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플랫폼 경쟁 이어 모바일 AP 경쟁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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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3-12 12:00
서울--(뉴스와이어)--IT 산업의 패러다임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모바일 기기의 핵심부품인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성능 또한 지속적으로 향상되면서 그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모바일 AP 경쟁은 PC의 CPU 시장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개되고 있다. 프로세서 기술의 소구점이 지속적인 성능 향상에서 저전력의 구현으로 변화하였으며, 인텔 주도의 독점적 시장 구도와 달리 많은 IT 기업들의 AP을 둘러 싼 협력과 경쟁이 다방면에 걸쳐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한 모바일 AP의 기능 고도화 및 통합 플랫폼 지원에 대응하기 위한 다분야의 기술 역량 확보가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한 핵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멀티 코어 기술과 더불어 다양한 기능의 집적화가 모바일 AP의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면서 이를 위한 기업들의 기술 역량이 한층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텔이 ARM 중심의 AP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AP 제조업체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퀄컴 등 상위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IT 기업들까지 새롭게 뛰어드는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고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미디어텍 등 중저가 AP 기업의 부상은 중국 모바일 기업들이 거대한 저가 내수시장을 배경으로 빠르게 부상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고, 이들 모바일 기업들의 위상은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존의 모바일 업체들이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AP 제조 혹은 외부 시스템 반도체 기업과의 밀접한 협력 등 자사의 제품에 최적화된 AP의 확보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Ⅰ. 모바일 AP 전쟁의 동향 및 배경

뜨겁게 전개되는 모바일 AP 전쟁

2013년에도 글로벌 IT 산업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모바일 분야가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IT 시장조사기관 IDC는 2012년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도에 비해 45%나 성장하였고 향후 2016년까지 연평균 18% 성장을 거듭하여 약 14억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PC(Personal Computer) 시장의 성장은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데, 이미 전세계적으로 PC 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특히 태블릿 PC가 데스크탑과 노트북 등 기존의 PC 제품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PC 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시장 조사기관 IC Insights는 모바일용 반도체 시장이 올해 1천억 달러 규모를 돌파해 사상 처음으로 PC용 반도체 시장 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처럼 IT 산업의 패러다임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AP(Application Processor) 역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IC Insights는 올해 스마트폰의 AP 시장은 전년 대비 28% 성장하여 170억 달러에 이르고 특히 태블릿 PC의 AP는 23억 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50%나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따라서 모바일 AP를 둘러 싼 기업들의 경쟁 역시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러 반도체 기업들은 연초부터 최신 성능의 AP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엔비디아(NVidia)는 자사의 차세대 모바일 AP인 테그라(Tegra) 4를 공개하였고 퀄컴(Qualcomm) 역시 새로운 스냅드래곤(Snapdragon) AP를 발표하는 등 모바일 AP를 둘러싼 기업들의 신경전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기존의 반도체 기업들뿐만 아니라 많은 IT 기업들 역시 독자적인 모바일 AP을 출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애플(Apple)이 자사의 모바일 기기에 자체 제작한 AP을 탑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화웨이(Huawei)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Hi-Silicon)이 설계한 모바일 AP을 자사의 스마트폰에 탑재하였고 다른 모바일 기기 제조 기업들도 자체적인 AP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킨들파이어(Kindle Fire)를 통하여 태블릿 PC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아마존(Amazon)이 자사의 제품에 AP을 제공하였던 TI(Texas Instrument)의 모바일 사업부를 인수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또한 중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스프레드트럼(Spreadtrum Communications), 락칩(Rockchip) 등 수많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Fabless) 기업들도 모바일 AP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같은 모바일 AP 경쟁은 많은 IT 기업들의 지각 변동을 불러일으켰다. 전통적인 PC 및 고성능 컴퓨터의 CPU(Central Processing Unit)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인텔(Intel)은 모바일 AP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매출이 둔화되고 성장세가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인텔에 이은 CPU 시장 2위 기업인 AMD 역시 꾸준하게 매각설이 제기될 정도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반면 독보적인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AP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퀄컴은 세계 3위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모바일 AP 시장의 경쟁 배경

1) 모바일 AP의 중요성 증가

과거 여러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고 자사의 전략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반도체 비즈니스를 매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토로라(Motorola)는 2004년 반도체 사업을 프리스케일(Freescale)로 분사시켰고 필립스(Philips) 역시 2006년 이를 NXP라는 별도 기업으로 분사하였다. 그러나 디지털 가전 기기의 고도화에 따라 성능의 수준 및 제품의 품질을 결정짓는 AP 등 시스템 반도체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최근 많은 IT 기업들이 이에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의 성능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동통신 기술은 3세대 WCDMA에서 4세대 LTE로 본격적으로 접어들었으며, Full HD(High Definition) 영상을 지원하는 모바일 기기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등 고해상도 경쟁 또한 한층 뜨겁게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Wi-Fi, Bluetooth 등 근거리 통신 기술이 발전하고 동작인식이나 음성인식 등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속속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에서도 PC 수준의 게임과 영상 등 고사양의 멀티미디어를 즐기려는 사용자의 기대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높은 요구 수준을 지원하기 위한 기기의 성능 향상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모바일 AP는 각 기기의 특징 및 차별화를 드러낼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그 가치를 더하게 되었다.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AP에 따라 각 기능의 구현 수준 및 고객들의 만족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여러 기업들은 자사의 모바일 기기를 완벽하게 지원할 수 있는 AP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모바일 기기가 1년 내외의 짧은 주기로 새롭게 출시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최신 기기를 적시적으로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모바일 기기의 성능을 결정짓는 AP의 원활한 수급 역시 주요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는데, 실제로 최근 퀄컴의 제품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Foundry) 기업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의 문제로 모바일 AP 공급이 지연되자 많은 스마트폰 제조 기업들은 제품 생산 및 공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또한 모바일 기기의 하드웨어 성능이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로 부각되면서 모바일 AP 역시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모바일 AP가 특정 부품을 넘어 기기 전체의 특징과 성능을 나타내는 요소로 인식되면서, 각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AP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곧 해당 제품의 구매에도 높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따라서 퀄컴과 엔비디아 등 많은 모바일 AP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적극적인 브랜드화에 나서게 되었으며, 모바일 기기를 제조하는 IT 기업들 역시 제품에 포함되는 AP를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2) ARM 생태계의 확산에 따른 진입 장벽의 완화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ARM(Advanced RISC Machine)의 CPU 프로세서 설계를 기반으로 모바일 AP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ARM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AP는 스마트폰 및 휴대폰 AP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ARM은 모바일 기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지난 10여 년 간 막강한 지지 기반을 구축하여 현재 300여 개의 반도체 기업을 포함한 전세계 950여 개의 기업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사실상의 업계 표준을 이끌고 있다.

1990년 영국 캠브리지에서 아콘(Acorn)과 애플의 조인트 벤처로 설립된 ARM은 인텔 등 다른 반도체 기업과 달리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CPU, GPU 등 각종 프로세서의 설계 및 제조와 관련된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라이선스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ARM은 90년대 중반 노키아에 칩을 제공하던 TI를 통하여 모바일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한 이래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여 현재 모바일 반도체 분야에서 자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ARM은 AP 제조에 필요한 다양한 종류의 IP 및 각종 솔루션 지원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기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한층 수월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ARM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이선스 가격과 더불어 기업들이 자사의 설계를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함으로써, 많은 기업들이 개발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차별화된 기능을 자유롭게 첨가할 수 있는 AP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ARM의 기술을 사용한 AP는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ARM은 자사 중심의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제품 제조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되면서 모바일 AP 시장은 기존의 CPU와 달리 다양한 기업의 경쟁 구도로 바뀌게 되었고, 따라서 퀄컴과 같은 신흥 반도체 기업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1997년 설립된 대만의 반도체 설계 기업 미디어텍(Media Tek)은 중국의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한 결과 현재 퀄컴과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3위의 모바일 AP 기업으로 뛰어오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ARM의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많은 유수의 IT 기업들 역시 언제든지 모바일 AP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3) AP 시장의 높은 성장성

2007년에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가 4억 개였던 반면 2012년에는 그 수가 16억 개로 증가하였고, 향후 2017년에는 무려 40억 개에 이를 전망이다.5 또한 일상 속 대부분의 기기가 다양한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의 개념이 일반화되면서 모바일 기기의 범주 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을 넘어 게임기, 네비게이션, 고성능 센서, 사물 간 통신 (Machine to Machine communication) 기기 등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기기를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한 모바일 AP의 수요 역시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TV, 냉장고 등 일반 가전 제품과 더불어 최근에는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자동차에서도 고성능 AP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미 엔비디아와 더불어 TI가 향후 자동차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천명한 가운데, GM, BMW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사의 모델에 다양한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기능을 제공하고자 첨단 사양의 AP을 탑재하고 있다. 따라서 모바일 기기로부터 촉발된 AP 경쟁은 각종 산업과 IT의 융복합화에 따라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므로 많은 기업들은 급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AP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IT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경쟁적으로 AP 기술 및 제조 역량 확보에 나서게 되었다. 실제로 자사의 모바일 AP인 A4와 A5에 삼성전자의 설계 기술을 적용하고 위탁생산을 맡기는 등 밀접하게 협력 관계를 유지하였던 애플은 2008년 AP 설계 기업인 P.A. Semi에 이어 2010년 인트린시티(Intrinsity)까지 인수하면서 독자적인 모바일 AP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게 되었다.

Ⅱ. 모바일 AP 경쟁의 새로운 패러다임

기술의 소구점 변화

세계적인 경영 이론가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1997년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을 주장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이론을 통하여 다양한 산업과 분야에 걸쳐 새롭게 등장한 혁신 기업들이 기존 시장의 주류와 다른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순식간에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롭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PC의 CPU 시장에서는 이러한 파괴적 혁신이 나타나기 어려웠다. CPU는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인 미세 공정화 및 성능 개선을 통하여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따라서 다른 기업들보다 앞선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인텔은 꾸준한 자사 제품의 성능 강화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되었다. AMD, Cyrix 등 여러 경쟁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 및 저가형 제품의 출시 등 인텔을 앞서기 위한 다양한 혁신을 추구하였지만, 인텔은 오히려 이들의 장점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지배력을 더욱 확고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사실 오늘날 인텔이 자랑하는 x86 프로세서의 CISC(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 기술 역시 수많은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그들의 기술적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진화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바일 AP 시장은 CPU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제한되는 모바일 기기의 특성 상 프로세서의 성능과 더불어 저전력이 중요한 이슈로 새롭게 강조되었다. 또한 여러 모바일 기기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AP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텔의 x86 프로세서만으로는 적용의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새로운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ARM이 인텔을 제치고 시장의 새로운 비즈니스 표준으로 부상하는 파괴적 혁신이 전개될 수 있었다.

32비트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기반의 ARM의 프로세서 기술은 비록 성능은 인텔의 x86 프로세서보다 현저하게 낮지만 상대적으로 성능 개선 속도가 느린 배터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저전력 특성이 우수하다. 게다가 ARM은 각 기업이 자사의 IP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유연한 라이선스 정책을 펼친 결과 대부분의 모바일 AP 제조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인텔 역시 모바일 기기를 위한 ARM 기술 기반의 XScale 프로세서를 생산하였으나 2006년 모바일 프로세서 사업부문을 마벨(Marvell)에 매각하였고, 이후 자사의 x86 프로세서 플랫폼 기반으로 제작된 아톰(Atom)로 다시 모바일 AP 시장에 도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저전력의 기술 트렌드는 비단 모바일 기기만이 아니라 IT 산업 전반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보다 빠르고 끊김 없는 데이터 전송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 온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에서도 최근 에너지 효율성의 제고 및 온실가스 절감이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알카텔 루슨트(Alcatel Lucent), 에릭슨(Ericsson) 등 많은 통신 장비 기업들은 네트워크의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기술 연구 및 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HP, Cisco, IBM 등 여러 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소비가 높은 서버 및 데이터 센터 등 엔터프라이즈 IT 기기의 전력 소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협력과 경쟁의 복합적 전개

PC의 보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던 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인텔은 CPU 시장을 독점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인텔은 AMD 등 강력한 경쟁 기업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당시 운영체제 시장을 독점하였던 마이크로소프트와 강력한 윈텔(Wintel) 연합을 형성하여 윈도우즈(Windows) 운영체제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PC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또한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여 자사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프로세서 설계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절대적인 지배력을 고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바일 AP 시장은 이러한 독점적 구도와는 판이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윈도우즈처럼 독보적인 운영체제 대신 iOS, 안드로이드(Android), 심비안(Symbian) 등 여러 모바일 운영체제가 등장하였고 당시 시장의 표준이었던 IBM의 PC 설계와 같은 단일화된 표준이 부재하였기에, 자사의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다양한 종류의 AP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일찍이 제품의 설계와 제조, 후처리 공정 등이 분화된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가 형성되었으며, ARM의 등장으로 뛰어난 성능의 프로세서 핵심 기술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많은 IT 기업들은 새롭게 부각된 모바일 AP 비즈니스에 경쟁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그러므로 모바일 AP 비즈니스를 둘러싼 기업들의 협력과 경쟁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확고하게 유지되었던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동맹 역시 균열을 보이기 시작하였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출시한 윈도우즈 8 운영체제는 인텔과 더불어 ARM 기반의 모바일 AP를 함께 지원하고 있으며 인텔 역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구동되는 메드필드(Medfield) 프로세서를 출시하였다. 또한 자사의 AP 제조를 위해 삼성전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해 온 애플은 특허 소송과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관계를 청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모바일 시장의 대응에 실패한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모바일 AP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퀄컴과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면서 입지 회복에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 ARM은 AMD, 미디어텍 및 그래픽 프로세서(GPU)설계 IP 기업 이매지네이션(Imagination Technologies) 등과 함께 CPU와 GPU 등 이종 프로세서 기반의 새로운 컴퓨팅 기술을 연구하는 HSA(Heterogeneous System Architecture) 파운데이션을 설립하는 등 향후에도 기업들 간 합종연횡의 구도 역시 한층 다양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분야의 기술력 확보 경쟁

모바일 AP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AP 시스템을 둘러싼 다양한 분야의 기술력 확보 또한 한층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모바일 AP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전면적인 구상과 설계, 공정 기술 및 운영체제와 컴파일러, 미들웨어 등 시스템 반도체와 관련된 광범위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게다가 모바일 기기의 많은 기능들이 AP 하나로 집적화되면서 그래픽, 멀티미디어, 초고속 통신 등 각종 첨단 기술의 확보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모바일 AP 기업들은 단지 완성된 제품만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관련된 시스템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추세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AP 비즈니스에서 각종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 AP의 성능 개선 및 제조 비용의 절감과 빠른 시장 출시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개별적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통한 기능 개선 및 성능 강화를 통한 제품의 차별화 시도가 꾸준하게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은 AP를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동시에, 경쟁사보다 앞선 성능 개선 및 적시적인 시장 출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전반의 통합적인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설립 당시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조화를 강조해 온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연이은 성공을 기반으로 여러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고 노텔 네트웍스(Nortel Networks)로부터 통신 특허를 매입하는 등 그동안 취약하였던 하드웨어 분야의 기술을 집중적으로 축적하였다. 또한 전통적으로 그래픽 기술이 강한 엔비디아는 통신 반도체 기업 아이세라(Icera)를 인수함으로써 모바일 AP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였다. 한편으로 인텔은 2009년 임베디드 운영체제 기업 윈드리버(Wind River)에 이어 2010년 보안 업체 맥아피(Macafi)와 인피니온(Infineon)의 무선사업부를 인수하였고 2012년에는 리얼 네트웍스(Real Networks)의 영상처리와 소프트웨어 기술 및 특허 매입에 1억 2천만 달러를 투자하였다. 실제로 2010년에서 11년 사이에 인텔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업을 무려 8개나 인수하는 등 많은 IT 기업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친 기술력 강화의 노력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AP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 획득 및 자사의 필요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는 여러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향후에도 꾸준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기업의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강화 전략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모바일 AP 비즈니스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Ⅲ. 향후 전망 및 관전 포인트

기술 변화에 대한 대응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

최근 모바일 AP는 프로세서의 코어(Core)을 여러 개 장착하는 멀티 코어(Multi core) 시대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멀티 코어 기술은 사실 모바일 AP 이전에 이미 여러 종류의 프로세서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코어 자체의 성능을 증가시키기 위한 기존의 노력은 연산 속도의 증가에 비례하는 전력 소모 및 발열 등의 문제로 점차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2000년대 초반부터 2개 이상의 코어를 사용하여 하나의 프로세서를 구성하는 멀티 코어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이를 통하여 처리 속도를 더욱 증가시키고 동시에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멀티 코어 기술은 초기에는 제작이 쉽지 않고 모바일 기기의 특성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모바일 AP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성능 향상 및 저전력이 중요한 이슈로 강조되면서 모바일 AP에서도 빠르게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2011년 엔비디아가 최초로 2개의 코어를 장착한 듀얼코어(Dual core) AP인 테그라 2를 출시한 이후 다른 기업들도 연이어 듀얼코어 AP을 출시하였고, 현재는 코어가 4개까지 탑재되는 쿼드코어(Quad core) AP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코어의 개수가 모바일 AP 및 기기 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대중에게 인식되면서, 각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4개 이상의 코어를 넣은 모바일 AP을 선보이는 등 향후에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코어 수의 증가에 따라 봉착하게 되는 난관 또한 그리 만만치 않다. 복수의 코어를 탑재한 AP의 성능 개선이란 단순히 코어 수를 늘리는 것 이외에도 각 코어의 연결 방법 및 AP를 구성하는 메모리 등 주요 부품의 성능 향상,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소프트웨어의 재구성 등 AP 시스템 전체를 고쳐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다. 또한 일부 연구에 의하면 AP의 코어 집적화가 이루어지면서 필요한 전력이 수용 가능한 전력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어 결국 내부 코어 중 일부는 작동을 멈춰야 하는 다크 실리콘(Dark silicon) 현상이 발생하는 등 향후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따른 성능 발전이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므로 ARM의 빅리틀(big. LITTLE) 등 모바일 AP의 새로운 멀티 코어 기술이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코어의 증가에 따른 여러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완성도를 위한 기술 경쟁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각 기업들간 역량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어 경쟁과 더불어 여러 기능 및 부품을 모바일 AP 하나로 통합하려는 움직임 역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WCDMA, LTE 등 이동통신용 칩(Baseband chip)을 제외한 부분들이 하나의 AP로 구현되는 추세였지만, 최근에는 이동통신용 칩과 Wi-Fi, Bluetooth 등 근거리통신용 칩(Connectivity chip)까지 포함되는 통합 구조의 AP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통합 구조의 AP는 고성능의 구현이 쉽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모바일 기기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부품 점유 공간의 축소 및 상당한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중저가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주요 IT 기업 및 비메이커 제조기업(White Box) 등이 생산하는 저렴한 모바일 기기의 판매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이러한 통합 구조의 AP 비중 역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IT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2016년까지 통합 구조 기반의 모바일 AP가 전체의 75%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하였는데, 현재 이러한 통합 구조 AP을 기반으로 퀄컴과 미디어텍이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통신 기술 분야의 강자인 브로드컴(Broadcom)도 최근 중저가의 통합 구조 AP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모바일 AP의 다기능 집적 추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적지 않으며, 첨단 태블릿 PC 등 고사양의 모바일 기기에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 구조의 AP는 향후 중저가 제품이 모바일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등 더욱 얇고 미려하게 모바일 기기를 구현하려는 트렌드와 맞물려 그 필요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더욱 낮은 가격으로 고성능의 통합 구조 기반 AP을 제조하기 위한 많은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및 외부 역량 확보의 노력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권토중래, 쉽지 않지만 잠재력은 높아

여러 연구에서는 대체로 변화된 시장의 패러다임을 읽지 못하여 모바일 AP의 주도권을 내 준 인텔이 현재의 전세를 역전하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텔 역시 성능과 더불어 저전력에 초점을 맞춘 제품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모바일 AP 제조 기업들이 ARM의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1% 미만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인텔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인텔이 단시간 내 시장 점유율을 급속히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며, 일부에서는 자사의 x86 프로세서 플랫폼을 고집하고 있는 인텔이 신속히 ARM 기술 기반의 프로세서 제조에 합류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12년 ARM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칩이 87억 개나 생산될 정도로, 현재 ARM은 모바일 시장에서의 확고한 기반을 바탕으로 TV와 셋톱 박스, 이동통신 기지국 등 여러 IT 제품의 프로세서 시장에도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특히 ARM은 현재 인텔이 90%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서버 등 고성능 컴퓨터 시장에도 새롭게 진입하여 인텔과의 전면적인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은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인텔에 여러 측면에서 역부족이긴 것이 사실이지만, 향후 ARM은 자사의 저전력 기술을 앞세워 노트북 시장과 더불어 마이크로 서버와 데이터 센터 등 엔터프라이즈 IT 시장 전반에 걸쳐 꾸준히 인텔의 아성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인텔 역시 PC 시장의 침체를 만회하고 모바일 시장이 IT 산업 전반, 특히 자사의 주력 분야인 PC 및 고성능 컴퓨터 시장에 미칠 수 있는 강력한 파급 효과 등을 감안할 때 모바일 AP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현재 모바일 AP가 인텔의 강점인 기능 통합의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 과거 AMD 등 경쟁 기업과의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하였던 경험, 그리고 반도체 공정의 전 분야에서 축적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은 향후 인텔이 모바일 AP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손꼽힌다. 따라서 인텔은 현재 주류인 28nm 공정을 넘어 2014년 중 14nm 공정 기반의 새로운 프로세서 출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ARM으로부터 모바일 AP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하는 동시에, 중국의 ZTE와 레노보(Lenovo), 대만의 에이서(Acer), 인도의 라바(Lava), 케냐의 사파리컴(Safaricom) 등 신흥국 기업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ARM 중심의 모바일 AP가 당분간 시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텔 역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답게 현재 시장 점유율 이상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텔은 ARM 기반 AP에 필적하는 저전력 성능을 가진 프로세서를 선보이고 있으며, 동시에 구글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면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모바일 기기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으로 애플이 최초로 인텔의 AP를 자사의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인텔의 생산 시설을 이용하여 자사의 모바일 AP를 제조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게 이어지는 등 모바일 AP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인텔의 집요한 노력은 한층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AP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될 듯

현재 모바일 AP 시장에서는 ARM의 영향력이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모바일 AP을 개발해 온 상당수 기업들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 기술에 대한 투자 및 꾸준히 증가하는 제조 비용에 대한 압박과 더불어, 향후 모바일 기기 시장의 성장 둔화로 많은 기업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많은 제조 기업들이 결국 모바일 AP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모바일 AP 시장에서는 퀄컴과 삼성전자, 그리고 미디어텍 등이 타 기업보다 앞선 기술 및 공정 능력, 비즈니스의 가치 사슬 내 주요 기업과의 유기적인 협력과 더불어 무엇보다도 탄탄한 모바일 기기의 시장 수요 등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주요 고객 기업이 부진에 빠지고 빠른 시장 변화에 적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바일 AP 제품 출시에 실패하면서 더욱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바일 AP 시장을 지배하던 TI의 OMAP(Open Multimedia Application Platform)은 주요 고객 기업인 노키아(Nokia)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시장에서 철수하였으며, ST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 Microelectronics)은 에릭손과 합작으로 설립한 모바일 AP 기업 ST-Ericsson의 실적이 저조하자 전격적으로 지분을 청산하기로 결정하는 등 이러한 움직임은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모바일 AP 비즈니스는 지금보다 한층 불투명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모바일 기기의 시장 판도가 급격하게 변동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기존 모바일 AP 강자들도 시장의 흐름을 잘못 읽고 한 순간에 고전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또한 AP의 성능향상과 더불어 가격 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각 기업의 제품 개발 및 출시 전략의 차별화 또한 한층 다방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Ⅳ. 시사점

인텔이 자사의 CPU 판매와 더불어 관련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및 서비스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PC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듯이, 모바일 AP 역시 단일 제품의 판매를 넘어 IT 기업들의 다양한 모바일 기기 제조를 빠르게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다.

향후에도 모바일 기기의 고성능 및 차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모바일 AP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AP가 모바일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적용될 조짐을 보이면서 관련 시장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RM을 정점으로 하는 모바일 AP 생태계는 당분간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인 판도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단기간 내 인텔이 현재의 구도를 크게 뒤흔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모바일 AP 시장이 기존의 기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IT 기업들까지 새롭게 뛰어드는 각축장으로 변모하면서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탄탄한 내수 시장과 수많은 R&D 인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중저가 AP 기업의 부상은 중국 모바일 기업들이 거대한 저가 내수시장을 배경으로 빠르게 부상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화웨이와 레노버, ZTE 등 중국의 여러 모바일 기업들은 비록 성능은 낮지만 저가의 AP를 주력으로 한 미디어텍 등과의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여 기존의 글로벌 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자체적인 AP 제작 역량까지 갖추어 가는 이들 기업들의 위상은 세계 최대의 모바일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모바일 기업에게 더욱 큰 위협으로 다가올 전망이며, 차별화된 제품 생산을 위한 시스템 반도체 기술 확보 경쟁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독자적인 AP 제조 혹은 외부 시스템 반도체 기업과의 밀접한 협력 관계 강화 등 자사의 제품에 최적화된 AP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즉 급변하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핵심 기능 및 서비스를 AP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이 향후 모바일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각각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PC 시장을 주도하였던 것과 달리 모바일 시장은 반도체, 기기, 운영 체제 등 다양한 기업들 간 영역의 경계를 넘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모바일 AP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IT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한 각 기업의 합종연횡은 향후에도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전승우 선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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