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대선 끝났지만 미국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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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11-11 12:00
서울--(뉴스와이어)--‘It’s economy, stupid!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1992년 클린턴의 대선구호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특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경제문제가 대통령 선거의 중심이슈라는 것이다. 1960년 이후의 대통령 선거를 보더라도 집권 마지막 해의 성장률이 첫해보다 높으면 집권당이 선거에서 항상 승리를 거두었다. 실업률이 8%가 넘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속설도 마찬가지다. 실업률이 8%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박빙의 차이를 보인 전체 유권자 지지율에는 미국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회복 중이기는 하지만 만족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의 정서가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경제의 현재 상황과 선거 이후 전망을 재정절벽(fiscal cliff), 연방정부 채무한도 등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가늠해 보자.

주택시장 완만한 회복세

2008년 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주택시장은 케이스-쉴러지수(Case-Shiller Index)를 기준으로 1/3 가량 하락한 후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2년 하반기 들어 전년동월 대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9월에도 2% 상승하였다. 이는 경제상황이 어느 정도 회복국면에 접어들었고, 미 연준의 잇따른 양적완화조치(Quantitative Easing)와 연방정부 차원의 주택가격 지지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였기 때문이다.

임대료와 주택가격의 비율을 보더라도 지난 24년간(1988년~2012년)의 평균 수준(27.7)으로 주택부문의 거품은 상당부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였던 2004~2007년 중 주택가격/임대료 비율은 31.1였으나 2012년 6월에는 27.7로 하락하였다. 주택임차인으로서는 주택구입의 유인이 높아지는 셈이다. 그렇지만 금융기관의 대출기준 강화, 주택 가격 상승기에 비해 높은 초기분담금(down payment) 등으로 임차인들의 주택구매 수요가 충족되지 못해 회복속도는 완만한 상황이다. 미연준의 주요 금융기관 대출관리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도 주택관련 대출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기관이 주택담보 대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 한다.

고용은 꾸준히 개선

두 자릿수를 넘어서던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8월과 9월 들어 7%대로 하락했다. 미국노동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0년 2월을 저점으로 33개월 동안 월평균 13.6만개 총 450만개의 일자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도 2008년말에 비해서 0.6시간 정도 늘어나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시간당 임금도 전년동기 대비 2% 정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에 비해서 실업률은 높은 상황인데 이는 노동시장 참가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이탈하였던 노동력이 경기회복에 따라 복귀하였고, 신규 노동시장 참가자도 꾸준히 늘어 실업률의 하락 폭은 다소 더딘 편이다. 2008년말 65.8%이던 노동시장참가율은 지난 8월 63.5%를 기록한 후 10월에는 63.8%를 기록하였다.

취업자 수는 정부부문보다 주로 민간부문에서 늘어나는 추세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부문의 취업자 수 증가가 두드러진다. 주택경기의 더딘 회복을 반영하여 주택건설부문의 취업자 수는 느린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부실채권과 각종 규제로 침체를 보이고 있는 금융산업은 취업자수 회복도 느린 편이다. 제조업 부문의 회복은 미국 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에서도 잘 드러난다. PMI는 올해 1월 54.1을 기록한 후 꾸준히 기준선인 50을 넘어섰으며 10월에는 51.7을 기록하였다.

미국 GDP에서 70%에 달하는 소비도 여전히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3분기의 민간소비 증가율은 1.8%에 그쳐 GDP성장률인 2%에 미달하였으나, 미시건대의 소비자심리조사 수치는 10월 82.6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식품가격의 상승 및 재정절벽 문제에도 소비심리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의 재정 및 통화정책

대통령과 상하원 선거결과를 볼 때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산통제법안(Budget Control Act)이 수정될 가능성이 낮으며 재정절벽 문제의 신속한 해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지출 축소, 부채상한조정 등 주요한 재정문제에 있어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을 유지하였고,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오바마가 연임하였기 때문이다. 재정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여온 구도가 단시일 내에 해소되기 힘들다는 인식을 반영하여 선거 다음날 미국 주가(S&P 500 -2.37%) 및 원유가격(WTI 기준 -4.81%)이 하락한 바 있다.

그렇지만 재정절벽의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 문제는 재정의 승수효과가 얼마나 큰가에 달려있다. 시카고대학의 배로(Robert Barro)교수는 승수효과를 ‘0’(평상시 장기적)으로 추정한 바 있으며 버클리대학의 로머(Christina Romer)교수는 1.6으로 제시한 바 있다. 소득 수준, 개방도, 부채수준 등을 감안한 멘도사(Mendoza) 교수 등은 1.16으로 제시하였다. 단기적인 효과는 이보다는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현재 법안이 유지된다면 재정지출 축소규모(6천억달러, GDP의 4%)는 2013년에만 명목 GDP의 2.5~3% 정도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1 이에 더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둘러싼 정쟁은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워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선거결과를 볼 때 공화당의 강경보수 진영을 추동한 티파티(Tea Party) 세력이 이전보다 약화되었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는 선거 전보다는 커졌다고 여겨진다.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에 따르면 이번 상원선거에서 총 16명의 티파티 성향의 후보 중 4명만이 당선되고, 티파티의 주요 인사들이 낙선하였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에서의 패배, 상하 양원에서의 의석 수 감소(240→233, 47→45)로 공화당은 재정문제 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다소 수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재정절벽이나 채무한도 조정 문제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초경 일정 부문 타협할 여지가 크다고 보여진다.

미 연준은 이미 2015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한편 IMF에 따르면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2012년 미국경제의 디플레이션 갭이 4.1% 내외에 달한다. 정책금리를 조정할 이유와 의사가 없다는 의미이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이용한 테일러(Taylor) 준칙금리 수준도 -0.68%로 현행 0.25%보다 0.93%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절벽 문제가 불거질 경우 FRB는 또 한 차례의 자산매입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FRB의 보고서에 따르면 6000억 달러 규모의 제 2차 양적완화의 효과가 GDP 0.4~1.2%p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절벽의 부작용을 완전히 상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조 달러 내외의 국채매입을 단행해야 할 것을 보인다. 그렇지만 미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과 향후 2조 달러에 이르는 FRB의 자산처리 문제를 감안한다면 실제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지속

미국경제는 주택 및 제조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점은 일자리 수의 증가, 소비심리 개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디플레이션 갭은 큰 편이며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의 필요가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으로 오히려 재정부문에서는 긴축으로 이어지고 있어 회복세에 있는 미국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미국경제 전망도 점차 하향 추세에 있다. 지난 6월 2.1%이던 2013년 1분기 경제전망치(중간값 기준)는 10월에는 1.8%로 0.3%p 하락하였고, 2분기 전망도 2.55%에서 2.3%로 낮아졌다.

대선 이후에도 대결적인 정치적인 구도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경제를 둘러싼 재정적인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타협을 촉구하는 여론이 커지는 만큼 양당은 국가채무한도 소진(2013년 2월) 전까지는 서로 일정 부분 양보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기회복이 빠르지 않다면 연방정부 채무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양당간의 신경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의 낮은 경제성장률, 유럽의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향후 미국경제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이다.[LG경제연구원 정성태 책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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