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재정절벽 합의, 미국 성장률 0.3%p 상승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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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1-06 12:05
서울--(뉴스와이어)--재정절벽을 막기 위한 협상이 타결되었다. 부자 증세에 합의하는 대신 중산층 이하의 감세 및 실업급여 등은 유지되었다. 합의안에 따르면 올해 재정적자 감축 규모는 당초 예상에 비해 약 900억 달러 가량 감소하여 경기에 긍정적일 전망이다. 단, 2월 중 부채한도 상향과 재정지출 추가 삭감에 대한 빅딜(Big Deal)의 고비는 남아있다.

2013년 새해 첫 날, 미 의회는 재정절벽을 막기 위한 합의에 성공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조 바이든 부통령과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협상으로 탄생한 ‘미국 납세자 구제안 (the American Taxpayer Relief Act 2012)’은 1월 1일 새벽 상원을 통과했다. 회기를 연장해가며 논의에 들어간 하원도 결국 1월 1일 밤 11시경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금융시장이 개장하는 1월 2일이 되기 전에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 애쓴 결과이다.

합의 소식과 함께 개장한 금융시장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가지수가 4% 가량 급등한 반면 채권가격은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위험기피 경향이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났다. 독일, 영국, 일본 등 유럽 및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당초의 기대에 비해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드리워져 있던 재정절벽의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났다. 이번 합의의 내용과 그 영향을 파악하고, 향후 남아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중산층 이하 감세조치 연장 등으로 재정절벽 우려 완화

이번 합의안은 크게 주요 감세조치 연장 여부 등 세입 관련 항목과 올해 1월 1일로 예정되었던 정부지출 자동삭감(sequestration)의 연기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타협점은 ‘부자 증세’였다.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면서도 경기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했던 오바마 행정부가 내세웠던 카드가 바로 ‘부자 증세’이다. 고소득자에 대해서만 증세를 하는 대신 중산층 이하에 대해서는 감세조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었다.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고소득 계층인 공화당 측은 크게 반발했다. 지금껏 감세를 주장해 온 공화당이었지만, 부자 증세를 하는 것보다는 평균세율을 전반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대선에 패배한데다 강경 보수세력인 티파티 의원들마저 대거 낙선하면서 공화당은 협상력이 약해진 모습이었다. 결국 고소득 계층의 범위를 민주당이 주장한 연 소득 25만 달러에서 45만 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자본 및 배당소득세, 상속세의 인상폭을 다소 낮추는 선에서 부자증세에 합의하였다. 그리고 고소득층 이하 가구에 대해서는 감세조치가 연장되었다.

이 밖에도 세액 공제(tax credit)와 비상실업수당 지급이 연장되었고, 고령자 의료혜택(Medicare)에 대한 의료수가 삭감도 유예되었다. 최저한세(Alternative Minimum Tax)의 적용을 받는 과표기준을 인플레이션과 연계하여 자동 조정되도록 한 것도 조세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반면 고용세(payroll tax)는 인상된다. 사회보장세의 일종인 고용세의 경우 피고용자의 부담분에 한해 세율을 2%p 인하해주고 있었는데 이 조치가 만료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고용세율은 현행 4.2%에서 6.2%로 환원될 예정이다. 한편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키는 요인이었던 정부지출 자동삭감 조치는 일단 2개월 간 시행을 유예시키는 선에서 임시 합의하였다.

경기에 미칠 영향, 재정절벽의 절반 이하

아직 재정지출 추가 삭감에 대한 논의가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결과만 본다면 합의안에 따른 재정감축 규모는 예상보다 다소 적은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당초부터 ‘재정비탈’로 일컬어지는 절충안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되었으며, 그 때의 감축규모는 재정절벽의 약 50% 수준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해 3월 미 의회예산국(CBO)는 재정절벽 발생 시 FY(회계연도) 2013년의 재정적자 규모를 6,120억 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800억 달러의 재정감축을 의미하며, 재정비탈이 재정절벽의 절반 수준이라면 그 때의 감축규모는 약 2,400억 달러 수준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합의 이후 CBO는 합의안의 영향에 따라 FY 2013년의 재정적자가 약 9,4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전년 대비 재정적자는 약 1,500억 달러 축소되는 데에 그친다. 당초 재정비탈 전망에 따른 감축규모가 2,400억 달러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약 900억 달러 낮은 수치이다. 이는 그만큼 합의안의 긴축 강도가 예상에 비해 완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고소득층을 제외한 나머지 가구에 대한 감세가 이어지는 데다, 연소득 45만 달러 이상의 가구는 미국 전체의 7%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보다 미국 성장률 0.3%p 안팍 상승요인

역년(calendar year) 기준으로 환산 시 합의안의 연간 재정감축 규모는 GDP의 약 1.9%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재정절벽 전망에 비해서는 약 2.7%p, 재정비탈에 비해 약 0.6%p 낮은 수치이다. 지난 해 1%대 후반에서 2%에 이르는 미국 성장률 전망치들이 대체로 50% 수준의 재정비탈을 가정한 것임을 감안하면, 최근의 합의안을 반영할 경우 성장률 전망치가 다소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 합의안에서의 긴축 강도 완화가 세입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조세승수(0.5 가정)를 감안할 경우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보다 0.3%p 가량 높은 2%대 초중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재정건전성 우려는 있으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높지 않아

합의안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예상에 비해 긍정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반대로 재정건전화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할 우려가 있음을 의미한다. 경기부양과 재정건전화 사이에는 상충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CBO는 만약 미국 정부가 경기에 미치는 충격을 우려하여 재정감축을 거의 하지 않을 경우, 향후 10년간 재정적자 비율이 GDP의 5%에 달하고 정부부채(연방정부 보유 제외) 비율도 90%에 육박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이번 합의안이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재정절벽이 발생하는 경우 및 재정감축을 유예하는 경우와 비교해 보았다. 이번 합의안이 시행될 경우 재정긴축의 강도가 다소 완화되면서 재정건전성의 개선이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자 비율은 향후 10년 평균 GDP 대비 3.5%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요구되는 수준이 GDP 대비 3%인 것에 비해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정도이다. 정부부채 비율은 향후 10년간 GDP 대비 77%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재정적자가 안정되더라도 부채비율을 줄일 정도로 충분히 하락하지는 못함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크게 높아진 부채 비율이 조정되지 못하고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향후 경기 둔화 등 제반여건이 변화할 경우 재정건전화는 더욱 차질을 빚을 우려가 높다. 지난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이 재정건전성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었음을 감안할 때, 최근의 합의안 역시 신용평가사들로부터의 비판 혹은 신용등급 추가 강등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채한도 협상이 결국 결렬되는 등의 추가적인 충격 없이, 미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만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 다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측면도 많이 있다. 3%대가 전망되는 재정적자 비율 등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경제상황에 따라 미국 정부가 추가적인 긴축안을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지난 20년의 감세 기조에서 벗어나 증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세율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1년 신용등급 강등 당시 신용평가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장기 재정전망을 근거로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가 오히려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결과를 낳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평가사들이 불필요한 과단성을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빅딜(Big Deal)의 고비 넘겨야

연초의 합의가 예상보다 수월했다고 해도 여전히 양당의 입장 차이는 극명하다. 남아있는 문제는 부채한도 증액과 정부지출 자동감축의 시행이다. 정부부채의 한도는 2011년 8월에 16조 4천억 달러로 늘렸으나, 지난 2012년 말 이미 한도에 달해 미 정부는 신규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조달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에 대응하여 재무부는 일부 연금의 적립을 일시적으로 미루는 임시 조치를 통해 약 2,000억 달러 가량의 여유자금을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로 버틸 수 있는 시한은 약 2개월 가량으로 그 이후에는 부채한도 증액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지출 자동삭감 조치의 쟁점은 추가 지출감축의 여부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공화당은 사회보장비 항목을 위주로 추가 지출 감축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출 삭감 조치 역시 2개월간 유예시켜 놓았기 때문에, 2월에는 정부부채 한도 증액과 지출 삭감 조치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질 것이다. 특히 공화당은 이 두 가지 사안을 연계하여, 추가적인 지출 감축 없이는 부채한도 증액에 합의를 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2월로 예정된 이른바 ‘빅딜(Big Deal)’은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초의 1차 합의(Small Deal)가 다소 수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경우는 회기를 연장한 데다, 그마저도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원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합의가 결렬되고 1월 2일 금융시장이 혼란 속에 개장할 경우 공화당의 정치적 입지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향후에는 공화당이 IMF 및 신용평가사들의 추가 재정감축 권고에 힘입어 사회보장비 지출 감축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 역시 이에 강경하게 맞서면서 협상은 다시 최종 시한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부채한도 상향 실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도 재차 확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공화당은 ‘부자증세’를 되갚는 차원에서라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겠지만, 결국 공화당이 약해진 정치적 입지의 한계를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문조사 결과, 만약 재정절벽 합의가 결렬될 경우 공화당의 책임이 크다고 응답한 비율이 53%에 달해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고 응답한 비율인 29%를 크게 상회한 바 있다. 공화당의 정치적 부담이 큰 것이다. 공화당 내 보수 강경파인 티파티(Tea Party) 진영의 후보들이 낙선한 것도 타협에 우호적인 여건이다.

불확실성 완화로 국내 경기에 긍정적, 자금유출입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도

재정절벽을 방지하기 위한 합의에 성공했다는 점, 그리고 그 합의 수준이 예상보다 더 경기부양적이라는 점은 국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미국 재정절벽 발생 시 국내 성장률도 1%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합의 타결은 국내 경제의 불안요인을 완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감세 연장에 따라 미국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비 여력이 확보될 것으로 보여 국내 수출에 있어서도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 규모도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재정절벽이라는 큰 불안요인이 해소됨에 따라 위험기피 경향이 감소하면서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국내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경우, 주가상승과 원화절상 기대가 맞물리면서 우리나라로의 유입규모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위험기피가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도 1분기까지는 추가 협상의 경과에 따라 주요 국면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다시 확대되는 등 글로벌 투자심리가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본 유출입에 따른 외화자금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우려가 있다.

향후 불안요인 해소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투자 자산별로 자본 흐름 양상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위험기피 경향이 크게 감소하면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증가하는 한편, 지금껏 순유입 기조를 이어왔던 채권시장으로는 유입이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채권의 경우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인식이 있는데다 향후 경기 확장 기대가 커질 경우 추가적 하락 압력이 불가피하다. 투자자들이 채권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할 경우 매도에 나설 수 있으며, 이 경우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LG경제연구원 최문박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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