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글로벌 주식거래 위축, 선진국 시장에서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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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11-13 12:00
서울--(뉴스와이어)--최근 주식 거래 규모 급감과 기업공개 및 유상증자 감소 등 주식 시장의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 시장의 위축이 두드러져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와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 측면에서 신흥국 시장의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의 상대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주식 시장에 대한 상반된 시각

“The cult of equity is dying”
채권 운용회사 PIMCO의 최고투자책임자 빌 그로스가 지난 8월 발표한 ‘Cult Figures’라는 보고서의 첫 문장이다. 그로스는 이 보고서를 통해 이제는 주식 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며, 주식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 보다 앞서 5월 Financial Times도 지금의 침체된 주식 시장의 상황을 “the end of a six-decade passion for equities”라고 정의했다.

반면 장기투자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물인 와튼경영대학원의 제러미 시겔 교수는 최근 경제 기자 세미나에서 여전히 장기적으로 주식이 가장 뛰어난 투자 수단이라는 주장을 고수하며 주식 매수를 권고하고 나섰다.

최근 전세계 주식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주식거래규모 급감, 기업 공개 및 유상증자 감소 등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줄어들고 기업의 자금조달이라는 주식 시장 본연의 기능마저 위축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따라 주식 시장에 대한 부정적 입장의 의견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주식시장 위축만으로 미래 주식 시장에 대해 부정적 혹은 긍정적 주장 한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 여건에 따라 주식 시장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 8년(2004년~2012년)에 걸친 주식 시장의 변화를 살펴보면 특히 선진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이후 선진국 시장 주식거래 급감

세계거래소연맹(WFE : World Federation of Exchange)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 주식 거래규모는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해서 주식 거래량이 크게 감소한 이후 일정 수준을 유지하던 거래규모는 2012년 들어 하락세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2012년 9월까지 발표된 주식거래규모는 37.7조 달러로 전년 동기간 대비 76%에 불과하다.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 유럽의 재정 위기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 현상이 확대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주식 시장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식거래규모를 지역별로 세분화해서 보면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08년 이후 거래규모가 급감한 선진국 시장과 달리 신흥국 시장은 2008년을 기점으로 2010년까지 거래규모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신흥국 시장의 경우 2011년부터 감소세로 전환되어 2012년 9월 누계 전년대비 22% 감소하였으나, 선진국 시장의 감소폭(25%) 대비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 시장의 2012년 9월 누계 주식 거래 규모는 2008년 9월 누계 대비 42% 수준에 불과하나 신흥국 시장의 경우에는 97%에 달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의 시장 활성화 정도를 보이고 있다.

거래 규모 추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차이는 전 세계 주식거래규모에서 각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2004년 11%에 불과하던 신흥국 시장의 비중은 2008년 14% 수준으로 확대된 후 2012년 9월 말 현재 28%까지 그 비중이 증가하였다. 선진국 시장과 달리 이러한 신흥국 시장의 성장 추세가 지속된다면 신흥국 시장으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이 증가하면서 향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신흥국 시장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지수 및 시가총액 기준, 신흥국 시장은 성장 중

거래 규모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성장을 의미하는 또 다른 지표인 주가지수나 시가총액은 주식 거래 규모와는 또 다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가지수 추이에서도 신흥국 시장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08년 금융위기로 각국의 주가지수가 급락한 이후, 전세계 주식 거래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아시아, 중남미, 중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의 주가는 위기 이전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선진국 시장의 경우 대부분 위기 이전 수준을 겨우 회복했거나 여전히 위기 이전 수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2011년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주식 시장의 침체가 더욱 악화되었다.

주가지수의 상승과 각국 거래소의 시가총액의 증가는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제외하고 시가총액은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의 상승 추세에도 시장 간의 차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선진국 시장의 경우, 2012년 9월 말 현재 2004년 대비 7% 성장에 그친 반면, 신흥국 시장은 무려 229%나 성장했다. 특히 중국의 상해 증권 거래소와 심천 증권 거래소는 각각 630%, 720% 성장했다(달러 기준).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의 시가총액 증가로 글로벌 주식 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에서 신흥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크게 증가되었다. 2004년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머물렀던 신흥국 시장의 비중이 2012년 9월에는 35%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선진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주식거래규모는 감소하였지만, 주가회복 수준과 시가총액 비중 증가 등을 볼 때 신흥국 시장이 선진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주식 시장의 기업 자금 조달 기능 약화, 신흥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중요

주식시장은 기업들에게 효율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기능한다. 기업의 자금조달 경로가 다양할수록 기업의 재무구조는 개선되며 경영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고 주요국들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기업 입장에서 차입을 통한 자본 확보보다는 주식 발행과 같은 직접금융을 통한 자본 조달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주식거래가 줄어들면서 주식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기업들로 하여금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주식거래규모의 감소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올해 들어 확연히 줄어들었다. 2012년 3분기까지의 글로벌 기업공개 건수를 보면 전년 동 기간 대비 39% 감소하였다.

2010년 이후 글로벌 기업공개 건수는 선진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 모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흥국 시장에서의 기업공개 건수가 선진국 시장을 크게 웃돌고 있어 상대적으로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기능이 선진국 시장에 비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금액을 시가총액과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신흥국 시장의 경우 시가총액 대비 자본조달 금액의 비율이 2008년부터 계속 선진국 시장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흥국 시장의 규모가 아직 선진국 시장에 비해 절대적으로 작다는 것을 감안하면 신흥국 시장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이 선진국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위상 변화

향후 상당기간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선진국의 위상은 약화되고 신흥국 시장의 위상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성장세의 차이를 꼽을 수 있다. 성장률 하락에 따른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 위축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위기 장기화와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선진국 기업들의 자본 수요에도 반영되어 선진국 기업들의 자본조달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흥국 기업들의 투자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요 국가의 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비교하면 두 지표 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선진국 시장의 경제성장률을 2015년 2.8%, 신흥국 시장의 경우 6.1%(개도국 4.5%)로 전망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선진국 시장 2.1%, 신흥국 시장 5.6%(개도국 4.4%)로 보고 있다. 장기 전망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향후 신흥국 시장의 투자 증가세는 선진국 시장보다 클 것으로 보이며, 이는 자본 수요로 연결되어 신흥국 자본 시장의 역할 및 기능을 강화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신흥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고령화이다. 은퇴연령에 접어들면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투자성향이 강해지면서 투자자산의 구조를 변화시키게 된다. 그 결과 주식보다는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 자산의 비중을 높이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및 유럽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연령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가계의 자산에서 주식, 펀드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55%에서 2010년 42%까지 감소하였고, 유럽의 경우 같은 기간 비중이 37%에서 29%로 감소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결국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선진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와 위상의 약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주식시장의 규제도 성장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를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위험 자산 투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주식에 대한 투자 수요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신흥국 시장은 원활한 자본조달을 위해 개방도를 확대하는 등 주식 시장 육성 정책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선진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 시장의 움직임과 변화가 주식 시장 전체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신흥국 시장이 성장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신흥국 시장으로 글로벌 유동성의 유입이 늘면서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의 신흥국 시장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시장을 포함하여 신흥국 시장으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은 신흥국 시장의 위상을 높여주는 한편 통화 정책의 유효성을 저하시키거나 자산가격 거품을 야기하는 등의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향후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의 신흥국 시장의 위상 변화에 주목하는 한편 우리 경제도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지홍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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