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유로존 남북 불균형 완화 뚜렷, 아직 갈 길은 험난’

뉴스 제공
LG경제연구원
2012-12-11 12:00
서울--(뉴스와이어)--유로존 위기를 잉태했던 남북유럽간 거시경제 불균형이 완화되는 리밸런싱(rebalancing)이 진행 중이다. 아일랜드는 경상수지가 만성적인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 2010년부터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여타 남유럽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입수요 위축이 작용한 것이지만, 일부 남유럽 국가의 경우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독일과 경쟁력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이 유로 출범 이후 생산성에 비해 임금과 물가가 급등함으로써 경쟁력을 상실한 것과 정반대로 임금, 물가 하락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로 출범 무렵과 비교하여 남유럽 국가들과 독일간의 경쟁력 격차가 아직도 여전하다. 위기국가들의 경쟁력이 회복되더라도 수출 증가에 따른 소득 및 재정수입 증대를 통해 재정건전화를 이루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동안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수출 및 제조업 비중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리밸런싱 과정에서 수반되는 경기침체, 고실업 등이 향후 남유럽의 지속적인 개혁을 어렵게 할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에는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남유럽과 달리 프랑스가 미래의 유로존을 위협할 요인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로출범 이후 경쟁력 약화, 제조업 위축 등 많은 면에서 북유럽에서 멀어지고 남유럽에 가까워진 데다, 최근 경제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국들의 구조개혁에 따른 고통을 줄이고 근원적으로 유로존 체제의 결함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은행동맹, 재정동맹의 진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가간 첨예한 의견 차이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독일이 선뜻 양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유로존 체제가 안정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에 최근 희망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취약국에 대한 무제한의 단기국채 매입(OMT)을 공언한 이후,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수익률이 비교적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난항 끝에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재개와 그리스의 과다채무 감축 방안들이 거론되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도 당분간 수그러들 수 있게 되었다.

유로존 위기를 잉태했던 남북유럽간 거시경제 불균형, 즉 경쟁력 격차와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가 완화되는 리밸런싱(rebalancing)도 진행 중이다. 느리고 더디지만 위기국들의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력 개선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유럽간 리밸런싱 현황과 이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점, 그리고 전망 등을 통해 향후 유로존 위기의 전개 과정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 보고자 한다.

Ⅰ. 남북유럽간 경상수지 불균형 현황

남유럽의 경상수지 적자 크게 축소

유로존 재정위기의 배경으로 지적되는 남북 유럽간 경상수지 불균형은 위기 이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완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기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 축소가 뚜렷하다. 아일랜드가 그 선두에 서 있다. 유로화 출범 이후 아일랜드 역시 여타 남유럽 위기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2010년부터는 흑자로 전환되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6%에 달한다. 경상수지가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2008년에 비해 GDP 대비 8.3%포인트 개선된 셈이다.

그리스의 경우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 상반기 중 7.1%를 기록 중이다. 여전히 남유럽 국가들 중에서 최대 적자국의 위치에 있지만, 최대 적자이던 시기에 비한다면 경상수지 개선 폭은 GDP 대비 7.9%포인트에 달한다. 그리스에 버금갈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던 포르투갈은 상반기중 경상수지 적자가 GDP 대비 3.5%로 줄어들었다. 개선 폭은 위기 국가들 중에서 가장 큰 9.1%포인트이다.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에 비해 덜 하지만 스페인 역시 비교적 큰 폭으로 경상수지가 개선을 보이면서 상반기 적자 규모는 GDP 대비 3.5%를 기록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던 이탈리아는 상반기 중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GDP 대비 1.9%에 불과하다.

남유럽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의 축소는 더딘 편이다. 독일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GDP 대비 6.1%에 달해 최대 규모였던 2007년의 7.4%에 비해 불과 1.4%포인트 줄어들었을 뿐이다.

경상수지 불균형 완화는 주로 수요 위축에 기인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남유럽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된 것은 금리하락을 배경으로 하여 나타난 국내수요의 과다 확대와 함께 수출경쟁력 약화에 기인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유럽의 경상수지 적자 축소는 국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우선적으로 수입이 크게 위축된 데 기인한다. 올해 10월까지 GIIPS(그리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5개국의 월평균 수입 규모는 2008년에 비해 7.1% 줄어들었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는 37.6% 감소하여 수입감소 폭이 가장 크다. 그 뒤를 이어 아일랜드가 -15.0%, 포르투갈이 -13.1%, 스페인은 -8.0%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5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수입이 늘어났으나 증가 폭은 0.8%에 불과했다. 반면에 독일의 경우 올해 10월까지 월평균 수입 규모는 2008년에 비해 13.2% 늘어났다. 위기국이 포함된 유로존 전체로도 같은 기간 월평균 수입액은 5.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남유럽 국가들의 수입 위축 현상은 민간 및 정부의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로 수입수요가 크게 줄어든 때문이다. 재정긴축과 함께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가계, 기업도 소비 및 투자 축소에 나선 결과이다.

수출회복 조짐

남유럽 국가들의 수출도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GIIPS 5개국의 올해 10월까지 월평균 수출 규모는 2008년 월평균 대비 10.6% 늘어났다. 유로존 전체의 증가 폭인 10.4%와 거의 비슷하다. 다만 국가별로 편차는 큰 편이다. 가장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가 같은 기간 월평균 수출의 증가 폭이 38.1%에 달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각각 18.1%, 16.4%를 기록 중이다. 독일이 11.5%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위기 이후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아일랜드와 이탈리아는 증가율이 각각 7.4%, 5.6%를 기록하여 다소 부진하다.

Ⅱ. 남북유럽간 경쟁력 격차 현황

생산성 대비 임금하락으로 남유럽 국가들의 경쟁력도 개선

과거 유로화 출범 이후 남북유럽간 국제수지 불균형이 확대되었던 것은 남유럽 국가들이 임금과 물가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된 탓이다. 생산성이 증가하는 범위 내에서 임금이 책정되었던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과 달리 남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생산성에 비해 명목임금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단위노동비용이 높아졌다. 통화통합 이후 해외로부터 자본이 유입되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서비스부문을 중심으로 내수가 활성화되고 인력 수요가 늘어난 것이 임금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위기 이후 남유럽 국가들은 경쟁력 회복과 국제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임금과 물가가 크게 하락하는 내적절하(internal devaluation) 과정을 지속해 오고 있다. 과거 사실상 환율이 고정된 상태에서 임금, 단위노동비용, 물가의 상대적 상승이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과 반대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남유럽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노동시장과 상품시장이 경직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경쟁력 회복을 위한 조정과정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가별로 차이가 크다. 아일랜드와 그리스의 경우 명목임금이 2008년 이후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아일랜드, 그리스와 함께 구제금융 체제하에 있는 포르투갈도 위기 이후 명목임금은 증가세가 멈춘 상태이다. 위기의 강도가 덜한 스페인, 이탈리아는 위기 이후에도 명목임금 상승세가 유지되었지만 상승 폭은 이전에 비해 크게 둔화되었다. 특히 유로존 전체 또는 독일 등의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임금상승 속도가 크게 낮아졌다.

생산성 변화까지 고려한 단위노동비용(명목임금/생산성)도 조정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아일랜드가 대표적으로 2012년 2분기 현재 단위노동비용은 최고치였던 2008년 4분기 수준에 비해 17% 정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가 아직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을 뿐,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도 단위노동비용 하락세가 진행 중이다. 다만 독일과의 단위노동비용 격차는 위기 이후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도 대단히 크다.

물가의 경우는 위기 이후에도 남유럽 국가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로존 평균, 또는 독일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일랜드만 예외적으로 위기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로존 여타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을 뿐이다. 위기 이전 남유럽 국가들이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높은 물가상승률을 유지했던 것에 비한다면, 물가 면에서도 불균형 과정은 조정되는 셈이다. 다만 조정과정이 대단히 더딘 편이다. 임금 하락이 물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데다, 임금 외에도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남유럽 국가들의 실질실효환율도 조정 중

남북유럽간 임금과 단위노동비용의 불균형이 크게 조정되고 있는데 비해 물가는 그렇지 못한 상황은 실질실효환율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단위노동비용을 디플레이터로 사용하여 구해진 실질실효환율의 추이를 살펴보면, 위기 이후 재정취약국들의 절하 폭이 두드러진다. 2008~2012년 기간 중 아일랜드의 실질실효환율 절하 폭이 23.6%에 달한다. 그리스와 스페인은 절하 폭이 비슷하게 12.9%이고 포르투갈은 9.5%이다. 같은 기간 3.1% 절하되는데 그친 이탈리아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남유럽 국가들의 절하 폭은 독일의 절하 폭인 2.2%를 훨씬 웃도는 것은 물론 유로존 평균 절하 폭인 8%를 넘고 있다. 유로화 출범 이후 위기 이전까지 실질실효환율이 독일은 절하된 데 비해 재정취약국들은 절상되면서 경쟁력 약화를 야기한 것과 반대의 과정을 통해 경쟁력 격차가 조정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도 독일과의 격차는 상당하다.

소비자물가를 디플레이터로 하는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한다면, 독일과 재정취약국들간의 격차는 별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08년 이후 금년 10월까지 소비자물가 기준 실질실효환율이 독일의 경우 6.6% 절하된 데 비해 남유럽 재정취약국들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 예외적으로 아일랜드만이 13.3% 절하되어 독일의 절하 폭을 넘고 있을 뿐이다. 임금비용 하락이 결국 물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남유럽 재정취약들이 소비자물가 기준으로도 실질실효환율의 절하 폭이 점차 독일을 웃도는 조정 과정이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Ⅲ. 리밸런싱에 따른 이슈 및 시사점

리밸런싱은 남유럽의 경기침체와 고실업을 수반

환율을 조정하는 대신 임금과 물가의 하락이라는 내적절하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과정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 내적절하는 필연적으로 민간과 정부부문의 긴축을 통해서 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아일랜드 만이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을 뿐 남유럽 재정취약국들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는 5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위기 이전 수준에 비하면 GDP가 거의 75%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실업의 고통도 심하다. 지난 10월 독일의 실업률이 5.4%를 기록하는 등 북유럽 국가들이 5%대의 실업률에 머무르고 있는데 비해 남유럽 국가들은 실업률이 10%를 훨씬 넘고 있다. 특히 그리스와 스페인은 20% 중반 수준의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

재정긴축의 고삐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노동시장, 상품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개혁 조치들이 잇달아 시행되면서 고용시장의 빠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로 인해 재정취약국의 개혁 조치들이 국민적 반대에 부딪치는 등 정치,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단계에 와 있다.

남유럽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는 긴축정책은 내수위축을 통해 성장을 저해하여 결국은 목표로 하는 재정수지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건전화의 목표치가 계속 어긋나면서 더욱 강한 긴축이 요구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덫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방안은 수출을 통해 플러스 성장을 이루어내어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경쟁력 개선도 결국 이를 의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비용과 실질실효환율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수출이 늘어나고 국민소득이 개선되는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대표적으로 그리스의 경우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낮은 수출비중(2011년 가준, GDP 대비 24%)과 제조업비중(GDP 대비 7.5%)으로 인해 GDP를 늘리는 효과가 크지 않다. 높아진 비용경쟁력을 충분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교역재 부문으로 인력과 자원이 이동되어야 하므로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위기국 중에서는 아일랜드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출증가율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출비중(GDP 대비 95%)으로 인해 국민소득 증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남북유럽간의 리밸런싱은 남유럽의 노력만으로는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북유럽국가들의 노력이 가세할 때 리밸런싱의 속도가 높아지면서 남유럽의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이 덜해질 수 있다.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 재정건전화의 강도를 낮추는 한편, 경제구조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요구된다. 수출 주도에서 내수확충, 이를 위한 서비스 부문의 규제완화, 임금상승 폭 확대 등을 통해 남유럽의 수출수요를 흡수하는 것이다. 내수확충을 강화하는 요인들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독일의 임금상승률이 1999~2008년 기간중 연평균 1.2%에 그쳤던 것과 달리 2010, 2011년에는 각각 2.4%, 3.0%를 기록한 데 이어 금년에도 2.6%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흑자국은 적자국과 달리 리밸런싱의 필요성이 훨씬 덜하다. 적자 누적에 따른 부작용에 비해 흑자 누적에 따른 부작용과 고통이 수반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체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한, 의도적으로 남유럽의 수출을 진작시킬 수 있는 과감한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최근 북유럽마저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북유럽의 리밸런싱 노력을 제약할 요인이다.

프랑스, 미래의 유로존 위험요인으로 부각

느리고 더디지만 경쟁력 개선을 위한 남유럽국가들의 경제개혁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에 최근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은 프랑스이다. 프랑스는 여러모로 보아 남유럽과 북유럽의 중간 위치에 놓여 있다. 북유럽에 가까웠던 프랑스 경제가 유로 출범 이후, 특히 글로벌 위기 이후에는 남유럽에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유로화 출범 이후 노동비용이나 실질실효환율 면에서 남유럽보다는 양호하나 독일 등의 북유럽 국가들에는 뒤처지면서 경쟁력 약화를 경험했다. 그 결과 흑자를 유지하던 경상수지가 2000년대 중반을 고비로 적자로 반전되었다. 올해 상반기중에는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GDP 대비 2.5%를 기록했다. 산업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프랑스 경제에서 수출과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1년 기준으로 프랑스의 수출 및 제조업 비중은 그리스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남유럽국가들보다도 낮다. 실업률은 유로존 내에서 위기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제일 높다.

경쟁력 약화와 노동 및 상품, 서비스 시장의 경직성을 이유로 들어 지난달 국제신용평가기관 Moody’s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낮췄다. S&P사는 이미 지난 1월에 프랑스의 AAA 등급을 한 단계 낮춘 바 있다.

새로운 “유럽의 병자”로 지적될 정도로 프랑스에 대한 내외의 우려가 깊어지자 출범 이후 한때 개혁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던 올랑드 정부도 최근에는 노동 및 공공부문의 개혁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월초에는 프랑스 정부의 의뢰를 받아 전직 에어버스사 회장인 루이 갈로아의 국가경쟁력위원회가 경쟁력 강화방안을 작성해 제출한 바 있다. 300억 유로의 노동비용 절감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연간 총노동비용의 3%, GDP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아울러 지난 2000년 사회당 주도로 도입된 주당 35시간 근로제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당초 고용증대 차원에서 도입되었으나 최근에는 기업의 고용 유연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39시간으로 환원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노동부문의 개혁이 실현되더라도 프랑스가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한 데다 노동계, 정치권의 반발로 인해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물론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프랑스가 단기간 내 위기 상황에 빠져들 정도는 아니다. 경상수지, 재정적자, 국가부채 비율 등으로 볼 때 아직 위험 수준은 아니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국채수익률은 여전히 최저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재정위기국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회복을 도모하고 있는 동안 프랑스는 손을 놓고 있으면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기관들의 전망에 따르면, 이대로 갈 경우 프랑스는 수년 내 남유럽과 단위노동비용 등의 면에서 별 차이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프랑스는 독일과 더불어 유로존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역할도 서서히 힘에 부치기 시작하고 있다. 수년 내 프랑스 자신이 위기의 핵으로 등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로체제의 제도적 보완은 더디게 진행

유로 출범 이후 남북유럽간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는 남유럽의 과다소비와 낮은 경쟁력, 북유럽의 과다 저축, 높은 경쟁력에 기인한다. 소비 측면에서 리밸런싱이 크게 진전된 상태이고 경쟁력 격차의 해소는 아직 진행 중이다.

남북유럽간 경쟁력 격차가 크게 좁혀지지 않고 취약국의 재정건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국가에서 취약국가로의 재정이전을 통한 영속적인 지원이 불가피하다. 독일은 유로존 붕괴를 원하지 않지만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 무한정의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피하고자 한다. 때문에 독일로서는 어떻게든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규율을 유지하고 독일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까지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를 원한다. 그것이 구제금융에 따른 대가로 강도 높은 긴축과 개혁,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글로벌 위기 이후 선진국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강한 성장세를 유지해 온 독일 경제도 2000년대 초반에는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을 정도로 허약했다. 독일 경제가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3년 사회당 소속의 슈뢰더 총리에 의해 단행된 “아젠다 2010”이라는 전후 최대의 광범위한 경제구조 개혁조치에 기인한다. 골자는 하르츠 Ⅰ~Ⅳ 라는 노동시장 개혁안이다.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찾아주기 및 교육 훈련 강화 등과 함께 임시직 고용과 해고가 보다 용이해지면서 당시 유럽 내에서 대단히 경직적이었던 독일의 노동시장은 이후 유연성이 점차 높아지게 되었다. 당시 10%를 넘던 실업률이 현재 5%대로 떨어진 것은 이때의 노동시장 개혁 효과로 지적된다. 물론 질 낮은 임시직 고용이 늘어난 때문이라는 논란도 있으나, 고실업에 시달리는 남유럽보다 사정이 훨씬 나은 것만은 분명하다.

현재 독일식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로서는 국민적 반발이 거셀수밖에 없다. 또 개혁의 성과는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것이다. 구조조정에 뒤따르는 고통의 강도와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체제의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은행동맹, 재정동맹의 진전이 필요하다. 위기국들의 구조개혁 조치와 더불어 유로존 통합을 강화하는 방안들이 결합할 때 위기국에 대한 신뢰회복이 가능하다. 그래야 높은 금리가 점차 낮아지고 이탈하고 있는 자본이 다시 유입되도록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국가간 이견차이로 인해 은행동맹과 재정동맹의 향후 전망이 밝지는 않다. 유로존 공동의 은행감독기구 설립에 대한 합의는 이미 이루었으나 감독 대상과 범위 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 내년 중 언제 출범 가능할 지가 불투명하다. 실질적으로 금융안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공동예금보장기구나 부실금융기관 처리기구는 공동감독기관 설립 이후에나 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재정동맹도 회원국의 재정규율을 강화하는 신재정협약이 가동되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재정취약국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동의 유로본드 발행, 재정이전 등과 같은 재정통합은 아직 공식적인 차원에서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독일이 내년 가을로 예정된 총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위기 해법의 진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메르켈 총리가 위기대응 방식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유로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독일에 부담이 될 과감한 양보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실질적으로 은행, 재정동맹이 내년에도 크게 진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로존 체제가 안정되기까지는 아직도 길고 험난한 길을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
3777-0416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