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신흥국 기업에서 배우는 신흥국 진출 전략’

뉴스 제공
LG경제연구원
2013-03-05 12:00
서울--(뉴스와이어)--글로벌 기업들의 신흥국 시장 확대가 거세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 기업들이 다른 신흥국에서 신흥국 특유의 독특한 방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하기 어려운 영역에 진출한 기업, 현지의 독특한 니즈를 발굴한 기업, 전례 없던 수요를 선제적으로 만들어 낸 기업들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44조 1,239억 달러로 선진국의 42조 7,12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의 무게 중심이 신흥국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기업은 신흥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글로벌 전략 수립 및 실행에 몰입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신흥국에 진출하게 되면서 해당 국가의 로컬 기업들은 자국 기업 보호 정책, 소비자의 애국심, 높은 시장 이해도 등을 바탕으로 로컬 시장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해외로 눈길 돌린 신흥국 기업들 증가

신흥국 기업들도 다른 신흥국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자국의 좁은 내수 시장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매출 확대를 위해, 혹은 자국 경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향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궁극적으로 자국 시장에서의 글로벌 기업과의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제 3국에서 벌어지는 신흥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각축전은 마치 다윗(신흥국 기업)과 골리앗(글로벌 기업) 간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신흥국 기업들의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GE의 CEO인 Jeff Immelt는 “GE는 지멘스, 필립스, 롤스로이스 같은 전통적인 경쟁사들과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GE를 무너뜨릴 수 없다.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자들은 바로 신흥국 거대 기업이다.”라고 하면서 신흥국 기업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본 글에서는 신흥국 기업들이 특히 다른 신흥국에서 신흥국 특유의 독특한 방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들을 통해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신흥국 기업의 시장 접근 방법의 특징

① 주요 기능 재배치로 비용 절감한 Bajaj Auto와 Lenovo

신흥국에서 잠재적인 소비자는 엄청나게 많지만 구매력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원가 경쟁력으로 보면 신흥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에게 뒤지지 않는다. 인도의 오토바이 제조업체 Bajaj Auto와 중국의 Lenovo는 주요 기능을 각 국가 특징에 맞게 재배치함으로써 비용을 더욱 절감한 케이스다.

Bajaj Auto는 일본 오토바이 제조회사인 Kawasaki와 필리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제휴를 했다. Kawasaki는 인도에서 Bajaj 브랜드의 오토바이에 들어가던 소형 엔진을 공급하고 있었다. 필리핀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2005년부터 Bajaj가 생산 설비와 유통망을 보유한 Kawasaki에 부품 일체를 공급했다. Bajaj는 필리핀에서 Kawasaki가 조립한 오토바이를 Bajaj 자체 브랜드로 Kawasaki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했다. Bajaj는 Kawasaki를 활용해 조립 및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IBM의 PC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 Lenovo는 본사에 있던 글로벌 마케팅 기능을 인도에 이전하였다. 중국에서는 글로벌 마케팅을 소화할 만한 고급 영어 스킬을 갖춘 인재는 높은 금액의 연봉을 요구하고, 구하기도 힘들다. 이에 비해, 마케팅 능력과 영어 실력을 겸비한 인재가 많은 인도가 글로벌 마케팅 역할을 더욱 적절히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이들 기업들은 주요 기능을 각 국가 특징에 맞게 재배치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했다.

② 글로벌 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를 적극 공략한 Natura

단지 좋은 품질과 첨단 기술만으로는 신흥국에서 통할 수 없다. 현지의 특수한 수요를 발굴하여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생산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와 표준화를 달성해야 하는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서는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에 진출하여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브라질 대표 화장품 업체인 Natura는 자국 시장에서 가까운 국가들로부터 시작해 라틴아메리카의 주요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였다. 업계에서 가장 높은 효율로 잘 알려진 카자마르 공장에서 Natura는 매년 200가지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라틴아메리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뿐아니라, Natura는 브라질과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67만 명의 방문 판매 조직을 운용하여 직접 제품을 판매했다. 방문 판매원들은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판매 실적에 따라 급여를 받았다. 이 방식은 좁은 취업 기회, 낮은 임금, 광활한 국토 등으로 소매 유통망이 빈약한 라틴아메리카 환경 덕분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수 많은 판매원 덕분에 Natura는 대도시뿐 아니라 방대한 영토에 흩뿌려진 작은 마을로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③ 현지 독특한 니즈를 발굴한 Ulker, Titan, Marico

중동과 아프리카의 여름 더위는 살인적이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수입한 초콜릿 또한 중동과 아프리카의 무더운 날씨를 피할 수 없었다. 터키 제과 업체인 Ulker는 비스켓 안쪽에 초콜릿을 넣는 방식으로 초콜릿·비스켓 제품을 개발 했고, 이는 초콜릿을 덜 녹게 만듦으로써 중동과 아프리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인도의 시계 제조 업체인 Titan은 이슬람 교도들이 하루에 다섯 번 기도를 하기 전 손과 팔을 씻는다는 것에 착안하여, 뛰어난 방수 효과를 지닌 시계를 개발하였다. 이 제품은 중동 지역에서 큰 성과를 얻었다. 인도 생활 용품 선도 업체인 Marico는 중동 이슬람 소비자들이 알코올을 금기 시 하는 특별한 수요를 찾았다. 이와 더불어 중동 지역의 물은 염소 함유량이 높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이에 Marico는 염소 함유량이 높은 물에서도 쉽게 세척 되고 거품이 잘 일 수 있으며 알코올이 없는 헤어젤을 개발했다.

이러한 신흥국 소비자들이 구입하기에 적절한 기능을 갖춘 제품들은 생활 환경, 종교, 문화가 유사한 주변국의 현지 수요를 발굴하여 제품 개발을 했던 결과인 것이다.

④ M&A로 약점 보강한 Arcelik과 Tata

신흥국 기업이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파트너나 인재들과 손을 잡는 방법도 있고,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 역량을 가진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방법도 있다. 또 다국적 브랜드를 인수한 후에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Arcelik은 터키의 No.1 가전 기업으로 2000년대에 자국 및 서유럽의 지역 브랜드와 공장들을 인수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현지기업의 제품 라인업과 유통망, 제조 기반을 인수하면, 시장 진출 기간과 브랜드 신규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2002년 독일의 Blomberg, 오스트리아의 Electra Bregenz, 영국의 Leisure와 Flaver, 루마니아의 Arctic을 인수했다. 또한 2004년에는 독일의 대표 브랜드 가전 기업인 Grundig를 인수하여 서유럽 각국으로 시장 확장 기회를 마련했다. 게다가 2007년 중국 가전 업체인 Casa-Shinco를 인수하여 아시아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터키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서유럽 28%, CIS와 동유럽 13%, 중동/아프리카 5.5%, 기타 3.5%)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인도 대표 기업 Tata 그룹의 음료 부문 계열사인 Tata Global Beverages도 기업 인수를 적극 활용하면서 역량 강화를 하고 있다. 2000년에는 영국 Tetley group, 2005년에는 미국 Good Earth Corporation & FMali Herb를 인수했다. 이어서 2006년 체코 JEMCA, 미국 Eight O’Clock Coffee Company, 남아프리카공화국 Joekels Tea Packers를 인수했다. 2007년에는 폴란드 Vitax & Flosana, 2009년 러시아 Grand를 차례대로 인수했다. 또한 인도 Mahindra & Mahindra는 쌍용차를 인수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례이다.

Arcelik, Tata Global Beverages, Mahindra & Mahindra 등은 신흥국의 생산 설비 시설을 인수하면서 비용 절감을 꾀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낮은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에 대한 열세를 극복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로컬 기업을 인수해 브랜드를 자체 브랜드로 바꾸는 반면, 신흥국 기업은 인수한 선진국 기업들의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상반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⑤ 인도푸드(Indo Food)의 선제적 지역 최적화

인도네시아 1위 식품회사이자 즉석라면 글로벌 최대 생산업체인 인도푸드 그룹은 1988년 Indomie라는 인도네시아 자국 라면 브랜드를 세계 최초로 나이지리아에 수출하였다. 약 1억 3,000만 명의 거대한 소비인구와 아프리카 진출 교두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나이지리아는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었다. 그러나 당시 라면에 대한 수요는 전무한 상태였다. 게다가 나이지리아 국민 대부분이 빈곤층으로 식량문제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가 되는 시기였다.

그러나 당시 식품제조산업이 활성화 되지 않은 환경에서 나이지리아 소비자들은 간단한 조리법으로 쌀과 옥수수, 고기 등을 대신할 수 있고, 치킨, 양파 치킨, 매운 치킨 등 다양한 맛을 US$ 0.3미만의 저렴한 가격으로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단번에 최고 소비품목으로 부각되었다.

1995년 인도푸드 그룹은 싱가포르의 톨로그램 그룹(Tologram Group)과 함께 듀필 그룹(Dufil Group)이라는 합작 투자회사를 현지에 설립하고 당시 나이지리아의 현지의 열악한 유통, 생산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에서의 본격적인 생산을 개시했다. 1999년 나이지리아 민선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국내 식품제조산업을 육성한다는 목적 하에 라면을 포함한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하게 하였으며, 이는 Indomie가 자연스럽게 현지 라면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높은 진입장벽을 구축하였다.

2006년까지 나이지리아 현지에서 생산/판매되는 유일한 라면은 듀필 프리마의 Indomie로 1996년부터 10년간 생산라인을 총 3개 가동시키며 매월 2,000만개 이상을 판매하였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나이지리아 라면 시장을 100% 장악한 Indomie는 라면의 대명사로 남녀노소 빈부에 관계없이 전 계층이 선호하는 국민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게 되었다. 2007년 이후 미국 허니웰(Honeywell) 등 17개 이상의 다양한 수입 브랜드 라면이 현지에서 생산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74%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국민 브랜드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지키고 있다.

당시 라면 수요가 전혀 없었던 나이지리아 시장에 진출하여 시장을 선점한 Indomie의 선제적 지역 최적화는 글로벌 기업으로서도 시도하기 힘든 도전이었다.

좋은 제품보다는 “Right Product”가 중요

신흥국에 일찍 진출한 일본 등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주요 권한은 본사에 있는 글로벌 사업 부문에 집중되었다. R&D, 제조, 마케팅을 포함한 주요 기능 역시 본사에 있고, 신흥국 로컬 지사는 글로벌 제품의 판매와 유통을 담당했다. R&D 센터와 생산공장 상당수를 신흥국으로 이전하기도 했지만, 그 목적은 해외 인적자원을 이용하여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이전된 조직 단위들은 정기적으로 본사에 업무 보고를 했고, 여전히 플랫폼을 활용한 글로벌용 제품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도 다양한 볼륨존 전략들을 마련해가고 있지만 상당 기업들이 아직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신흥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신흥국 시장 고객이 아직 글로벌 회사 제품을 살 만큼 구매력이 크지 않다는 점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제품이 그 시장에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필요하다. 특정 제품이 특정 시장에서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원가 경쟁력으로는 부족하다. 저가 경쟁으로는 신흥국 기업을 이길 수도 없다. 신흥국 눈높이에서 경쟁 우위 요소를 볼 수 있어야 한다. Natura는 글로벌 기업들은 하기 어려운 영역을 찾아 진출했다. Ulker, Titan, Marico 등은 현지의 독특한 니즈를 발굴하여 시장을 확장하였다. Indomie는 수요가 전혀 없던 아프리카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선점했다.

신흥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중복되는 시장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신흥 시장에서의 실패가 자국에서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에 마주칠 수도 있다. [LG경제연구원 김민석 책임연구원, 이태영 책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김민석 책임연구원
3777-0447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