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삼성그룹이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2004년말 현재 54%), 외국인 주주의 국적이 매우 다양하고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1~2%의 지분률을 가진 포트폴리오 투자 펀드들이 뜻을 합쳐 경영권에 도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경영상태가 좋기 때문에 주주들이 굳이 경영진을 끌어내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의결권이 15%로 축소되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최근의 M&A 추세는 부실기업이 아닌 ‘저평가된 우량기업’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수익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으며 보유현금(‘04년 6월말 현재 8.5조원)이 많아 M&A 시도를 통해 단기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경영권 확보가 아니더라도 외국 자본이 연합하여 1대 또는 2대 주주 지위를 점한 다음, 경영 간섭을 통해 단기 투기이익을 올릴 수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표방하고 SK(주)를 공격한 뒤 주식을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남긴 ‘소버린’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따라서 굳이 자국기업을 역차별함으로써 ‘국부유출’을 조장할 이유는 없다. 또한 최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자사주 소각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여의치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권 방어를 난공불락의 철옹성으로 낙관할만한 일은 아니다.
둘째, 금융계열사의 자산은 고객의 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계열사가 고객의 돈을 이용해 지배권을 확장하게 되면, 재벌의 지배주주와 이해관계가 다른 고객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우선 금융계열사는 자산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고객이 맡긴 돈을 불려주는 것 이상의 고객에 대한 충실의무는 없다. 그리고 고객(투자자)은 이들 금융계열사의 자산운용 현황을 알고 있다. 자신의 돈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가 금융계열사의 자산운용을 용인하는 경우 규제당국이 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만약 금융계열사가 여타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할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로써 규제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규제 수단을 두고 이에 더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규제의 최소성’에 어긋난다.
뿐만 아니라 현재 금융관련법은 금융기관의 자기계열에 대한 주식취득 한도를 제한함으로써, 자기자본이 아닌 고객의 돈을 이용한 주식취득을 이미 상당부분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의결권 제한은 ‘이중규제’인 것이다. 그리고 의결권 제한은 고객의 돈이 아닌 자기자본에 기초한 주식취득도 제한하고 있다. 이 역시 출자총액제한제도에 이은 이중규제인 것이다. ‘지배권 확장’도 논리적 비약이다.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행사는 계열사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동적인 재산권 행사인 바, 이를 두고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로 몰아세울 일은 아니다.
셋째, 우리나라 헌법 119조 2항에 의거, 의결권 제한은 합헌이라는 것이다. 인용되는 헌법조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재벌의 경제력 남용으로 금융고객 등 경제주체간의 조화가 위협받을 때 의결권 제한의 규제를 통해 공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로 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적인 규제와 통제를 명시한 2항은 사유재산제도와 경제행위의 사적자치의 원칙이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만 ‘보충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은 대규모 기업집단에만 해당되므로, 평등권, 재산권, 영업의 자유 및 비밀을 침해하는 규제일 수 있다. 따라서 차별적 취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공공복리의 증진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는 한, 규제는 정당화 될 수 없다. 한편 재벌의 경제력 남용으로 금융고객 등 경제주체간의 조화가 위협받을 때에는, 사적 소송을 통해 ‘이해의 충돌’을 해결할 수 있으므로 의결권 제한이 합리화되지 않는다.
결국 의결권 제한이 추구하는 것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와 “경제력집중 억제”인 셈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시대에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가 국익에 부합되는 지, 그리고 경제력집중 억제 정책이 여전히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정책판단이 요구된다.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삼성공화국, 삼성제국”이란 말이 사회분위기에 편승하여 회자되고 있다. 삼성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입법권과 국가권력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막강한 국가권력과 정치력을 바탕으로 자유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규제를 남발하는 “규제 공화국, 규제 제국”일 수도 있다. 민간의 사(私)영역이 보장되고 경제자유가 신장되는 국가일수록 부강해졌음을 역사는 경험으로 보이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경제제도연구소장)
자유기업원 개요
자유기업원은 시장경제와 자유주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이를 위해 CFE 리포트와 CFE 뷰포인트 등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연구 보고서와 칼럼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시장경제강좌 등 각종 교육 사업을 시행 중입니다. 더불어 자유주의 시장경제 인터넷방송국 프리넷 뉴스(www.fntv.kr)를 개국했습니다. 이밖에도 모니터 활동, 해외 네트워크 구축, 자유주의 NGO 연대, 이메일 뉴스레터, 출판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cfe.org
연락처
법경제실장 권혁철 박사 3774-5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