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인도 내수시장,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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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11-06 12:00
서울--(뉴스와이어)--미국의 경기부진과 유럽재정위기 지속 등으로 선진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잠재력을 지닌 신흥국이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3억 인구대국이자 소비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인도가 중국을 이은 글로벌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인도의 경제지표를 봐도 이러한 잠재력이 발현되기에는 구조적 장벽이 적지 않다.

인도경제는 2004~2007년 연평균 9.5%의 고성장을 보인 기간에도 취업자수 증가율은 0.2%에 그쳐 선진국에서나 고민할 법한 고용 없는 성장이 일찍이 나타났다. 고용으로 흡수되지 못한 대다수의 인구는 부가가치가 낮은 농업에 잔류하는 한편,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주도한 소수의 엘리트 층에게 대부분의 경제성장의 과실이 돌아감으로써 빈부격차가 심해졌고, 결과적으로 내구재소비를 주도할 중간 소득계층의 형성이 어려웠다. 여기에 저소득 시기부터 원자재 및 식료품의 고물가 시대를 맞이했다는 점도 내구재 소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높아진 식료품물가는 가계소비의 절반 가량을 먹을 거리에 사용하는 인도소비자들에게 치명타를 입혔고, 가전제품과 같은 내구재를 감당할 소비여력을 크게 제한했다.

정부정책이나 사회 통념 상 이러한 구조적 걸림돌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세관이 강한 인도인들에게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는 상대적으로 낮다. 인도정부도 빈곤타파, 균형성장을 주축으로 하는 내포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12차 5개년 계획의 목표로 내걸면서, 그간의 다소 무리한 고성장보다는 의미 있는 성장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중앙정부의 약한 집권력 및 인프라투자를 위한 자금부족 등을 고려할 때, 현재 6억 명을 넘는 빈곤층이 내구소비재의 구매력을 갖춘 중간소득계층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도시와 농촌, 극빈층와 극부유층,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자이크와 같은 시장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리게 변화할 인도시장을 인내를 갖고 차분히 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최근 1~2년 사이 인도경제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인도 시장은 기회의 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인도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몇 년 사이 급증하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유럽재정위기 지속에 따른 글로벌 수요침체가 겹쳐 인도시장에서 기대한 성과를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GDP성장률은 2분기 연속 5%대로 2007~2011년 연평균 경제성장률 8.1%에 크게 못 미치면서 인도경제의 성장세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선진국 경제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도 등 잠재력을 지닌 신흥국이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높다. 인도를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의 중심에는 13억 인구대국이자 소비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인도가 중국을 이은 글로벌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이것이 현실화되려면 인도경제는 증가하는 인구를 노동력으로 흡수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의 성과가 고용증가를 통해 각층에 파급되어 소득수준 증가와 소비 확대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생산을 확대시켜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이 실현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무한한 가능성이라 기대했던 13억 인구가 호재가 아닐 수도 있다. 2011년 기준 4,20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와 9%를 넘나드는 높은 실업률을 고려하면, 2030년경 중국을 넘어 세계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의 인구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Ⅰ. 인도 소비구조의 특징

소득수준에 비해 작은 내구재시장

인도는 소비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국내총생산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58%로 중국(35%, 2011년)이나 우리나라(53%, 2011년)보다 크고, 일본(58%)이나 OECD평균(61%, 2010년)에 버금가는 수치다. 그러나 인도를 소비시장으로 바라보는 글로벌 기업에게 중요한 각종 전자제품 및 자동차 등 내구재가 전체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소득수준이 비슷한 다른 나라의 내구재 소비비중과 비교해보자. 인도의 2009년 구매력기준 1인당 소득수준은 3,345달러로 중국의 2002년 수준(3,217달러)과 유사한데, 당시 중국의 내구재 소비비중은 6.7%로 인도(2.1%)의 세 배에 달했다. 중국은 정부가 주도한 투자 및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 탓에 내수소비시장이 크게 확대되지 못했다는 특징이 있지만, 내구재 소비는 비교적 활발해서 총 내구재 소비액은 2002년 기준 900억 달러에 달했다. 반면, 소비주도형 경제성장패턴을 보여온 인도의 경우는 내수시장 규모 자체는 크지만, 내구재 비중은 매우 작아 2009년 기준 내구재 소비시장 규모는 약 360억 달러에 불과해 2002년의 중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높은 생필품 및 서비스지출 부담

내구재 소비가 부진한 원인을 소비구조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인도경제의 고유한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이 증가하면 소비의 형태가 식료품 등 생필품 중심의 비내구재 소비에서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로 옮겨가고, 내구재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고 나면, 선택적인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늘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 초반 소득수준이 상승하면서 전체소비에서 비내구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 시기 TV, 자가용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내구재 소비가 연평균 15%의 성장세로 전체소비 증가를 견인했다. 일단 내구재 보급률이 일정 수준까지 높아지고 나자, 교육, 의료, 통신 등 선택적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경우도 전체소비의 반 이상을 차지하던 비내구재에 대한 지출이 1990년대 중반 이후 40%대로 떨어지면서 내구재의 비중이 커졌고, 서비스 수요는 2000년대 들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인도의 경우를 보면, 소득이 급격히 증가하는 와중에도 비내구재가 전체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느리게 감소하고 있으며 내구재 소비비중은 정체된 모습을 보인다. 대신 여분의 소득이 내구재가 아닌 서비스수요증가로 이어지면서 인도경제에서 서비스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한 요인은 인도의 경우 저소득 단계에서 이미 식료품 및 원자재 고물가 시대를 맞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소득증가가 실질 구매력상승, 그리고 내구재 소비증가로 연결되기 어렵게 됐는데, 이는 과거 신흥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초기 소득수준이 증가하면서 비내구재 소비비중이 급격히 하락하는 일반적 현상과 대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이전까지 원자재 물가상승률은 전체물가지수와 별반 차이가 없었으며, 고도성장기를 지나면서 40%에 달하던 비내구재 비중은 90년대 23%로 빠르게 하락했다. 반면,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고성장을 경험해온 인도는 고물가의 소비여력 압박이 나타났다. 인도의 물가상승률은 2012년 9월에 10개월래 최고치인 7.8%를 기록했고, 원자재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전체 물가상승률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 게다가 환율약세가 겹쳐 수입의존도가 높은 인도경제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가솔린가격 자유화와 루피화 약세로 과거 2년간 연료가격 상승률은 40%에 달했으며, 이는 인도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억누르고 있다.

연료비 및 수입물가 상승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먹을 거리 가격 상승이다. 식료품 수요 증가, 국제 농산물 가격 급등, 비효율적 유통구조 등으로 식료품의 도매물가상승률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전체물가상승률을 상회하기 시작해 2008년에는 12%까지 치솟았다. 이후 식료품물가의 상승속도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물가상승률을 2%p 이상 상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황에 따른 농산물 공급부족으로 지난 해에는 양파전쟁, 감자전쟁 등 식료품난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가뭄의 영향으로 식료품물가상승률이 다시 10%를 넘어서고 있다. 신흥국의 경제성장 과정에 있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일종의 성장통일 수 있지만 8억이 넘는 빈곤층이 존재하는 인도에서 식료품고물가 현상은 곧 국민 절대다수의 생활고를 의미한다. 인도에서 도시는 가구 전체소비의 41%, 농촌은 54% 가량을 식료품 구매에 지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곡물 등 식료품 가격은 소비패턴을 크게 좌우하며, 높은 식료품 가격은 내구재 소비여력을 억누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의료, 교육 등 필요한 서비스 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가계의 부담이 크다는 점도 내구재 소비를 억제하는 주요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선택적 성격을 지닌 서비스 지출이 높아지는 소비패턴의 선진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서비스소비는 인도와 무관해 보이지만,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인도에서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여가오락 수요가 증가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보건서비스 지출이 증가하는 선진국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인도의 경우 의료비나 교육비,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의료시설 부족, 의무교육제도 미확립 등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결과 개인들이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면서 생긴 부동산과열로 인한 도심지역의 주거비용 상승 역시 소비여력을 제한하는데, 도시가구의 경우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로 1980년대 우리나라(10%)에 비해 상당히 크다.

중산층 형성 기반 허약

다음으로 경제가 고성장세를 보이는 중에도 내구재 소비의 중추를 담당하는 중간소득 계층이 크게 확대되지 못했다는 점을 지목할 수 있다. 인도경제의 실질GDP성장률은 2004~2007년 동안 연평균 9.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취업자수 증가는 0.2%에 그쳐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부가가치생산에서 1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발전과 함께 점차 낮아지고, 2차 산업, 그리고 3차 산업 순으로 비중이 증가한다.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따라 지식집약적인 3차 산업이 주를 이루면서 주로 선진국에서 “고용 없는 성장”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이와 달리 경제발전 초기단계에서부터 3차산업이 두드러지는 현상이 관찰된다. 부가가치생산(GDP) 비중은 농업의 경우 1993년 35%에서 2010년 15%로 대폭 감소했고, 제조업은 8%p 증가하는 동안 유통·호텔, 운송·통신, 기타서비스 등 서비스산업은 12%p 상승해 2010년 기준 총부가가치의 57%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들 산업의 고용 창출력의 차이다. 인도의 산업경쟁력이 강한 대표적인 분야로 금속산업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노동자 1인당 고정자본액이 제조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즉 가장 사람 손에 의존하지 않는 산업이다. 비교적 노동집약적인 다이아몬드 연마, 섬유가공 등도 인도의 전통적인 주력산업으로 꼽혔으나 2000년 이후 경쟁력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노동력에 의존하는 개인서비스보다는 지식집약적인 IT산업의 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발전 초기단계에서는 경공업 등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이 발전하면서 대량의 노동력을 흡수하기 마련이지만, 인도의 경우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발전한 결과 고용 없는 성장이 일찍부터 나타난 것이다.

중국과 비교해보면, 인도의 취업구조의 차이는 명확하다. 중국의 경우,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 90년대 이후 농업 취업자수가 감소하면서 1차 산업에서 2, 3차 산업으로 노동력의 이동이 진행되어, 1차 산업의 고용비중은 2007년 40%까지 낮아져 농업의 잉여노동력을 거의 해소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인도는 1차 산업의 취업자수도 늘어나서 농업의 잉여노동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인도의 고용이 늘지 않는 요인으로 노동공급이 제한된 점을 들 수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인도의 학력별 인구구조가 노동집약적인 2차 산업이 발달하기 어려운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인도의 문자해독률은 2011년 74%로, 주요 아시아국(평균 90%이상)에 비해 매우 낮다. 반면, 초중등교육의 보급이 늦은 데 비해서는 영국식민지시대 엘리트 교육 및 초대수상 네루정권시대의 이공계교육중시 영향으로 대졸자는 상대적으로 많은 양극화된 학력구성이 나타난다. 학력별 인구구성을 보면 중고졸자가 2007년 18%에 불과, 2000년 시점 중국(51%)에 훨씬 못 미치는 반면, 대졸자는 7%로, 중국의 4%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2차 산업을 담당할 중등교육 이상의 노동자층은 부족한 반면, 예외적으로 층이 두터운 고학력 인력이 자본지식집약형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고용을 늘리고 싶어도 노동공급에 제약이 있어 자본과 지식에 의존한 발전패턴이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특이한 산업구조의 발전 모습과 교육수준은 결국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1인당 부가가치는 1993년~2010년 사이 1차 산업의 경우 1.6만 루피에서 2.9만 루피로 증가하는 데에 그친 반면, 서비스업에서는 8만 루피에서 24만 루피로 크게 증가하여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한 예로 IT서비스업 취업자수는 2007년 63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수의 0.1%에 지나지 않지만, 1인당 부가가치는 전산업 평균의 10배에 달한다. 9%에 이르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엘리트 층에게 대부분의 경제성장의 과실이 돌아감으로써 중산층이 생기기 어려운 구조를 보이고 있다. 내구재 소비자구매력을 높이는 데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경제발전 초기단계에 노동집약형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경제성장의 성과가 고용확대라는 형태로 광범위한 계층에 확산됐지만, 인도의 경우에는 앞서 살펴본 여러 요인들로 인해 고성장이 중간층 형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Ⅱ. 인도 내수시장의 고속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소득수준으로 미루어 보면 인도에서도 내구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할 시점에 근접했지만, 내구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소비시장 확대가 아직 본격적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내수경제가 개혁개방 초기 몇 차례의 혼돈기를 거치면서도 현재의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성장잠재력, 정부의 힘, 국민적 의지의 삼박자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인도는 이런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성장에 소극적인 가치관

시간이 무한히 순회한다는 힌두교의 관념에 젖어있는 인도인들에게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는 상대적으로 낮다. 실제로 인도정부가 경제개발5개년계획에서 속성 고성장 달성 목표(연평균 실질GDP증가율 8%)를 내세운 적은 2002년~2007년 제10차계획 단 1차례에 불과했으며, 단기성장보다는 의미 있는 성장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같은 고도성장을 기대한 외국인들의 높은 관심과 투자로 인도는 최근 외자에 의존한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인디안 타임을 살아가는 인도인들에게 과거의 성장은 다소 과도한 것으로 비춰지며, 특히 경상수지 적자 사상최대, 루피화 가치 과거 최고치 기록 등 고도성장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인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그간의 성장을 다소 무리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경제구조적 문제점이나 사회적 통념을 고려할 때 2000년대 중반과 같은 고성장세를 회복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균형지향 성장

인도정부는 올해부터 시작된 12차5개년 계획의 정책목표를 빈곤 타파, 소외 계층 보호를 위한 계층 및 지역 간 균형 성장을 뜻하는 내포적 성장(Inclusive Growth)으로 삼았다. 이는 성장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개도국형 리더십과는 다른 모습이다. 인도에서 연가계소득 9만 루피(약 180만원) 미만인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도시 26%, 농촌 63%) “선택과 집중”과는 상반된 정부의 내포적 성장기조는 제한된 자원을 분산시켜 결과적으로 성장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클 것이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5년부터 실시된 농촌 거주자의 연간 100일 취업기회 보장 프로그램인 농촌지역고용보장법(National Rural Employment Guarantee Act)의 경우, 혜택을 받은 농촌인구 대부분이 벌어들인 소득의 90%이상을 식료품 지출에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주로 농촌에 묶여있는 6억 명이 넘는 극빈층이 구매력을 갖춘 중산계층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약한 중앙정부

심각한 재정적자, 관료주의 병패, 중앙/지방의 정치거버넌스 불일치에 따른 정치 비효율성 등은 중앙정부가 강력한 리더가 되어 제조업 육성이나 인프라 투자를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는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2011년 인도의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68%로, 중국(26%), 우리나라(34%), 멕시코(44%), 브라질(66%)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자금부족으로 인도에서는 2012년 초 기준, 항공, 철도, 도로, 전력, 석유, 항만 등 6대 인프라투자계획 중 총 295개(44%)가 지연되고 있으며, 중앙, 지방정부 간의 갈등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경제특별구역(SEZ) 선정도 표류하는 실정이다.

서비스산업 중심의 성장패턴

중등교육 이상의 노동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드디어 무상의무교육법(RTE: Right of children To free and compulsory Education act)이 시행됐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적어도 의무교육 수료기간인 8년의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교육청 조사결과 교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전국 3700교 대상 조사결과 교사 1/4이 무단결근했으며, 출근한 교사 중에서도 반 이상이 수업을 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남).

따라서 고용유발 효과가 낮은 성장패턴이 단기간에 노동집약형으로 전환되긴 어려울 것이다. 서비스산업 중심의 성장패턴이 지속되어 취업자수와 성장률 관계를 나타내는 취업탄성치가 2000년대 평균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향후 신규 취업자수는 연평균 590만 명에 그칠 것으로 나타나며 이는 매년 1,000만 명씩 증가하는 노동력인구를 흡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인구가 고용되어 노동력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면, 실업이 느는 것은 당연하다(매년 500만명), 소수의 엘리트 집단과 다수의 빈곤층으로 양분화된 고용구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중산층의 확대는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디게 진행되는 도시화

도농간 소비지출의 상당한 차이를 고려할 때 내구재 소비의 증가여부를 가늠하는 데 있어 도시화는 큰 결정변수 중 하나이다. 인도의 경우를 중국과 비교해보면, 중국에서는 호구제도 개혁을 바탕으로 계획적인 도시화가 진행되어 농촌공동체가 급격히 해체된 바 있다. 중국의 도시인구수는 1990년 약 3억 명에서 2010년에는 6.6억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UN전망에 따르면, 2020년에는 도시의 인구비중이 61%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대로 인도는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 인프라의 개선 속도가 느리고, 정부의 Inclusive Growth 정책하에 점진적인 도시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UN에서도 2020년 인구의 35%만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농간의 소비지출을 시계열로 살펴보면, 약 15년의 시차를 두고 농촌의 소비패턴이 도시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나타난다. 도시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식료품 지출에 소득 대부분을 쓰는 농촌공동체가 지속된다는 점은 식료품, 원자재 고가격행진과 맞물려 상당 기간 내구재에 대한 소비여력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Ⅲ. 맺음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나 우리나라, 중국 등 과거 패턴을 보면, 내구재가 일단 증가하기 시작하면, 전체 소비증가율을 상회하는 빠른 속도로 약 7~8년간 전체소비를 견인하다 내구재비중이 GDP의 8%대에 들어서면 정체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보급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나면, 교체수요만으로는 내구재 수요가 예전처럼 빨리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시점이 언제 올 지가 관건인데, 인도의 주요 제품별 내구재보급률을 보면 우리나라 80년대 수준보다도 낮지만, 앞서 살펴본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할 때, 이 시점의 도래는 상당기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초기단계부터 양극화된 형태로 소비가 분화되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소득계층별 소비패턴을 세부적으로 보면, 저소득층의 생계형 소비와 부유층의 초호화 소비로 나뉘는 소비의 양극화 현상의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인도는 6억 명의 빈곤층이 존재하는 나라이지만, 동시에 세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인도의 부유층을 타겟으로 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데, LVMH그룹은 2012년 4월 7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인도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2500여년 간 지속된 신분질서 및 강력한 통일왕조의 부재는 다양한 인종 및 가치관을 수용하는 문화를 창출해냈고, 그 결과 현재 인도시장은 수많은 이질적 시장이 공존하는 이른바 모자이크와 같은 특징을 지닌다. 인도인이기 이전에 특정 카스트, 혹은 특정 지역의 정체성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인도시장을 하나로 보고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도시와 농촌 경제의 공생, 극빈층과 극부유층의 공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듀얼이코노미(Dual Economy)가 상당기간 지속되는 만큼 인도시장은 생각보다 느리게 변화할 것이다. 인도시장을 차분히 평가하고, 인도경제의 고유한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여 인내를 갖고 시장을 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LG경제연구원 이혜림 선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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