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중국 전자기업, 구조조정 통한 대형화 가능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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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3-05 12:00
서울--(뉴스와이어)--중국전자기업들은 최근 성장세가 현저히 둔화되었다.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스마트폰, 스마트 TV시장에 진입하고 유통업으로의 진출을 확대하는 등 전통적인 가전영역을 넘어서는 다각화가 진행되고 있다. 치열한 내수시장 경쟁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업구조조정 바람과 맞물려 중국 전자기업들의 대형화로 진행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한국 일본 등 전자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던 것이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진다. 중국 전자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야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지만, 이젠 기술격차도 거의 사라졌다.

그렇다고 중국 로컬기업들이 자기네 안방시장에서 탄탄한 성장대로를 걷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강자들을 밀어내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원가 경쟁력이 퇴색하고 있고, 정부의 보조금 지원도 전에 비해 까다로워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 기업들의 아성과도 같았던 백색가전 시장의 성장세가 주저앉고 있다. 확장일로였던 중국 로컬기업들도 생존전략 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

저물어 가는 ‘백색가전 시장의 황금기’

중국 전자기업들은 2010년까지 ‘황금기’를 구가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가전기업들의 매출액은 연평균 29% 성장세를 이어오다가 꺾여 지난해 3분기는 마이너스 6% 성장했다.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으로는 ▲낮은 제품 보급률과 왕성한 시장수요 ▲정부의 보조금 혜택 ▲저임금에 기반한 원가경쟁력 등을 들 수 있는데, 최근 수년 새 이러한 버팀목들이 약화되고 있다.

중국 소비자 전자시장을 대변하는 제품으로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컬러 TV 휴대폰 등 5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휴대폰 시장이 지난해 처음으로 역 성장(판매대수 기준)을 했다. 컬러 TV 시장만 9.8% 성장했다.

역 성장한 4대 품목 중 백색가전의 소비는 한풀 꺾인 모양새가 완연하다. 백색가전 시장 성장세는 2003년에서 2010년대까지 연평균 15%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이다가 2010년에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가전수요를 이끌었던 도시시장의 제품 보급률이 100%에 달한 데다, 제품의 교체주기가 일반적으로 5~10여 년으로 길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소비자의 절반이 머물고 있는 농촌 지역의 보급률이 아직 50%대 전후에 머물고 있어 시장성장세가 멈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농민들의 인당 소비지출액은 도시민의 1/3에 불과한 만큼, 농촌 수요가 향후 백색가전시장의 성장세를 높게 끌고 가진 못할 것이다.

반면 TV시장이 지난해 유일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 특성 상 백색가전과 달리 한 가정이 여러 대의 제품을 구매, 비치할 수가 있고, 중국에 불고 있는 ‘스마트’ 바람의 긍정적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마트 바람을 상징하는 IPTV 가입자 수는 지난해 3,480만 명으로 2년 만에 5배 이상 늘어났다.

한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휴대폰시장(2G, 3G 모두 포함)은 지난해 예상과 달리 마이너스 성장했다. 다 같은 ‘스마트’ 열풍이 TV시장과 휴대폰시장에 상반된 영향을 끼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앞서 2010년에 이미 휴대폰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향후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 중심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3G 가입자 수가 2010년 대비 5배 늘어난 2억 3천만 명에 달하며 계속 늘어나고 있고 휴대폰 제품 교체주기는 1~2년으로 상대적으로 짧으며, 스마트폰 보급률이 15.6%(3G)로 낮아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 변화도 가전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책의 일환으로 지난 3~4년 동안 시행했던 가전하향(家電下鄕),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최근 종료했다. 정부는 대신 에너지 절감형 제품에 국한해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전자기업들이 기존에 받던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기술력 있는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되는 어려움이 생겼다.

시장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한층 경쟁강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책적 요인 등으로 임금 상승세가 뚜렷해져 전자기업들의 원가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중국 내 임금 상승률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13%씩 올랐다. 2008년 월 2,408위안이었던 생산직 근로자 평균임금이 지난해 3,584 위안으로까지 치솟은 것이다.

전자기업들의 사업환경이 이처럼 악화하면서 중소 전자기업들부터 도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4년 사이에 냉장고 중소기업만 보더라도 200개에서 50개로 줄어들었다. 더욱이 전자 유통업체들까지 제조부문에 뛰어들고, 전통적인 제조강자들이 유통사업을 강화하는 등 중국 소비자 전자시장은 거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로컬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두드러진다.

중국 로컬 전자기업의 생존경쟁

1. 너도 나도 ‘스마트 시장’

중국 전자기업들이 제품 다각화 전략을 취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2000년대 중후반까진 가전시장 내의 다각화가 주종을 이뤘다. 한 종류의 가전제품 생산에 주력해서 ‘전업형’ 가전기업으로 자리매김 된 뒤 다른 제품 분야의 전업 기업을 인수해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갖추는 전략이다. 하이신(海信), 메이디(美的), 창홍(长虹)이 대표적인 사례다. 예를 들어 창홍은 2007년에 메이링 최대 주주로 등극해 냉장고, 에어컨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의 제품 다각화는 전통적인 가전영역을 넘어서고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가전시장에선 ‘종합형’ 기업으로 우뚝 섰지만, 시장 수익률이 정체되면서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기업들의 백색가전제품의 영업이익률은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2010년에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백색가전에서의 수익성 약화를 만회하기 위해 가전기업들은 성장하는 시장인 스마트폰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그 중 특히 돋보이는 기업은 하이신이다. 지난해 하이신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년 사이에 5계단이나 뛰어 12위에 올랐다. 또한 지난해 8월부터 가동한 광둥성 공장에서 향후 연간 500만대 이상 스마트폰을 추가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투자를 확대 하고 있다. 현재 하이얼은 광둥성 외 칭다오 공장에서 연간 천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다.

성장하는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업은 가전 기업뿐만이 아니다. IT 기업도 스마트TV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IT기업인 레노보(联想)는 지난해 5월 스마트 TV를 출시하면서 IT기업 중 최초로 스마트 TV를 출시했다. 레노보의 스마트 TV는 ‘사평일운(四屏一云)’ 전략, 즉 4가지 평판(스마트폰, 태블릿 PC, 개인용 PC, 스마트 TV)을 하나의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에 연동하는 전략의 마지막 단계다. 지난해 레노보의 스마트 TV 시장점유율은 0.05%에 그쳐 사업의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향후 레노보는 ▲우한(武汉)의 MIDH(Mobile Internet and Digital Home, 휴대폰 인터넷 디지털 홈) 사업부 생산기지를 이용하거나 ▲기존 TV업체의 공장 인수 등을 통해 스마트 TV 사업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직 종합형 기업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가전기업들은 스마트폰 시장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거리(格力)전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거리는 에어컨만 생산하다가 지난해 자회사인 성스씬싱(盛世欣兴) 무역회사(물류회사)를 통해 냉장고 회사인 징홍(晶弘)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며 징홍 냉장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냉장고 시장에 진출한 것은 거리 매출의 평균 95% 이상을 차지하던 에어컨 제품의 영업이익률이 2009년을 기점으로 24.9%에서 18.5%로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시장을 중심으로 가전, IT 기업간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가전기업들은 스마트폰 시장으로 진출하고 IT 기업은 스마트 TV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기존 가전시장의 수익성이 약화되는 것 이외에도 스마트 시장의 성장세와 스마트 TV-스마트폰을 연동해서 사용하는 산업 트렌드가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 시장으로 몰린 전자기업 중 시장을 선도할 기업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스마트 TV,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두 기존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새로 진입한 기업들이 제품에 대한 전문 이미지가 아직 부족하고 ▲TV와 휴대폰의 유통채널이 서로 달라 단기간에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2. 희미해지는 유통과 제조의 벽

최근 소비자전자시장에서 제조기업과 유통기업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제조기업들이 기존 전자전문 유통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유통채널을 확충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기존 시장의 수익성 저하를 극복하면서도 거대 유통 전문유통기업들의 ‘횡포’에 맞서고자 함이다.

● 제조기업들의 유통업 본격화

가전기업이 처음 유통업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중반의 일이었다. 이때의 유통품목은 대부분 자사가 생산하는 제품군이었다. 즉, 제조한 제품의 유통비용을 절약하고, 제품판매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던 셈이다. 그러다 그 동안 추진해온 유통망이 전국적인 범위에 걸치게 되자, 최근 본격적으로 유통사업을 강화하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자사 제품은 물론 타 전자기업이 제조한 제품군까지 유통망에 얹기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중국을 대표하는 종합 가전기업 하이얼을 보자. 지난 10여 년 동안 하이얼은 전국 곳곳에 유통 점포를 설립해왔다. 이제 하이얼 브랜드만 판매하는 하이얼 전매점이 3천 점을 넘어섰고, 타 브랜드 제품도 같이 판매하는 혼매형 ‘굿데이 마트’ 점은 7,600여개까지 늘렸다. 지난해 굿데이 마트의 하이얼 제품 비중은 70% 대에서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앞으로 40% 대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최근 가전 제조기업들은 특히 지방 중소기업 인수를 통해 유통 역량을 강화하려는 포석을 취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제품을 생산한 중소기업이 기반하고 있는 지역을 통해 해당 지역에 진출하면, 중소기업이 지역 내에서 갖고 있던 영향력에 힘입어 지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임금 상승, 보조금 지원 감소 등 시장 환경의 변화로 중소기업의 생존이 위태로워져 인수 혹은 합자가 과거에 비해 쉬워졌기 때문이다.

지역 내 유력 중소기업과의 합자를 통한 유통강화에 발 빠르게 나선 제조사도 하이얼 이다. 하이얼은 2011년 말과 2012년 5월경 자회사인 하이얼전기판매(홍콩)유한회사를 통해 저장성 닝보시 및 광둥성 순더구의 소형가전 기업과 합자사를 세웠다. 두 합자 파트너는 모두 연간 천 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지방 중소기업이다. 하이얼은 합자사 지분의 51%를 보유했으나, 경영은 중소기업에 맡겼다. 대신 이 파트너들은 선풍기, 드라이어 등 생산품들을 하이얼의 유통채널인 굿데이마트에만 공급하기로 했다. 굿데이마트가 이 지역시장에서 합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유일한 유통채널이 된 셈이다. 중소기업은 굿데이마트의 전국 유통망을 통해 타 지역 판매도 늘릴 수 있다.

상당 수 로컬 가전기업은 하이얼의 굿데이마트처럼 전문 유통채널이 아니더라도 평균적으로 천 여점의 자체 유통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곧 이들 기업의 유통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가격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 자체 유통채널이 미비한 글로벌 가전기업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한편 휴대폰 기업들의 경우 눈에 띄는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는다. 소비자 전자시장에서 유통사업을 확대하는 가전기업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는 휴대폰 기업이 이미 기존의 휴대폰 유통업체를 통해 3, 4급 지역을 상당부분 커버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경우 부피가 작고 가벼워 유통이 비교적 용이해서다.

● 유통기업의 자체 브랜드 사업

제조부문의 유통 공략에 대해 유통 전문기업들은 나름대로 역공을 취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PB(Private Brand: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주문해 자사의 브랜드로 판매하는 제품을 의미)전략인 셈인데, 가장 최근엔 뤼샤(睿侠) 브랜드 대형 스마트 TV가 등장했다. 이 브랜드는 미국의 대형 유통기업 Radio Shack이 중국을 대표하는 OEM 기업인 폭스콘과 손 잡고 출시했다. 중국 내 TV 최초로 10세대 패널을 사용한 60인치대 대형 TV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뤼샤는 2012년 폭스콘의 모회사인 홍하이 산하 유통회사 사이버 마트 (Cyber Mart)와 미국의 대형 유통기업인 Radio Shack이 공동 출자해서 중국에 설립한 전자 유통기업이다.

유통기업이 자체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제조업체들이 유통업에 직접 진출해 유통기업의 시장기반이 취약해지는 데다 ▲온라인 유통 경쟁자들이 빠르게 성장해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내 유명 전자제품 유통기업인 수닝(苏宁)의 백색가전 영업이익 성장률은 2006년 74%에서 2011년 36%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유통기업은 제조 기반만 확보할 수 있다면, 충분한 가격경쟁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Radio Shack 등 유통업체의 스마트 TV 시장 진출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최초로 10세대 패널을 사용하는 등 일부 첨단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TV 전문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는 여전히 낮고, 기술 역량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통업체의 자사 브랜드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 브랜드 파워 및 판매역량일 것인데, 미국기업 Radio Shack이 중국 유통업계의 복잡한 생존방식에 성공적으로 착근할 지도 미지수이다.

Radio Shack과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 진출한 외국 대형 유통기업이 실패한 선례도 있다. 바로 미디어 마켓이다. 미디어 마켓 역시 2009년 폭스콘과 합자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으나, 지난해 4천만 유로의 손실을 본 데 이어 올 1월 중국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구조조정을 통한 중국 전자기업의 대형화 가능성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중국의 백색가전 내수시장은 수많은 시장참여자가 혼전을 벌이는 대표적 ‘레드 오션’ 시장이 됐다. 로컬기업들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찾은 시장이 스마트폰과 스마트 TV시장이다. ‘스마트 시장’에는 백색가전은 물론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유한 IT기업, 심지어 유통기업까지 참여해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몇몇 로컬 전자기업들은 제조에서 유통에 이르는 전 가치사슬을 전부 내재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가치사슬 전부는 아니더라도 취약한 일부를 전략적 제휴나 지분투자로 보완한 기업도 눈에 띤다. 특히 팍스콘의 경우 성장의 발판이 됐던 ‘대공(代工)’의 수익률이 나날이 악화하자, 자체 브랜드 제조에 이어 유통사업에까지 진출하는 폭넓은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유통 분야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팍스콘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또 하나의 강력한 로컬 전자브랜드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글로벌 전자기업들로서는 또 다른 강자의 출현이 반가울 수 없다.

중국 전자기업들간의 치열한 내수경쟁은 정부의 강력한 산업 구조조정 바람과 맞물려 있다. 중국 정부(공업 및 신식산업부)는 이미 2015년까지 현재 중국 IT산업을 대표하는 레노보와 엇비슷한 규모의 대기업을 5~8개까지 만들겠다고 공언한 상태이다. 중국 정부는 그간 고용창출 효과가 큰 전자산업 내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독려하지 않았지만, 이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피 인수합병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하반기 공신부가 발표한 ‘중국 100대 전자정보기업’ 리스트를 보면 화웨이, 레노보, 하이얼, ZTE, 하이신, 창홍 등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들은 현재 한국의 전자기업을 위협할 만한 규모경쟁력을 갖춘 로컬 기업들이다. 선례에 비춰 봤을 때, 이 기업들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 ‘중국 전자기업의 대형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을 통해 덩치가 커진 전자기업들의 경쟁력은 우리 전자기업에게 지금보다 더욱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중국시장에서 글로벌기업의 성공 가능성은?

한국 전자시장도 초창기엔 일본 등 외국브랜드가 강세였다. 그러나 가전과 같이 현지 고객가치 제고가 중요한 경쟁요소로 간주되는 시장에서는 외국 브랜드가 오래도록 시장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 평가이다. 오늘날 한국시장에서 일본 유럽 미국 등 전자기업들의 위상은 형편없이 낮아졌다.

중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자기업들의 기술경쟁력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고, 규모의 경제효과까지 갖추게 된다면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3, 4급지 시장으로 이어지는 촘촘한 물류 및 서비스 네트웍까지 갖춘다면, 글로벌 브랜드의 시장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 더 나아가 로컬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글로벌시장 진출에 나선다면, 현재 목도하고 있는 글로벌 휴대폰시장에서의 중국의 강세가 가전분야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필립스가 글로벌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중국 소가전 시장에서도 헤어드라이어, 전기면도기 등에서 강세를 보여온 필립스는 2011년 중국 소가전 기업 Povos(奔腾)를 인수하며 소가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했다. 중국 에서 판매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도 전기밥솥 등 까지 더욱 넓혔으며 특히 중국 내 3, 4급지 시장까지 빠르게 뻗어 나갔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소비자전자시장의 흐름과 로컬 전자기업들의 행보에 주의하며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LG경제연구원 남효정 선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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