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차세대 절전형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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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12-18 12:00
서울--(뉴스와이어)--전기 요금의 인상과 전력 수급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가전 제품의 본질적인 속성인 크기/용량이나 디자인에 이어 에너지 효율이 소비자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기기의 증가로 인해 에너지 소모에 대한 고객 민감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전자 부품의 소재, 구동 회로, 시스템 등의 통합적 관점에서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고효율·절전형 기술에 대해 살펴본다.

일반 가정 내 절전형 제품 기술은 주로 백색가전이나 TV의 기계적인 핵심 부품 변경에 집중되어 왔다. 이러한 일차적인 노력을 통해 지난 10년간 제품별로 40~70%에 달하는 에너지 효율 개선이 가능했다. 그러나 기계적인 부품의 효율 개선이 어느 정도 임계치에 도달할수록 새로운 차원의 절전형 기술에 대한 업계의 선점 노력은 증대되고 있다. 또한 일반 가전의 디지털 기능 고도화·복합화, 그리고 배터리 에너지 용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인해 속도와 휴대성 측면에서 시스템 에너지 효율성이 중시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기계적 부품 변경을 통해 달성했던 에너지 절감 폭이 꽤나 획기적이었다면, 시스템 전자 부품의 혁신을 통해 가능한 에너지 효율 개선은 속도 개선이나 기능 고도화에 보다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에너지 절감의 절대적 크기는 종전의 기계적 부품 변경의 경우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자 부품에 기반한 절전형 기술은 제품 성능을 크게 개선시킬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절전형 가전 제품 기술은 종전과는 좀 달라진 양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가전 에너지 효율 획기적 개선

결혼 13년 차 주부 K씨는 요즘 새 냉장고 구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기존 냉장고는 냉동실 조명이 나가긴 했지만 아직 작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연히 알게 된 요즘 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집에 있는 제품과 비교해 보고는 갑자기 구매 충동이 일어난 것이다. “어차피 10년 정도 사용했으면 사용 수명은 다한 거잖아. 용량도 훨씬 큰데 전기 요금은 오히려 적게 나오니 그냥 구매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것이 이득일거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해가고 있다.

지난 여름의 극심했던 폭염으로 인해 많은 가정은 한달 이상을 에어컨에 의지했지만, 다음달 받게 될 전기요금 고지서로 인해 마음은 결코 편치 않았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용 전기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나 급증했으며, 누진제로 인해 일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요금은 그야말로 폭탄 수준이었다. 급기야 현재 6단계로 적용중인 주택용 전기 요금의 누진제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정부는 대형 가전 기기의 보급 확대와 이상 기후 등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 증가 추세를 반영하여 누진제를 3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2014년 이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 겨울, 블랙아웃까지 걱정해야 하는 전력난 앞에서 정부는 우선 공공기관의 강제 단전과 새 전력 요금제 등의 산업용 에너지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평상시에는 전기 요금을 깎아주는 대신 전력 수요의 피크 시간대에 3~5배에 달하는 할증료를 내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일반 소비자들도 향후 누진제 개편안이 전반적인 전기 요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전기 요금으로 인해 일반 가정에서도 에너지 절전형 제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에너지 효율이 제품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통상 가전 제품의 교체 주기는 1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주요 가전 제품의 에너지 효율은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평균적으로 냉장고는 리터당 40%, 세탁기는 킬로그램당 35%, TV는 시간당 60%, 그리고 전기요금에 가장 민감한 에어컨은 시간당 70% 이상의 높은 소비전력 절감을 달성했다. 상승하는 전기 요금으로 인해 주부 K씨처럼 전력 소모가 큰 제품은 교체를 앞당기려는 수요가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식경제부의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에어컨, 냉장고, TV 등 10년 전 출시된 주요 가전 제품을 최신 절전형 모델로 교체할 경우 가구당 전력 소모량을 1/3 수준까지 낮출 수 있고, 여기에 조명과 세탁기까지 포함한 5대 가전제품을 절전형으로 바꾼다면 전기 요금을 1/5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제품 선택에 있어서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을 꼼꼼히 확인하는 소비자가 많은데, 예를 들어 에어컨의 경우 소비효율 5등급 제품 대비 1등급 제품은 연간 2개월 남짓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약 5만원의 전기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부품의 성능 개선, 에너지 절감에 크게 기여

전력 소모량이 큰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의 에너지 효율 개선은 주로 핵심 부품의 성능 개선이나 다른 방식의 부품으로 교체를 통해 이루어졌다. 냉장고의 냉각장치인 컴프레서, 세탁기의 운동 모터, LCD TV의 LED 광원, 그리고 에어컨의 인버터 방식 전력 공급 장치 등이 큰 폭의 절전 효과를 발휘했다. 물론 이 외에도 각종 센서를 장착해 자동 절전 모드 기능을 추가하거나 제품의 전체적인 구조를 효율적으로 설계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부가적으로 적용되기도 한다. 절전형 제품의 경쟁력을 알아보는 소비자들이 증가함에 따라서 제조사나 유통사들도 절전 기능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거나 절전형 가전 위주로 매장 배치를 새롭게 구성하는 등 활발히 대응하고 있다

절전형 가전 제품 외에 전력 소모를 줄이거나 소비자들이 에너지 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액세서리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 제품의 플러그를 뽑지 않을 때 소비되는 전기인 대기 전력은 우리나라 가정 에너지 사용량의 11%에 달한다는 조사가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대부분의 시간은 이렇게 대기 전력을 소비하는 상태로 놓여지는데, 자동 절전 콘센트를 사용하면 번거롭게 플러그를 빼지 않더라도 각종 전자 제품의 On/Off 상태를 자동 감지해 대기 전력을 공급하거나 차단해 준다. 미국의 경우 가전 제품의 코드 또는 콘센트와 플러그 사이에 끼우는 모듈 장치를 통해 개별 제품별 전력 소비량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액세서리도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소비자 가전 협회 (CEA)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60%가 전기 요금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38%는 사용 중인 가전 제품의 전력 소비량에 신경이 쓰인다고 답변했다. 또한 응답자의 41%가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나 가정 내 디바이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대답해, 보유하고 있는 제품의 규격이나 사용 패턴에 따라 달라지는 전력 소비량을 우선 정확히 파악하고자 하는 니즈도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에 있는 대학 기숙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따르면 전기 및 수도 사용량의 실시간 피드백과 작은 인센티브만으로도 전기 사용량의 32%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도 사용량 절감 분은 3%에 그쳐 전력 자원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도와 절감 여지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책적 지원도 절전형 제품 수요 견인에 한 몫

절전형 제품의 수요 확산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일본은 2009년부터 2011년 초까지 실시했던 에코 포인트 제도를 통해 절전형 평판 TV, 에어컨, 냉장고 등을 구입한 고객에게 구매 가격의 일정 비율 (5~19%)을 포인트로 적립해 다른 상품을 구입할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제도 종료 후 반작용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있었지만 2010년도 가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2% 가량 성장했으며, 제조사들이 절전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거두었다. 최근의 경기 침체 및 소비 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가전 제품을 넘어 에너지 절감형 주택 등으로 확대하여 에코 포인트 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도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절전형 에어컨 등 가전 제품에 대해 다양한 보조금 정책을 시행했다. 2012년 하반기부터 다시 에어컨, 냉장고, 평판 TV, 세탁기, 조명 등 10여 개 내외의 가전 제품 카테고리에 걸쳐 실질적인 구매가격의 7~8% 정도를 깎아주는 보조금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수요가 마이너스였던 백색 가전은 3분기 플러스로 회복되었으며, TV 수요 증가 폭은 상반기 6% 수준에서 3분기에는 10% 수준으로 확대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보조금 지급 정책은 예산 확보의 이슈가 존재하지만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내수 진작은 물론 절전형/친환경 제품의 시장 확대라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어 앞으로도 절전형 제품의 인기를 견인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 소비 비용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1992년부터 고효율 제품에 에너지 스타라는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반적인 가정에서 에너지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연간 2,200달러에 달하는데, 에너지 스타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면 30% 이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에너지 관련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공공 및 민간 조직의 후원을 받아 일부 에너지 스타 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해 리베이트나 세금 혜택도 주고 있는데, 이러한 인증 획득은 주요 판매점에 제품을 유통시키기 위해 거의 필수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래형 절전 기술의 개발 방향

자동 센서를 통한 에너지 낭비 최소화, 최적의 제품 구조 설계, 핵심 부품의 기계적 개선 및 변경이 주류를 이루는 현재의 절전형 기술은 지난 10년간 상당한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를 거두었지만 이러한 방식에 의한 개선 여지가 이제는 줄어들고 있고 기술도 범용화되어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시점에 와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절전형 기술이 보다 지능적이고 첨단적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혁신은 단일 부품의 변경 대신 전자 시스템 관점에서 도약을 예상해볼 수 있다. 가전 제품의 경우 소위 ‘스마트 가전화’로 인해 기능이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어 하이테크 전자 부품의 탑재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태블릿 PC,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포함한 개인용 전자 기기의 종류와 사용 빈도가 급증하는 추세도 미래의 절전형 기술이 전자적으로 훨씬 고도화된 하이테크 중심으로 진화해야 할 필요성을 증대시킨다. 전자 부품의 소재-반도체-회로-시스템의 통합적인 관점에서 기술 개발이 한창인 절전형 기술 사례를 살펴보자.

● 소재 혁신 - 산화물 반도체와 그래핀

전자 부품 또는 디바이스의 고효율화와 저전력화를 달성하기 위한 소재 분야에서의 혁신은 전자 업계가 꼽는 핵심 과제 중 하나이다. 디스플레이나 반도체에 적용되는 소재를 첨단화하여 초고속/저전력구동이 가능하도록 소자를 구현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는데, 전자 이동도나 열 전도율이 높은 산화물 반도체나 그래핀 소재 등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TV, PC, 모바일 디바이스 등 LC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가전 제품에서 전력 소모는 광원을 LED로 교체하면서 큰 폭의 개선이 가능했으나, 추가적인 절감 여지는 광원의 교체에 비해서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 시스템에서 디스플레이가 담당하는 전력 소모가 상당한 만큼 관련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효율 디스플레이 패널 개발이 중요한 차별화의 원천이 되며, 각 화소를 구동하는데 사용되는 TFT (Thin-Film-Transistor)라는 스위치의 소재 변경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일반적인 LCD 패널에는 비정질 실리콘 기반의 a-Si TFT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전자 이동도가 20~50배 가량 높은 산화물 반도체 기반의 Oxide TFT로 구현할 경우 저전력 고속 구동이 가능하고 크기도 훨씬 작게 만들 수 있다. 고해상도 추세로 인해 단위 면적당 필요한 TFT 수는 늘어나지만 Oxide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작은 크기는 물론 투명한 소재의 특성 상 광원으로부터 빛을 차단하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어 높은 휘도를 유지하면서도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대신 새로운 소재를 적용해 구동 효율을 향상시키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도 활발하다. 그래핀 소재를 활용한 저전력 반도체인데, 그래핀은 기존의 실리콘 트랜지스터 대비 100배 더 빨리 전하를 수송할 수 있고, 대표적인 저저항 배선인 구리보다 100배 더 많은 전류를 흘려줄 수 있는 신소재이다. 그래핀의 초기 연구팀이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후 이 분야에 대한 투자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탄소 소재 가운데 열전도나 물성 제어 기능이 가장 뛰어나 기존의 탄소 나노 튜브를 뛰어넘는 성장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실리콘 기반의 로직 회로는 제조 공정에서 전자 또는 정공가운데 하나가 이동하는 모드로 결정되지만, 그래핀은 전자, 정공, 또는 전자와 정공이 모두 이동 가능한 세가지 멀티 모드로 구동 가능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 무선 통신의 신호 처리를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트랜지스터 수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핀은 현재 단일 트랜지스터에서 구현된 성능이 시스템 수준에서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에 와 있다.

● 소자 구조 혁신 - 3D 트랜지스터

3D 트랜지스터는 전하가 수평으로 이동하는 기존의 트랜지스터 구조 대신 전하의 수직 이동을 통해 반도체 칩의 에너지 효율과 처리 속도를 크게 개선시킬 수 있어 한계에 다다른 무어의 법칙 (반도체 집적 회로의 용량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을 뛰어넘는 효과가 기대된다. 최근까지 반도체 집적 회로의 혁신 방향은 나노 단위의 미세 공정 개발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이로 인해 누설 전류의 양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누설 전류를 해결하면서도 집적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평면 구조의 트랜지스터 대신 입체 구조의 얇은 실리콘 막으로 수직의 멀티 채널 구조를 형성하는 3D 트랜지스터를 고안해낸 것이다. 이러한 설계는 트랜지스터가 On 상태일 때 많은 전류가 흐를 수 있으며, Off 상태일 때 전류는 거의 0에 가까워지는 등 누설 전류가 사라지면서 저전압 구동이 가능해지고 트랜지스터는 오작동 없이 더 빠른 처리가 가능해진다.

2012년 MIT Technology Review가 선정한 10대 혁신 기술로 선정된 3D 트랜지스터는, 인텔이 2011년 최초로 공정을 개발,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생산하면서 기존 프로세서와 동일한 규격으로 전력 소모를 50% 줄이면서 연산 능력은 40% 가까이 개선시키는 효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3D 트랜지스터 기술은 노트북 등에 먼저 도입될 예정이지만, 그 파급 효과는 모바일 기기에서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성능 개선이나 기능 추가를 배터리 용량에 대한 걱정 없이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3D 트랜지스터 구조로 집적회로의 밀도가 높아지면 메모리, 통신, GPS 등의 기능을 단일 칩에서 구현 할 수 있으므로 다수의 칩을 탑재하는 것보다 전력 소모를 추가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메모리 업계도 향후 2년 내 3D 트랜지스터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업계는 칩의 구동 속도를 개선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던 반면, 다양한 기능의 모바일 기기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제는 저전력 구동이 훨씬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 가치 혁신 - PCMOS 반도체

반도체 칩에서 정확성과 완벽성이 생명이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고전 관념을 뒤집는 것이 가능할까? PCMOS (Probabilistic CMOS) 반도체 기술은 연산 시 약간의 에러를 수용함으로써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로직 회로에서 일종의 가치 혁신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전자 기기에서 영상이나 음향과 같이 연산 수치의 정밀성이 상대적으로 덜 요구되는 프로세싱의 경우 정확도의 확률 가정을 다소 느슨하게 가져가면서 회로를 설계하면 구동 전압을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칩의 물리적 크기가 작아지는 추세에서 전기적 잡음의 양은 증가하고 신뢰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원하는 결과치를 얻는 것은 점점 더 확률적 싸움이 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구동 전압을 올리게 되는데 PCMOS는 이와는 반대로 잡음을 그대로 허용하되 전압을 낮추는 Trade-off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때로는 정확한 프로세싱이 일어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근사값으로 처리되는데, 본질적으로 엔지니어는 적절한 확률 계산을 통해 이를 반영할 수 있고 오차의 정도도 작기 때문에 최종 결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이러한 연산이 허용되는 영역은 인간의 인지 능력이 가지는 한계로 인해 정밀성을 일부 희생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다. MP3 플레이어나 스마트폰의 음향 및 영상 프로세싱의 경우 사용자 경험에서는 별 차이가 없으면서 배터리 수명은 훨씬 길어지는 효과가 가능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은 Trade-off가 될 수 있다. 개발자에 따르면 PCMOS를 보청기나 카메라 센서 등에 적용하면 기존 대비 배터리 사용 시간을 4~5배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2002년 처음 PCMOS의 개념이 소개될 당시만 해도 이러한 가치 혁신에 대해 학계는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2006년 실제로 PCMOS 회로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 기술의 잠재력이 높게 평가되기 시작했다. 3D 트랜지스터로 소자의 구조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인텔도 물리적 한계 극복을 위한 중장기적 해결책으로 PCMOS 기술에 주목하고 연구 단체의 Funding에 참여했다. PCMOS는 현재 생산되고 있는 일반적인 반도체 칩 기술인 CMOS 기술에 기반하므로 칩 메이커 입장에서는 신규 장비 투자가 필요 없는, 단지 불확실성을 자원화하는 기술인 것이다.

제품 적용 사례

Oxide TFT LCD 및 3D 마이크로 프로세서, PCMOS 프로세서는 초기 단계이지만 현재 제품에 적용되고 있으며, 그래핀은 아직 대량 생산 기술 확보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PCMOS 프로세서를 탑재한 7인치 태블릿 PC는 인도의 비영리 단체인 ‘Villages for Development and Learning Foundation’ 주도로 선생님의 수가 적거나 전기가 부족한 낙후 지역의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위한 학습용 디바이스로 $35~50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기능이나 화려한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은 곤란하지만, 교과서를 띄워 보고, 노트를 적을 수 있으며, 수학 문제를 풀고 저장할 수 있다. 최소한의 기능으로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용 프로그램을 탑재한 것이다.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아 소형 전자 계산기에 달린 태양전지 정도인 3 와트의 전기만으로 구동할 수 있다.

기존 가전 제품의 기능 고도화와 더불어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트랜지스터를 여러 개 사용하는 디스플레이나 복잡한 반도체 칩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물리적으로 작아지는 트랜지스터 회로의 잡음을 극복하기 위해 구동 전압은 점점 더 높아지고 전력 소모는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시스템 구동 차원에서의 절전형 하이테크 기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과 제품 성능을 높이기 위해 주요 전자 부품/디바이스의 소재 및 구조, 그리고 가치 혁신을 제품별로 적절히 혼합 적용하는 시도들을 활발하게 전개할 것으로 예상돼 에너지 효율 제고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 한수연 연구위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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