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증품은 폴 쟈크레가 한국, 중국, 일본, 미크로네시아 등 아시아인들을 소재로 한 일련의 다색 판화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간명하게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국적과 인종을 초월하여 온화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인간애가 깃들어 있다. 특히 이번 기증품에는 1930-50년대에 우리나라를 소재로 한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는 1930년대에 수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꼼꼼하게 스케치를 하고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폴 쟈크레는 유럽인으로서 우리나라를 소재로 회화작품을 창작했던 작가들에 대한 새로운 조명의 계기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흥미롭게도 폴 쟈크레가 중국인을 소재로 한 작품은 대부분 1930년대 우리나라를 방문하였을 때 스케치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일본을 소재로 한 작품은 아이누족이나 지방의 축제 등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당시 민속학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폴 쟈크레는 면밀한 관찰을 통해 스케치하고, 꼼꼼하게 색깔을 정하고 나서, 색깔에 따라 여러 개의 목판을 이용하여 찍어내는 다색판화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폴 쟈크레의 작품은 기존 다색판화와는 달리 스케치의 연필 선의 표현을 목판에 살려, 마치 다색판화 작품이 아니라 수채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의 목판 기술은 옷감의 표현에 투명하게 비치는 감, 누비 옷 등을 목판으로 표현해 내기에 이른다. 프랑스인으로서 과감한 구도와 색채의 배합, 그리고 그가 아시아 회화에서 배운 단정한 필선의 묘미를 살려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완성시켰다.
최근 폴 쟈크레와 관련하여 2003년 요코하마미술관에서 특별전이 성공리에 개최된 바 있다. 이 전시를 기획했던 학예실장 사와타리 기요코(猿渡紀代子)씨는 “폴 쟈크레는 서양화의 재료가 아닌, 동양화에서 사용되는 종이와 안료로 수채화를 그리고, 그 섬세한 연필 선을 살려 판화로 발전시킨 화가이다.”라고 평가하면서, “최근 서양인으로서 아시아의 그림 재료로 아시아인을 묘사한 작가들의 재평가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명”이라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폴 쟈크레의 작품 기증을 기념하기 위하여 2006년에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2006년은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의 해로서 폴 쟈크레라는 작가를 통하여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문화 교류를 조명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개요
한국의 문화유산을 수집·보관하여 일반인에게 전시하고, 유적·유물 등을 조사·연구하기 위하여 정부가 설립된 박물관으로 2005년 10월 용산으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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