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이동통신사의 눈으로 본 모바일 생태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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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3-03-31 13:06
서울--(뉴스와이어)--스마트폰에 의해 시작된 모바일 생태계의 변화는 고객과 단말 제조사보다 이동통신사에 더 큰 영향을 미쳐왔고, 이동통신사들이 스스로의 사업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은 연계 요금제를 통해 데이터 매출을 빠르게 올리는데 기여하였으나, 한편으로 프리미엄 단말 유치를 위한 보조금 증가, 폭증하는 트래픽 수용을 위한 망 투자라는 부담 요인 또한 수반하고 있다. LTE는 더 많은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여 새로운 매출의 주역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막대한 투자 부담을 안겨주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많은 제조사 협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부터 초저가 단말까지 빠르게 보급하며 스마트폰 보급률을 끌어올렸고, 이는 OTT 서비스가 모바일 분야에서 급성장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었다. 결과적으로 다양하고 혁신적인 OTT 서비스들이 등장했으며 그 영향력은 날로 확대되어 이제는 이동통신사를 단순한 파이프로 이용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이동통신사는 이들을 스마트폰 보급과 데이터 매출을 촉진해 주는 파트너로 보아야 하는지, 자신들의 잠재 매출원과 수익을 빼앗아 가는 무임승차자로 보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모바일 시장판은 지금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 빠르게 움직이던 하드웨어의 혁신 속도는 느려진 듯 한 반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는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 등장하고 있고 바뀌고 있다. 제조사, 플랫폼, OTT 플레이어들의 영향력에 휩쓸리지 않고 다음 혁신과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은 다양한 전략적 모색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신의 핵심역량을 명확히 하고 다른 부분은 오픈 파트너십을 통해 파트너의 역량을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부각되고 있다.

2013년 현재 이동통신 시장을 지배하는 키워드라면 스마트폰, LTE, OTT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이 세 키워드로 대표되는 변화는 이동통신 산업의 수익 구조와 사업자별 수익성을 바꾸는 것은 물론, 산업 전반의 가치 구조와 전반적인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바꾸어 왔다.

실제 이동통신 선진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 미국, 영국의 경우를 보면 2012년 연말 기준 스마트폰 보급률이 60%를 넘어섰다. 누적 기준임을 감안하면 새롭게 핸드폰을 사는 사람의 상당 부분이 스마트폰 구입자임을 알 수 있다. 한국 시장의 경우, 스마트폰 및 LTE 서비스 전환 속도는 매우 빠르다. 2년여 만에 스마트폰 보급률은 60%(세계 2위), LTE 가입자 천 6백만명(세계 LTE 가입자의 30%)에 도달하였다.

이동통신사의 기본 사업 모델은, 좋은 단말을 확보하여 가입자를 유치하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구축한 통신망을 활용하여 통신요금과 부가서비스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대대적인 확산으로 더욱 강화되어 왔다. 수 많은 고객들이 과거에 비해 꽤나 비싸다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구매했고,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위해 상당히 높은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였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보급율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의 사업 또한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었다. 이동통신사의 영향력 바깥에 구글 등과 같이 강력한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런 독립 플랫폼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독립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 OTT 사업자들이 급성장한 것이다. 게다가 더 많은 데이터 이용을 유도하여 더 높은 수익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했던 LTE 또한 폭발적인 데이터 수요를 쫓아가기 위한 높은 투자 비용으로 인해 이동통신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이 글에서는 스마트폰, LTE, OTT의 대두로 인해 드러난 이동통신사의 기존 사업 모델의 한계와, 그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이동통신사의 고민과 가능성에 대해 주요 선진 국가에서 이루어진 시도와 경험을 중심으로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세 가지 키워드로 규정되지 않는 새로운 신호들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짚어 보기로 하자.

Ⅰ. 스마트폰 등장으로 주도권은 애플과 구글로

고객이 통신 서비스 가입을 위해 이통사를 선택할 때, 이통사의 브랜드나 데이터 속도(LTE 등)는 물론 중요한 구매 의사 결정 요인이다. 이에 더하여 고객들은 이통사를 통해 어떤 단말을 구매할 수 있는지, 또한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애플, 윈-윈 파트너에서 수익을 위협하는 존재로

사실, 스마트폰이 아니라 이동통신 시장에 경쟁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이동통신사는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단말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 특화 단말을 기획하고 만들어 왔으며 이를 위해 제조사와 매우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다. 애플은 아이폰이 가진 제품의 혁신성과 매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구도를 자사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기도 했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초기에는, 1국 1사 정책을 통해 각 국가 별로 한 곳의 이통사에만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였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사는 차별적 단말 경쟁력을 얻게 되었고, 애플은 아이폰으로 인해 발생한 이동통신사 매출의 일부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윈-윈이었다. 하지만 일단 아이폰이 고객의 마음 속에 확고히 자리잡게 되자 애플은 1사 독점 공급/수익 배분 모델을 버리고 여러 이동통신사에 동시 공급 및 단말 보조금 요구 모델로 전략을 변경하였다. 이후 그때까지 독점적으로 아이폰 취급하던 이동통신사가 가진 단말 차별화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게다가 타 제조사 대비 $150 이상 더 드는 아이폰 보조금을 생각하면 아이폰은 더 이상 통신사의 수익에 큰 기여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수익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도 이동통신사는 경쟁사로 고객이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아이폰을 계속 보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제는 구글의 영향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

이처럼 자신의 자원으로 애플의 성장을 돕는 자해적인 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즉 아이폰의 독점력을 와해시키고 통신비가 다시 통신사업의 수익으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통신사는 전략적으로 안드로이드, 윈도우 모바일, MeeGo 등 다른 OS를 채택한 스마트폰의 보급을 늘리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에 편승하여 풍부한 제조사 Pool과 하드웨어 경쟁력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이 빠르게 성장하였고, 갤럭시 S3의 폭발적인 성공을 기점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은 수량과 매출에 있어 애플을 추월할 수 있었다.

드디어 이통사의 바람대로 애플의 영향력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애플뿐 아니라 구글의 영향력까지 추가로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사실 애플이나 구글이나 통신사의 플랫폼을 파괴하고 자신의 플랫폼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이통사는 애플과 구글/삼성 이외에 타 플랫폼, 제조사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 편, 아예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에 의존하지 않는 완전히 다른 성장의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또다른 가능성을 찾아서

단말에 의존하지 않는 성장 방법 중의 첫번째는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유럽의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자주 관찰된다. 이들의 신흥시장 진출 노력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사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취약한 신흥시장의 특성을 역으로 이용하여 통신 서비스 외에 에너지, 금융, 교육/의료 등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려는 부분이다.

이미 이들은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트너 기업과 함께 파일럿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던 Mobile payment나 헬스케어 사업 등의 경우가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서비스들의 경우 유사한 가치를 제공하는 기존 서비스가 튼튼히 뿌리 내려 있고 규제와 수많은 관련 기업/정부의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힌 선진시장에서는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하지만 신흥 시장에서는 기존 서비스도, 유사 서비스도, 또는 대체 서비스조차 없는 경우가 많고, 정부의 적극적인 국가/산업 발전 기조로 규제나 이해 관계 갈등의 여지도 적기 때문에 이들 서비스들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부에서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단말 비 의존적 성장의 두번째는 M2M 분야 진출을 위한 노력이다. 헬스케어, 자동차, 원격 교육, 도시 인프라 등의 응용 분야에 통신 및 IT 기술을 접목하여 통신 기기 및 서비스 가입 수요를 창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이 또한 이미 활발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하는 여러 사업으로 가시화 되고 있다. M2M과 관련해서는 각 통신사가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움직임에 더하여 이동통신사 연합체인 GSM Association (GSMA)에서도 mHealth, mAutomotive, mEducation, mUtilities와 같은 분과를 만들어 해당 산업의 기존 기업들과 이통사들의 네크워킹과 파트너십을 촉진하고 있다.

Ⅱ. LTE, 매출 못지않게 빠른 비용의 증가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 이통사의 주 수익원은 음성과 단문 메시지 (SMS) 전송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음성과 단문 메시지의 수익이 줄고 대신 데이터 매출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 NTT DoCoMo의 경우를 보면 2002-2003 회계연도 기준으로 음성매출이 $350억으로 정점에 달하였는데 이후 데이터 서비스의 확대와 스마트폰 등장으로 음성매출은 빠르게 감소했다. 2011년에는 데이터매출이 음성매출을 역전한 바 있다.

음성매출 증가에 미치지 못하는 데이터매출

3G 기반의 스마트폰이 도입된 후 데이터매출이 본격적으로 성장하였지만 음성매출의 빠른 하락세를 보상하기에는 부족하여, 대부분의 통신사들은 전체 매출의 지속적인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이것이 데이터를 마음껏 이용하기에는 여전히 느리고 불편한 네트워크 때문이라고 판단한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품질을 높이면 데이터 매출이 늘 것이라고 믿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구체적 방법으로 선진국 시장 이통사들은 LTE 망 도입을 서둘렀다. 더 넓은 주파수를 확보했으며 방대한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실제 LTE 투자 및 보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이통사의 경우를 보면, LTE 도입 이후 가입자 당 평균 매출(ARPU)이 연 15% 이상 증가하는 등 관련 투자는 확실히 매출 증대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존 2G/3G 가입자의 LTE 전환으로 매출은 분명 상승했지만, 예상 밖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네트워크 커버리지의 지속적 확충이 필요해졌고 여기에 더하여 데이터 통신 품질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네트워크 투자와 운영비용(OPEX, Operating Expenditure) 추가 투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는 곧 수익성에 나쁜 영향을 주었고, ‘통신 망 서비스로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성장이 가능하겠는가’라는 이통사의 고민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과거 이동통신 기술 발전과 고객 사용 행태를 돌이켜 보았을 때, 데이터 용량과 품질에 대한 고객 수요는 단말, 컨텐츠의 발전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불필요한 사양과 용량의 서비스를 과도하게 제공한다는 견해와 지적이 있기는 하나 그것은 사업자의 일방적인 밀어내기 때문만은 아니고 오히려 고객이 원해서 이루어진 측면이 더 크다. 한 번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은 좀처럼 예전의 낮은 수준의 서비스로 돌아가지 못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 고객이 가지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대와 수요는 낮은 수준으로 역행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시장 상황과 치열한 경쟁 하에서, 이통사 또한 망 커버리지와 서비스 품질을 꾸준히 개선할 수밖에 없다.

다만, CAPEX(Capital Expenditure)와 OPEX로 인한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실제 이통사들은 각종 무선 접속, 망 구축 및 관리, 자원 최적화와 관련된 기술들을 꾸준히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Carrier Aggregation 등을 포함하는 LTE-Advanced 관련 기술 외에도, 기존 2G, 3G, Wi-Fi 기술의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클라우드를 통한 가입자 이탈 방지 노력

한편 기존 통신망 인프라 및 서비스 품질 고도화 외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려는 노력 또한 병행되고 있다. 즉, 기존의 데이터 통신 서비스 외에, 클라우드 관련 서비스를 추가하여 가입자 이탈 방지 효과를 얻고, 신규 서비스를 통한 추가 매출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하려는 네트워크 장비 및 스토리지 전문 기업들의 전략과도 부합하기에 Ericsson, Huawei, Cisco, HP 등 여러 기업이 이통사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 제공하고 있다.

북미의 Verizon, AT&T와 유럽의 Orange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통신 3사 모두 클라우드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가장 단순한 형태로는 B2C 가입자들에게 통신망 내에 일정 저장 용량을 할당해 주는 방식이 있다. 이통사들은 여기에 머물러서는 기존의 ‘Dumb Pipe’에서 ‘Dumb Pipe + Dumb Cloud’의 번들이 될 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빅데이터와의 결합, 네트워크 도매 판매와 연계, 중소규모 기업 고객들에게 네트워크+스토리지 임대, 앱/서비스 기업들과의 파트너십과 수익 배분 등 다양한 사업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이통사 자산의 오픈 API화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인프라의 임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통사 입장에서 가장 과감한 결단으로 볼 수 있는 움직임은 이통사 자산의 오픈 API9화라 할 수 있다. GSMA 소속 AT&T, Deutsche Telekom, Orange, Telefonica, Vodafone, Rogers, Bell Canada, TELUS 등 북미와 유럽 이통사들은 ‘OneAPI’ 이니셔티브를 결성, SMS, 인증, 과금/청구, 위치 정보, 이통사 커버리지 정보 등 이통사의 자산을 API로 오픈, 다양한 서비스 기업 및 개발자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하여도 WAC(Wholesale Application Community)을 통해 오픈OS-앱스토어의 격류에서 스스로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이통사들의 모습을 떠올려 볼 때, OneAPI 이니셔티브는 오픈 플랫폼이 대세가 되는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인 동시에 더 이상 흐름에 저항하려는 의지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에 대한 시인으로도 읽힌다.(WAC이나 OneAPI 모두 ‘크로스 플랫폼 API’라는 핵심 개념은 같으며, 현재 OneAPI를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Apigee가 WAC을 인수하였다는 것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Ⅲ. OTT, 남의 떡이 되고 있는 부가서비스

10년 전, 국내 이통 3사의 통화연결음과 벨소리 부가서비스 가입자는 천만명을 넘었고, 매출이 연간 600억 원10 대에 달하였다. 2013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의 글로벌 앱 매출은 $250억 규모로, 2012년 대비 6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어 나가는 부가서비스 수익

오픈 플랫폼과 앱스토어가 모바일 산업에 도입되면서, 부가서비스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그만큼 고객들이 더 큰 가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통사 입장에서 문제는, 부가서비스로 인해 창출되는 매출의 대부분이 이통사가 아닌 플랫폼, 서비스, 앱 개발 기업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2013년 MWC 컨퍼런스에서 유럽/북미의 여러 이통사 CEO가 이러한 Over-The-Top(OTT) 플레이어들을 일컬어 ‘자신들이 투자한 망에 무임승차하여 수익만을 향유하는 기업들’로 묘사하는 데에는 이러한 속사정이 있다. 이통사들의 입장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제는 흐름을 거스를 수 없어, 언제 구글이 플레이 스토어 매출 분배를 다시 논의하자고 할지 가슴 졸이고 있으며, 심지어 이러저러한 일견 당연한 발언을 하는 것조차 대형 플랫폼의 심기를 거스를까 매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Skype, Hulu 등이 대표적인 OTT 플레이어라 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Facebook, Foursquare, Dropbox, Spotify, Deezer 등 서비스 플랫폼 기업들 또한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며 시장에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들 글로벌 업체에 더하여 카카오톡과 같은 신생 업체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업에 대항하고 이 흐름 속에서 주도권을 방어하고자 이통사들은 Joyn (RCS), NFC 등을 들고 나오기도 했고, 피쳐폰에 Java platform과 Widget을 도입한다거나, WAC과 같이 이통사 주도의 에코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노력을 오랫동안 기울여왔다. 금년 MWC에서도 Joyn, NFC 등 이통사 주도 플랫폼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무대의 뒷면에서는 북미 주도의 OTT 플레이어들에게 사실상 완패하였음을 시인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생존을 위한 두가지 트랙의 전략

이러한 상황에서 이통사는 두 가지 트랙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현재 대세를 이루는 OTT 플레이어들과 공존할 수 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것이다. 2장에서 살펴본 네트워크+클라우드 인프라를 포함한 이통사 자산의 오픈 API화가 이러한 맥락에서의 고민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OTT 플레이어들의 혁신성과 이통사 자산의 밀접한 결합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주고, 그에 따라 확보된 수익을 OTT 플레이어와 이통사가 서로 나누어 가지는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파트너십의 목표이다. 실제 MWC 기조연설에서는 “OTT 플레이어, 스타트업, 개발자 발굴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 “앞으로 가입자가 아니라 개발자를 관리하겠다”, “다양한 소규모, 외부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거대 이통사 내부의 관료적 문화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 등과 같은 이통사 고위 임원들의 발언이 잇따랐다.

두 번째로, 이통사가 주도하는 새로운 OS 및 생태계를 추진하는 것이다. Limo Foundation부터 MeeGo를 거쳐 이번 MWC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Firefox까지, ‘이통사 주도의 생태계 구축’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Telefonica를 필두로 이통사들의 탈 iOS/안드로이드 의지가 높았으며, Firefox와 Ubuntu에 대한 사업자와 대중의 관심 또한 뜨거웠다. Firefox는 Telefonica, Deutsche Telekom과 함께 금년 2분기 중 중남미, 동유럽 시장에 소개되고 이어 중저가 라인업으로 신흥시장 중심 공략을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금년 등장할 Firefox와 Tizen, 그리고 14년 출시를 목표로 제조사와 물밑 파트너십을 진행하고 있는 Ubuntu, Sailfish 등의 성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일부 타겟 시장에 대해 부분적인 성공을 거둘 수는 있겠으나, 현재의 공고한 iOS-안드로이드 구도를 뒤흔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시도가 생태계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고객에게 여러 선택지를 가능하게 하여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는 견해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어, 추후의 전개를 좀 더 두고 볼 필요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Ⅳ. 시장에서의 새로운 신호들

비슷비슷해 보이는 스마트폰, 이 정도면 충분해 보이는 LTE 속도, 식상하지만 당분간 깨질 것 같지 않은 iOS-안드로이드 생태계 구도 외에, 미약하지만 변화의 씨앗일 수도 있는 몇 가지 신호들도 존재한다. ‘파트너십’, ‘맥락(Context)’, ‘다중 스크린(Multi-screen)’,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와 같은 키워드는, 아직 뚜렷한 주체에 의해 구체적인 모습을 갖춘 주제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에 걸쳐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새로운 키워드 ‘파트너십’

그 새로이 부각하는 키워드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파트너십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 되었지만, 파트너십은 이통사들이 최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통사 뿐 아니라 생태계 내의 다른 플레이어들도 애플, 구글이 이통사의 Walled garden을 붕괴시킨 이후, 이제 스스로가 또 다른 Walled garden이 되어 생태계와 가치사슬 내의 고른 수익 분배를 방해하고 생태계의 수익을 독점하며,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신의 핵심역량과 자산을 명확히 하고 다른 부분은 오픈 파트너십을 통해 파트너의 역량을 활용하는 파트너십 모델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1) 기업별로 사업에 적합한 파트너 물색, (2) 상호 호혜적인 비즈니스 모델 도출, (3) 파트너십을 이끌어가는 역량 강화, (4) 내부 기업 문화 혁신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추세이다.

혁신의 포커스 이동

이동통신 산업에서 왜 파트너십이 이슈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지를 또다른 각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혁신의 포커스 이동이다.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 단말 그 자체의 하드웨어적 혁신 속도는 당분간 계속 느려지며 제조사 별로 거의 평준화 될 것이다. 반면 실제 고객들이 이용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는 더욱 더 다양해지고 차별적이 될 것이며, (하드웨어에서 판을 바꾸는 수준의 진화가 있기 전까지는)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이는 곧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한 기본 프레임 자체의 전환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내부화, 효율화와 같은 방식으로는 생존조차 어려울 수 있다. 굳이 롱테일을 언급할 것도 없이, 매일 매일 새롭게 등장하고 바뀌는 모든 형태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가진 수많은 독특한 가치를 단일 사업자가 모두 다 내부 역량으로 제공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파트너십이 사업의 핵심 성공 요소라는 것은 이통사들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예를 들어 헬스케어, 자동차, 금융 등의 신사업을 타진했을 때, 이통사들은 해당 산업의 기존 또는 신규 사업자들, 연관 산업의 다양한 사업자들, 각종 법과 규제 등 이해 관계자가 너무 많고 복잡하여, 파트너십이 없이 단일 기업의 역량으로는 추진이 어렵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 바 있다.

앱의 생존 경쟁

파트너십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두번째 신호는 ‘앱의 생존경쟁’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각 플랫폼(OS)이 얼마나 뛰어난 양과 질의 앱을 보유하고 있는가, (개발사 입장에서) 어떤 플랫폼이 더 수익성이 뛰어난가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그러한 ‘플랫폼 생태계의 생존경쟁’에서 ‘개별 앱/컨텐츠의 생존경쟁 시대’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 각각 70만개 이상의 앱이 등록되어 있는 상황에서 각 플랫폼의 가치 자체는 이제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진짜 문제는 ‘이 70만개의 앱 중에서 내가 개발한 앱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70만개 앱 중 내게 필요하고 나에게 맞는 앱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로 옮겨 가고 있다. 앱을 홍보해주는 앱, 서비스를 홍보해 주는 서비스, 전문 개발자가 아니어도 아이디어와 컨텐츠만 있다면 쉽게 앱을 개발하여 등록, 판매할 수 있게 해 주는 개발 도구 등,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솔루션이 이미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Ⅴ. 시사점

이상으로 이동통신사들의 고민과 다양한 전략적 모색, 그리고 모바일 시장의 변화 흐름을 살펴보았다. “아이폰 등장 이후 벌써 7년, 애플의 완결된 사용자 경험이 여전히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제 식상하다”라는 어느 산업 분석가의 언급처럼, 시장은 새로운 혁신을 기다리고 있다. 누가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지 지금으로선 말하기 쉽지 않다. 다만 이동통신사와 플랫폼 기업의 주도권 다툼을 떠나 다음 질문에 좋은 대답을 할 수 있는 기업 또는 플랫폼이 다가오는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첫째, 누가 가장 탁월하고 완결되고 일관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가? 둘째, 누가 가장 훌륭한 파트너들과 함께 하고 있는가?[LG경제연구원 서기만 연구위원 외]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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