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스마트 TV의 길, TV 밖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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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12-30 12:00
서울--(뉴스와이어)--휴대폰에서 시작된 IT 기기들의 스마트화 바람은 TV에도 불었다. 스마트 TV의 등장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TV 자체를 스마트화 시키는 방식 외에도 TV와 함께 다른 스마트 기기를 동반 이용하는 방식으로도 스마트 TV의 가치를 누리고 있다. TV를 스마트화하는 길은 스마트 TV가 아니라 TV 밖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이러한 동반 기기를 이용하는 방식은 기존 TV의 교체 없이도 스마트 TV의 기능과 가치를 즉각적이고 비용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이 대 히트를 한 이후 모든 IT 기기가 스마트 기기로 바뀌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TV도 예외는 아니어서 단순한 TV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커넥티드 TV를 거쳐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앱의 구동이 가능한 스마트 TV 시대로 진화해 왔다. LG, 삼성을 비롯한 주요 제조사는 하나같이 스마트 TV를 설계하고 판매하였으며 애플이나 다음과 같이 셋탑 박스 형태로 일반 TV를 스마트 TV로 만들어주는 기기를 만들어 판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스마트 TV는 상당한 비중으로 보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스마트 TV가 보급되기 시작한지 수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TV 생활의 스마트화는 TV 그 자체의 스마트화말고 일반 TV를 포함하여 어떤 형태의 TV건 그것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방식의 스마트화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이미 널리 보급된 PC,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 등 소위 “동반 기기”를 TV와 함께 이용하는 방식의 스마트화를 말한다.

동반 기기란?

동반 기기란 말 그대로 TV와 동반 이용되는 IT 기기를 말한다. 여기서 TV와 함께 동반 이용되는 IT 기기로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이 일반적이지만 종종 노트북을 비롯한 PC, 그리고 가끔은 게임기가 이용되기도 한다. 이들 기기들을 통칭하여 TV와 함께 한다는 의미를 살려 TV 동반 기기 또는 그냥 동반 기기(Com-panion Device)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이미 다수의 TV 시청자들이 TV 시청 중에 다른 IT 기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2년 2사분기에 진행된 구글의 자체 조사 결과 TV와 함께 다른 IT기기를 이용하느냐는 설문에 대해 77%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사분기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보유자들은 대부분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을 TV와 함께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닐슨 조사에 따르면 태블릿의 경우 미국은 그 비율이 88%, 영국은 80%, 독일과 이탈리아는 공히 71% 수준이고, 스마트폰의 경우 미국은 86%, 영국은 78%, 독일은 65%, 이탈리아는 66%로 나타나 이러한 동시 이용 경향은 어느 한 두 나라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 동반 기기를 이용하는 방식을 보면 TV 보기를 중지하고 동반 기기를 이용한 후 다시 TV로 돌아오는 방식 (순차적 이용 방식)과 TV를 보는 도중에 동반 기기를 들고 시선을 움직이면서 동시에 이용하는 방식(동시 이용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앞서의 구글 조사에 따르면 그 각각의 경우 대체로 웹서핑과 SNS 등을 위해 동반 기기를 이용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동반 기기를 이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어떤 용도로 어떻게 이용하는가 하는 부분에 앞서 소비자들이 이미 TV와 다른 IT 기기를 함께 이용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고 또 즐겨 그렇게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TV를 켜둔채 다른 기기를 이용해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SNS를 하거나 웹 서핑을 하다가, 관심있는 장면이 나오는 것 같을 때만 잠시 TV를 보고 그 장면이 지나가면 다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눈을 돌린다고 볼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이런 현상을 두고 ‘이제 소비자는 소리로 TV 컨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동반 기기 이용의 이유

동반 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그것이 TV 소비 경험을 더 가치있고, 쉽고, 경제적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동반 기기를 이용한 화면 분리를 통해 추가 정보 이용시에도 방송 자체에 대한 몰입을 방해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부분, 풍부하고도 익숙한 앱을 변함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부분, 그리고 동반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한 조작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부분이다.

● 화면의 분리

스마트 TV가 내세운 여러가지 가치 중에 ‘소셜 TV의 구현’이 있다. 소셜 TV라는 용어는 매우 보편적으로 쓰이지만 그 개념이 명확하게 정의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셜 TV를 통해 소비자의 시청 경험이 더 풍부(Enrich)해지고, 컨텐츠와 TV 그리고 시청자가 일으키는 상호 작용(Exchange)을 통해 시청자들이 가진 TV 컨텐츠와 관련한 정보 갈증을 풀어주며, 나아가 시청자들의 TV 컨텐츠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주는(Engagement) 등의 효과와 가치가 있다는 부분에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세 가지 가치의 구현을 위해서는 추가 정보나 친구들의 반응 등, 방송 내용이 아닌 다른 내용이 화면에 보여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추가적 정보의 제공을 위해 지금까지 스마트 TV가 취한 방식은 TV 화면의 한 모퉁이에 시청자가 원하는 내용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연속극을 보는 화면의 한 쪽 면이나 구석에 친구가 올린 글이나 보낸 메시지가 보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스마트 TV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방식은 TV 컨텐츠와 무관한 SNS가 돌출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정작 방송 내용이 배제된 상호 작용에 빠질 수 있게 된다. 게다가 현재 시청하고 있는 TV 컨텐츠와 직접 관련된 정보를 얻기에는 쉬울 수 있지만 방송 그 자체의 시청을 간섭받는다는 단점을 가진다. 이런 문제 때문에 TV 화면을 분할하는 것은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이에 비해 동반 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다르다. TV는 방송 컨텐츠를 보여주는 용도로 그대로 두고 나머지 작업은 그 작업에 특화된 동반 기기, 예를 들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해결하는 방식이다. 즉, TV는 방송이 나오도록 그대로 틀어둔 채로 동반 기기를 통해 관련 정보를 검색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는 그런 형태가 된다. 사실 이렇게 TV 화면은 그대로 둔 채 추가적인 작업은 분리된 다른 화면을 이용하는 방식, 즉 TV와 동반 기기를 함께 이용하는 방식은 예전부터 소비자들이 매우 익숙하게 이용하던 방식이다. 누구나 신문이나 책을 펼처두고 TV를 본 경험이나 TV를 켜 두되 소리만 듣는 상태로 요리를 하거나 또는 다른 일을 해 봤던 경험들이 있다. TV를 보며 스마트폰 등 동반 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이런 일들과 본질적으로는 같은 셈이다.

●앱 활용 편의성

스마트 TV를 기존의 TV와 확연히 구분짓는 하나의 특징으로서 TV 앱이 종종 언급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TV 화면을 통해 TV 방송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고 이용하는 것은 그다지 낯선 일은 아니다. 이미 수 많은 가정에서 닌텐도와 같은 콘솔 게임기를 TV에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다. 요즈음 게임기는 게임 외에도 여러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다. 단순한 웹 서핑은 물론이고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나 요리 강습 등 게임과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일도 게임기로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TV와 간단히 연결할 수 있게 되어 다양한 태블릿용 앱을 TV 화면을 통해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연결 방법도 매우 간단해지고 있다. 선을 이용해서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고 무선으로 간단히 연결되기도 한다. 노트북이나 PC도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일단 연결되면 애초에 앱 이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동반 기기를 이용하는 쪽이 아무래도 TV 고유의 앱을 이용하는 경우에 비해 더 풍부한 앱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안드로이드나 iOS 계열만해도 이미 TV 앱으로는 쫓아오기 힘들 정도로 풍부하고 방대한 앱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 하물며 PC라면 더 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방식으로 앱을 이용하면 자신이 이용하던 앱을 아무런 변경 없이 원래 이용하던 방식 그대로, 원래 이용하던 데이터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번거로움이 줄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만약 유료 앱이라면 추가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 조작의 편리함

동반 기기의 이용은 단지 구형 TV를 스마트 TV로 이용한다는 것을 뛰어넘는 가치를 가지기도 한다. 그것은 동반 기기를 이용할 경우 스마트 TV 리모콘에 비해 조작 편이성이 대폭 증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요즈음의 스마트 TV는 과거에 비해 대단히 편리한 조작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동작 인식이나 음성 인식 기술에 기반한 혁신적인 조작 방법들이 등장하여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아직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조작 편리함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단순히 채널을 움직이는 정도가 아니라 웹이나 앱이 요구하는 복잡한 입력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단순한 리모콘 형태로는 어려움이 더욱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점을 인정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리모콘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 또한 동반 기기의 활용인 셈이다.

미래 TV와 동반 기기

이왕 소비자들이 동반 기기 이용에 익숙하고 그것을 더 편리하게 여기고 있다면 소비자들의 행동을 억지로 바꾸려하기보다 그것에 순응하여 동반 기기와 TV가 더 잘 연동되고 더 풍부한 사용 경험을 제공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소비자 관점, 고객 가치 관점에서는 더 바람직한 일이라 할 것이다.

즉, TV 제조업체라면 동반 기기로 주로 이용되는 태블릿이나 스마트 폰과 자사의 TV를 어떻게 하면 잘 연동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만약 방송 사업자라면 방송 컨텐츠가 TV에 보여지는 정도에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동반 기기에서 그 방송 컨텐츠를 기반으로하는 부가 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공급자 관점과 소비자 관점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옷을 걸기 위해 못을 살 수도 있고, 옷장을 살 수도 있다. 스마트 TV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들은 스마트 TV를 살 수도 있지만 이미 있는 기기들을 활용해서 그 가치를 구현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 TV를 사지 않고도 TV와 동반기기와의 조합을 통해서 스마트하게 TV를 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갖고 있으며 그 방법들과 옵션들은 계속 확장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제품을 구매하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누리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동반 기기를 이용하는 방식이 당장의 손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그것을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라고 생각된다.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LG경제연구원 서기만 연구위원, 신동형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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