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더 신중해진 중국 자본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는 요원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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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10-23 12:00
서울--(뉴스와이어)--미 달러화의 신인도가 떨어지면서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심리가 팽배해졌다. 동아시아 경제권에서 무역결제 통화로서의 위상강화도 이 같은 기대심리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위안화의 국제화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무엇보다 준비자산 통화로 진화하기 전 단계인 투자통화로서의 이행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자본시장이 매우 초보적인 개방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일본의 경험에 비춰볼 때 중국 자본시장의 개방 정도는 197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 개방의 파장을 우려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기존 개방원칙에 비춰볼 때 향후 자본시장 개방과정에서 해외 개인투자가들의 시장접근과 위안화 상품투자는 가장 늦게 이뤄질 공산이 커 보인다.

중국 금융당국 역시 자본시장 개방을 위한 금리 및 환율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이 같은 선행 개혁과제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개방은 금융시장은 물론 결과적으로 실물경제에도 충격을 가할 수 있다. 최근 중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위안화 절상기대가 약화하는 것도 위안화를 보유하려는 인센티브를 떨어트림으로써 시장개방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중국의 금융개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 다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가 추진되면서 금융 개방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섣부른 자본시장 개방의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무성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그 전제라 할 수 있는 자본시장 개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한층 신중해진 양상이다.

중국 정부의 금융개혁 및 자본시장 개방 방침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초 중국 인민은행 산하 기관이 자본시장 개방 계획을 제시한 데 이어 지난 9월 인민은행과 감독당국이 공동으로 금융산업 부문의 ‘12.5’ 규획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중국의 자본시장 자유화가 어떠한 양상으로 이뤄질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이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떤 특징에 따라 어떻게 흘러갈지를 조망해본다.

Ⅰ. 위안화 국제화 및 자본시장 개방 비교

특정 통화의 국제화는 사용 목적에 따라 무역결제 통화에서 투자 통화를 거쳐 준비자산 통화로 진화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위안화는,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 첫 단계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판단된다.

무역결제 통화로서의 위안화 입지는 최근 몇 년간 강화돼 왔다. 2003년 위안화 무역결제가 시범적으로 허용된 이후 2010년 말 수출업체에 한해 대폭 확대(365개→67,369개)됐고, 지역제한도 폐지됐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잠시 감소세였으나 올 3월 수출업체 제한마저 풀리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2분기 말 현재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6,700억 위안 수준으로, 중국 전체 무역규모의 11%를 넘어선다.

투자 통화로서의 위안화의 입지는 미미하다. 무역결제 통화에서 투자 통화로 진화하려면, 경상거래를 통해 해외로 풀려나간 위안화를 운용하기 위한 금융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중국의 역내 금융시장이 발달 및 개방되는 것과 해외에 위안화로 투자 가능한 금융상품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금융시장이 충분히 발달되어 있지 못하며 자본자유화 정도도 제한적이어서 역내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어렵다. 홍콩을 중심으로 역외 금융시장 발전에 힘쓰고 있으나 아직은 대체로 무역결제를 촉진하기 위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역외에서 위안화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으로는 딤섬본드(역외 위안화 표시 채권)를 들 수 있지만, 딤섬 본드 시장의 규모 역시 역외의 위안화 투자수요를 받아내기에 충분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딤섬 본드는 대체로 매입 후 만기까지 보유하는 비중이 높아 유통거래량이 많지 않음을 감안하면 여전히 채권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

준비자산 통화 역시 갈 길이 멀다. 중국은 주변국들과의 통화 스왑을 확대하는 한편 동시에 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구성하는 바스켓 통화에 위안화를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런 조치들만으로 위안화가 준비자산 통화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준비자산 통화가 되기 위해서 투자 통화로서의 요건을 미리 충족시켜야 한다는 명시적 원칙은 없지만, 투자 통화가 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면 준비자산 통화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SDR의 바스켓 구성 통화가 되려면 ‘자유사용가능 통화’로 지정되어야 하는데, 위안화의 경우 자본이동의 제한 및 환율 규제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의 완전한 태환이 되지 않더라도 위안화가 SDR에 편입될 경우 SDR 가치 안정 및 대표성 제고 효과가 있다고 역설해왔으나 IMF는 자본자유화 없는 SDR 편입은 일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자본자유화는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금융변수를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유추하거나 혹은 각 금융부문별 규제의 유무 및 강도 등 제도적 접근을 통해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먼저 국제투자대조표 상의 대외자산과 대외부채를 합한 규모가 그 국가의 GDP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지를 계산해봄으로써 자본개방도를 양적으로 측정해볼 수 있다. 국제투자대조표의 항목은 국제수지표 중 투자수지(및 준비자산증감)의 잔액 개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본시장이 개방될수록 그 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민간 부문의 자본자유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대외자산과 대외부채를 합한 것에서 외환보유액을 차감한 것을 GDP와 비교해볼 수 있다. 대체로 자본자유화는 해당 국가 이외의 주체에 대한 규제 완화의 과정이기 때문에, 자본시장 개방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에서의 거래가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의 자본개방도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계속 상승해왔다. 대외자산과 부채의 합은 2010년 말 현재 중국 GDP대비 109% 수준으로 2004년 말의 82% 수준에 비해 약 27%p 증가했다. 그러나 2004년부터 2010년까지의 기간 중 증가한 3조 2천억 위안의 대외자산 중 외환보유액의 증가분이 2조 2천억 위안에 달해 민간 부문의 대외자산 축적은 빈약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외환보유액을 제외한 자본개방도는 2010년 말 현재 60% 수준이며, 2004년에 비해서도 10%p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다른 나라들과의 비교에서도 중국의 자본개방도는 아직 낮은 수준임이 드러난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의 효과로 전체적 자본개방도는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외환보유액을 제외할 경우 개방도 수치가 급격히 낮아져 비교대상국들 가운데에서도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보다 자본개방도가 낮은 인도의 경우 해외기관의 인도 채권에 대한 투자 상한 자체가 낮을 뿐 아니라 통화의 반입·반출도 규제하고 있는 자본통제국가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자본개방도는 사실상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 중국의 자본 유출입 규모 및 패턴이 국제금융시장과 얼마나 연관성을 보이는지, 중국과 해외(역외)시장 간 금리 및 환율 등의 금융변수가 괴리되어 있는지, 금융거래 면에서의 규제 정도 등에 따라 개방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데, 대부분 국제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중국과 비슷한 나라로는 인도 정도를 지목할 수 있다.

Ⅱ. 중국 자본시장 개방 현주소 : 일본 및 한국 사례와의 비교

중국과 경제여건이 비슷한 상황에서 자본시장을 개방했던 국가나, 혹은 중국이 현재 벤치마크하고 있는 국가가 있다면 그 국가들의 사례가 중국의 현 단계와 향후 행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4월 한, 중 연구기관간의 세미나에서 중국 공무원들이 배우고 싶은 주제로 금융자유화의 과정 및 순서를 꼽았다는 사실은 의미가 깊다. 특히 일본의 사례는 현재 중국의 경제여건 및 정책 목표와 유사한 점이 더욱 많다. 무역수지 흑자 기조 및 환율 절상 압력 하에서 자본개방의 필요가 있었다는 점, 금융시장 교란을 우려하여 자본자유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점, 안정적 경상수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통화의 국제화를 시도하는 점 등 최근의 중국과 상당 부분 비슷한 과정을 겪어왔다.

한국의 경우도 보조적인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며 선진국의 문턱에 가장 가깝게 가 있는 국가일뿐더러, 금리자유화 및 자본시장 개방의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한 국가라는 점에서 중국의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따라서 일본 및 한국의 과거 경험과 중국의 사례를 비교를 통해 현재 중국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중국의 특수성에 기인하여 나타나는 특징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향후 중국의 남아있는 개방과정을 예측해볼 수 있다.

중국 주식시장의 개방도는 과거 일본의 1970년대 수준

중국의 주식 유통시장은 대내·외 직접투자와 증권투자가 허용이 되었지만, 증권투자의 경우 아직 일반인(개인) 투자자에게는 거의 개방되지 않고 있다. 일본의 대내 증권투자가 1970년에 처음 허용되었고, 일반 투자자에게 허용된 것은 그 이듬해인 1971년이므로, 중국 주식 유통시장의 개방 정도는 일본의 1970년 전후와 비슷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적격투자자(QFII)의 종목 당 지분 취득 상한(발행주식 수의 10%)도 일본의 1971년(제4차 자본자유화) 당시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식 발행시장도 유통시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1993년 청도맥주가 홍콩증시에 상장한 이후 중국 기업의 해외 증시 진출은 꾸준히 이뤄져 왔으나, 외국기업의 중국 증시 상장은 제한되다가 2001년 외상투자기업의 A주 상장이 허용되었다. 이것이 실질적 주식발행시장 개방인 셈이며, 아직도 외국기업의 직접 상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중국의 직접투자(FDI, ODI)는 상대적으로 자유화가 가장 먼저 이루어졌으며 개방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화 투자제한 조치나 은행, 통신 등의 업종 제한도 완화되었으며, 신고제 전환과 같은 절차 간소화와 세금 우대 등의 조치도 시행되고 있다. 비거주자의 대내 직접투자(FDI)가 거주자 대외직접투자(ODI)에 비해 먼저 자유화되었으나, 2011년 이후 대외직접투자 역시 개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일본, 한국과 달리 중국의 경우에만 발견되는 특징이 있는데, 그 첫 번째는 ▲‘先외화/後자국통화’의 원칙이다. 외화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은 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위안화로 환전할 수 있어 유출입의 규제가 쉬운 데 비해, 위안화로 거래될 경우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先비거주자 국내진출/後거주자 해외진출’의 원칙을 들 수 있다. 이는 같은 유입(또는 유출) 정책이라도 해외보다는 국내에서의 거래를 먼저 개방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외환규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해외에 비해 감독기관의 규제가 훨씬 용이할뿐더러, 중국의 경우 금융기관 및 감독기관이 대부분 국유기업이어서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채권시장 개방도는 일본의 1980년대 수준

채권 유통시장의 경우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적격기관투자자(QFII)만 투자할 수 있으며, 일반인에게는 개방되어 있지 않다. 채권시장은 장외거래의 비중이 90%에 달해 장내 거래 위주의 주식시장에 비해 규제가 어려워 개방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 2010년 이전까지는 QFII조차 전체 채권시장의 5% 규모인 거래소 채권시장에만 투자할 수 있었으며, 올해 들어서야 은행간 채권시장에 투자가 가능해졌다.

반면 2011년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제도가 시행되면서 역외 위안화 채권(딤섬본드)의 발행자금으로 본토 내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꽤나 진전된 조치로 평가된다. 이는 역외 자금의 환류제한을 완화하는 것으로서, 일본의 경우 역외 채권자금의 환류제한 1995년 들어서야 폐지되었다.

채권 발행시장은 거주자/비거주자, 자국통화/외화, 국내/해외의 세가지 기준의 조합 중, 거주자의 국내 자국통화 채권과 비거주자의 해외 외화표시 채권을 제외한 6가지의 항목이 자본자유화의 대상이 된다. 현재 중국은 비거주자의 중국 내 외화표시 채권발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발행 실적이 있으며, 홍콩 역외 시장에서의 위안화 채권발행이 허용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는 유로엔채 발행시장을 개방했던 1970년대 말 일본의 자본개방 수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채권 발행시장 개방은 홍콩 역외시장 발달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일본이 자본자유화 과정에서 유로엔 시장에 중점을 두었다면, 중국은 홍콩 역외시장을 통해 그와 비슷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거주자의 대외 진출 및 비거주자의 대내 진입의 과정에서 홍콩 역외시장을 완충지로 이용함으로써 중국 본토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편 채권시장의 자본개방 과정을 보면, 주식시장에 비해 각국의 공통적 특징을 찾아내기가 어려우며 오히려 각국의 차별적 양상이 더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이는 각국의 채권시장 발달 정도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더 성숙한 부문을 먼저 개방한다’는 원칙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 나라 모두 경제성장 과정에서 은행 혹은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조달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채권시장의 발달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따라서 자본자유화의 과정에서 각국은 채권시장의 발달이 미비하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Ⅲ. 중국 자본시장 개방 준칙

중국의 전반적인 자본자유화 정도는 일본의 과거 자본자유화 초기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 부문별로 시장을 열고 있지만, 탐색수준으로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향후 ▲거래주체 제한도 풀고(국가→금융기관→민간기업→일반인) ▲투자범위도 넓혀야 하며(종목·한도·만기 등 제한 폐지) ▲거래절차 간소화(허가제→사전 신고제→사후 신고제)도 이뤄져야 한다. 투자소득에 대한 세금면제 등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도 과제이다.

‘갈 길이 멀다’는 것은 중국이 자본자유화를 추진하면서 돌다리도 두들기듯 신중하게 추진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위안화 국제화가 국제적 관심을 끌어왔으나, 중국 정부의 기존 행보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중국 정부는 자본시장 개방에 있어 몇 가지 준칙을 따르는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개방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 개방조치들의 전후 순서를 살펴본 것을 보며 주식시장을 예를 들면, ▲외화 투자가 위안화 투자보다 ▲직접투자가 간접투자보다 ▲자금유입이 자금유출보다 ▲기관투자가 개인투자보다 먼저 개방됐다. 이 같은 전후 순서는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되는 패턴이다. 다만 이 같은 개방 순서가 중첩적으로 다뤄지는 경우에 있어서, 중국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와 개인투자의 선후관계를 다른 어떤 선후보다 중시했음이 독특하다. 이는 중국 금융당국이 개인투자보다 기관투자의 경우 진입 규제를 가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 위안화 투자여부를 중시했던 것은 오랜 고도성장을 통해 위안화 절상 기대심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팽배해있었고, 핫머니 유입으로 골치를 앓았던 만큼 위안화의 투자개방에 대해선 고도의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의 신중한 접근자세는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국 금융시장이 시장메커니즘에 의해 운용될 만큼 충실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금융부문이 나름의 방식으로 실물 경제의 고도성장을 큰 무리 없이 뒷받침해왔지만, 금리, 환율 등 가장 기본적인 가격변수들이 여전히 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다. 가격변수가 시장 실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된 상태라면, 개방은 곧 투기성 자금의 대규모 유출입을 수반하게 되며 이는 중국 거시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도 주식시장 개방과정에서 초기 및 중기 단계까지는 기본 원칙을 준수하다가 이후 자유화가 일정 궤도에 오른 뒤부터 경상수지 및 국제 금융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개방의 속도를 조절했다. 당시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규모 대비 금융시장이 미 발달한 중국으로선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향후 기존 개방준칙에 따라 개방 범위 및 속도를 조절할 것이다.

Ⅳ.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일반적으로 자본자유화의 전제 조건으로 금리 및 환율자유화, 은행건전성 강화, 국내자본시장 발전, 거시경제적 안정 등이 꼽힌다. 전제조건들 간에도 연관성이 높아 어느 하나가 충족되지 않으면 다른 것 역시 미흡한 경우가 많다. 중국은 가장 기본적인 금리가 시장자율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들의 경영효율성 및 위험관리 능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으며, 환율의 경직성 및 경상수지 불균형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연히 금리 자유화 같은 기본을 해결하지 않고, 자본시장 자유화 조치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제시된다. 중국 인민은행의 ‘자본시장 개방계획’이 금리 자유화를 가장 먼 장기계획(5~10년)에 포함시키자 비슷한 반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 중국 자본시장의 자금수급 압력을 볼 때 당장 금리 자유화를 실시할 경우, 금리상승 및 내외금리차를 노린 자본유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예대마진이 줄면서 은행 경영 리스크 역시 커질 것이란 우려는 무시할 수 없다. 주의할 점은 인민은행의 계획은 단기계획이 완성된 이후 중기, 중기가 이행된 후 장기계획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금리 및 환율의 자유화가 장기 계획의 선행조건으로 명시되었다는 것은, ▲자본시장 개방을 위해 금융시장의 가격변수들이 먼저 자유화되어야 함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과정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핵심 선결조건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왔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자본시장 개방이 금리 자유화를 배제하고 환율변동 및 자본이동만을 자유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수주도 성장 모델로의 경제구조 개선을 꾀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제조건으로서 환율과 금리 자유화의 필요성 역시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환율이 자유화되면 경상수지 흑자에 따라 통화량이 급변하거나 또는 불태화 과정에서 금리가 변동하는 문제가 줄어들게 된다. 금리가 자유화된다면, 신용할당 방식의 통화량 규제에서 가격 변수를 통한 간접적 규제방식으로 바뀌게 되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중국 산업부문이 주기적으로 과잉투자 문제를 겪는 뿌리에는 은행부문의 부실한 신용배분 기능이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자본시장 개방이 진전될수록 금융당국의 금리 및 환율 통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만약 가격변수의 자유화 이전에 자본시장 개방이 더 진전될 경우 내외 금리차 및 환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으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이 교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금리 및 환율의 자유화가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은행들의 경영 효율 및 리스크 관리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리 자유화는 은행들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예금보험’과 같은 안전판을 만들어 놓을 필요도 생겨난다. 과거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전격적인 금리 자유화보다 점진적인 자유화가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져와 성공확률을 높였다4.

이에 따라 향후 중국 자본시장의 본격적인 개방은 금리 및 환율자유화 등의 선결조건이 마무리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면, 선결조건들이 조속히 충족되기 어려운 만큼 자본시장 개방은 상당한 시일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금리 및 환율개혁 등은 이를 통제해온 관계 당국의 저항논리를 이겨내야 하는 개혁 목표들인 만큼 정치적으로도 간단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위안화 국제화 역시 단기간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자본자유화가 통화 국제화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중국 금융당국의 개방 계획이나, 일본의 1980년대에 해당하는 현재의 낮은 개방수준을 감안할 때 위안화 국제화는 절대 단기목표가 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최근 중국 수출증가세 둔화 및 절상 기대 약화 등으로 국제투자자들의 위안화 보유유인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제화의 첫 단계인 무역결제 통화로서의 위상도 동북아 지역에 국한될 수 있다. 일본은 엔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오면서도 산업경쟁력이란 실물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함으로써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이 엔화 국제화 과정을 따라가면서 대내적으로 개혁에 대한 저항을 이겨내려면, 산업고도화를 기반으로 수출동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달러화의 위기에 대응해 자본개방 없이 준비통화로 도약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나, IMF와의 견해 차이 등으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대외적 국제화 작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내적 개혁조치의 이행과 이를 뒷받침하는 실물경제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최문박 선임연구원, 박래정 수석연구위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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