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나에게서 찾는 구성원 간 갈등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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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11-11 12:00
서울--(뉴스와이어)--조직에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다른 부서로의 이동, 조직 구조 개편, TFT 참여 등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일할 기회가 생긴다. 또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협업 및 집단 지성/창의성, 분야간 융복합 등이 강조되면서 조직 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 장려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일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의 로렌 사이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자신과 관계가 좋은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경우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증가한다고 한다.

그러나 조직은 또래 집단과 같이 친밀감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1차 집단이 아니다. 조직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목적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이로 인해 조직에 속한 개인으로서는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과 불가피하게 같이 일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마련이다. 개인적인 이유로 일을 거부하기 어려운 곳이 조직이다. 그러나 같이 일하는 사람이 싫어지게 된다면 그 사람과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같은 조직에 있다는 사실조차 싫어질 수 있다.

누군가가 싫어지는 경우, 일반적으로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기 마련이다. 특정한 행동이나 언행이 거슬린다든지, 이런저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든지 등 상대방이 싫은 이유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연 상대방이 모든 문제의 근원일까? ‘제 눈에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은 잘 보인다’는 말처럼 그 원인이 자신에게도 있을 수 있다. 이를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 탓만하게 되는 것이다.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측면에서도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은 유용할 수 있다. 상대방이 싫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대의 지위가 자신보다 높다면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상대방을 싫어하는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일은 비교적 시도가 용이하며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해도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경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떠한 상황에서 누구를 만나든 유사한 갈등을 반복해서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나는 왜 자꾸 저런 사람들이랑 엮이는 건지 모르겠어!”, “왜 나한테는 이런 일이 끊이 지 않는 거야!”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자신에게 갈등의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싫어하게 되는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경우, 구체적으로 어떠한 원인에 의한 것인지 살펴본다.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갈등의 원인

그림자: “ 생각하기 싫은 걸 왜 자꾸 떠올리게 하는 거야!”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한 개인이 가지고 있으나 자기 스스로는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특성을 그림자(Shadow)라고 정의했다. 자신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특성을 겉으로 드러난 밝은 면으로 보고 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감추고 싶은 특성을 ‘그림자’라고 표현한 것이다.

사람의 의식은 그림자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억압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안에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애써 감추고 있는 자신의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상대방이 상기시키는 것이다. 당연히 상대방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예를 들어 상사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는 동료를 보며 그 사람이 싫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림자의 개념으로 이 현상을 설명해보면, 그 동료가 싫은 이유는 사실 자신에게도 상사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이를 억압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억압된 욕구와 반대로 자신은 스스로를 그런 인정에 연연해하지 않는 사람, 혹은 관계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는 것을 지향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감추고자 했던 특성, 즉 그림자를 상기시켰기 때문에 그 동료가 싫어지는 것이다.

전이: “ 저런 사람하고는 예전에도 잘 안 맞았는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이 있다. 과거 어떤 사물에 몹시 놀랐던 경험이 있는 경우 그 이후에 비슷한 사물을 보더라도 겁을 낸다는 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거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사람에 대한 감정, 갈등, 바람을 현재의 다른 사람에게 적용시켜 표현하는 현상을 전이(Transition)라고 한다. 즉 과거의 좋지 않았던 경험을 상대방이 일깨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싫어지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자신과 갈등을 빚었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 행동 특성을 현재의 누군가에게서 보게 되었을 때, 그 사실만으로도 상대방을 싫어하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 권위적인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조직에서 이와 유사하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사를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혹은 함께 일하는 동료나 상사에게서 보이는 말버릇, 웃음 소리, 외형적인 특징, 옷 입는 방식 등이 단서로 작용하여 상대방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자기중심성: “ 난 도대체 저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어!”

자기중심성(Egocentrism)이란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가 제안한 개념으로 본래는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을 가리킨다. 아동의 경우, 인지 기능이 덜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세상과 자기 자신을 완전히 분리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태양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한다든지, 자신이 움직일 때마다 달이 계속 자기를 따라오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은 아동기에 그치지 않고 성인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즉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자기중심성이 강한 사람들의 경우,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잣대를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적용하여 상대방을 ‘이상한 사람’,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사람’으로 폄하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입장을 바꿔서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갈등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조직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일정 부분 자기 희생을 감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이 두드러지는 경우에는 조직의 상황,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기 보다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누군가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막는 경우, 그 이유가 무엇이든 상대방을 증오하게 되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적대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사회 정체성: “ 저 사람은 ‘그렇고 그런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폴란드의 심리학자 타이펠 교수의 사회 정체성(Social Identity) 이론에 따르면, 한 사람의 정체성은 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집단에 속함으로써 얻게 되는 집단 정체성으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집단 정체성은 기업, 학교, 민족, 국가 등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형성된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집단에 속한 개인들은 소속된 조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경향이 지나쳐서 자신과 같은 집단에 속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조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 구성원은 누구나 조직 구조 상의 부서 또는 팀에 속해서 일을 한다. 예를 들어, 한 기업 내에서 A조직과 B조직이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갈등 관계에 있다고 하자. 이 두 부서에 들어오게 되는 신입 사원은 두 부서가 갈등 관계에 처한 원인을 잘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갖게 되기 때문에 조직의 갈등 관계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업 내의 다양한 비공식 조직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나타날 수 있다. 조직 내에는 친분 관계에 의해서도 다양한 집단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집단 중에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해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다른 집단과 대립하거나 특정 구성원을 ‘왕따’로 만들거나 ‘텃세’를 부리는 행동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조직에 속해있다고 해서 조직의 규범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싫어한다’는 생각을 바꿔보자

상대방을 싫어하는 원인들은 개인이 성장 과정 혹은 생활 환경 속에서 형성된 일종의 비합리적인 사고 방식에 해당한다. 이러한 원인들을 자기 자신에게서 발견했다면, 이를 개선하여 반복적으로 경험해오던 상대방과의 갈등을 완화시키거나 해소시킬 수도 있다. 자신의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이를 바탕으로 행동 변화를 병행하는 노력이 효과적이다. 인지치료의 창시자인 아론 벡 교수에 따르면, 한 개인의 ‘사고’는 심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갈등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때문에 ‘사고’의 타당성과 효용성을 점검해봄으로써 생각의 변화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싫어하는 상대방이 있는 상황에서는 자신이 상대방을 싫어하는 이유가 타당한지, 상대방을 싫어하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효용이 있는지 검토해보고 대안적인 사고를 발달시킴으로써 행동을 변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타당성: 상대방을 싫어하는 이유가 타당한가?

우선적으로 자신이 상대방을 싫어하는 이유가 타당한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싫다면, 왜 싫은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 근거가 일시적이고 상황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거나 다른 사람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주관적인 해석일 뿐인지 짚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을 싫어하는 원인이 ‘전이’에 의한 것인 경우, 특정한 습관이나 외적인 특징이 단지 과거에 갈등을 빚었던 누군가와 닮았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싫어하는 것은 결코 타당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의 공감이나 동의를 얻기도 어려운 생각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스스로 자기 생각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자신도 인식하지 못할 만큼 익숙한 사고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방법은 다른 동료들도 자신과 같은 이유로 상대방을 싫어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원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효용성: 상대방을 싫어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다음으로 유의해서 살펴봐야 할 점은 상대방을 싫어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우선적으로 현재 상대방과의 갈등이 자신에게 심리적인 측면, 관계적인 측면, 업무 수행 및 조직 생활 측면 등에서 어떠한 손실과 이득을 가져다 주는지 판단해봐야 한다. 다음으로는 자신이 행동을 바꾸게 된다면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비교해보는 것이다.

갈등 상황이 자신에게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거나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굳이 상황을 개선해야겠다는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단지 그 사람과의 만남이나 대화의 기회를 회피하여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 상대방을 회피하는데 지나치게 에너지가 많이 들거나 다른 동료들에게 빈번하게 피해를 주고 있다면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과도한 에너지 소모로 인하여 정신적으로 피로해지게 될 뿐만 아니라 업무에 대한 몰입도 떨어지고 다른 동료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정서를 전염시켜 조직의 분위기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밀한 관계에서도 상대방을 미워하며 갈등을 겪는 일이 생긴다. 하물며 친밀감이 아닌 목적 달성을 위해 형성된 조직에서는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는 자신이 싫어하는 동료와 함께 일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한 미움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것은 물론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심리학자 융에 따르면, 개인의 성장이란 자신의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족한 부분을 자각하고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상대방을 싫어하게 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봄으로써 동료들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비합리적인 사고 패턴, 부정적인 성격 특성 등을 파악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즉 때로는 상대방과의 갈등이 자신의 미성숙한 부분을 일깨우는 타산지석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LG경제연구원 전재권 선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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