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국가재정 짓누를 인구고령화, 일본식의 부채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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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12-04 12:00
서울--(뉴스와이어)--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인구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면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명목GDP의 200%를 넘는 재정적자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일본의 복지수준은 유럽보다 낮으나 복지의 혜택이 고령층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에 인구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재정지출 규모도 가파르게 확대되었다. 더욱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경제의 잠재성장력을 떨어뜨리고 재정지출의 파급효과마저 약화시켜 재정지출은 계속 증가하지만 세입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의 재정상황은 일본에 비해 훨씬 낫다. 그러나 일본의 재정악화를 초래했던 특징들을 잠재적으로 모두 안고 있다. 첫째 인구 구조와 관련하여 고령화 단계는 아직 일본에 미치지 않지만 고령화 속도는 일본을 능가한다. 더구나 일본처럼 고령자 중심의 복지제도로 변화할 경우 향후 재정 악화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둘째, 일본의 경우 조세를 부담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세입의 부진과 함께 재정지출의 경제부양 효과가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6년부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세입 증가세의 둔화, 잠재성장률의 하락, 재정지출의 경제부양효과의 감소 등이 우려된다. 셋째, 일본의 경우 복지 관련 재정지출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복지관련 산업에 대한 강한 규제로 이들 산업에서의 생산성 증가율이 부진했고 이것이 자원배분의 왜곡과 경제성장 부진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복지 관련 산업의 생산성이 낮지는 않지만 일본처럼 의료와 복지 부문에 대한 규제와 제약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이 부문에서 생산성 향상이 제약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식의 재정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자를 통제할 수 있는 거시경제 균형 시스템의 강화, 사회보장 지출과 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재원의 발굴과 지출의 효율 제고, 그리고 복지 관련 산업의 생산성 향상 등을 포함한 잠재성장 능력의 제고 등을 모색해 가야 할 것이다.

1. 일본, 인구고령화로 재정적자 누적

일본의 막대한 재정적자가 국가파탄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금년 초에 대두한 바 있었지만 일본 국회가 소비세 인상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이러한 우려는 일단 진정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재정적자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일본 정부의 누적 부채 규모가 명목GDP의 200%를 넘는 등 그리스 보다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의 재정적자는 1990년대에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누적되어 왔다. 인구고령화와 함께 사회보장지출이 확대되는 한편 세입이 부진을 보이면서 재정적자가 누적된 것이다.

일본은 다른 선진국보다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에 이어 각 선진국이나 한국도 일본처럼 인구고령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재정적자 확대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분석과 이를 피하기 위한 방안의 모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공공투자 보다 사회보장지출 확대가 주된 원인

일본의 재정수입과 지출의 추이를 보면 1990년을 기점으로 세입이 감소세를 보이는 한편, 세출이 계속적으로 확대되어 일본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계속 공채를 발행해 왔던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다. 이러한 일본 재정적자의 원인에 대해서는 일본정부가 버블붕괴 이후 효과가 없는 공공투자를 남발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널리 확산되어 있다. 그러나 공공투자 확대로 인한 재정악화 요인은 1990년대의 일본 장기불황 초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과거 20년간의 추이를 보면 결정적인 요인은 세수의 부진과 사회보장지출의 확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부터 2012년 동안의 누적 기준으로 보면 세출 측면에서의 적자 확대 요인 중에서 사회보장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해당하며, 이는 공공투자 20%의 3배 정도의 비중이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연금, 의료 등의 사회보장 지출이 팽창하여 일본정부는 각종 사회보장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해 왔으며, 그 결과 일본 재정의 악화가 초래되었다. 2011년 회계연도를 보면 사회보장 지출은 105.5조엔에 달하고 그 중 사회보험료로 부담한 것은 58.7조엔에 불과해 정부 재정지원 27.8조엔, 지방정부 부담 9.5조엔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세출 구조를 보면 2011년 일반회계 예산 92.4조엔 중 사회보장 지출은 28.7조엔으로 이자 등의 국채비용 21.5조엔을 능가하여 최대의 지출 항목이 되고 있다. 반면, 문교·과학은 5.5조엔, 공공사업은 4.9조엔에 불과해 사회보장 지출 부담 때문에 다른 분야의 지출을 크게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일반회계에서 국채 원리금 상환, 지방교부금 등 고정성 지출을 뺀 정책 관련 지출을 의미하는 일반세출 중에서 사회보장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의 24.8%, 1990년의 32.8%에서 2011년에는 53.1%로 급상승해 왔다. 일본정부의 경우 사회보장 지출 이외의 분야로 정책적 자금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인구고령화가 사회보장지출 부담을 확대

일본의 재정 악화를 초래한 것은 저출산·인구고령화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유럽 복지국가와 비교하면 복지 수준이 낮고 GDP 중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지만 1990년대 이후 복지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1인당 복지지출은 2000년 실질가격(OECD 실질구매력평가환율 기준)으로 2009년 5,660달러로 프랑스의 9,232달러, 독일의 8,016달러, 미국의 7,762달러에 비해 낮지만 1980~2009년 동안 283%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일본의 복지 제도는 유럽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낙후된 수준이긴 하지만 인구고령화로 인해 자동적으로 복지지출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1990~2009년 동안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1인당 복지지출은 실질가격으로 연평균 2.2%의 증가율에 그쳤지만 고령층 인구 증가로 인해 고령자 복지지출의 총액은 연평균 5.9%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가 1990년의 1,489만명에서 2010년에는 3,083만명으로 급증,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0년의 12%에서 2012년 24%로 두 배나 늘어나는 과정에서 고령자를 위한 연금, 의료보험 등의 복지지출이 확대되었다. 일본의 연령별 사회보장 지출과 개인부담의 구조를 보면 고령층에서 의료비 지출이 집중되고 있고 연금도 고령층이 수령하기 때문에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면 복지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복지의 수준 자체보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의 자동 증가세가 일본의 재정 악화를 가져온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구고령화는 일본의 세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충격으로 작용하였다. 일본의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199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이에 따라 세금을 부담하는 인구규모 자체가 해마다 감소하는 압력을 받게 되는 구조로 변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세수 확대가 더욱 더 어려워진 것이다.

인구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지출 증대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 1인이 짊어져야 할 세출(=총세출/생산가능인구)은 계속 확대되어 왔다. 이에 반해 생산가능인구 1인의 실제 조세부담액(=총세입/생산가능인구)은 미미한 증가에 그쳐 재정의 균형이 깨지고 재정적자가 확대되었다. 생산가능인구 1인당 조세부담액을 사회보장지출의 확대에 맞게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없었던 것은 인구고령화에 따른 성장세 하락, 소득 부진 속에서 대규모 증세정책을 실시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에서도 복지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계속 증세를 하면서 생산가능인구 1인당 조세부담액을 늘리고 재정수지를 맞출 수도 있지만 일본경제가 저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소비세의 대폭적인 인상 등 복지를 위한 조세 부담에 관한 국민적 합의의 도출이 쉽지가 않았다.

2. 국가재정의 일본화 현상의 핵심 포인트

고령자 복지에 치중한 재정지출의 경직성

이상 본 바와 같이 일본의 재정적자 누적은 인구고령화 속에서 사회보장지출이 팽창함으로써 발생했다. 그렇게 본다면 복지수준이 높은 국가는 물론, 낮은 국가에서도 인구고령화가 진행될 경우 일본처럼 재정적자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앞으로 각 선진국이나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저출산·고령화의 압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재정적자 누적 문제에서도 인구고령화와 복지지출의 팽창 문제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미국과 같이 출산율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국가에서도 인구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재정적자 누적 과정에서 저출산·인구고령화라는 보편적인 문제 이외에도 일본의 특수한 상황도 존재한다. 각국이 적어도 이러한 일본의 특수한 요소를 제거한다면 재정적자 압력을 완화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재정적자 문제를 악화시킨 일본의 특수 요인으로서는 우선, 고령자 중심의 복지지출 구조 등 일본 재정 및 사회보장지출의 경직성을 들 수 있다. 일본의 복지지출은 고령층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일본의 복지지출 중에서 고령자복지는 가족복지 지출에 비해 10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고령자 복지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고령자 복지에 집중하는 구조는 인구고령화로 인해 복지지출이 자동적으로 확대되는 효과를 더욱 강화시킨다. 또한 젊은 부부를 위한 자녀 양육 등 가정 복지는 고령자 복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진하기 때문에 출산율이 억제되는 부작용도 있다. 이는 개인 입장에서 보면 고령자 복지를 상대적으로 기대할 수 있어서 결혼을 하거나 자녀를 양육하여 노후에 대비하려는 결정을 기피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게 된다.

물론, 일본의 경우 저출산·인구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지출의 전반적인 확대 속에서 다른 분야의 세출을 더욱 감축할 필요도 있었다. 독일, 프랑스 등은 1990년대 이후 사회보장지출의 GDP 비중 상승세에 맞추어서 기타 세출 확대를 억제함으로써 일본과 같은 재정적자의 급격한 상승을 피했다.

일본의 경우 기존의 세출이 각 정부 부처, 관련 업계와 연계되면서 기득권으로서 고정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제로베이스에서 세출을 과감하게 삭감하기가 어려웠다.

재정지출의 효과, 가파르게 하락

재정지출의 확대는 그 이상의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승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발생해도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 확대로 인해 이러한 적자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는 것이 케인즈 경제이론이다. 사회보장지출의 확대도 이러한 승수 효과가 발생한다면 아무리 그 규모가 늘어나도 재정적자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쳐야 하는데, 일본의 경우 이러한 재정지출의 효과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에서 실시된 여러 추정 결과를 보면 일시적 재정적자가 균형을 회복하려는 ‘과세표준화’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와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 재정지출의 경제성장 효과는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모형을 활용한 추정에서도 일본 재정지출의 승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결과들이 나와 있다.

또한 재정지출의 경제 부양 효과와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율의 관계를 보면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율이 떨어질수록 재정지출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특히 재정지출의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케인즈 경제학은 불완전 고용이 존재할 때에는 재정지출 확대가 유효수요를 자극하여 고용을 늘리면 경제성장과 함께 세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는 실업이 존재해도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에서는 그러한 재정수지의 균형화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지출 확대로 실업률이 떨어지더라도 세금을 납부하는 취업자 수 자체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독일의 경우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등 저출산·인구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에서도 재정지출의 효과를 상대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사회보장 이외의 지출을 억제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재정지출이 경제의 현실에 맞게 효율적으로 이루어져 경제성장세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보장 관련 산업의 낮은 생산성

일본처럼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사회보장지출도 확대되고 있는 독일이 재정지출의 효과를 유지하면서 재정적자도 억제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은 늘어나는 사회보장 지출에 힘입어서 활성화되는 산업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독일을 비교할 때 사회보장지출의 혜택을 받는 의약품, 의료 및 복지, 의료기기 및 정밀광학기기 등의 산업에서 생산성증가율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이들 분야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전산업 평균증가율을 상회하여 재정지출을 포함한 경제적 자원이 이 분야로 확대되는 데 따른 경제적 자원의 왜곡이나 비효율 문제의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의 경우 최근 의약품 산업의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있으나 사회보장 복지 관련 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전반적으로는 전산업의 평균증가율을 밑돌고 있다.

일본에서는 사회보장 지출의 확대와 함께 의료 및 고령자 요양 등의 복지 관련 서비스 산업에서 고용 및 부가가치의 총 규모는 확대되고는 있으나 낮은 생산성 증가율과 함께 이들 산업의 종사자들의 임금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의료 및 복지 산업 분야의 평균임금은 임시직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정규직의 경우 전산업 평균치에 비해 5.5%(100~499명 사업장)~16%(30~99명 사업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저임금 고용의 비중 확대는 세금 징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저출산·인구고령화와 사회보장지출의 확대에 따라 일본의 경제적 자원이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성과 임금 수준이 낮은 분야로 집중됨으로써 세수 확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의료 등의 복지 서비스 산업은 정부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기업의 자유로운 창의와 혁신 활동이 저해되는 측면도 강해 경영혁신, 생산성 향상 등의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빠른 인구고령화 속도

저출산·인구고령화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세출 및 세입 구조의 혁신, 재정의 경제부양 효과 유지를 위한 노력, 의료 및 복지 산업의 혁신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고 이는 각종 기득권과 맞서면서 사회적 혁신으로서 성공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물론, 이러한 혁신에는 일정한 기간과 국민적 합의도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혁신 노력이 인구고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인구구조의 특수성으로 인해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일본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돌파하여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것은 1970년경이며, 그 후 14%를 돌파해 고령사회에 진입할 때까지 24년 정도가 소요되었다. 이는 프랑스가 115년, 미국이 72년 정도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빠른 것이다. 게다가 그 후 일본의 고령인구 비중은 다른 선진국을 앞섰으며, 고령자 인구비중이 20%를 돌파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때까지는 11년 밖에 소요되지 않는 등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일본의 빠른 인구고령화는 인구정책의 실패에도 그 원인이 있다. 일본의 경우 연령별 인구구조에서 2개의 큰 파동이 존재한다. 하나는 전후 베이비 붐 세대이다. 이 세대는 1947~49년에 태어난 세대인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연령별 인구구조상의 돌출이 심하다는 특징이 있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 베이비붐이 10년 정도 있었던 반면 일본의 경우 불과 3년 밖에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이는 일본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강력한 출산억제 정책을 전개함으로써 발생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불과 3년의 단기에 그친 베이비 붐 세대가 고령기에 들어서면 순식간에 전체 인구의 고령화 압력이 되어 다른 세대에 충격을 주게 되었다. 그리고 저출산 문제를 인식한 이후 계속 강화되어 왔던 출산 장려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해 빠른 인구고령화를 막지 못했다.

결국, 인위적인 출산억제 조치가 수십년에 걸쳐 일본의 인구구조를 여러 번 왜곡시키고 정책 혼선과 함께 인구고령화의 속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인구고령화 시대에 대응한 사회개혁의 부실을 초래했다.

3. 한일 고령화·재정 문제 비교와 시사점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와 그에 따른 재정의 악화는 아직 가시적이지 않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빠르며, 국가부채의 증가세도 높기 때문에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복지수준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1인당 제공되는 복지혜택이 늘어날 경우 향후 인구고령화에 따른 재정악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앞서 살펴본 재정의 일본화가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가늠해보고, 위험 정도를 파악하여 미래에 발생 가능한 재정의 일본화를 피하기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고령자 복지지출의 급증 가능성

일본은 급격한 인구고령화로 늘어나는 고령자 복지지출을 줄일 수 없었고, 타 부문에 대한 지출(SOC투자, 인건비와 공채비 등과 같은 경상지출) 역시 각 정부 부처와 관련 업계의 기득권으로 고정되면서 재정건전화가 제때 이루어질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인구 고령화가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OECD국가에 비해 고령자 복지지출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추이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1인당 복지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고령자 복지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도 그 동안 고령자 복지지출의 GDP 비중이 빠르게 상승해 왔으며, 그 요인 중에서 고령자 복지 확대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서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의 확대로 이러한 부담을 실감하지 못하게 되는 경향이 있으나 향후 저성장 구조가 정착될 경우 그 부담이 실감될 정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 제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향후 우리나라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연금 등 의무지출의 수요자가 늘어나 자동적인 복지지출 규모의 급증이 예상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역시 일본처럼 고령인구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고령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고령자 복지 혜택 정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최소한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고령자 복지는 필수적이지만, 복지지출은 한 번 시행하면 줄이기 힘든 경직성 의무지출임을 감안하면 복지수준을 대폭 확대하는 복지정책의 시행은 재정의 경직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생산인구 감소로 재정지출의 효과 하락 가능성

통계청의 2010년~2060년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30년에 정점에 도달한 후 감소하지만, 생산가능인구는 인구고령화에 의해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재정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세수의 감소일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재정지출의 효과를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공공투자가 성장을 견인하는 효과가 감소하고, 재정지출의 승수효과가 낮은 이전지출의 증가는 전반적인 재정지출의 효과를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재정적자로 국가부채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미래의 세금 인상을 예상한 소비자들이 현재의 소비를 늘리지 않아 정부지출의 효과가 하락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사회보장 관련 산업의 생산성 약화 가능성

독일과 달리 일본은 인구고령화 시대에 정부혜택을 받게 되는 산업의 생산성증가율이 의약품을 제외하고 전산업 평균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의약품의 노동생산성은 전산업의 노동생산성보다 높지만 의료 및 측정기기와 의료 및 보건의 노동생산성은 전산업 평균과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 또한 생산성이 높은 의약품 산업의 경우 고용창출이 부진해 부가가치 증가가 제한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증가율 측면에서도 의료 및 보건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90년대 10.3%였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1.2%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앞으로 의료 관련 산업에 대한 정부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이 지속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지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빠른 인구고령화로 잠재성장률 하락 가능성

우리나라 인구고령화 속도는 일본에 비해서도 매우 빠르다. 고령인구비율(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18년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짧다.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은 일본이 11년 걸린 데 반해 불과 8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본 역시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의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에 미처 재정혁신을 이루기도 전에 사회보장지출의 증가와 세입감소로 재정적자에 직면하게 된 측면이 크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노동공급이 하락하고, 저축률이 감소하면서 자본투입 역시 감소되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성장률 하락이 정부의 세입기반을 약화시키는 반면, 인구고령화로 연금 및 의료에 대한 재정지출이 증가하여 재정적자가 심화될 것이다. 재정적자의 누적은 국가채무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며, 한 번 국가채무가 높아지면 이자지출의 부담이 쌓이게 되고 국가신용도도 하락하게 되어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2012)의 장기재정전망에 의하면 현행 세입 및 세출 제도가 유지되더라도 국가채무가 2040년에는 91%, 2050년에는 136%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현행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재정은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최근 들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추가적인 복지정책들이 도입될 경우에는 국가부채의 급증시기가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시대에 대응한 재정 팽창 억제 장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역시 구조적인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일본형의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 따라서 저출산·인구고령화 사회에 사전에 대비하면서 일본이 겪었던 재정악화 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우선,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재정지출 확대 추세를 억제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여 조세를 부담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생산가능 인구 1인당 조세 부담의 급상승을 억제하기 사회보장 이외의 지출을 삭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의 각종 정부 서비스는 인구 증가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생산가능 인구 감소 시대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미국 등을 비교하면 일률적으로 재정지출이나 적자의 상한선을 그어서 지출을 억제하는 거시경제 균형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장 주도의 정책 성향이 강한 일본의 경우 보텀업(Bottom up)식으로 올라오는 예산안을 마지막에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성향이 강한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혁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현장의 사정을 모르는 채 거시경제 균형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각 부문의 생산성, 고용 효과 등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예산을 동결 및 삭감해 각 현장이 제한된 예산에서 효율적으로 사용처를 재분배하도록 해 새로운 창의를 유도하는 방식이 좋을 수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를 보일 경우 재정정책에 의한 경제 부양 효과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복지비용 지출과 부담의 국민적 합의

저출산·인구고령화 사회에서는 사회보장 지출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처럼 복지에 대한 부담에 관한 논의가 미진한 채 인구고령화로 자동적으로 사회보장지출 부담이 확대되고 재정적자가 극심해지는 사태는 피해야 할 것이다.

복지 사회의 형태, 복지 수준, 복지비용을 부담하기 위한 새로운 재원 및 증세 방안 등에 관해서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하여 체계적으로 인구고령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물론, 복지 사회는 재정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지역공동체에서의 자원봉사를 전제로 한 상호보조 등 비 금전적인 방법도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인구고령화 속에서의 복지사회에 대한 비전에 관해서는 고령층의 자율과 사회 참여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며, 복지지출이 이러한 자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노인시설 등에서 계속 누워서 지내는 초고령층도 많지만 독일은 고령층이라도 보행과 자활을 강조하여 고령자의 건강을 유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차이가 있다. 물론, 일본의 경우도 어떤 지방자치체(이시카와현 나나오시 등)에서는 주민들의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고령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갖도록 유도하면서 고령층에 드는 의료비를 1인당 연간 10만엔 정도 줄이는 데 성공한 사례도 있다. 건강한 고령자를 활용한 다른 고령자의 간호, 영유아 양육 지원 등 고령자의 일자리 및 자원봉사 기회 확대도 고령화 사회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같이 고령층의 자율, 지역공동체의 재생 및 강화, 사회보장 지출에 대한 국민부담의 형태와 조합을 저출산·인구고령화 요인을 전제로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설계해야 할 것이다.

사회보장지출 확대를 고려한 잠재성장 능력 제고

저출산·인구고령화 시대에 행정의 팽창 및 낭비를 막고 사회보장 이외의 지출을 억제하며 생산가능 인구 1인당 조세 부담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대응이 부족할 수 있다. 결국 경제성장세를 유지하고 1인당 소득을 늘려야 각종 조세 및 사회보장 부담의 확대를 견딜 수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경제적 자원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의료 및 복지 산업 분야의 생산성과 고용의 확대, 국제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료나 사회 복지 등의 산업은 일본처럼 규제와 제약이 심하기 때문에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과 창의를 통한 성장 및 생산성 향상이 제약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향후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면서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고 1인당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관련 산업 종사자의 고임금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의료 및 복지와 관련된 의료 서비스, 복지서비스, 의약품, 각종 복지기계 및 로봇, 생활건강 및 미용 제품, IT솔루션 등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발전 전략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저출산·인구고령화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도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의료 및 복지 관련 분야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첨단 서비스를 포함해서 수출산업으로서 강화할 필요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 고가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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