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선진국, 친특허 정책에서 한발 후퇴’

- 특허 대응 전략 정교해 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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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2-05 12:00
서울--(뉴스와이어)--국가가 특허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특허 보호가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에 근거해 있다. 특히 미국은 80년대 이후 특허법을 더욱 강화시켜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특허가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회의적인 시각들이 늘고 있다. 특허 보호 일변도이던 미국도 수년 전부터 친특허정책에서 후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허전문기업 소위 특허 괴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특허를 이용한 판매금지 등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 종전부터 미국만큼 특허 보호가 강하지 않았던 유럽은 최근 들어 특허의 과용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장 미국의 친특허정책이 급격히 후퇴하지는 않을 전망이며 기업간의 과도한 특허 분쟁과 점점 거대자본화한 특허전문기업의 과도한 소송과 같은 특허의 부작용이 쉽게 줄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후생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의 권한을 과용하는 데 대한 견제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기업들의 특허 대응도 양적인 대응보다는 미국 등 선진국 등의 특허관련 정책 경향의 변화에 맞는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특허를 보호하면 기업의 혁신이 증가하는가? 과거 많은 나라들이 특허를 보호하면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증가한다고 생각하여 특허 보호를 강화하였다. 그러나 최근 특허의 과도한 보호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타나면서 친특허 정책이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기업 간의 과도한 특허 분쟁과 특허괴물(Non-Product Entity)의 공격적 소송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하게 되자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친특허적인 미국 정부의 예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이 부각된 이후 특허 관련 비용의 증가로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면서 친특허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과도한 특허 보호가 혁신을 저해하게 된 배경은 생산 기술의 변화 때문이다. 한 개 또는 몇 개의 특허만 있으면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과거에는 특허 보호를 통해 새로운 제품의 출현을 촉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특허가 필요하기 때문에 특허를 과도하게 보호할 경우 많은 특허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혁신의 속도가 과거보다 빠르게 되자, 선행 특허가 만료되기 전에는 후속 특허를 신청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여 혁신이 저해된다. 분쟁까지 발생할 경우 혁신은 더욱 저해된다.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단순히 특허를 보호하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과도한 특허분쟁이라는 부작용을 해결하면서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특허 정책의 과거와 최근의 트렌드를 조망하면서 우리 기업들에게 필요한 전략을 살피고자 한다.

Ⅰ. 1980년대 이후 특허 보호 트렌드

80년대부터 혁신 보호 장치로 부상

사실 1980년대까지 특허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1980년대 이전까지 대부분의 나라에서 특허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작고 특허권자의 승소율도 낮았기 때문에 특허 소송이 많지 않았다. 특허의 신청 요건도 상당히 까다로웠기 때문에 기업들은 특별히 참신한 발명이 아니면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다.

특허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1980년대 일본과 독일이 미국의 제조업을 추격하자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보호를 강화하였다. 당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특허 역량을 보유했던 미국은 특허 분쟁과 로열티 수입을 통해 일본과 독일을 견제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이러한 정책 변화에는 특허가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특허는 발명을 위한 초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독점적 이윤을 보장하는 제도이며 발명의 인센티브를 높일 수 있다. 1980년대 들어 발명과 지적재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되면서 미국 정부는 선도적으로 특허 제도를 강화한 것이다.

특허법원 설립과 징벌적 배상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은 특허를 강력히 보호하기 위해 1982년 특허법원의 역할을 하는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ourt(CAFC)를 설립하였다. CAFC는 특허침해 소송에서 손해배상액을 늘리고 특허침해기업에 대한 판매금지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였다. 특허도 쉽게 내주기 시작하였다. 과거에 인정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인정되었던 소프트웨어, 영업 방법과 유전자 등에 대한 특허가 인정되었다. 특허를 강력히 보호하는 상징적인 사건은 1986년의 폴라로이드 사건이다. 코닥이 즉석 필름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폴라로이드사에게 9.1억 달러라는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한 이 사건은 한 동안 세계 최대의 특허 배상액을 기록하였으며 특허의 중요성을 잘 인식시켜주었다. 또한 1986년부터 1990년까지 TI가 일본과 한국의 반도체 회사들과 벌인 일련의 특허 분쟁은 IT업계에서 벌어진 최초의 대형 특허 분쟁인데, 이후 IT업계의 특허 분쟁이 본격화되었다.

특허법원의 설립뿐만 아니라 미국의 독특한 징벌적 3배 배상 제도는 특허를 더욱 강력하게 보호한다. 미국에서는 적극적으로 특허권자의 손해를 유발하는 고의(사해의사)를 가진 특허 침해기업에 대해서는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3배까지 증액할 수 있기 때문에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다른 나라보다 커지게 된다.

미국의 특허 보호 정책의 도미노 효과

미국의 특허 보호 정책은 미국 기업들에게만 영향을 주는데 머무르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높은 비중 때문에 전세계 기업들은 미국 법원의 판결을 수용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전세계적으로 특허가 강력하게 보호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미국 정부는 1980, 90년대 다른 나라에 통상 압력을 행사하여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법률을 재정비하고 법률을 강력히 집행할 것을 요구하였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이후 미국의 통상 압력에 따라 특허 보호를 강화하였다.

1994년 출범한 WTO은 전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을 높였다. WTO 출범 시 지적재산권 관련 부속협약이 채택되어(TRIPS) 전세계의 WTO 회원국들은 자국의 특허권 보호 수준을 강화하였다. 사실 신흥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은 미국과 WTO의 지적재산권 강화 요구에 대해, 다른 분야의 양보와 협상을 통해 피하거나 TRIPS의 실행을 연기할 수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자발적으로 수용하였다. 미국과 WTO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통상 압력뿐만 아니라 특허 보호를 강화하면 자국 기업의 혁신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였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특허 보호가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한 각국 정부는 90년대 이후 특허를 강력히 보호하는 정책을 펼쳤다. 친특허 정책이 혁신을 제고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우리나라는 1998년 특허법원을 설립하였으며, 일본은 2005년에 동경 고등재판소 산하에 특허법원을 설치했다.

Ⅱ. 특허가 정말 혁신을 장려하는가?

혁신 보호 장치로서의 특허

특허는 발명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 특허를 보호하면 발명에 따른 이윤을 독점하는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때문에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이다. 발명을 위한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하고 생산비용 그 자체는 적은 산업에서는 특허 보호가 혁신을 보상하는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혁신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 준다. 발명의 비용은 큰 반면 모방하는 비용은 작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제약업은 개발 비용은 크지만 약품 제조 그 자체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제약업에서는 특허 보호가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 다음으로 특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재산으로 인정함으로써 거래를 가능하게 해 준다. 새로운 발명을 특허로 보호해 주기 때문에 발명가는 자본이 부족해 자신이 직접 물건을 생산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기업에게 로열티를 받고 물건을 만들도록 허락할 수 있다. 특허가 없다면 이러한 계약은 성립될 수 없을 것이다.

특허의 혁신촉진 효과는 산업에 따라 판이

그러나 최근 특허 보호가 혁신을 촉진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견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허권과 혁신 간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혁신을 저해 한다고 보는 이른바 특허 퍼즐(patent puzzle)이 부각되는 것이다.

대체로 세 가지 경우에는 특허 보호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먼저 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특허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특허 보호가 오히려 라이센스 비용 및 분쟁 비용을 크게 하여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산업에서는 특허를 전략적으로 사용하여 경쟁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사용하지도 않을 특허를 신청하거나 거꾸로 경쟁 기업의 로열티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특허를 과다하게 신청한다. 기업들간에 불필요한 소송이 늘어나고 특허 소송을 대비하기 위해 사전에 많은 특허를 신청하게 된다. 생산과 혁신을 위해 특허를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기업들의 특허 공세에 대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신청하고 그 때문에 비용이 증가하는 특허 덤불(patent thicket)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IT업계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며 특허를 경쟁기업 견제라는 전략적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혁신 싸이클이 빠를수록 과도한 특허 보호는 혁신에 역효과

두 번째로 선행 발명과 후행 발명이 긴밀한 관련을 맺으며, 혁신의 속도가 빠른 산업에서도 과도한 특허 보호는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선행 발명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기 이전에 선행 발명에 기반한 후행 발명이 이루어진다면, 후행 특허취득과 생산이 어려워서 혁신이 저해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 역시 IT업계에서 많이 일어나며, 특허를 많이 확보하지 못한 IT벤처 기업들은 특히 불리한 상황인 것이다. 혁신의 속도가 가속화됨에 따라 특허 제도가 오히려 혁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세 번째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빠르게 출현하고 경쟁 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품화할 수 있는 산업에서는 특허 보호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품화할 수 있는 산업인 패션업과 금융업에서는 업계의 관행상 특허를 신청하는 경우가 적은데 이러한 관행이 혁신을 촉진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최근에는 생산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발부터 생산까지의 시간과 비용이 감축되기 때문에 특허가 아닌 모방을 통한 혁신이 효율적인 산업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특허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특허권자와 협상할 필요가 없었으며, 혁신의 속도 역시 빠르지 않기 때문에 선행 발명의 특허로 인해 후속 혁신이 저해되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빠른 발달과 IT 융합의 확산, 개발에서 생산까지의 시간 단축 등으로 특허 보호가 혁신을 저해하는 산업의 범주가 늘어나면서 특허와 혁신의 관계가 복잡해지게 된 것이다.

통계연구도 특허 오용론을 뒷받침

특허가 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먼저 150년간 전세계에서 특허권을 강화한 조치 이후 특허 신청 건수를 살펴본 결과 특허권을 강화하는 법률이 통과되었다고 해서 특허 신청이 늘지 않았다는 연구가 있다. 1988년 일본의 특허권 강화 이후 일본의 혁신 역량이 늘지도 않았고 R&D 투자가 늘지도 않았다는 연구도 있다. 제약업을 분석하여 1978-2002년 사이의 26개국의 제약 특허권을 도입한 나라를 통계 분석한 결과 특허권 강화만으로는 혁신을 촉진하지 못하고, 어느 정도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특허권을 강화한 경우에는 혁신이 촉진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특허권 강화가 혁신을 촉진한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자본화된 특허, 특허 괴물

특허 보호의 부작용은 특허괴물 때문에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생산은 하지 않으면서 특허소송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특허괴물로 인해 제품 원가가 상승하고 있다. 2011년에만 미국에서 특허괴물이 290억 달러의 법적비용을 야기하였으며,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게 부담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피고 기업의 82%가 수입이 1억 달러 이하인 중소기업들로서 특허 분쟁 해결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이다. 특허 괴물로 인해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특허괴물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원고와 피고 기업의 주가의 합계가 감소하였다는 통계에서 보듯이 특허괴물이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듯 하다.

Ⅲ. 혁신 유도를 위한 정교한 특허 정책

특허 보호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 과도한 특허분쟁과 특허괴물은 통제

이러한 연구와 경험에 기반하여 미국 정부는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특허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특허 보호라는 대원칙을 견지하면서 지나친 특허분쟁이라는 부작용을 완화하고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특허청(USPTO)도 특허 보호가 일부 부작용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특허권 보호가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여전히 특허 패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특허 보호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세계 지적재산권 기구(WIPO)에 따르면 특허 신청 건수는 2011년 중국이 미국을 제쳤지만, 특허의 질을 반영하는 특허수지는 미국이 여전히 월등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로열티 수입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친특허 정책을 근본적으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제조업 진흥을 중시하는 오바마 정부도 미국 제조업의 진흥을 위해 미국 기업이 보유한 특허의 국내외적인 보호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새로운 특허 정책의 내용

미국 정부는 혁신을 제고하기 위한 특허제도를 만들기 위해 2011년 특허법을 개정하였다. 구체적으로 선출원주의를 통해 불필요한 특허 분쟁을 억제하려고 노력하였다. 선출원주의는 권리관계를 명확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특허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제조기업에게 부담이 되는 징벌적 배상을 제한하기 위해 적극적인 고의인 사해의사가 추정되는 경우를 한정하고 있다. 경쟁기업간 과도한 특허분쟁과 특허괴물을 통제하기 위한 개정인 것이다. 혁신의 원동력인 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규정도 도입되었다. 소기업과 중소기업(micro entity)의 특허 신청료를 각각 50%와 75% 삭감하였다. 또한 현재 평균 특허심사기간이 3년 정도인데, 신생기업들은 12개월 내에 특허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Fast Track 제도를 도입하였다. 특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특허 기준도 강화하였다

미국 법원도 친특허적 판결 일변도가 지나친 특허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특허 소송에서 특허권자의 보호 수준을 낮추고 있다. 특허 관련 손해배상금의 중간값이 2001~05년에는 870만 달러였는데, 2006~11년에는 400만 달러로 크게 감소하였다(PWC, 2012). 판매금지도 과거에 비해 엄격하게 허용해 주고 있으며 특허의 요건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법원의 입장 수정에 따라 특허 관련 소송의 수도 정체하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의 정책 전환에도 불구하고 최근 특허괴물의 활동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특허괴물이 일종의 금융 상품이 되어 금융업계의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특허 정책에도 변화 바람

유럽도 미국의 경험에 비추어 특허 보호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특허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특허의 보호 수준을 적정화하고 혁신 제고를 위해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특허 제도를 입안하고 있다. 먼저 EU정부는 표준특허에 대한 판매금지를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입장을 밝혔으며, 그에 따라 영국 고등법원은 2012년 5월 IPCom의 3G 표준특허를 침해한 Nokia에 대한 판매금지를 허용하지 않았다. 나아가 2012년에 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법원에 판매금지를 신청하는 것이 독점적 지위의 남용에 해당될 경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였다. 다음으로 EU는 2012년 12월 유럽 단일의 특허제도와 EU 특허법원을 도입하여 유럽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하면 EU회원국 모두(스페인과 이탈리아 제외)에서도 특허가 출원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이를 통해 특허 출원 비용을 절감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데, 특허 신청 비용의 감소는 대기업보다는 성장의 원동력이자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특허 보호만이 능사가 아니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제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Ⅳ. 시사점

징벌적 배상과 특허법원 강화는 신중해야

친특허 정책의 수정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비추어 우리 나라와 기업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특허침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도는 신중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달리 우리 나라는 특허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으며, 특허 보호 강화를 위해 징벌적 배상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특허침해 손해배상액은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아도 매우 소액인 경향이 있어서 법원이 특허침해의 손해배상액을 어느 정도 현실화 시킬 필요는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대로 징벌적 배상을 통한 특허권의 과도한 보호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오히려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둘째 모든 특허 관련 사건이 특허법원으로 집중하는 것도 신중해야 할 것이다. 작년에 재식재산권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모든 특허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집중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특허 보호를 위한 특허법원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미국의 CAFC 출범 초기 자신들의 존재의의를 과시하기 위한 무리한 판결을 많이 선고하였다는 비판이 있다는 점을 보면 특허사건의 특허법원 집중화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여지도 있다.

우리 기업의 판매금지 추구와 양적 특허 전략을 재검토해야

우리 기업들의 특허 전략도 최근 글로벌 트렌드를 주목하면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판매금지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허 분쟁에서 특허권자의 무기는 손해배상과 판매금지인데 최근 판매금지가 제한되고 있다. e-bay판결(2006)을 계기로 특허괴물의 판매금지를 제한되었으며, 2010년 이후에는 표준특허 침해에 근거한 판매금지도 제한되는 추세이다.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인 FTC는 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한 판매금지는 제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와 관련한 재판들이 형성 중이다. 유럽은 앞에서 보았듯이 판매금지를 제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표준특허 침해에 근거한 판매금지의 신청이 독점적 지위 남용에 해당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 기업들에게 역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의 특허 정책 트렌드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특허의 양적 확대보다는 특허의 질적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핵심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되도록 특허를 많이 신청하여 협상력을 제고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나라의 특허 품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KSR 판결(2007)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나라들은 특허 기준을 강화하고 특허품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우리 기업들이 양적 전략을 무리하게 고수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특허가 다른 나라에서 무효가 되어 특허 분쟁에서 패배하고 비용만 소모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나라의 2011년 특허무효심판에서 무효 판정이 난 비율은 전체 사건 580건 중 374건으로 무려 64.5%에 이른다. 앞으로 특허의 요건이 엄격해질 수 있다는 가정 아래 핵심기술을 선별하여 핵심기술은 특허 신청 단계부터 특허 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출원 신청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같은 특허라도 특허 출원 신청서를 주의 깊에 작성할 경우 비용은 많이 들지만, 추후 특허분쟁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출원단계에서부터 핵심 기술을 집중관리하는 역량을 길러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문병순 선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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