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사람에 대한 통찰력 데이터 분석으로 높인다’

뉴스 제공
LG경제연구원
2012-10-28 12:00
서울--(뉴스와이어)--2011년 개봉된 ‘머니볼(Moneyball)’은 성적이 하위권에 맴돌던 미국의 야구팀 오클랜드 애쓸래틱스(Oakland Atheletics)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야구단의 단장 빌리 빈(Billy Beane)은 재정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팀의 성적을 높일 방안을 강구하던 중, 어느 한 경제학자를 고용하여 야구 선수의 기록 등에 대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실력 대비 저평가된 선수들을 가려내어 최소한의 자금으로 영입하였고, 그 이후 4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다. 기업과 야구의 생태는 다소 다르지만, 이 상황을 기업에 비유해 보면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좋은 인재를 선발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최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Ⅰ. HR에서의 데이터 기반 경영

기업의 경영자가 사람과 관련하여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어떤 이력·특성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입사 후에 최상의 성과를 발휘할까?’, ‘최고의 성과를 내는 리더는 어떤 특성을 지닌 사람들일까?’, ‘회사가 어떻게 해야 구성원들의 회사와 일에 대한 몰입과 열정을 이끌어 낼까?’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해서 쉽게 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의 특성이나 내면은 제품이나 시장(고객)처럼 숫자나 도표로 정형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실 그 동안 기업들은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과거의 관행대로 하거나, 경쟁사의 HR 프랙티스를 벤치마킹 하거나, 경험 혹은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보다 과거의 관행, 개인적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의사결정은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은 한번 시행되면 그 파급효과가 크다는 면에서 더욱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스탠포드(Stanford) 대학의 제프리 페퍼(Pfeffer)와 로버트 셔튼(Sutton) 교수는 요즘과 같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기존의 관행, 경험, 벤치마킹 보다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증거에 의거해 의사결정을내리는 ‘증거 기반의 경영’(Evidence-based Management)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HR 데이터에 숨어있는 성과 창출 기회

사람에 대한 데이터의 분석은 경영자가 HR 관련 의사 결정을 할 때, 보다 객관화된 증거를 제시해 줄 수 있다. 조직에서 데이터를 의사결정에 활용한다는 개념을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고객의 구매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마케팅을 하는 것, 재무 데이터를 통해 리스크 요인을 도출하는 것, 계절적 변동을 고려해 물류 계획을 세우는 것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 의사결정은 마케팅, 재무, 물류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 구성원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그 결과가 조직 전체 차원의 성과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HR 의사결정 역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조직 구성원, 즉 사람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할 경우, 위에서 언급한 경영진이 궁금해 하는 HR 관련 의사결정을 위한 질문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실제로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은 직원들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등 과학적인 HR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영진의 HR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과 관련한 데이터를 다양한 방법론과 통합적 프로세스를 적용하여 분석하는 것을 HR 데이터 분석(또는 HR 애널리틱스(Analytics)1) 이라고 한다. HR 데이터 분석의 목적은 구성원 및 조직 성과 향상에 있으며, 다양한 통계적인 기법(상관관계 분석, 회귀 분석, 경로 분석 등)을 이용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찾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이는 단순한 이직률 집계 등의 현황 파악보다 더발전된 개념으로 향후의 인력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질문들에 답할 수 있다.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직원수, 임금 등 기본 정보)를 넘어 매출, 성과 등의 데이터와 인적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여 ‘어떤 인적 요인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HR 데이터 분석인 것이다.

사람을 통한 성과 창출을 위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법으로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HR 데이터 분석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Ⅱ. HR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성과 향상 사례들

1. 제록스(Xerox)의 고성과 DNA 찾기

HR 데이터 분석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선발해야 입사 후에 고성과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흔히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는 활동으로서 이력서 항목의 재조합 또는 가중치 조정, 면접 프로세스 정형화, 면접관 교육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발 프로세스 그 자체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 조직이 활용하는 선발 기준을 통과하고, 면접 프로세스를 거쳐 입사한 사람들이 성과를 낼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 중 하나는 ‘현재 조직 내부의 고성과 직원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선발 기준 및 면접의 중점 점검 포인트로 삼는 것’을 들 수 있다.

제록스는 콜센터 직원들의 입사 후 조기이직률이 매우 높아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1인당 약 5,000달러 가량의 금액을 신입사원 교육에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곧 이직해 버리니 제록스로서는 상당한 손해가 아닐 수 없었다.

채용방식의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제록스는 콜센터 직원들 중에서 (i) 성과가 우수하고, (ii) 장기 근속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적 사항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성격(Personality)’ 특성을 파악하였다. 이 같은 데이터를 기초로 하여 제록스에서의 ‘가장 이상적인 콜센터 직원 특성’을 도출하였다. 데이터 분석 결과, 제록스가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훌륭한 콜센터 직원에 대한 이미지를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주요 결과를 보면, 첫째, 제록스가 이전까지 가장 큰 의미를 두었던 ‘이전 직장에서의 근무 경험’이 아니라 ‘성격’ 요인이, 둘째, 성격 중에서도 ‘창의적인 유형’이 입사 후 근속기간 및 성과에 가장 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점을 밝혀 내었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제록스는 콜센터 직원 선발 시, 직무 수행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기반한 성격 테스트(약 30분 소요)를 시행하였다. 이 테스트 점수의 결과를 근간으로 입사후보자를 잠재력이 높은 그룹(Green), 보통 그룹(Yellow), 낮은 그룹(Red) 등 세 그룹으로 구분하였고, 잠재력이 높은 그룹을 중심으로 선발하였다. 그 결과, 채용한 콜센터 직원의 조기이직률은 새로운 채용 제도 시행 6개월 만에 이전의 1/5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2. PNC 파이낸셜(Financial)의 ‘외부 영입 vs. 내부 충원’ 고민 해결

다양성에 기반한 창의성이 중시되면서, 최근 많은 기업들이 외부로 눈을 돌려 경력자의 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직 입장에서는 많은 보상을 제공하고 영입하는 경력자들이 과연 성과를 잘 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HR 데이터 분석은 ‘외부에서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 아니면 내부의 사람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의 기준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미국 피츠버그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PNC 파이낸셜은 미국 내 자산규모 6위의 상업은행이다. 동사의 그 간의 인력 채용에 대한 기조는 공석 발생 시 내부의 구성원을 승진·이동 시켜 공석을 메우기 보다는 경험이 풍부하다고 여겨지는 경력자들을 외부에서 충원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조직 내부적으로는 경력자들이 돈을 많이 받는 만큼 성과를 잘 내고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으며, 이로 인해 현재 회사의 경력 채용 방침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러한 이슈를 포착하게 된 인사팀은 2009년, 데이터 분석에 능숙한 시장분석팀의 협조 하에 지난 수년 간 채용한 외부 경력자와 내부에서 승진한 구성원간의 영업성과를 추적하여 데이터로 만들고, 이 두 집단의 성과를 비교하는 작업을 추진하였다. 분석 결과, (i) 대부분의 직무에서 부임 첫 해 내부 승진자의 성과가 외부 경력직의 성과보다 현저히 높았으며, (ii)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의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내부 승진자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PNC 파이낸셜은 ‘성과도 안 좋은데, 괜히 많은 돈 들여서 외부에서 사람을 뽑는 건 아닌가’ 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데이터를 통해 증명하였고, 이후 공석 발생 시 내부 구성원을 승진시켜 보임하는 방식으로 인력 충원 전략을 수정하였다.

3. 구글(Google)의 베스트 리더 특성 찾기

‘베스트 리더의 요건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거의 모든 경영진들이 찾고자 할 것이다. 그 만큼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리더, 구성원들이 존경하는 리더를 선발하고 육성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열망은 매우 크다는 의미다. 이에 많은 기업들은 리더들의 성과 또는 경력 이력을 관리하는가 하면, 다면평가 등을 통해 리더십을 측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리더십에 대한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활용되지 않고, 단순히 리더 개인별로 연말에 1회성으로 제공되는 피드백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리더와 관련한 HR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면 앞서의 ‘우리 회사에서 고성과를 내고, 존경 받는 베스트 리더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는 도출할 수 있으며, 이는 리더의 선발 및 육성에 가치 있는 의사결정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답게 구글은 자사의 HR 데이터 역시 과학적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HR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구글은 심리학, 공학, 경영학(MBA) 출신들로 구성된 ‘구글 인재 분석팀(Google People Analytics Team)’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팀은 성과가 높은 ‘효과적인 리더’의 특징들을 도출하여 리더의 승진 및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구글의 인재 분석팀은 성과가 높고 장기 근속하는 리더들에게는 공통적인 리더로서의 자질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를 도출하기 위해 인터뷰,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결과를 데이터화 하여 분석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효과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8개의 좋은 행동(Good Behavior)’ - 좋은 코치가 되어라, 팀에 권한을 위임하고 지나치게 세세하게 간섭하지 말아라, 팀원과의 소통에 노력하고 의견을 경청하라 등- 과 ‘비효과적인 리더들이 빠지는 3가지 함정’ - 개인 성과는 탁월하지만 관리자로서의 역량은 부족하다 등 - 을 도출해 내었다.

또한, 구글의 분석팀은 좋은 리더에 대한 기존 관념과는 차이가 있는 한 가지 흥미로운 데이터 분석결과를 얻었다. 예컨대, 구글은 IT 기업이라는 특성상 기술적 전문성이 좋은 리더의 중요한 자질일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는 부하들의 개인적인 삶과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리더십이 기술적 전문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좋은 리더들이 모든 부하들과 1:1로 대화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나쁜 리더들은 특정 부하하고만 1:1 대화 시간을 갖거나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활용하여 좋은 리더의 요건들을 자사의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에 반영하여 코칭하였다. 그 결과 1년 후에 리더십의 보완이 필요했던 리더들의 약 75%에서 문제점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4. 로위스(Lowe's)의 구성원 몰입 향상 활동

기업들은 구성원들의 조직몰입이나 직무만족도를 살펴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매년 실시하곤 한다. 이는 ‘구성원이 회사에 충성하고 몰입할수록, 담당하는 직무에 만족할수록, 기업 성과도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Assumption)’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안타깝게도 다수의 기업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일차원적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예컨대, ‘직무에 만족하는 직원이 몇 퍼센트이다’, ‘작년에 비해서 몰입도가 몇 퍼센트 상승하였다’, ‘어떤 부서의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높다’ 등과 같이, 설문조사 자료를 단순히 기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영자나 조직의 리더들은 “직원들의 몰입이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정말 중요한가? 그러면 사업성과도 좋아지는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그저 매년 직원들 불평이나 수렴하는 조사’로 폄하하곤 한다.

반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얻은 HR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활용하면, 설문조사의 본질적인 목적인 ‘구성원의 몰입과 만족을 높이면 사업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가정을 검증해 볼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직원의 몰입과 만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들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다.

2011년 기준 포춘(Fortune) 50위 규모의 가정용품 소매전문 기업인 로위스는 사업성과(매장 매출, 고객만족도 등)에 인적자원의 특성(구성원 몰입도, 리더십 등)이 과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규명한 바 있다. 로위스의 인사부서는 HR이 사업의 성공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체계적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HR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를 위해서 인사부서는 동사의 구성원들의 특성들이 실제 사업성과를 높인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인적자원 및 사업성과 등 다양한 데이터들을 수집하여 통합적으로 분석하였다.

데이터 분석 결과, 조직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할 경우, 매장의 매출이 약 4% 정도 더 높아지며, 그로 인해 직원들의 조직 몰입도가 높은 매장과 그렇지 않은 매장간의 매출 차이가 약 100만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밝혀 내었다. 로위스의 인사부서는 이러한 몰입도와 매출간의 관계에 대한 분석결과를 회사의 경영진들에게 시각화하여 보고하였으며, 로위스의 경영진들은 구성원의 몰입도가 사업에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로위스는 구성원의 몰입도를 높여야 하는 매장이 어디인지, 어떤 직원을 매장 리더로 선임하고 교육해야 구성원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더 집중적으로 개선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5. PWC의 신규 보상제도의 사전 효과 검증

통상적으로 새로운 인사 제도의 시행에는 상당한 재원이 소요된다. 특히, 직원에 대한 보상과 관련한 제도에는 상당한 돈이 추가로 투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인사 제도가 효과적인 것인가’를 검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이라 할 수 있다. HR 데이터 분석은 조직이 계획하거나 시행하고 있는 인사제도의 효과성을 검증하거나 예측하는 데에 유용할 수 있다.

회계·컨설팅 서비스 업계의 글로벌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한 때 세무회계분야의 3~5년 차 경력의 시니어 직원들의 이직이 높아지는 문제에 봉착한 적이 있었다. 시니어 직원의 이직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경우, 중간 허리 계층의 공백에 따른 조직관리가 부실해 지고, 노하우가 사라져 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 우려되었다. PWC는 시니어 계층의 이직 방지를 위해, 보상의 일정 금액을 일정 기간 또는 퇴직 시까지 미루었다가 지급하는 이연보상(Deferred Compensation)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PWC는 이연보상 제도가 과연 시니어 계층의 장기 근속을 촉진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와 더불어, 동사는 PWC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것이 이직하는 것보다 더욱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데이터를 통해 증명해 보여준다면 이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에 PWC는 미국의 남가주 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조직효과성센터(Center for Organization Effectiveness)와 공동으로 구성원들의 근속을 결정하는 요인, 이직한 사람들이 다니는 직장 및 보상 수준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직원들이 PWC에 근무할 것인가를 결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현 시점 또는 미래(퇴직 시점 등)에 받을 수 있는 보상의 크기가 아니라, 근속기간에 따라 비례한 보상의 증가로 나타났다. 이는 애초에 계획하던 이연보상이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촉진하는 데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PWC에서 계속 근무하는 구성원들과 이직한 사람들간의 직급 및 보상 수준을 비교한 결과, 전반적으로 PWC의 장기근속자들이 직급도 높고 보상도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PWC는 이연보상 계획을 취소하고, 구성원들에게는 PWC에서 장기 근속하는 것이 이직하는 것보다 승진 및 보상에 있어서 더욱 유리하다는 사실을 전파하고 설득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시니어 계층의 이직률을 4년 전의 26%에서 1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었다.

Ⅲ. HR 데이터 분석이 성공하려면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보듯이 HR 데이터 분석은 경영진들이 사람과 관련한 의사결정 시에 궁금해 하는 점을 해결해 주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HR 데이터 분석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과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 몇가지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HR 데이터를 분석하고 싶어도 정작 조직 내에 적절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 못하여 분석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흔히, 성과평가결과, 보상 데이터 등은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한 컨설팅 업체(Knowledge Infusion)가 인사담당자 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009년)에 의하면, 이러한 기본적인 인적자원 관련한 데이터를 갖춘 기업은 45% 수준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우선, HR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들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들 데이터를 꾸준하게 수집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앞서의 글로벌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HR 데이터 분석에는 비단 인사나 구성원과 관련된 데이터만이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만족도, 매출자료 등 마케팅, 재무 등의 데이터도 함께 활용되면 데이터 분석의 힘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부서와의 협조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들이 공유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전사 차원에서의 통합적인 데이터 관리 체계를 갖추는 데에도 신경 써야 한다.

목적에 부합하도록 데이터와 분석 방법을 디자인해야…

단순히 ‘데이터가 있고, 통계적 지식이 있어서 여러 데이터들을 분석하는 것’은 조직 차원의 의사결정에 가치를 주지 못한다. 경영진이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는데에 있어서 궁금해 하는 이슈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려는 목적에 맞도록, 이에 적합한 데이터를 선택하고 분석 방법을 디자인해야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을만한 결과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했지만 정작 의사결정에 활용되기 어려울만한 결과를 내놓는 소위 ‘분석 따로, 결정 따로’의 현상은 HR 데이터 분석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어설프게 분석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요즘 빅 데이터(Big Data)를 비롯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HR 데이터 분석도 이 같은 경영의 흐름에 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기준, HR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38억 달러에 이른다는 리서치 기관 가트너(Gartner)의 조사는 HR 데이터 분석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정작 HR 데이터 분석을 할 내부적 역량이 갖춰 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의 시류에 휩쓸려 어설프게 분석한다면 엉뚱한 분석결과를 얻게 되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실제 기업들의 HR 데이터 분석 역량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상태인 듯 하다. 미국의 인사분야의 연구기관인 Bersin & Associates가 약 600여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2011년)를 보면, 약 56%가 HR 데이터를 수집, 측정, 분석하는 데에 매우 취약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따라서, 조직 내의 사람 관련 이슈의 원인 및 결과 등을 제대로 도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에 능숙한 전문성(통계 지식 등)과 HR 데이터 분석에 대한 경험을 보유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HR 데이터 분석 담당자를 채용 시, 통계 전문가, MBA 전공자, 산업·조직심리학 석사 학위 보유자 등 숫자에 대한 이해와 분석 역량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HR 데이터 분석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을 통한 성과 향상’에 있다. 이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사람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면, 제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다양한 기법으로 분석을 하더라도,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가’를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HR 데이터 분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통계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인사담당자를 포함하여 사람에 대한 이해를 잘 하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분석하고 그 결과를 해석해야 할 것이다.

손자(孫子)가 말한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의 ‘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에 대해서 우리는 흔히 나를 아는 것보다는 상대를 아는 것 쪽에 더 초점을 두어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의 경우에도 현재 내부적인 상태나 문제점보다는 경쟁사의 베스트 프랙티스나 장점을 알아내는 데에 치중하고 있는 면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대를 잘 알더라도 정작 자신을 모른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 HR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구성원과 조직 운영의 현황과 문제 등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면 더 나은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원지현 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원지현 연구원
02-3777-0646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