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직장 내 가십, 가볍게 넘길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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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11-20 12:00
서울--(뉴스와이어)--오늘날 조직에서 많은 구성원은 상사·동료 등에 대한 칭찬 또는 험담 등 다양한 형태의 가십에 참여하고 있다. 흔히 뒷담화라고도 불리는 가십은 소통에 윤활유와도 같은 기능을 할 수도 있지만 양날의 검처럼 구성원 개인 및 조직에 부정적일 수 있다. 직장 내 가십의 건강한 방향으로의 발현과 부적절한 가십의 예방을 위한 조직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 2012년 9월~10월 사이에 직장인 2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가십에 대한 생각’)를 토대로 왜 요즘 직장 가십에 주목해야 하는지, 가십이 구성원 및 조직에 주는 순기능과 부작용은 무엇인지, 그리고 건강한 가십 풍토를 만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설문조사 결과, 과거에 비해 요즘 들어 직장 내 가십이 증가하고 있다는 인식이 많았으며(41%), 가십의 주된 소재로는 상사의 리더십(21%), 동료와의 갈등(17%), 보상·승진 등에의 불만(14%) 등이 많이 지목되었다. 이러한 직장 내 가십 증가의 원인으로는 디지털 기술·매체의 발전에 따른 가십성 대화 소재의 증가(28%), 직장 불안정성에 따른 불안감(23%) 및 성과주의 심화에 따른 동료간 경쟁 심화(17%), 참여형 경영방식의 도입에 따른 구성원의 앎에 대한 욕구 증가(14%)의 순으로 나타났다. 구성원들이 가십성 대화에 참여하는 이유로는 회사상황 및 타인에 대한 정보확보를 통한 불안감 해소(31%)가 가장 많았으며, 뒷담화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24%), 동료간의 친밀감 형성(16%)이 그 뒤를 이었다.

가십성 대화에 지나치게 많이 참여하거나 험담 위주의 부정적 가십은 개인 및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설문조사 결과, 가십성 대화 이후 오히려 불안감이 높아지거나(46%), 가십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한 기존의 신뢰(또는 생각)가 흔들린다(55%)는 응답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가십의 전파자는 동료들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으며(73%), 가십은 팀웍 및 신뢰를 기반으로 한 조직문화 형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57%)는 응답도 많았다.

소모적이고 부정적인 가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직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조직은 신속하고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며, 특히 '구성원에게 필요하고 구성원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의 관점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만남의 기회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공정하고 납득할 만한 인사, 합리적 대우가 이루어지는 조직을 만들어야 험담 및 비난 위주의 부정적 가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의 개인사에 대해 한가롭게 하는 대화 또는 루머” - 위키피디아 -
“대화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제제되지 않은 평가적 대화” - 티모시 할렛(Timothy Hallett) 교수, 인디아나(Indiana) 대학 -

가십의 정의이다. 가십은 두 사람간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제 3자에 대한 평가적 대화로서 긍정적(예: ‘그 친구, 정말 똑똑해서 일 잘한다며?’), 부정적(예: ‘옆에 부서 팀장은 직원들 맨날 야단만 치고 못됐다네!’) 속성의 대화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쉽게 이야기 하면, 흔히 ‘뒷담화’로 불리는 것이 가십이다. 달콤한 주스(Juice)로 비유될 정도로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해당 당사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성인 대화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재미를 주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Ⅰ. 가십, 과거와 현재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그 대화 자리에 없는 특정인에 대한 가십이다. 사실 가십은 인류의 시작과 동시에 존재해 왔다. 기원전 1,550년경, 어느 한 노예가 그의 주인에 대한 가십이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음을 주인에게 알려주면서 이에 대한 방지책을 제안했다는 내용이 이집트 상형문자에서도 발견될 정도라고 한다. 그 만큼 가십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1. 가십, 인류의 집단사회로의 이행에 기여

진화론적 관점(Evolutionary Perspective)에서 보면, 가십은 인류가 조직이라는 체제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I. M. Dunbar)는 인류가 부족사회에서 대규모 집단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사회질서(Social Order)를 형성·유지하는 데에 가십이 긍정적인 기능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던바에 의하면, 인류의 초창기 시절의 부족사회는 소규모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속속들이 잘 알고 친밀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부족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한정된 자원(식량 등)을 사람들이 공평하게 나누어 갖게 되는 것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또한, 더 많은 자원의 확보를 위한 영토 확장 과정에서 타 부족 사람들과의 접촉도 잦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연, 누가 우리 부족의 존속을 위한 활동(예; 수렵, 농경 등)을 열심히 하는 사람인지’, ‘자원만 축내는 사람은 없는지’ 등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부족 규모가 커지고 이방인도 많아지다 보니, 모든 부족 사람들의 속마음을 파악하거나 행위를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족 사람들의 마음을 떠 보는 말을 던져보거나, 타인의 행동에 대한 평판을 이야기하는 가십은 부족의 진정한 멤버를 가려내고 부적절한 멤버는 퇴출시키는 기능을 함으로써 대규모 집단사회로의 전환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2. 조직에서의 가십, 건강함의 지표이자 위험의 징후

집단사회의 한 형태로서 오늘날의 조직(Organization)에서도 많은 구성원들은 빈번하게 가십이라는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가십 현황에 대한 몇몇 연구들을 보면, 미국의 그로서(Grosser) 교수팀(2012)은 직장인의 약 90%는 가십성 대화에 상당한 수준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였으며, 영국의 한 조사기관(Mars Drinks Office Connections)의 설문조사(2012)에서도 영국 직장인들은 동료에 대한 가십성 대화를 하느라 하루 일과 시간 중 약 30분을 소요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많은 직장인들이 조직에서 가십성 대화를 즐기는 데에는 분명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구성원들은 가십을 통해 공식적인 루트(Route)를 통해서는 얻기 힘든 비밀 정보를 얻거나, 뒷담화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억눌린 감정을 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가십을 커뮤니케이션의 한 유형으로 본다면, 가십이 많을수록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조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잡지 ‘Psychology Today’의 고정 칼럼니스트인 제니퍼 드랍킨(Jennifer Drapkin)은 “가십은 조직이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가십은 구성원이 조직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동료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순기능을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가십은 양날의 검처럼 조직을 위기로 몰 수도 있다. 예컨대, 상사·동료에 대한 험담 위주의 부정적 가십이 조직 내에 팽배할 경우, 구성원의 업무집중을 저해함으로써 생산성이 하락하거나, 동료간 불신을 조장함으로써 팀웍이 손상되는 등 조직 차원에서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 예로, 미국의 설문조사 기관인 ‘Harris Interactive’의 조사(2007)에 의하면, 사무실에서 직장인을 가장 짜증나게 하는 것으로서 ‘가십’이 1순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그저 직원들끼리 하는 얘기인데……’ 라며, 수많은 가십(특히, 부정적 험담)들이 조직 내부에 넘쳐나도록 방관하고 있을 이슈는 아니다. 직장에서의 가십이 건강한 방향으로 발현되고, 부적절한 가십을 예방하기 위한 조직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글에서는 ▲ 왜 요즘 직장 가십에 주목해야 하는지, ▲ 가십이 구성원 및 조직에 주는 순기능과 부작용은 무엇인지, 그리고 ▲ 건강한 가십 풍토를 만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를 살펴봄으로써, 그 동안 조직 및 경영자 관점에서 다소 간과되어 온 가십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가십과 관련하여 건강한 조직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모색해 본다. 이 글의 집필을 위해, 2012년 9월~10월 기간 중 직장인 227명을 대상으로 ‘요즘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가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그 분석결과를 함께 기술하였다.

Ⅱ. 왜 요즘, 직장 내 가십에 주목해야 하는가?

어느 시대에나 가십은 존재해 왔지만, 특히 과거에 비해 요즘의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가십이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장 내 가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증가하는 직장 내 가십

우리나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과거 대비 요즘 들어, 직장에서 가십성 대화가 증가 또는 감소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직장인의 41%는 ‘과거 대비 증가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반면, ‘과거 대비 감소하고 있다’라는 응답은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가십의 소재 … 상사의 리더십, 동료 뒷담화가 가장 많아

또한 가십의 소재 측면에서 보면, 상사의 리더십이나 동료와의 관계에 대한 소재가 많았다. ‘가십성 대화의 주된 내용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상사의 리더십’이라는 응답이 21%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동료에 대한 뒷담화’가 17%, ‘연예인·정치인’이 16%, ‘보상·승진에 대한 불만’이 14%의 순서로 응답비중이 높았다.

2. 직장 내 가십이 증가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요즘 들어 조직 내에서 가십성 대화가 늘어나고 있을까? ‘과거에 비해 가십성 대화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을 통해 조사한 결과, ‘디지털 매체(SNS 등)의 발전에 따른 가십성 대화 소재의 증가’가 28%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해고·임금·승진 등 직장 불안정성 증가(23%)’, ‘성과주의 강화로 동료간 경쟁 심화·질투 증가(17%)’,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부족(16%)’, ‘경영현황·인사제도 등에 대한 알고 싶은 욕구의 증가(14%)’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요즘 들어 직장에서 가십이 증가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 디지털 매체의 발전으로 가십성 대화의 증가

어느 한 기획팀의 부장은 오늘도 어김 없이 부하직원을 훈계하는 중이다. “이 대리, 당신은 회사 생활이 몇 년인데 왜 그렇게 융통성이 없어? 상황 봐 가면서 대응할 줄 도 알아야지. 일 처리가 답답해……” 그 순간 사무실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정적도 잠시, 자리에 앉아있던 직원들의 컴퓨터에서 ‘따다다다다’ 하는 자판 소리가 여기저기 울리기 시작한다. 메신저로 부장에 대해 이런 저런 대화를 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최강으로 융통성이 없는 ‘벽’으로 불리는 부장님이 부하에게 융통성 얘기를 하시네......” 부장만 빼고 다들 부장을 험담하는 중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소셜미디어와 같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직장 내 가십의 확대·재생산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사실 가십의 상당 부분은 주로 대화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서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매체가 다양화 되면서 구성원들이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소셜네트웍서비스, 메신저 등을 통해서도 가십성 대화가 가능하게 되면서 많은 가십들이 재생산되고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신속하게 가십성 이야기가 전파되고, 그로 인해 많은 구성원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가십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여 가십성 대화를 하는 직장인은 적지 않은 편이다. ‘주로 어떤 수단으로 가십성 대화를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직접 만나서’라는 응답이 73%로 가장 많았으나, ‘사내 메신저의 활용(18%)’, ‘소셜미디어 매체의 활용(7%)’도 25%로 나타났다. 가십이 당사자간의 상당히 비밀스러운 대화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디지털 매체의 활용 비중은 낮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 직장의 불안정성 증가 및 성과주의 강화에 따른 경쟁·질투 심화

구성원들이 인지하는 직장 불안정성의 증가는 가십성 대화를 증가시키는 원인이다. 많은 조직들은 효율을 위해 인력을 구조조정하거나 조직변화를 단행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고용, 승진, 임금 등 직장생활에 대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내가 이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을지’, ‘연말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구성원의 불안감은 과거에 비해 훨씬 증가하고 있다.

이런 불안 속에서 조직(경영진), 상사, 동료들의 언행에 대한 가십은 구성원들이 직장에서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어제 사장님이 양복 입은 외부 사람들을 만나시던데? 혹시, 우리 회사 구조조정 컨설팅 받는 거 아니야?’, ‘요즘 팀장님 얼굴이 어둡던데. 성과로 많이 쪼이나 봐. 우리도 각오하고 있어야겠다’ 등과 같은 가십은 조직의 향후 운영방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설령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불안해 하는 동료들과 대화를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성과주의가 강화되면서 조직 내에서 동료간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성과창출에 대한 압박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즉, 경쟁이 심화되는 요즘의 조직 속에서 많은 구성원들은 ‘혹시 내가 뒤쳐지고 있지는 않은가’, ‘저 친구가 나보다 더 인정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십은 경쟁의 대상이 되는 타인에 대한 정보를 큰 비용 없이 얻음으로서 불안을 줄이는 데에 유용한 기능을 할 수 있다. 예컨대, A와 B가 경쟁관계에 있을 때, A가 B에게 ‘너 연봉이 얼마야?’라고 직접 물어보기는 곤란할 것이다. 이런 경우, A는 B와 친한 관계에 있는 C에게 넌지시 B의 연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직장의 불안정성, 경쟁의 심화에 따른 불안과 같은 심리적 요인은 가십(또는 소문)을 유발시키고, 구성원들 사이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참여·협력 기반의 경영방식 확대에 따른 구성원의 앎(Knowing)의 욕구 증가

‘자연은 진공(眞空)을 싫어한다(Nature abhors a vacuum).’ 비록 무색, 무취의 공기라 하더라도, 자연은 모든 공간을 채우려 한다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말이다. 이 의미를 인간 사회에 적용해 보면, 인간은 자신이 관심을 갖거나 알고 싶어하는 것이 있을 때, 다양한 정보를 얻어 채우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구성원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 수행하는 일, 함께 일하는 상사·동료 등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그런데, 조직이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구성원의 알고자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구성원은 가십 등을 통해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할 것이다.

물론 조직에 대해 알고자 하는 구성원의 욕구는 과거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요즘 들어 앎에 대한 욕구가 더욱 커진 이유는 최근 기업들의 변화된 경영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 기업들은 참여경영, 임파워먼트 등과 같은 새로운 경영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과거엔 자신의 일만 묵묵히 수행하면 되었으나, 요즘 구성원들은 조직의 경영에 참여하거나 다양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조직 및 동료에 대한 정보도 많이 얻게 되고, 그로 인해 궁금한 점도 많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참여·협력을 촉진하는 경영방식의 확대는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에 대해 평가하는 가십성 대화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Ⅲ. 직장 가십의 양면성

조직 내의 가십은 긍정적인 기능도 수행하지만, 자칫 지나치게 과하면 구성원 및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하에서는 가십의 양면적 기능에 대해 살펴본다.

1. 가십, 구성원의 직장생활에 유용할 수 있다

가십은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이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Pennsylvania) 대학의 포스터(Erick, K. Foster) 교수는 가십의 순기능을 크게 4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포스터에 의하면, 가십은 첫째, 타인 및 조직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기능(Information), 둘째, 시간을 재미 있게 보내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기능(Entertainment), 셋째, 친밀감을 형성시키는 기능(Friendship), 그리고 정보원으로서의 자신의 힘을 보여주는 기능(Influence)을 수행한다고 한다.

● 직장인의 가십 참여 목적 … 정보 확보, 감정 분출 및 스트레스 해소, 친밀감 형성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어떤 목적으로 가십성 대화를 하는지를 살펴본 결과, ‘회사 상황 및 타인에 대한 정보 확보’가 31%로 가장 많은 응답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는 ‘뒷담화를 통한 감정 분출 및 스트레스 해소’가 24%, 그리고 ‘동료간의 친밀감 형성’ 및 ‘나의 불만을 타인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욕구’가 각각 16%의 순서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서 보듯이, 가십은 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파악하기 힘든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기능을 할 수 있다. 특히, 신입사원의 경우, 공식적인 오리엔테이션보다는 선배사원과의 사석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 조직의 문화가 어떠한지’, ‘이 조직에서 실세가 누구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어제 김 대리는 특별한 사유도 없이, 7시 이전에 팀장에게 인사도 안하고 퇴근했다며? 뭘 믿고 그러지? 용감하네!”라는 가십은 이 회사의 퇴근풍토가 어떠한가를 단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

또한, 가십은 감정의 분출 및 스트레스 해소 기능을 할 수 있다.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신뢰할 만한 사람과의 뒷담화는 일하는 과정에서 억눌렸던 스트레스나 불쾌한 감정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가십은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기 힘든 감정노동자(Emotional Labor)에게 긍정적 기능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십은 동료간 친밀감을 형성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제 3자에 대한 뒷담화를 할 경우, 비밀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더욱 친밀한 유대관계가 맺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엘워트(Ellwardt) 교수는 네트웍 분석을 통해 친한 사람간에 가십을 한다기 보다는, 가십성 대화를 하다 보면 친해지는 경향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2. 가십, 개인 및 조직에 부정적이 되기 쉽다

가십은 순기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자칫 지나치게 많은 가십에 참여하거나 타인에 대해 비난·험담 위주의 부정적 가십이 팽배할 경우, 개인 및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 직장인의 46%는 가십성 대화에 종종 참여한다고 응답

우선, 직장인의 가십 참여 빈도를 살펴본 결과, 상당 수의 구성원들이 가십에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직장에서 가십성 대화에 어느 정도 참여 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직장인의 46%는 ‘자주 또는 종종 참여하는 편이다’라고 응답하였으며, ‘거의 또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3%로 나타났다.

● 10명 중 7명은 부정적 가십에 참여

가십의 속성 측면에서 보면, 상사나 동료를 험담하는 부정적 가십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가십성 대화를 할 때, 주로 어떠한 속성의 이야기를 합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주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험담 등)’는 응답이 7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 개인 차원

● 가십은 업무 집중을 방해하여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도…

지나치게 잦은 가십에의 참여는 구성원들이 상사나 동료 등 타인의 언행에 보다 많은 신경을 쓰게 만들어 본연의 업무에의 집중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예컨대, “내가 들었는데, 옆 부서의 김 과장이 이상하게 너를 싫어한다네?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이라는 말을 들었을 경우, ‘왜 김 과장이 나를 싫어하지?’라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리 속에 남아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정말 김 과장이 나를 싫어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또 다시 옆 부서의 동료를 불러 내어 김 과장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보게 된다. 이처럼 가십은 또 다른 가십을 낳고, 그로 인해 업무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가십이 업무집중을 저해한다는 점은 여러 조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인 ‘Workplace Options’의 설문조사(2010)에 의하면, ‘직장에서의 업무 집중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서 상사·동료 등에 대한 가십이 53%로 1위로 지목되었다.

● 가십은 오히려 불안감을 높일 수도 … 직장인의 46%는 가십 이후 불안하다고 응답

앞서 살펴보았듯이, 가십성 대화에 참여하는 목적 중의 하나는 상사나 동료 등에 대한 뒷담화를 통해 억눌렸던, 또는 좋지 않은 감정을 분출·해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험담성 가십은 일시적으로는 쌓였던 감정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오히려 가십 이후 ‘불안’에 노심초사 할 수 있다. ‘혹시, 내가 한 이야기를 누군가가 듣지는 않았겠지?’, ‘혹시, 내 얘기를 들어준 동료가 고자질 하는 것은 아니겠지’ 등과 같은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다.

실제로 ‘동료와의 가십성 대화를 나눈 이후, 기분은 어떠십니까’ 라는 질문을 통해 조사한 결과, '대체로 기분이 편해지고 후련해 진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한 반면, ‘기분의 변화는 없다’는 29%, 그리고 ‘가십 이후 왠지 기분이 좋지 않거나 누군가 들었을까 오히려 불안하다’는 46%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안감은 상사 및 동료간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거나, 불안으로 인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 대인 관계 차원

● 부정적 가십은 의혹과 불신을 키워 … 55%는 부정적 가십으로 평소 생각이 흔들려

가십은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상사·동료에 대한 안 좋은 가십성 이야기를 들은 경우, 해당 상사나 동료에 대한 불신이 싹 터서 대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너의 팀장이 옆 부서 팀장하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는데, 너에 대해 안 좋게 말하던데? 특히, 네가 게으르대…… 왜 그런 말씀을 하고 다니시는지 모르겠네.”, “정 대리가 보기하고 다르데. 동기들하고 있을 때는 동료들이 업무적으로 무능하다고 떠벌리고 다닌대.” 라는 부정적 가십을 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자신은 이들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팀장이 그 동안 자신에게 보여준 과거의 언행을 되새겨 보거나, 그 동안 정 대리가 보여준 자신에 대한 호의에 의구심을 갖게 되며, 그로 인해 상사나 동료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대화 자리에 없는 A라는 동료에 대해 안 좋은 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경우, 귀하는 A라는 동료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비록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A에 대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응답은 38%인 반면, ‘기존에 갖고 있던 A에 대한 생각이 흔들리게 된다’는 응답은 55%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부정적 가십은 그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상대방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심어주고, 그로 인해 신뢰와 믿음을 흔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 69%는 부정적 인상

흔히 상사나 동료에 대한 소위 비하인드(Behind) 스토리를 재미나게 하는 사람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자신이 알지 못하던 솔깃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뒷담화를 너무 많이 하는 사람(Gossiper)은 자칫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저 사람하고는 말 조심해야 해. 함부로 말하면 나중에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라는 식으로 조직 내에서 사실이 아닌 이야기, 남에 대한 험담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낙인 될 수 있다. 볼티모어(Baltimore) 대학의 팔리(Sally, D. Farley) 교수(2011)는 사람들은 호기심이나 재미 때문에 가십성 이야기를 많이 해 주는 사람과 대화를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가십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덜 갖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팔리 교수에 의하면, 가시퍼들은 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또는 동료들과 함께 타인을 험담함으로써 자신의 우호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 가십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종의 ‘TAR(Transfer of Attitudes Recursively)’ 효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이는 특정 대상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정보의 이미지가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투영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컨대, 항상 상사 또는 동료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사람에 대해 ‘저 사람은 매사에 불만이 많은 사람일거야.’ 또는 ‘상사나 동료들이 잘 대해주지 않는 이유는 저 사람이 능력이 없어서 일거야.’ 라는 식으로 자신은 제 3자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를 했지만,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가 자신에게 심어지는 것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가십성 이야기를 자주 하고 다니는 동료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으십니까’ 라고 질문한 결과, ‘비교적 좋지 않은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예: 험담만 잘한다, 부정적 평가에만 익숙하다)’는 응답이 69%로 나타났다.

한편, 과도한 가십은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것을 넘어서, 인사고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체로 상사들은 가십을 ‘일과 시간의 잡담’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십을 많이 하는 사람은 일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인식하여, 낮은 인사고과 점수를 부여할 수도 있다. 캔터키(Kentucky) 대학의 그로서(Grosser) 교수는 가십과 인사고과는 역(易)의 관계를 갖는다는 연구(2010)를 하였다. 그에 의하면 상사는 긍정적 가십이든 부정적 가십이든 구분하지 않으며, 외견상 보이는 가십의 총량(즉, 가십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으로 판단하여, 가십을 많이 하는 부하는 업무를 소홀히 한다고 생각하여 낮은 인사고과 점수를 부여한다고 한다.

(3) 조직 차원

구성원들이 과도하게 가십에 참여할 경우, 조직 전체적으로 불신 풍조가 형성되어 신뢰 및 팀웍에 기반한 조직 분위기의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지나치게 부정적 가십은 조직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십성 대화가 조직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직장인의 57%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하였다.

● 조직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비록 엔론(Enron)이 파산한 이후의 사후적 연구이기는 하지만, 조지아 공과 대학(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미트라(Mitra)와 길버트(Gilbert)의 연구(2012)는 주목할 만 하다. 이들은 과거 각종 루머와 스캔들로 파산한 엔론을 대상으로 사내 이메일 약 51만 건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구성원 한 명이 하루 평균 112건의 이메일을 주고 받았는데, 7건 중 1건의 이메일(약 14.7%)은 상사·동료에 대한 가십이 담긴 이메일이었다고 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상대방을 비방하는 부정적 가십성 이메일이 칭찬하는 긍정적 가십성 이메일보다 약 2.7배 많았으며,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들이 가십성 이메일을 상사·동료·부하에게 전달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가십의 홍수에 빠진 조직은 자칫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부정적 가십은 직장 내 폭력·보복성 가십을 낳는 등 조직문화에 부정적

또한, 타인을 험담하는 가십은 조직 내의 폭력이나 보복성 가십을 야기하는 등 건강한 조직분위기의 형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 사실, 상대방에 대한 험담 등 부정적인 가십은 일종의 언어적 폭력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부정적 가십은 조직에서 다소 지위가 낮거나 소위 주류에 들지 못하는 상대적 약자에게 많이 행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 내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엘워트(Ellwardt) 교수(2012)에 의하면, 칭찬과 같은 긍정적 가십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한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 반면, 험담과 같은 부정적 가십은 소수의 약자에게 집중된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코칭 전문가인 피터 바즈다(Peter Vajda) 박사는 ‘가십은 당하는 사람의 힘을 무력화 시키는 폭력(Violence)’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부정적 가십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자신의 훼손된 자아(Ego)를 회복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또 다시 다른 동료의 단점 등을 비난하는 등 보복성 가십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남을 비난하거나 험담하는 가십은 또 다른 가십을 초래함으로써 조직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훼손시킬 수 있다.

Ⅳ. 건강한 가십 풍토를 만들기 위하여

가십은 여러 사람이 모인 집단이라면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대화 형식이다. 또한 가십은 유용한 정보의 확보나 친밀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지나치게 가십에 참여하거나, 타인을 험담하는 부정적 가십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소모적이고 부정적인 가십을 예방하는 데에 조직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가십은 ‘커뮤니케이션의 이슈’ - 신속·투명한 정보 공유가 필요

가십의 상당 부분은 구성원들이 경영현황이나 상사·동료들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속하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불필요한 가십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디지털 매체를 통해 가십이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는 시기에는 커뮤니케이션의 신속성이 요구된다. 과거에는 정보가 한 곳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였다. 그러나 요즘처럼 사람들이 디지털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 받는 상황에서는 정보를 숨기거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조직은 경영 및 인사 등에 대한 주요 현황에 대해 구성원들이 자의적으로 추측하고 해석하기 이전에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그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구성원들의 의구심은 증폭되고 나름의 해석을 기반으로 한 가십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에 중요한 점 중의 하나는 ‘조직이 공개 가능한, 또는 제공해 줄 수 있는 정보’의 관점보다는 ‘구성원에게 필요한, 또는 구성원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의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 많은 조직들은 ‘이것은 인사기밀이다’, ‘아직은 결정된 바 없다’, ‘구성원들이 이런 자세한 것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제한적인 정보만을 제공해 온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러한 소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성원들 사이에 가십의 소재로 사용되어 각종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퍼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시간이 지난 후에 구성원들 사이에 떠돌던 말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조직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설명하더라도, 한번 생성된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게 된다. 9가지의 사실을 말하더라도 한 가지가 분명치 않으면 나머지 9개의 진정성에도 의심이 생기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확하고 진실된 정보를 제공해 부정적 가십의 확산을 방지하려는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조직 내에 가십의 징후가 포착되었을 때에는 구성원들이 어떠한 정보를 원하는가를 먼저 따져보고, 가능하다면 초기부터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필요하다.

2. 가십은 ‘신뢰의 이슈’ - 직접적인 만남의 기회를 확대해야

구성원들이 상호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신뢰관계를 쌓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토록 믿어왔던 상사나 동료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말 한 마디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는 것이 가십이다. 상대방과 접할 기회가 적거나, 제대로 이해할 기회가 없다면 더욱 신뢰는 쌓이지 못할 것이다. 조직에서 가십의 대상이 주로 상사에 대한 것이 많다는 것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 흔히 리더일수록 구성원들과 접할 기회가 적고 무슨 생각을 하는 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엘워트(Ellwardt) 교수(2012)는 상사에 대한 믿음이 약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구성원일수록 상사에 대한 험담성 가십을 많이 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가십은 사람의 문제라기 보다는 신뢰의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신뢰 형성의 과정은 길고 복잡하지만 무엇보다도 상대방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해해 가는 자리가 조직 내에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말 그대로 가십은 가십의 대상자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라는 점에서, 오해나 선입견 때문에 가십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회식자리나 단합대회를 비롯하여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의견을 공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의 활동을 통해 구성원 개개인이 서로를 더 잘 알아간다면, 섣불리 제3자에 대해 들은 이야기로만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3. 가십은 ‘정의의 이슈’ - 공정한 인사와 대우가 전제되어야

조직에서 불필요한 가십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사고과, 보상, 승진 등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정의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조직의 인사가 공정하지 못하면, ‘저 친구는 상사에게 잘 보여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저 친구는 실제 일은 잘 하지 못하는데, 이번에 승진할 차례가 되어서 승진한 거다’ 등과 같이 납득이 잘 되지 않은 것들을 가십을 통해 이해하려 할 것이다. 연말연초 인사 시즌에 조직 내 타인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 교수인 워트(Sarah, R. Wert)와 살로베이(Peter Salovey)에 의하면, 가십은 타인과 자신간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수준을 평가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경쟁과 성과주의가 강화되는 오늘날의 조직 상황에서 동료와의 비교, 그리고 그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위상을 가늠해 보기 위한 구성원들의 욕구는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의 인사가 정의롭지 않다면 동료의 잘못된 점만을 비난·험담하는 부정적 가십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않은 채, 남과 비교하고 험담을 하는데 소모적으로 에너지를 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지는 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편, 정의로운 조직이라는 측면에서, 조직 내에서 구조적으로 소외되거나 권력(Power)의 열세에 있음으로써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 구성원들이 없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 일본의 사무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오가사와라(Ogasaward)의 연구(1998)는 불공정한 대우가 가십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힘의 열세에 있는 사무직 여성들은 자신들의 불만을 드러내기 위해 권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공정한 대우를 하는 남성 직원들을 험담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는 비단 성별의 이슈만은 아니다. 조직 내에서 직군, 사업장, 계층 등에 있어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대상이 있을 경우, 부정적 가십은 늘어날 것이다

가십이 증가한다는 것은 조직 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일 수 있다. 조직은 구성원들이 조직에 대해 무엇을 알고 싶어하고, 어떠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지, 그리고 상하간·동료간 어떤 갈등이 있는지 등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구성원들 역시 맹목적으로 가십을 하기 보다는, 자신이 하는 가십에 대해 돌이켜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컨대, ‘나는 지금 왜 가십을 하고 있는가’, ‘나는 왜 가십을 알려주는 동료의 말에 호응하고 있는가’, ‘가십이 나에게 어떤 이로움을 주는가’, ‘내가 사랑하는 친구에 대한 가십에도 나는 참여할 수 있는가’, ‘나는 가십을 할 때, 꾸밈 없이 과장 없이 말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한번쯤 생각해 본다면, 보다 건강한 조직생활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LG경제연구원
최병권 연구위원, 원지현 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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