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늘 여성들의 종중원 자격인정에 대한 종회회원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부계혈통만을 인정해온 호주제가 지난 3월 폐지된 데 이어, 사인(私人)간의 규약에서도 여성을 배제한 조항이 성차별적인 것임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단히 환영하는 바이다.

그동안 종중원 자격에 대한 판례는 전통 관습에 따라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 친목 등을 위해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이상 남자’만으로 구성한다고 되어 있으나, 지난 2월 헌법재판소는 호주제 헌법 불합치 판결을 통해 숭조(崇祖)사상, 경로효친, 가족화합과 같은 전통사상이나 미풍양속은 문화와 윤리의 측면에서 얼마든지 계승, 발전시키되 이를 근거로 남녀차별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제시한 바 있다.

즉 종중원 자격기준인 분묘수호와 제사 등이 우리 전통이긴 하지만 이를 근거로 개인의 존엄을 무시하고 성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전통에서 가족화합의 주체에 항상 여성들이 있었으며 이는 당연히 딸이 포함된 개념이다. 실제로 가족 내에서 여성들은 주로 이러한 전통을 실질적으로 수행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중의 규약은 우리사회의 모든 딸들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구시대적 악습이었다. ‘시집온 딸(며느리)’이나 ‘시집간 딸’ 모두 어느 집안에서도 가족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여성에게 의무만 지우고 권리는 전혀 주지 않아 왔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전통적 가족제도 하에서의 여성의 종속적 지위와 호주제의 폐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던 종중 규약을 사회의 변화에 부합하게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난 3월 우리 사회가 호주제 폐지를 통해 민법적 성평등을 이루는 디딤돌을 마련했다면,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에서의 민주성과 평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제사 및 명절풍습 등 가족 내 성차별적 관습들을 건강하고 성평등하게 변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05. 7. 21
사단법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남윤인순 박영미 정현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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