 진행되었고, 진행되고 있음에도 제도의 개선에 대한 요구가 없었던 것은 도로정책의 비민주성과 폐쇄성에 기인한다. 도로분야는 국가 예산의 상당한 부분을 사용하면서도 실제 이에 대한 접근은 아주 제한적이고 폐쇄적이다. 건교부의 담당공무원과 일부전문가, 건설업체 등이 모든 것을 다 관장해 왔다. 이로 인해 도로 정책은 근본에서 변화가 없이 많은 문제를 안고 달려왔다. 그 실상 중 하나가 중복투자인 것이다. 도로의 건설과 유지관리에 있어 시민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 점은 시급히 극복되어야 한다. 한 개소의 도로를 건설하더라도 충분히 이해되고 납득되어질 수 있는 타당성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많은 예산이 집행되는 만큼 효율성에 대해서 충분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
도로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합리적 접근이 절실하다. 고속도로·국도 건설공사를 진행할 때, 인접 지역의 도로망과의 연계성과 계획되고 있는 다른 도로(고속도로·국도·지방도 등 포함)와의 연관성에 대한 검토, 즉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광역시도 등 주요 도로망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건교부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교통, 환경)등이 종합적으로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가칭 도로타탕성검토위원회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동일 구간 내에 유사한 목적과 기능의 도로가 중복될 반드시 투명한 타당성 검토를 의무화해야 한다.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도로 건설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충족되어야 동일 구간에 추가 도로건설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타당성검토위원회를 중심으로 중복이 되는 구간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도로의 효율성과 예산낭비의 우려가 불식되는 판단이 이루어질 때 사업이 착수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초지자체 A지역과 B지역 사이에 도로가 건설될 경우 기존에 고속도로나 국도가 개설되어 있어 중복의 여지가 있는 경우 두 지역간의 교통수요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고려를 할 수는 틀과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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