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보호주의 굴레에 갇힌 태양광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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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11-27 12:00
서울--(뉴스와이어)--태양광 산업은 극심한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의 관망세와 각국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해 예상 외로 구조 조정이 지연되고 있다. 더딘 구조 조정과 태양광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급 균형점에 다다른다 하더라도 저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2위의 태양전지용 웨이퍼 생산 기업인 중국의 LDK Solar가 허페이 공장의 종업원 5,000명 중 4,500명에게 장기 휴가 조치를 내렸다. 주문이 없어 전체 32개 라인 중 24개를 멈춘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11월, LDK Solar는 미국 뉴욕거래소로부터 상장 퇴출 경고장을 받았다. 최근 30 거래일 간 평균 주가가 0.99달러를 기록했고, 향후 6개월 내 주가를 1달러 이상으로 올려놓지 못하면 나스닥 시장에서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중국 태양광 기업이 뉴욕거래소로부터 상장 퇴출 경고장을 받은 것은 지난 8월 이래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폴리실리콘 기업인 Daqo가 상장 퇴출 경고장을 처음 받은 이후 9월에는 Suntech이, 10월에는 JA solar가 잇따라 퇴출 경고장을 받았다. 비단 중국 태양광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작년에는 미국의 Evergreen Solar, Solyndra, Spectrawatt 등이 무너졌고, 독일의 Q-Cells는 한화그룹에 인수됐다. 태양광 산업이 전방위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태양광 수요는 견조한 성장세 유지

태양광 산업의 불황이 수요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재정 지원 축소로 지금까지 보여왔던 높은 수요 성장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도 태양광 시장의 수요는 견조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반면, 중국, 미국, 일본 등이 태양광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 및 중동 등도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① 중국, 미국, 일본 : 태양광 시장의 새로운 축

중국 태양광 산업의 전개는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어울린다. 중국은 태양광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대규모 투자를 위한 저리 융자, 세금 면제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중국의 태양광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단기간에 전세계 태양광 공급의 60% 이상을 점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수출 비중이 90% 이상이었기 때문에 유럽 시장의 침체는 중국 태양광 기업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내수 시장 활성화를 통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09년 발표한 ‘Golden Sun Project’를 기반으로 2012년부터는 FIT(Feed In Tariff : 발전차액지원제도)도 지급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향후 5년 동안 중국의 태양광 누적 설치량은 20GW를 웃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으로 태양광 산업에 대한 지원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린에너지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며, 지금까지 추진하던 ‘Sun Shot Initiative’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도 유지될 전망이다. 최근 셰일가스 열풍으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며 태양광 모듈 리스 등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통해 미국 내 태양광 수요는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전 가동을 모두 중단한 일본도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특별 조치법은 기존 500kW 이하에만 적용되었던 FIT의 적용 범위를 500kW 이상의 발전소 규모까지 확대하는 법안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FIT 확대를 통해 18%에 불과한 에너지 자급률을 2030년까지 두 배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FIT 확대는 경기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일본 기업들이 일본 내 태양광 발전소 사업에 진출할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소프트뱅크, 미쓰이 물산 등이 태양광 발전소 운영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② 인도, 중동 :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차세대 시장

인도는 일조 일수가 연간 약 250일 이상으로 태양광 발전 입지 조건에서 높은 잠재력을 확보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수요 증가가 주목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인도의 경제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려 태양광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인도 정부는 태양광 발전 관련 기업에 30%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산업 장려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2년 태양광 발전 용량을 20GW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중동에서도 ‘Desertec’이라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Desertec은 사하라 사막에서 태양광, 풍력 발전 등을 통해 만든 전기를 초전도 케이블을 통해 유럽으로 송전하여 유럽의 전력난을 해소하자는 의도로 시작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멘스, 도이치뱅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중동 국가들은 석유 자원의 고갈 우려와 천혜의 입지 조건 등의 이유로 국가별로 태양광 및 태양열 발전소를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090억 달러(약 126조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사우디는 2032년 국가 소비 에너지의 3분의 1인 41GW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다. 태양광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오일머니를 좀더 효율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극심한 공급 과잉…그러나 지연되는 구조 조정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시장은 지속적으로 견조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00년 이후 연평균 30% 이상 폭발적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관련 기업들의 상황이 언제쯤 나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0년 호황 이후,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투자를 집행했으며, 이로 인해 가격 급락을 초래하였다. 2011년 미국 태양광 기업들의 파산을 필두로 구조 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고, 미국과 유럽 기업을 중심으로 대략 40여 개의 태양광 관련 기업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좀처럼 업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파산했거나 가동을 중단했다고 언론에 발표한 기업의 공급 가능량은 미미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공급 과잉률이 100%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 5GW 정도의 생산량 감소는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전체 생산 능력 중 10% 정도가 줄었을 뿐이다. 이마저도 생산라인을 스크랩한 것이 아니라 다른 기업으로 넘긴 경우가 많아 잠재적 공급 능력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구조 조정의 모습이 보이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충분치 않은 모습이다.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다 못해 기업 경영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구조 조정은 가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적 차원 : 보호주의의 강화

지금까지 태양광 산업은 정부 주도로 육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과 일본은 시장을 지원하여 기업을 키웠고, 중국은 기업을 먼저 육성했다. 독일은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1,300억 달러의 보조금을 쏟아부었고, 중국 정부는 2010년 약 34조원을 태양광 기업에게 지원했다. 각국 정부가 태양광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까닭은 에너지 안보 및 환경 보호 등 국가적 당위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태양광 산업은 다른 에너지 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도 높다. 풍력은 1MW당 21명, 태양광은 35.5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제조에서는 태양광 산업이 풍력 산업에 비해 2배 정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친환경적인 에너지와 고용 창출, 그리고 수출 기업으로의 육성 등 여러 이점을 가지고 있는 태양광 산업을 각국 정부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업은 중국 기업의 난립으로 미국, 유럽 등의 태양광 산업 육성에 대한 계획이 어그러졌다.

미국이 먼저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2011년 하반기 미국은 중국 태양광 패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자국 태양광 기업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최대 250%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7일 중국 태양광 패널 업체들에 앞으로 5년간 반덤핑관세 및 상계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 판정으로 중국의 Suntech은 36%, Trina Solar는 23.6%의 추가 관세를 물어야 하는 등 미국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도 지난 9월 중국 태양광 패널 기업들의 덤핑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2013년 6월 이전에 예비 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5년 동안 상계관세나 반덤핑관세 등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정부도 반격에 나섰다. 중국 베이징 상무부는 이달 초 유럽 및 미국의 폴리실리콘 기업들을 대상으로 덤핑 혐의를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요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해외에 근거없이 낮은 가격으로 판매했는지 여부와 불공정한 지원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내수 시장 활성화와 더불어 자국 기업의 제품 사용시 혜택을 주는 등 태양광 산업 내에서의 보호주의는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환경 보호라는 전지구적인 당위성 이외에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고, 고용 창출 효과까지 뛰어난 태양광 산업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의 날 선 공방 역시 구조 조정을 지연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보호주의의 강화는 글로벌한 합종연횡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수출 산업을 꿈꾸었던 태양광 산업이 로컬 비즈니스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차원 : 시장에 대한 막연한 환상

태양광 산업의 현재 상황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고들 한다.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광 산업이 아직까지는 성숙기에 접어들지 않아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대규모 투자를 해놓은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라인을 정리하거나 파산 신청 결정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저리 융자 및 세액 감면 등 정부 지원에 힘입어 대규모 증설을 한 중국 기업 대부분은 라인 가동을 잠시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재정적 부담이 적다. 그리고 정부 주도로 중국 내수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어 급하게 구조 조정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세계 생산 능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구조 조정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어 전체적으로 구조 조정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매몰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문제다. 원가 경쟁력이 태양광 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 요소로 부각되면서 수직계열화는 업계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중국, 한국 기업 등 새롭게 태양광 산업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은 원료 수급의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Trina Solar, Yingli, Renesolar 등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구조 조정 측면에서 수직계열화된 기업은 사업을 철수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Yingli의 경우, 웨이퍼부터 모듈까지 동일한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어 어느 하나만을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수직계열화는 사업의 수익성 확보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사업의 슬림화를 해야 하는 순간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산업처럼 장치 산업의 특성이 강한 TFT LCD나 반도체 산업은 사업 초기부터 수평분업화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2000년 IT 버블이 꺼지면서 구조 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결국 대규모 생산능력을 가진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수직계열화 붕괴에 따른 부담 등에 의해 ‘Wait and See’ 전략을 구사, 사업에 대한 조정을 최대한 늦추고 있어 구조 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 조정 압력 가중은 필연적

태양광 산업의 구조 조정은 과거 공급 과잉을 겪으면서 구조 조정을 경험했던 TFT LCD와 반도체 산업과는 사뭇 다르다. 대규모 선행 투자 및 세대 확장, 웨이퍼 크기 확대 등 생산기술 혁신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것이 TFT LCD와 반도체 산업의 구조 조정 방향성이었다. 때문에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의 선제적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기업이 생존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 기업이 그 중심에 있었다. 또한 기술적 차별화를 통해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태양광 산업의 경우, 관련 기업들이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도 힘이 들 것이고, 이미 범용제품(Commodity)화가 진행되고 있어 기술 차별화를 한다고 해서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시장의 주요 어플리케이션이 지붕형에서 발전소 단위로 옮겨가면서 건설 및 발전 사업자의 내부 수익률 확보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태양광 산업은 전형적인 B2B 사업이 될 것이며, 발전 사업자 등의 가격 인하 압박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시점이 오더라도 태양광 산업이 단기간 내에 수익을 회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적 비호와 기업들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환상 때문에 구조 조정은 지연되고 있고, 구조 조정이 완벽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수급 균형점에 다다른다고 할지라도 저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태양광 산업은 수급 균형을 위한 구조 조정이 아닌, 고수익 사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구조 조정이 필요할 것이며, 구조 조정이 미루어질수록 그 압력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 양성진 책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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